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인시, 군부대 이전 사업 ‘말 바꾸기’로 갈등 증폭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08:38:47
  • 호수 1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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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동부경찰서 불송치 결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군부대 이전 사업을 주도한 A사가 투자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A사 대표가 투자금 일부를 사적으로 유용해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앞서 A사는 용인시로부터 업무에 관한 권한을 받았다며 2015년도부터 16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월28일 용인동부경찰서는 고소사실에 대한 조사 결과 불송치를 결정하면서 A사와 투자자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3야전군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의 백군기 전 용인시장은 이른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을 지난 2018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뒤 공약 실천으로 내세웠다. 백 전 시장 공약에 따르면, 용인시는 육군항공대 이전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항공대 부지에 2025년까지 관광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말 바꾸기

포곡항공대 이전 사안은 12년 전부터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현수막 정치로 내거는 단골 공약이었다. 포곡·모현·유림동 지역은 1975년 부대 창설 이래 헬기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기에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반면, 주민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지역주민들을 선동하는 정치적 사업”이라고 한탄했다.

백 전 시장이 재직 기간 중 말을 바꾸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커졌다. 2022년 백 전 시장은 4차례 정도 용인시청서 항공대 이전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백 전 시장은 “국방부협의회서 3~4곳 이전 예상 부지를 검토한 적이 있다”면서도 “항공대를 이전할 부지 선정에 주민들과 충분한 합의를 이뤄야 하는 조건이기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시인했다.

2021년부터 2022년 4월까지 A씨는 용인시를 대신해 이전 대체부지에 주민들을 상대로 주변영향평가 보고 및 주민의견 청취 간담회를 5회에 걸쳐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현수막이 걸렸고, 주민들의 집단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 전 시장은 ‘과거에 운용 불가 판단을 받은 인근 지역의 탄약고 기지로 용인 포곡항공대를 이전하면 민원 없이 이전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음에도 끝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군부대 이전은 많은 민원과 주민들의 갈등 때문에 군부대서 군부대로 이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걸었던 셈이다.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은 수년 전부터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지난 2015년 용인시가 A사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처인구 포곡읍의 용인 육군항공대 이전 사업 및 항공대 부지(이전 적지)를 포함 한 인근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 A사는 “용인시 방침에 따라 모든 사업비를 부담하여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를 이행하기로 한다”는 각서를 용인시에 제출하였다.

이에 용인시는 “합의각서 승인 건의서 작성 전까지 이전지 민원을 해결해야 하나 만일 민원이 해결되지 않을 시는 진행 중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공모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인시는 투자유치사항을 수시 보고 및 이행 각서 등을 제출할 것을 A사에 요구함에 따라 A사는 용인시 기본방침대로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를 이행할 것과 본 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사업비를 책임 조달하되 이 사업으로 얻어지는 토지를 용인시로부터 양여받아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어 용인시는 “이행 각서대로 만전을 기할 것과 전체 사업비는 A사가 부담하고 A사에 대해서는 사업이 구체화 되는 시점에서 재정적, 법률적, 행정적 검증을 할 예정이니 차질 없이 준비할 것과 만일 이전지 민원을 해소하지 못할 시는 추진 중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공모방식으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적혀있다.

A사 대표이사 정씨는 해당 공문 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며 사업 참여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B 종합건설은 A사와 계약체결을 통해 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2014년 9월18일 용인시는 행정을 지원하고 사단법인 용인시 포곡 관광발전협의회는 민자 유치 방안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용인시와 포곡발전협이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사는 포곡발전협의회로부터 사업 추진 업무에 관한 전반적인 권한을 2014년 10월17일 이양받았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용인시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은 사업 방식 결정을 위해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로 A사가 제출한 사업 시행자 지정은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투자자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2021년 투자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백 전 시장이 공약을 이행할 것처럼 발표했기에 믿었다”며 “A사의 입출금 내역을 들여다보니, 정 대표의 급여와 지인의 경·조사비, 직원 월급 등으로 지출됐다”라고 덧붙였다.

투자사 측의 인터뷰에 대해 A사 측은 “투자선수금 내역서는 2015년부터 10여 년 동안에 걸쳐 유치한 단기 투자금을 포함한 내역으로 단기 투자금 3억원은 약정에 따라 이미 반환됐다”며 “군사시설 용역 및 도시개발계획, 민원 등, 각종 기술 용역비 등이 120억원이 넘어 당해 연도의 지출 내역의 일부이며 급료 등은 A사의 주총 및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운영세칙에 따라 지급됐다”고 관련 증빙 서류를 제시했다.

용인시장 후보들의 ‘단골 공약’
번복 사태로 투자 피해 수십억

이에 지난해 말 투자자 측은 A사를 상대로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용인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불송치 무혐의 결정한 상태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사는 7개의 회사로부터 총 16억8000만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용인시는 정 대표가 출범한 시민단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시민단체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25일 출범했다.

정 대표는 출범식서 “이전 후보지를 찾아 국방부의 작전성 검토까지 받아 놓고 이전 후보지서 주민간담회까지 실시하고도 추진하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며 “이전 후보지를 정하지 않았다는 용인시 발표와 달리 이전 후보지는 내정된 상태다. 용인시는 주민간담회 결과를 국방부에 송부하는 등의 절차를 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용인시는 “사실과 명백히 다른 허위 주장”이라고 공식 반박했다.

시는 또 “항공대 이전은 일반 사업과 달리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며, 이전 추진에 따른 각종 민원 해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깊은 검토와 결론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부 개발업자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부추기는 사례도 발생했는데 나중에 사실관계를 안 투자자들이 투자를 유인한 사람을 경찰에 고소한 적도 있는 만큼 사실과 다른 주장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항공대를 이전한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게 되고, 반대 민원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주변 지방자치단체가 협조를 해줘야 한다. 주변 영향평가와 관련한 용역도 시행해야 하고, 이전에 따른 소음이나 진동, 보상 등에 관한 민원도 해결해야 하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포곡항공대 이전은 후보 지역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민원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공법 규제·수익성 검토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현재까지 이전 후보지로 검토되는 곳은 없으므로 후보지가 내정됐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포곡읍서 항공대 이전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나, 군에서 군사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는 군부대를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이해관계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만일 사업 시행자를 사칭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25일 상공회의소에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2017년도에 국방부의 작전성 겸토결과 통보에 따라 용인시는 이미 이전 대체부지 00리 주변에 대한 주변영향평가 기초조사 용역을 실시하여 2020년 9월 민원대책을 수립하여 국방부에 제출하였고 이전 대체부지에 대한 주민간담회도 실시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후보지가 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A사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모 투자사는 A사의 비공개 문서를 이용해 투자를 받으려다가 발각돼 시정 통보를 받고 A사가 민원을 해소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 지체되고 있다”며 “A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등, 청구 소를 제기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사는 이전지 민원해소에 대한 책임과 주체이다. 다만,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선 용인시와 국방부 간의 협의가 지연돼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모 투자사의 청구 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한 바 있듯이 법원도 A사를 이 사건 사업의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A사는 이미 2015년도부터 용인시 업무 기본방침 통보에 따라 사업비를 투입해 이 사건 사업 승인 절차에 필요한 문건을 용인시에 제공해 왔고, A사가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용인시가 민간사업자를 공모방식으로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A사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하며 “오락가락하는 용인시의 행정으로 인하여 사업이 지연되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자와의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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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