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망친 MBK의 저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20 08:44:53
  • 호수 1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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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대면 탈탈…뼈도 못 추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사태가 확산된 가운데 대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책임론이 부상 중이다. 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에 나섰고, 국회는 긴급 현안 질의를 열겠다고 나섰다. 이번 사태로 금융감독 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PE)에 대한 검사권을 꺼낼지 관심이 모인다.

‘국세청의 특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김병주 MBK파트너스(이하 MBK) 회장의 역외 탈세 의혹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MBK는 최근 자구 노력 없이 홈플러스 기업 회생 신청을 하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PEF 운용사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내린 기습적인 결정이다. 협력사들의 대금 미정산 우려와 투자자 손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어떻게
털었나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을 받아 왔다. 인수할 때 들었던 차입금 등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하면서 홈플러스 경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 신청 직전까지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어음(CP) 등을 판 것으로 드러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까지 확산됐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고가 매수 논란이 일자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금도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을 버팀목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자산가치가 인정될지 미지수다. 유형자산 회전율은 매출액을 유형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유형자산은 통상 업체가 직접 보유한 매장·물류센터 자산을, 사용권 자산은 임차한 매장·물류센터 자산을 각각 뜻한다. 유형자산 회전율을 통해 기업의 자산 대비 매출 창출력인 자산의 효율성을 엿볼 수 있다. 다수의 점포 부동산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기업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히기도 한다.

홈플러스의 유형자산 회전율은 이마트(별도 기준 1.97)의 절반에 불과해 유통업계 최하 수준으로 꼽힌다. 유형자산 회전율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자산의 규모나 중량감에 걸맞은 매출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MBK가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 유형자산 회전율은 눈에 띄게 악화했다.

MBK 인수 직후인 2016 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 1.13이던 홈플러스의 유형자산 회전율은 2020년 0.73으로 떨어진 후 1을 넘어서지 못했다. 업계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 대세에 적응하지 못한 MBK의 경영 실패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또 MBK가 대규모 차입금을 갚기 위해 매출이 잘 나오던 우량 점포를 차례로 매각하면서 시장 대응력이 약화한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MBK의 점포 폐업 또는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와 같은 자산 처분으로 홈플러스 유형자산은 2016 회계연도 5조5409억원에서 2023회계연도엔 4조3507억원으로 21.5% 감소했고 사용권 자산은 그만큼 늘었다.

단기간에 임차료가 급증하면 현금 유출이 많아진다. 그만큼 재무에 부담이 되고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잃는 원인이 된다.

법정관리 사태 확산
김병주 회장 책임론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대형마트 업계의 공통된 문제였다”면서도 “홈플러스의 경우 MBK가 인수한 이후 그나마 매출 상위권에 있던 점포마저 매각해 영업력이 크게 약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낮은 자산 효율성은 점포 매각을 비롯한 자산 처분에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MBK는 지난해부터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매수 희망 업체를 찾지 못했다. MBK가 약 1조원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쿠팡, 농협, GS리테일, 알리익스프레스 등은 자산 활용도가 낮다고 봤다.

이들은 인수 후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업계는 자산 유동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MBK는 지난 4일 법원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서 “홈플러스가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자산가치가 하락한 데다 자산 효율성마저 낮아 매각해도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회생 절차 과정서 MBK가 기대한 만큼의 담보가치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현 시점서 재평가하면 3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김 회장이 사재를 내놓거나 MBK가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등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MBK의 경영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체질 개선보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핵심 자산 매각과 고배당 등에 집중해 온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 당국은 홈플러스 관련 어음과 채권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대해 칼을 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어음이 은행권서 부도 처리됐다. 지난 10일 금융결제원은 홈페이지 내 ‘당좌거래중지자’에 홈플러스를 새로 등록·공지하며 “신한·SC제일은행이 홈플러스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고 알려 왔다”고 밝혔다.

최근 실시간 이체 등의 발달로 당좌거래 활용도가 줄어들었지만, 일반적으로 당좌거래가 정지되면 납품 대금 지불 등에 차질을 빚어 유동성 문제로 이어진다. 입점 업체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빼먹기 급급
회생 불가능?

회생 절차가 개시되기 20일 이전에 발생한 회생채권에 대해 홈플러스는 “법원에 신청했던 ‘회생채권 변제 허가 신청’이 3월7일 승인됐다”며 “소상공인·영세업자·인건비성 회생채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대기업 채권도 분할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협력사가 긴급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도 지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난 14일까지 상세 대금 지급 계획을 수립해 각 협력업체에 전달했다.

홈플러스의 지속적인 설득에도 납품업체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가 제공한 담보가 없는 상황서 물품만 납품하고 돈을 떼일 미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이라는 안전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가용자금(약 6000억원)을 비롯해 3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3000억원 수준이라 상거래 채권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생 절차 개시로 인해 금융 채무 이자 비용 등의 지출만 유예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자들도 다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채권은 카드 대금 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모두 6000억원 규모다. 이 중 약 3000억원의 물량이 영업점을 통해 소매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개인 투자자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회생 신청 직전인 지난달 21일에도 7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은 홈플러스의 단기채 신용등급 하향 리포트가 나오기 일주일 전이었다. 홈플러스가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자금을 조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법인은 물론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CP를 팔았다”며 “사실상 사기와 다름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2년 부도 직전까지 CP를 판매한 LIG 건설이 사법처리됐던 것처럼 MBK도 마땅히 처벌돼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국세청 등판
“정기 조사?”

이 같은 비판에 홈플러스 측은 입장문을 통해 “ABSTB와 CP 등을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로, 홈플러스는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 회생 신청 후에야 리테일로 판매된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관련 금융채권 발행도 매월 정해진 날짜에 주기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권사들도 ‘불완전 판매’ 의혹을 벗기 위해 수습에 나섰다. 홈플러스 신용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CP 또는 ABSTB와 같은 증권이 리테일 창구로 판매됐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없다며, MBK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금융 당국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각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홈플러스 관련 CP, 카드 대금 채권, 전자단기사채를 기초로 발행된 ABSTB의 개인투자자 대상 판매 금액 제출을 요구했다.

홈플러스에서는 2만명의 직영직원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10만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입점업체는 약 8000개에 이르며, 금융 부채는 2조원에 달한다. 금융사 부채와 리스 부채 등을 제외한 홈플러스의 금융 채권은 현재 추산 6000억원 수준이다.

MBK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PE)에 대한 검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PE 검사와 관련해 “(홈플러스 회생은)PE가 아니라 투자한 기업이 문제가 된 상황이라 막무가내로 검사할 수는 없지만, 업무와 재산 상황에 대해서는 검사할 수 있게 돼있다. 금감원이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PE가 금감원의 검사 대상으로 들어온 것은 지난 2021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다. 사모펀드 체계를 기존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에서 일반과 기관전용으로 개편하면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와 그 업무집행사원(GP)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역외 탈세 의혹 칼 빼든 정치권
돈 넣고 돈 먹는 기업사냥 결말

MBK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LP·유한책임사원)로부터 자금을 모아 PEF를 만들고 홈플러스 같은 기업에 투자한다. 이 같은 구조서 사모펀드 운용사는 GP가 된다. 금감원의 검사권과 함께 금융위원회가 시장 안정과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GP의 PEF 운용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는 조항도 만들어진 상태다.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PE 검사에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재무제표 등을 바탕으로 등록 요건이나 영업 실태 등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조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엔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MBK 등 12개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함 부원장은 “PEF가 감독 사각지대서 대규모 타인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2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에 나서자 MBK는 정기조사라고 일축했다. MBK는 2015년, 2020년에도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5년마다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다만, 최근 이슈 등을 고려하면 조사4국이 폭넓게 특별(비정기) 세무조사 수준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MBK의 역외 탈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당시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 때 역외 탈세로 400억원 이상을 추징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광일 MBK 부회장은 “400억원은 모르겠으나 세무조사를 받아 추징당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김 회장에 대해 “한 시민단체로부터 2조원 수익이 발생했는데도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로 (국내에)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서 역외 탈세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며 “국내서 돈 벌고 미국에 세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18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 현안 질의를 개최키로 했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증인으로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을 채택했다.

떨고 있는 PE
금감원 나설까

김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를 일컫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2020년 역외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추산한 김 회장의 자산가치는 97억달러(현재 환율로 약 14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1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 자산가로 꼽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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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단독] 국방부 검찰단, 내란 고발자 ‘닥치고 기소’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종합특검팀이 종료됐다. 12·3 내란과 관련된 수사는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마무리되지 않은 사건은 경찰 국수본으로 이첩됐다. 검찰 특수본과 특검팀의 수사에 협조한 이들이 없었다면 확인이 어려운 의혹이 산적했다. 이 중에는 정보사 공작 업무와 내란 당일 계엄군의 움직임을 알린 군인들이 있다. 대개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 간 판단이 다른 걸 두고 형평성에 어긋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2·3 내란에는 여러 수사기관이 뛰어들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 국방부 내란 특수본, 내란 특별검사팀(특별검사 조은석), 2차 종합특검팀(특별검사 권창영) 등이다. 복수의 군인들은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 일부는 혐의가 있었다. 수사기관마다 판단이 달랐다는 게 핵심이다. 국방부 검찰단의 경우가 그렇다. 누군가의 공작이나 의도, 내란 당일 같은 행위를 했음에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조차 받지 않는 사례가 존재했다. 협조했는데 다른 판단 내란 특검팀과 검찰 특수본에 협조한 데 이어 재판에서 핵심 증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 중 1명은 김창학 전 수도방위사령부 군사경찰단장(대령)이다. 김 전 단장은 지난 2월 국방부 검찰단에 의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두 달 뒤인 4월에는 법령준수의무위반 및 성실의문위반으로 파면됐다. 김 전 단장은 수사기관에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의 지시로 국회로 갔던 계엄군의 움직임에 대해 진술했다. 종합특검팀이 내란의 리허설이라고 판단한 국군방첩사령부 자유의 방패(FS) 훈련과 이 전 사령관의 이례적인 지시가 담긴 녹취를 제출하기도 했다. 여기엔 내란 특검팀에 제출된 적 없는 자료도 포함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관련 녹취에는 방첩사의 전시 합동수사본부 훈련 과정에서 수방사 실무진들이 병력 지원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김 전 단장을 포함한 전·현직 수방사 관계자들은 “‘합수단 수사관들은 경호 대상이 아니다’ ‘합수단 경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병력 지원 자체에 난색을 표했다”고 진술했다. 수방사 관계자들은 “전시 상황이라면 검토가 가능하지만 평시에 병력을 지원하려면 수방사 작전계획부터 변경해야 한다. 육군본부 군사경찰실과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이 전 사령관에게 보고했다. 이 전 사령관과 방첩사의 압력에 못 이긴 수방사는 당시 훈련에 군사경찰단 50명과 35특임대대 20~25명 등 70여 명 규모 병력을 지원했다. 이 같은 진술을 확보한 종합특검팀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2024년 3월 전시나 계엄 시 부대별 임무와 병력 운용 등을 규정한 군 내부 계획 문서인 ‘전시 비문’ 개정을 추진하며 기존과 다른 방식의 합수본 운영을 준비한 것으로 의심했다. 이 전 사령관은 이 과정에서 수방사 병력 지원을 추진하며 실무진의 반대에도 병력 파견을 지시한 혐의를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두 사령관을 지난달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모든 특검에 자료 넘겨 김 전 단장을 비롯한 복수의 군 관계자들은 현재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반대로 행위가 비슷했던 조성현 대령(전 수방사 제1경비단장)은 훈장을 받았다. 종합특검팀은 지난달 말 조 대령을 조사한 후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조 대령은 합참 지휘통제2팀장 직을 수행하다 최근 인사 조치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령이 2024년 12월3일 오후 11시51분 이 전 사령관과 통화하며 “그렇게 지금 임무를 줬고” “충성, 계속 작전하겠습니다”고 라고 언급한 녹취와 다음 날인 12월 4일 오전 1시2분 김 전 단장이 “(이진우) 사령관이 울타리를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라고 하는데, 그게 안 되잖아”라고 말하자 조 대령이 “우리는 그렇게 들어왔습니다” “경찰과 협조해 한적한 곳으로 들어갔습니다”라고 답한 내용을 확인한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전달하고 국회 침투를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실상 ‘중간 실행자’ 역할을 했다고 결론 냈다. 김 전 단장이 기소된 점도 기소 근거로 꼽혔다. 이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은 조 대령은 예하 제2특임대대와 제35특임대대에 하달했다. 실제 35특임대대는 계엄 당시 국회 경내에 투입됐다. 종합특검팀의 판단은 내란 특검팀의 수사 결론과 배치된다. 내란 특검팀은 조 대령이 “상부의 위헌·위법적인 지시를 거부했다”며 그를 입건하지 않았다. 종합특검팀은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조 대령의 지시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의심했다. 일부 군인들 특검에 핵심 진술·자료 제출하고 불기소 군검찰, 내란 중요임무 종사 재판 넘기고 대거 파면 종합특검팀은 조 대령이 같은 해 12월4일 새벽 1시4분 서강대교 북단에 도착한 제2특임대대 2지역대장 윤덕규 소령에게 총 세 가지를 지시했다고 봤다. ▲총기와 탄약을 차량에 두고 진압봉을 챙겨 서강대교를 넘어올 것 ▲진입 방법은 국회에 이미 들어가 있는 부대와 상의할 것 ▲임무는 국회 안에 있는 인원을 끌어내는 것 등이다. 조 대령은 “2지역대장에게 정확하게 “서강대교를 넘지 말라”는 말을 한 사실이 있나요”라는 종합특검팀의 질문에 “윤덕규에게 2024년 12월4일 1시20분경 다시 북으로 올라가라고 말한 것이고, 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닙니다”고 진술했다. 조성현 대령 측은 문자 그대로 “넘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지시가 회군의 취지였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 윤 소령은 “조 대령이 ‘너희가 (서강대교를) 넘어왔을 때 시민과 충돌하게 되면 크게 다친다. (서강대교 인근에) 대기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끝까지 반대 김 전 단장과 동시에 파면된 핵심 증인 중 1명은 정성우 전 방첩사 1처장이다. 그는 지난해 6월24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 전 사령관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정 전 처장은 검찰 특수본에서 진술했던 것처럼 “여인형 전 사령관이 당시 선관위 전산실을 통제하고 이후 민간 수사기관에 넘기며, 여의치 않으면 서버를 복사하거나 ‘떼어오라’는 3단계 지시를 내렸다”고 증언했다. 정 전 처장을 비롯해 방첩사 법무실 간부들은 여 전 사령관의 지시에 대해 기술적·법률적 검토 결과 현실적으로 이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여 전 사령관은 “제 기억으론 정성우 증인한테 서버를 복사해라, 떼오라고 이야기한 기억은 분명히 없다”며 “정성우에게 서버를 떼서 가져오는 방법이 있을까 정도를 문의했다면 모를까, 명시적으로 카피해라, 떼서 가져오라고 했을 것 같지 않다. 카피도 안 되는데 어떻게 떼서 가져오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정 전 처장은 내란 사태 당일부터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과 총 6차례 통화했다.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50분 정 전 처장은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노 전 사령관의 전화번호를 넘겨받고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노 전 사령관은 정 전 처장에게 “(병력이) 출발을 했느냐”라고 물었고 정 전 처장은 “이제 영외 거주자를 소집한 상황”이라고 답했다. 내란 특검팀에 협조했던 정 전 처장은 김 전 단장처럼 내란 중요임무 종사와 직권남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내란 특수본은 정 전 처장이 방첩사 인원 115명을 4개 팀으로 긴급 편성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과천·관악 청사, 선관위 수원 연수원, 여론조사 꽃 등 4곳에 출동하게 하는 등 군인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고 판단했다. 김 전 단장을 비롯해 복수의 군 간부들이 기소되자 내란 특검팀은 국방부 검찰단에 ‘‘사전 협의’가 있었어야 했던 것 아니냐’는 취지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군 일각에서는 정 전 처장은 아니더라도 김 전 단장과 소수의 영관급 장교들은 국방부 조사본부 차원에서 무혐의 종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내란 특검팀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김창학 대령 외에도 여러 사람이 협조했고 그들 덕분에 수사를 할 수 있었던 게 컸다”며 “군검찰의 기소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는 안 되고 해당 기관의 판단이지만 복수의 군 관계자들을 기소했을 때 ‘왜 저 사람은 기소 안 하느냐’는 등의 뒷말이 상당했다. 특검팀도 관련 내용을 알았기에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했다. 음모·모해 명확한데 혐의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아니지만 사실상 노 전 사령관과 여 전 사령관에게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 박민우 전 정보사 A 여단장(예비역 준장)이다. 그는 2025년 초 국회 청문회에서 ‘노상원 수첩’에 관한 핵심 증언을 했던 인물로 주목받았다. 박 준장의 증언 후 실제 관심이 크지 않았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의 신빙성과 중요도가 커졌다. 노 전 사령관은 정보사를 내란에 동원하려 사실상 박 준장을 축출했다. 여 전 사령관의 검찰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노 전 사령관으로부터) 박 준장의 비위, 비밀은닉, 업체 로비 등 4~5건의 중요한 제보를 받았다. 노 전 사령관이 비위 제보를 하지 않았으면 연락을 하지 않았을 거다”고 진술했다. 방첩사는 군형법상 군사기밀누설 및 암호 부정사용,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남북교류협력법 위반 등 사건에 대해 수사권을 갖는다. 당시 블랙 요원 명단 유출 사건도 방첩사가 초동수사해 사건을 군검찰로 넘겼다. 여 전 사령관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건 박 준장과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 간 갈등 전후다. 박 준장이 노 전 사령관의 연락을 받은 시기와도 일치한다. 박 준장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전화가 와서 ‘아직도 고집이 세냐’고 하길래 ‘그렇다’고 말한 게 전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날 내란에 동원하려 일종의 간보기 차원으로 질문했던 것 같다. 노상원에 의해 직무에서 배제됐다고 본다. 여단장이 공석이 되자 이 자리 진급을 미끼로 김봉규, 정성욱을 노상원이 조종한 것”이라고 말했다. 노상원 수첩 '핵심 증언자' 박민우, 사실상 노·여 모해로 좌천 신원식 “노상원·여인형에 의해 피해 본 것 맞다” 특검에 진술 문 전 사령관은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이 2024년 8월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정보사 갈등’ 교통정리를 위한 후속 조치를 약속하고 경질될 예정이었다. 신 전 실장은 박 준장과 문 전 사령관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했지만 문 전 사령관이 거부했다. 문 전 사령관은 유임됐고 노 전 정보사령관과 대통령실 경호처장이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개입하면서 신 전 실장은 회의가 끝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옷을 벗었다.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은 이에 관해 검찰 특수본 조사에서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2024년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진술했다. 박 준장의 주장은 사실에 가까워 보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신 전 실장은 종합특검팀 조사에서 “박민우 장군은 여인형과 노상원에게 피해를 봤다. 문상호가 유임되지 않았으면 박 장군도 재판에 넘겨지거나 좌천되는 일이 없었을 것이다”며 “큰일도 아니었고 그래서 둘에게 법적 문제를 모두 취하하고 정리하라고 얘기를 했던 거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