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망친 MBK의 저주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20 08:44:53
  • 호수 152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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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대면 탈탈…뼈도 못 추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홈플러스의 법정관리 사태가 확산된 가운데 대주주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의 책임론이 부상 중이다. 국세청 조사4국이 세무조사에 나섰고, 국회는 긴급 현안 질의를 열겠다고 나섰다. 이번 사태로 금융감독 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PE)에 대한 검사권을 꺼낼지 관심이 모인다.

‘국세청의 특수부’로 불리는 조사4국이 김병주 MBK파트너스(이하 MBK) 회장의 역외 탈세 의혹을 들여다볼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MBK는 최근 자구 노력 없이 홈플러스 기업 회생 신청을 하면서 ‘먹튀 논란’에 휩싸였다. PEF 운용사 MBK가 홈플러스를 인수한 지 10년 만에 내린 기습적인 결정이다. 협력사들의 대금 미정산 우려와 투자자 손실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어떻게
털었나

MBK파트너스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10년간 점포 매각 등으로 빚을 갚고 배당을 받아 왔다. 인수할 때 들었던 차입금 등 투자 원금 회수에 주력하면서 홈플러스 경영은 지속적으로 악화됐다. 홈플러스가 회생 절차 신청 직전까지 투자자를 상대로 기업어음(CP) 등을 판 것으로 드러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비판까지 확산됐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고가 매수 논란이 일자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이 풍부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지금도 부동산을 비롯한 유형자산을 버팀목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자산가치가 인정될지 미지수다. 유형자산 회전율은 매출액을 유형자산으로 나눠 산출한다.

유형자산은 통상 업체가 직접 보유한 매장·물류센터 자산을, 사용권 자산은 임차한 매장·물류센터 자산을 각각 뜻한다. 유형자산 회전율을 통해 기업의 자산 대비 매출 창출력인 자산의 효율성을 엿볼 수 있다. 다수의 점포 부동산을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에서는 기업의 능력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꼽히기도 한다.


홈플러스의 유형자산 회전율은 이마트(별도 기준 1.97)의 절반에 불과해 유통업계 최하 수준으로 꼽힌다. 유형자산 회전율이 1을 밑돈다는 것은 자산의 규모나 중량감에 걸맞은 매출을 창출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MBK가 인수한 이후 홈플러스 유형자산 회전율은 눈에 띄게 악화했다.

MBK 인수 직후인 2016 회계연도(2016년 3월∼2017년 2월) 1.13이던 홈플러스의 유형자산 회전율은 2020년 0.73으로 떨어진 후 1을 넘어서지 못했다. 업계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급성장한 온라인 쇼핑 대세에 적응하지 못한 MBK의 경영 실패가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또 MBK가 대규모 차입금을 갚기 위해 매출이 잘 나오던 우량 점포를 차례로 매각하면서 시장 대응력이 약화한 것도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MBK의 점포 폐업 또는 매각 후 재임대(세일즈앤리스백)와 같은 자산 처분으로 홈플러스 유형자산은 2016 회계연도 5조5409억원에서 2023회계연도엔 4조3507억원으로 21.5% 감소했고 사용권 자산은 그만큼 늘었다.

단기간에 임차료가 급증하면 현금 유출이 많아진다. 그만큼 재무에 부담이 되고 중장기 성장 잠재력을 잃는 원인이 된다.

법정관리 사태 확산
김병주 회장 책임론

유통업계에서는 “온라인 시장의 성장세에 대응하지 못한 것은 대형마트 업계의 공통된 문제였다”면서도 “홈플러스의 경우 MBK가 인수한 이후 그나마 매출 상위권에 있던 점포마저 매각해 영업력이 크게 약화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낮은 자산 효율성은 점포 매각을 비롯한 자산 처분에도 불리한 요소로 작용한다.

MBK는 지난해부터 슈퍼마켓(SSM) 사업 부문인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를 분리 매각하려고 시도했으나 회생 신청 직전까지도 매수 희망 업체를 찾지 못했다. MBK가 약 1조원에 인수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 쿠팡, 농협, GS리테일, 알리익스프레스 등은 자산 활용도가 낮다고 봤다.


이들은 인수 후 재무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고 제안을 거절했다고 한다. 업계는 자산 유동화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보고 있다.

MBK는 지난 4일 법원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한 직후 배포한 보도자료서 “홈플러스가 4조7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회생 계획이 확정되면 금융채권자들과의 조정도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자산가치가 하락한 데다 자산 효율성마저 낮아 매각해도 제값을 받기가 어렵다. 회생 절차 과정서 MBK가 기대한 만큼의 담보가치를 인정받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홈플러스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현 시점서 재평가하면 3조원을 밑돌 것이라는 추산도 나온다.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가 마무리되려면 김 회장이 사재를 내놓거나 MBK가 자기 자본을 투입하는 등 자구책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선 MBK의 경영 방식이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체질 개선보다는 투자금 회수를 위한 핵심 자산 매각과 고배당 등에 집중해 온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현재 금융 당국은 홈플러스 관련 어음과 채권에 대해 전수조사에 나선 가운데 사모펀드의 기업 인수에 대해 칼을 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홈플러스의 어음이 은행권서 부도 처리됐다. 지난 10일 금융결제원은 홈페이지 내 ‘당좌거래중지자’에 홈플러스를 새로 등록·공지하며 “신한·SC제일은행이 홈플러스 어음을 최종 부도 처리했다고 알려 왔다”고 밝혔다.

최근 실시간 이체 등의 발달로 당좌거래 활용도가 줄어들었지만, 일반적으로 당좌거래가 정지되면 납품 대금 지불 등에 차질을 빚어 유동성 문제로 이어진다. 입점 업체들의 대규모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빼먹기 급급
회생 불가능?

회생 절차가 개시되기 20일 이전에 발생한 회생채권에 대해 홈플러스는 “법원에 신청했던 ‘회생채권 변제 허가 신청’이 3월7일 승인됐다”며 “소상공인·영세업자·인건비성 회생채권을 우선적으로 지급하고 대기업 채권도 분할 상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협력사가 긴급자금 대출을 받을 경우 이자도 지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홈플러스는 지난 14일까지 상세 대금 지급 계획을 수립해 각 협력업체에 전달했다.

홈플러스의 지속적인 설득에도 납품업체들의 불안감은 가시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가 제공한 담보가 없는 상황서 물품만 납품하고 돈을 떼일 미수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정산 주기 축소와 선입금이라는 안전 장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홈플러스는 ‘가용자금(약 6000억원)을 비롯해 3월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이 3000억원 수준이라 상거래 채권 지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회생 절차 개시로 인해 금융 채무 이자 비용 등의 지출만 유예됐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투자자들도 다급한 상황이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채권은 카드 대금 채권을 토대로 발행된 유동화증권(ABSTB), 기업어음(CP), 전자단기사채 등으로 모두 6000억원 규모다. 이 중 약 3000억원의 물량이 영업점을 통해 소매 판매된 것으로 추정되면서 개인 투자자에 대한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회생 신청 직전인 지난달 21일에도 7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한 것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은 홈플러스의 단기채 신용등급 하향 리포트가 나오기 일주일 전이었다. 홈플러스가 등급 하락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자금을 조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을 통해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기 직전까지 법인은 물론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CP를 팔았다”며 “사실상 사기와 다름없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2년 부도 직전까지 CP를 판매한 LIG 건설이 사법처리됐던 것처럼 MBK도 마땅히 처벌돼야 한다”고 몰아붙였다.

국세청 등판
“정기 조사?”

이 같은 비판에 홈플러스 측은 입장문을 통해 “ABSTB와 CP 등을 리테일 투자자에게 판매한 주체는 증권사들로, 홈플러스는 해당 상품 판매와는 무관하다. 회생 신청 후에야 리테일로 판매된 것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또 “홈플러스와 MBK파트너스는 신용등급 하락을 예상하지 못했다. 관련 금융채권 발행도 매월 정해진 날짜에 주기적으로 이뤄졌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증권사들도 ‘불완전 판매’ 의혹을 벗기 위해 수습에 나섰다. 홈플러스 신용 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고지하지 않고 금융상품을 판매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영증권은 홈플러스가 CP 또는 ABSTB와 같은 증권이 리테일 창구로 판매됐는지 몰랐을 가능성이 없다며, MBK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금융 당국도 상황 파악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0일 각 증권사에 공문을 보내 홈플러스 관련 CP, 카드 대금 채권, 전자단기사채를 기초로 발행된 ABSTB의 개인투자자 대상 판매 금액 제출을 요구했다.

홈플러스에서는 2만명의 직영직원과 협력업체를 포함한 10만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입점업체는 약 8000개에 이르며, 금융 부채는 2조원에 달한다. 금융사 부채와 리스 부채 등을 제외한 홈플러스의 금융 채권은 현재 추산 6000억원 수준이다.

MBK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금융감독 당국이 사모펀드 운용사(PE)에 대한 검사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PE 검사와 관련해 “(홈플러스 회생은)PE가 아니라 투자한 기업이 문제가 된 상황이라 막무가내로 검사할 수는 없지만, 업무와 재산 상황에 대해서는 검사할 수 있게 돼있다. 금감원이 어디까지 볼 수 있는지 내부적으로 고민이 깊다”고 말했다.

PE가 금감원의 검사 대상으로 들어온 것은 지난 2021년 자본시장법이 개정되면서다. 사모펀드 체계를 기존 전문투자형과 경영참여형에서 일반과 기관전용으로 개편하면서 기관전용 사모펀드(PEF)와 그 업무집행사원(GP)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신설됐다.

역외 탈세 의혹 칼 빼든 정치권
돈 넣고 돈 먹는 기업사냥 결말

MBK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는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자(LP·유한책임사원)로부터 자금을 모아 PEF를 만들고 홈플러스 같은 기업에 투자한다. 이 같은 구조서 사모펀드 운용사는 GP가 된다. 금감원의 검사권과 함께 금융위원회가 시장 안정과 건전한 거래 질서를 위해 필요한 경우 GP의 PEF 운용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게 하는 조항도 만들어진 상태다.

지금까지 본격적으로 PE 검사에 나선 적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들이 정기적으로 제출하는 재무제표 등을 바탕으로 등록 요건이나 영업 실태 등을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조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지난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면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따른 부작용’을 언급했다.

지난해 12월엔 함용일 부원장 주재로 MBK 등 12개 PEF 운용사 최고경영자 간담회가 열렸다. 당시 함 부원장은 “PEF가 감독 사각지대서 대규모 타인 자금을 운용하는 과정서 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12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조사에 나서자 MBK는 정기조사라고 일축했다. MBK는 2015년, 2020년에도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5년마다 정기적으로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다만, 최근 이슈 등을 고려하면 조사4국이 폭넓게 특별(비정기) 세무조사 수준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MBK의 역외 탈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민주당 백혜련 의원은 당시 MBK파트너스가 ING생명 인수 때 역외 탈세로 400억원 이상을 추징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광일 MBK 부회장은 “400억원은 모르겠으나 세무조사를 받아 추징당한 것은 맞다”고 답했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김 회장에 대해 “한 시민단체로부터 2조원 수익이 발생했는데도 김 회장이 미국 시민권자로 (국내에)소득세를 전혀 내지 않아서 역외 탈세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며 “국내서 돈 벌고 미국에 세금을 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국회는 18일,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긴급 현안 질의를 개최키로 했다. 국회 정무위는 이날 증인으로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 부회장 겸 홈플러스 공동 대표,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 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을 채택했다.

떨고 있는 PE
금감원 나설까

김 회장은 미국 시민권자를 일컫는 이른바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2020년 역외 탈세 혐의로 세무조사를 받았고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같은 내용의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추산한 김 회장의 자산가치는 97억달러(현재 환율로 약 14조원)에 달한다. 국내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15억달러)에 이어 두 번째 자산가로 꼽힌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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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