<이슈&인물> 진실 안고 떠난 장제원 전 의원

권력 중심서 의혹 중심으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거짓말 같은 죽음에 또 한 번 여론이 웅성이고 있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늘 권력 가까이에 있는 인물이었지만, 씻을 수 없는 오명만 남긴 채 떠났다. 그는 보수 정치권의 전략, 윤핵관 권력, 정치적 계파 갈등과 직결됐고, 동시에 자녀의 반복적인 일탈, 거침없는 언사, 국회 내외의 논란으로 끊임없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의 정치 인생은 권력의 중심서 시작해 의혹의 중심에서 생을 마감했다.

장제원 전 국민의힘 의원은 한국 보수 정치권서 논란과 영향력을 동시에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국회의원을 세 차례나 지냈고, 윤석열정부의 출범 과정에서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으며 정치 중심부서 실무와 전략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는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직후 극단적 선택으로 삶을 마감하며 예기치 못한 비극적 종결을 맞았다.

윤석열                                                                                                                                                    최측근

1967년 4월13일 부산서 태어난 장제원은 정치 가문서 성장했다. 부친 장성만은 박정희정권 시절 제11·12대 국회의원을 지낸 인물이자 학교법인 동서학원 설립자로, 부산지역 정가와 교육계서 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그는 서울로 유학해 여의도중학교와 여의도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신문방송학과에 진학했다. 이후 같은 대학원서 언론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서학원 산하 대학인 경남정보대학 교수와 동서대학교 부총장 등으로 활동하며 교육 행정 분야서도 경력을 쌓았다.

그의 정치 진출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서 시작됐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아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그는 여당 후보로서 무난히 당선됐고, 정치권서 비교적 젊은 보수 신예로 주목받았다. 초선 의원 시절부터 언론에 자주 등장했고, 상임위나 본회의서도 날 선 메시지와 직설적인 어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언론 플레이에 능하고 메시지 설계에 밝은 장제원은 이후 대변인, 전략기획 부총장 등 당내 역할을 맡으며 실무형 정치인으로 급부상했다.

2012년 총선에서는 불출마를 선언하며 국회를 떠났지만, 정계 은퇴는 아니었다. 2016년 제20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서 탈락한 후 무소속으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복수의 후보를 제치고 재선에 성공하며 정가에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후 자유한국당에 복당했고, 당내 중진들과의 관계 속에서 점차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 시기 그는 보수정당 내부 계파 재편 과정서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을 오가며 노선 갈등의 중심에 서 있었고, 여러 차례 언론과의 인터뷰서 정당 재편과 인재 등용에 관한 강경한 입장을 피력했다.

2020년 제21대 총선에선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다시 부산 사상구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이로써 중진급 의원 반열에 올랐으며 법제사법위원회, 정무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서 활동했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문하기 시작한 2021년 무렵부터 장제원은 그와 긴밀한 정치적 관계를 형성해 나갔으며, 이는 향후 윤석열 대통령후보 캠프서 실무총괄을 맡게 되는 기반이 됐다.

2015년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피소                                                                                                        당시 찍은 영상 공개 후 극단적 선택

장제원이 윤석열 캠프서 맡았던 역할은 단순한 보좌를 넘었다. 그는 종합상황실 총괄실장을 맡아 전반적인 메시지 기획, 조직 운영, 정책 조율을 관장했으며, 주요 미디어 대응 전략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대선 국면서 그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이라는 언론의 명명을 대표하는 인물이 됐고, 윤석열이 위기 상황에 처할 때마다 이를 수습하거나 반전시킬 메시지를 설계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윤석열이 당선된 이후에는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맡아 인수위 구성, 집무실 이전 결정, 청와대 용산 이전 등의 민감한 이슈를 조율했다.


하지만 권력 중심부의 활동은 당내 갈등의 뇌관이 됐다. 2022년 당시 국민의 힘 이준석 전 대표(현 개혁신당 의원)와의 공개적 갈등은 대표적인 예였다. 이 대표는 윤핵관 세력이 당무를 장악하려 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장제원은 이에 직접적인 대응은 피했으나 실질적으로 당내 전략의 설계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특히 비공식적 모임인 ‘민들레 모임’을 통해 당권 재편을 시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치권과 언론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의 정치 경력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요소는 장남 장용준(예명 노엘)의 반복된 범죄와 사회적 물의였다. 장용준은 2017년 고등학생 신분으로 힙합 경연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고, 이후 래퍼로 데뷔했으나 2020년 음주 운전 사고를 낸 뒤 무면허 운전과 운전자 바꿔치기 등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이후에도 경찰관 폭행 및 추가 음주 운전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았고, 재판서도 반복적으로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다. 장제원은 아들의 일탈에 대해 여러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으며,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버지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며 한때 당직을 내려놓기도 했다.

‘윤핵관’                                                                                                                                                     핵심으로

그러나 이후 다시 정치 전면에 복귀하며 ‘책임 회피’ 논란이 일었다. 장제원의 국회 내 활동 역시 논쟁의 중심이었다. 그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던 시절, 검찰개혁 관련 논의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 등에 있어 보수 진영의 강경 입장을 대표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측과의 질의응답 과정서 고성이 오가거나 언론에 회자된 거친 표현들을 사용하면서 언행 논란이 잦았다. 예컨대, 법무부 장관과의 질의 과정서 “국민이 당신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표현을 써 공방이 벌어졌고, 이는 여야 간 갈등의 소재로 부각됐다.

2023년 이후 윤석열정부의 중반기로 접어들며 그의 공식적인 정치 활동은 다소 감소한 것으로 평가됐다. 그는 국회 주요 법안 처리 과정에서는 전면에 나서기보다는 비공식 라인서 조율자 역할을 했고, 일부 언론은 그가 여전히 윤 전 대통령과의 ‘핫라인’을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국민의힘 내 차기 지도 체제 논의, 공천 권력의 이동 과정서 다시 그의 이름이 거론되며 “보이지 않는 권력”이라는 평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그를 둘러싼 상황은 급변했다. 과거 부산디지털대학교 부총장 재직 시절인 2015년, 당시 수행비서 A씨를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이 보도됐기 때문이다. A씨는 언론 보도서 성폭행 당시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장제원으로 추정되는 목소리와 함께, 피해자 A씨의 휴대전화 촬영 장면이 담겨있었다. 영상 속 내용은 장제원 측의 ‘호텔에 간 적 없다’는 해명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A씨는 사건 직후 곧바로 해바라기센터를 방문해 성폭력 피해 사실을 털어놨고, 이 과정서 남성의 DNA가 검출되는 등 신체 증거도 확보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관계자들 사이에선 사실상 혐의 입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오명을                                                                                                                                                    남기다

수사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지난달 31일, 장제원은 서울 강동구 자택 오피스텔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오전부터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현장에는 자필로 보이는 유서가 남겨 있었고, 경찰은 타살 정황이나 범죄 혐의점은 없다고 밝혔다.

사망 직후 고소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 수순에 들어갔고, 유서에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장제원은 사망 당일에도 측근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등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주변에 “혼자 있고 싶다”는 심경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제원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피해자 측은 지난 1일 오전으로 예정됐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 김재련 변호사는 같은 날 SNS를 통해 “사정상 기자회견을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망 소식이 처음 알려졌을 당시는 일부에선 “만우절(4월1일) 거짓말 아니냐”는 반응이 나올 정도로 충격이 컸다. 부친의 부고 소식이 알려진 후 장용준은 팬들과 소통하는 오픈 채팅방에 “이걸 이렇게 말하는 게 맞나 싶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쓰는 글인데 그래도 걱정들 많이 하는 거 같아서 이렇게 쓴다”며 “당연히 어떻게 괜찮겠냐만 내 걱정은 너무 하지들 말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감히 어떻게 헤아리겠느냐, 이런 말도 안 해도 괜찮다. 잘 보내드리고 오겠다”며 “다행히 이것저것 어린 나이에 많은 경험을 해본 탓에 남들 때문에 내가 무너지거나 할 일 없으니 너무 염려들 말아라”라고도 했다.


비보에 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이 빈소를 찾는 등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그의 사망은 정치권에도 즉각적인 충격을 안겼다. 장제원의 빈소에는 정치권 인사들의 조문이 이어졌으나 애도 표명은 엇갈렸다. 내부에서는 애도의 분위기와 함께 혼란스러운 반응이 뒤섞였다.

윤캠프 실무 총괄                                                                                                                                      민감한 이슈 조율                                                                                                                                      위기 때마다 수습

일부 의원들은 SNS를 통해 “너무 안타깝고 믿기 어렵다”며 애도하는 한편, 장제원의 죽음으로 인해 수사가 종결된 것에 대해 비판을 가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1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에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살 수도 있었으련만. 모욕과 수모를 견딘다는 게 그렇게 어려웠나”라며 “하나님은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시련은 주지 않으신다. 이제 다른 세상서 모든 걸 내려놓고 평온하시길 기도한다”고 적었다.

홍 시장과 장제원은 과거 자유한국당 시절 당 대표와 수석대변인으로 함께 호흡을 맞췄으며, 2020년 총선 당시 탈당한 홍 시장의 복당을 공개적으로 촉구하는 등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였다. 또, 2022년 윤석열 전 대통령 당선 직후 장제원이 당선인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윤핵관’으로 불리자, 일부 비판 여론에 대해 홍 시장이 “너무 미워하지 말라”며 감싸기도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장제원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너무나도 안타깝고 가슴이 아프고 미어진다”고 애도의 뜻을 전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 2일 오후 부산 해운대 백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장제원의 빈소를 찾아, 윤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대신 전달했다.

정 실장은 기자들과 만나 “새벽에 대통령께서 비보를 접하시고 전화로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해달라고 하셨다”며 “어젯밤에도 두 차례나 연락을 주셔서 ‘너무 가슴이 아프다’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장제원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온 힘을 다해 나를 도왔던 사람”이라고 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야당은 분위기가 달랐다. 정의당은 공식 논평서 “사건의 본질은 여전히 살아 있으며, 피해자의 진술과 고소는 여전히 존중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진실을 밝힐 기회가 사라졌다는 점에서 유감”이라는 반응이 나왔고, 성폭력 고발 사건에서 피의자의 사망이 ‘사건의 종결’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됐다.

엇갈린                                                                                                                                                    분위기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고인과 저도 추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 상황서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분이 2차적으로 또 피해를 입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장 전 의원을 개인적으로 추모하겠다는 분도 있는데, 아주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번 사건의 특성상 저는 고인을 조문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부산서 유일의 야당 의원인 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안타깝지 않은 죽음은 없지만, 피해자가 실체를 밝힐 기회를 잃은 것도 안타깝다”며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msharp@ilyosisa.co.kr>
 

<기사 속의 기사> 사고뭉치 아들 장용준은?

장제원 전 의원의 아들이자 래퍼로 활동 중인 장용준(예명 노엘)은 대중에게 음악보다 사건사고로 더 익숙한 이름이 됐다.

2017년 <고등래퍼> 출연 당시 미성년자 신분으로 흡연·음주 사진이 유출되며 논란이 시작됐고, 이후 반복되는 범죄와 무책임한 태도로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고등학생 시절 방송 출연으로 주목받은 장용준은 방송 종료 직후 술과 담배를 즐기는 사진이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퍼지면서 논란에 휩싸였다.

이후 프로그램서 하차했고, 장제원은 사과문을 게재했다.

사건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9년 9월, 장용준은 서울 마포구서 음주 상태로 벤츠 차량을 운전하다 오토바이와 접촉사고를 냈다.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12%로 면허취소 수준이었으며, 현장서 경찰관에게 자신이 운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지인에게 운전자를 바꿔치기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고, 아버지 장제원의 신분을 언급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이후 경찰 조사 결과,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던 사실이 확인됐고, 장용준은 음주 운전, 범인도피교사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장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아버지로서 이루 말할 수 없이 참담한 심정”이라며 재차 사과했고, “성인으로서 법적 책임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론은 냉담했다.

특히 그가 2008년 국회서 음주 운전 처벌 강화 법안을 발의한 전력이 재조명되며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장용준의 일탈은 단순한 연예계 논란을 넘어 정치권까지 영향을 미쳤다.

장 의원은 과거 공직자 자녀에 대한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었기에, ‘내로남불’ 논란은 피하기 어려웠다.

일각에서는 그가 자녀 문제를 두고 도의적 책임을 회피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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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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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