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지나간 재보궐 총정리

그래도 돌아가는 민심 풍향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미니 선거’에 가까운 4·2 재보궐선거가 조용히 막을 내렸다. 비상계엄 이후 첫 선거인 만큼 이번 재보선은 관심도가 낮아도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졌다. 그중에서도 여야 격전지로 꼽힌 여섯 군데를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이번 4·2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는 12·3 내란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처음으로 치러진 전국 단위 선거였다. ▲기초단체장 5곳(서울 구로구·충남 아산시·경북 김천시·경남 거제시·전남 담양군) ▲교육감 1곳(부산시) ▲광역 의원 8곳 ▲기초 의원 9곳 등 총 23곳에서 치러졌다.

격전지 어디?

그중에서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맞붙는 부산시교육감과 아산시장, 김천시장, 거제시장이 등이 격전지로 꼽혔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이 다시 한번 승부하는 담양군수와 구로구청장도 주목할 만했다.

이번 재보선은 탄핵 정국과 전국 산불 피해 등으로 비교적 조용히 치러졌다. 지난달 28~29일 치러진 사전투표도 7.94%로 역대 재보선 중 4번째로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우선 부산시교육감 재선거에 가장 많은 이목이 쏠렸다. 보수 텃밭이지만 과거 진보와 보수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승기를 잡았던 만큼 이번 역시 쉽사리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김석준 전 부산시교육감이, 단일화에 실패한 보수 진영에서는 정승윤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최윤홍 전 부산시교육감 권한대행이 출사표를 던졌다. 교육감 선거는 정당이 후보를 배출하는 게 아닌 진보와 보수 간의 대결이지만, 민주당 VS 국민의힘 구도로 그려지면서 PK(부산·경남)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진보 진영 김 후보가 51.33%를 득표해 보수 진영 정 후보(39.4%)·최 후보(8.47%)를 제치고 승기를 잡았다. 보수 후보들의 단일화 실패로 표가 흩어졌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자신만만하던 PK를 내준 탓에 국민의힘서도 상당히 당혹스러운 기류가 감지된다.

다음으로 충남 아산시장 재선거에서는 전 아산시장인 민주당 오세현 후보와 전 천안시 부시장인 국민의힘 전만권 후보가 출사표를 던졌다.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미래) 조덕호 후보와 자유통일당 김광만 후보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 3·혁신당 1·국힘 1…야 압승
PK 내준 여…생각보다 큰 탄핵 핸디캡

4파전으로 치러진 선거서 민주당 오 후보는 정권 심판론을, 국민의힘 전 후보는 거대 야당의 폭정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냈다. 개표 결과 민주당 오 후보가 57.97%로 39.49%를 득표한 국민의힘 전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경북 김천시장 선거서는 민주당 황태성 후보와 국민의힘 배낙호 후보, 무소속 이창재·이선명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탄핵 정국으로 혼란한 와중서도 국민의힘은 김천시장 선거만큼은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중진인 나경원·김기현·윤상현 의원 등이 선거 유세장을 찾아 보수 표심 공략에 나선 것이다.


그 덕분인지 국민의힘 배 후보가 51.86%를 득표해 무소속 이 후보(26.98%)와 민주당 황(17.46%) 후보를 꺾고 당선됐다. 이번 기초단체장 재보선서 유일하게 승기를 꽂은 곳으로 마지막 남은 ‘보수의 자존심’을 지키게 됐다.

경남 거제시장 재선거에는 민주당 변광용 후보를 비롯한 국민의힘 박환기 후보, 무소속 김두호·황영석 후보가 나섰다. 민선 7기 시절 거제시장이었던 변 후보와 거제 부시장이었던 박 후보가 리턴매치를 선보이며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거제의 경우 보수 성향이 짙게 드러나면서도 스윙보터가 곳곳에 분포한 지역이다. 이번 탄핵 정국서 민주당이 자신 있게 후보를 낸 데에는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뒷받침 한 것으로 풀이된다.

선거 개표 결과 민주당 변 후보가 56.75%로 38.12%를 득표한 국민의힘 박 후보를 크게 따돌리고 파란 깃발을 꽂았다. 2022년 지방선거에 이어 지난해 4·10 총선까지 국민의힘 후보가 내리 당선된 곳이지만 이번 재보선서 3년 만에 민주당이 승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의 지원 유세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이 나온다. 김천시장 선거와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중진을 비롯한 ‘아스팔트 전사’로 불리는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 등이 지지 유세에 나섰지만 후보 간의 격차가 20%p가량 벌어지면서 역효과를 불러온 셈이다.

체면 살린 혁신당
1호 지자체장 탄생

국민의힘에 있어 보수 텃밭이었던 거제서 크게 패배한 것과 부산시교육감 자리를 내준 것이 일종의 위험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핸디캡을 쥔 국민의힘이지만 당초 예상보다 크게 참패하면서 다가올 조기 대선에 대한 불안감 역시 덩달아 커지는 모양새다. 극우 세력 결집을 위한 ‘탄핵 반대’ 기조를 희석시킬 새로운 메시지가 요원해 보인다.

국민의힘 후보가 불출마하는 구로구청장과 담양군수 선거서는 야당 간의 치열한 기마전이 이어졌다.

서울 구로구청장은 지난해 10월 여당 소속 문헌일 전 구청장이 주식 백지신탁을 거부하고 사퇴하며 공백이 생겼다. 귀책사유가 있는 국민의힘이 후보를 내지 않아 민주당 장인홍 후보, 혁신당 서상범 후보, 자유통일당 이강산 후보 등 야당이 출사표를 던졌다.

수도권 민심의 가늠자로 불린 이곳에서는 민주당 장 후보가 56.03%를 득표해 당선됐다. 자유통일당 이 후보 32.03%, 혁신당 서 후보 7.36% 순으로 득표했다.

담양군수 재선거가 치러진 전남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민주당과 혁신당 모두 공을 들인 곳이다. 이날 담양군수 투표율 역시 61.8%를 기록하며 지자체장 재보선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민주당에서는 이재종 후보가, 혁신당에서는 정철원 후보가 각각 출사표를 던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혁신당 김선민 권한대행 등을 비롯한 지도부가 모두 담양을 방문해 각 정당 후보에 힘을 보탰다. 특히 이 대표는 유세 현장서 “호남이 있어야 나라가 있다”며 유권자들의 한 표를 거듭 요청했다.


투표 결과 혁신당 정 후보가 51.82%를 얻으면서 혁신당 1호 자치자체장이 탄생했다. 민주당 이 후보는 48.17%를 득표하면서 호남 텃밭을 내줬다. 무소속 시절부터 3선 군의원을 지내며 ‘풀뿌리 자치’를 내세운 점이 표심으로 돌아왔다는 게 혁신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담양군수 선거 결과가 잔잔한 호수 같던 호남의 정치 구도에 파동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건강한 경쟁’을 내세워 신경전을 보였던 혁신당인 만큼 호남의 대안 정당으로서 첫 발걸음을 뗐다는 해석도 나온다.

여기도 주목

이 밖에도 광역의원 재보선이 치러진 8곳 중 국민의힘은 ▲대구 달서 ▲인천 강화 ▲충남 당진 ▲경남 창원마산회원 4곳에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은 ▲대전 유성 ▲경기 성남분당 ▲경기 군포서 승기를 쥐었다. 경북 성주는 무소속 후보가 단독으로 입후보해 무투표로 당선됐다.

또 기초 의원 재선거가 치러진 9곳을 살펴보면 국민의힘은 경북 고령과 인천 강화서, 민주당은 ▲서울 중랑 ▲마포·동작 ▲전남 광양·담양 ▲경남 양산서 각각 당선됐다. 전남 고흥은 무소속 후보가 당선됐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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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