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인시, 군부대 이전 사업 ‘말 바꾸기’로 갈등 증폭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08:38:47
  • 호수 1522호
  • 댓글 0개

용인동부경찰서 불송치 결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군부대 이전 사업을 주도한 A사가 투자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A사 대표가 투자금 일부를 사적으로 유용해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앞서 A사는 용인시로부터 업무에 관한 권한을 받았다며 2015년도부터 16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월28일 용인동부경찰서는 고소사실에 대한 조사 결과 불송치를 결정하면서 A사와 투자자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3야전군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의 백군기 전 용인시장은 이른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을 지난 2018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뒤 공약 실천으로 내세웠다. 백 전 시장 공약에 따르면, 용인시는 육군항공대 이전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항공대 부지에 2025년까지 관광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말 바꾸기

포곡항공대 이전 사안은 12년 전부터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현수막 정치로 내거는 단골 공약이었다. 포곡·모현·유림동 지역은 1975년 부대 창설 이래 헬기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기에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반면, 주민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지역주민들을 선동하는 정치적 사업”이라고 한탄했다.

백 전 시장이 재직 기간 중 말을 바꾸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커졌다. 2022년 백 전 시장은 4차례 정도 용인시청서 항공대 이전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백 전 시장은 “국방부협의회서 3~4곳 이전 예상 부지를 검토한 적이 있다”면서도 “항공대를 이전할 부지 선정에 주민들과 충분한 합의를 이뤄야 하는 조건이기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시인했다.

2021년부터 2022년 4월까지 A씨는 용인시를 대신해 이전 대체부지에 주민들을 상대로 주변영향평가 보고 및 주민의견 청취 간담회를 5회에 걸쳐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현수막이 걸렸고, 주민들의 집단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 전 시장은 ‘과거에 운용 불가 판단을 받은 인근 지역의 탄약고 기지로 용인 포곡항공대를 이전하면 민원 없이 이전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음에도 끝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군부대 이전은 많은 민원과 주민들의 갈등 때문에 군부대서 군부대로 이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걸었던 셈이다.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은 수년 전부터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지난 2015년 용인시가 A사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처인구 포곡읍의 용인 육군항공대 이전 사업 및 항공대 부지(이전 적지)를 포함 한 인근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 A사는 “용인시 방침에 따라 모든 사업비를 부담하여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를 이행하기로 한다”는 각서를 용인시에 제출하였다.

이에 용인시는 “합의각서 승인 건의서 작성 전까지 이전지 민원을 해결해야 하나 만일 민원이 해결되지 않을 시는 진행 중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공모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인시는 투자유치사항을 수시 보고 및 이행 각서 등을 제출할 것을 A사에 요구함에 따라 A사는 용인시 기본방침대로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를 이행할 것과 본 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사업비를 책임 조달하되 이 사업으로 얻어지는 토지를 용인시로부터 양여받아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어 용인시는 “이행 각서대로 만전을 기할 것과 전체 사업비는 A사가 부담하고 A사에 대해서는 사업이 구체화 되는 시점에서 재정적, 법률적, 행정적 검증을 할 예정이니 차질 없이 준비할 것과 만일 이전지 민원을 해소하지 못할 시는 추진 중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공모방식으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적혀있다.

A사 대표이사 정씨는 해당 공문 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며 사업 참여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B 종합건설은 A사와 계약체결을 통해 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2014년 9월18일 용인시는 행정을 지원하고 사단법인 용인시 포곡 관광발전협의회는 민자 유치 방안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용인시와 포곡발전협이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사는 포곡발전협의회로부터 사업 추진 업무에 관한 전반적인 권한을 2014년 10월17일 이양받았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용인시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은 사업 방식 결정을 위해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로 A사가 제출한 사업 시행자 지정은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투자자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2021년 투자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백 전 시장이 공약을 이행할 것처럼 발표했기에 믿었다”며 “A사의 입출금 내역을 들여다보니, 정 대표의 급여와 지인의 경·조사비, 직원 월급 등으로 지출됐다”라고 덧붙였다.

투자사 측의 인터뷰에 대해 A사 측은 “투자선수금 내역서는 2015년부터 10여 년 동안에 걸쳐 유치한 단기 투자금을 포함한 내역으로 단기 투자금 3억원은 약정에 따라 이미 반환됐다”며 “군사시설 용역 및 도시개발계획, 민원 등, 각종 기술 용역비 등이 120억원이 넘어 당해 연도의 지출 내역의 일부이며 급료 등은 A사의 주총 및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운영세칙에 따라 지급됐다”고 관련 증빙 서류를 제시했다.

용인시장 후보들의 ‘단골 공약’
번복 사태로 투자 피해 수십억

이에 지난해 말 투자자 측은 A사를 상대로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용인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불송치 무혐의 결정한 상태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사는 7개의 회사로부터 총 16억8000만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용인시는 정 대표가 출범한 시민단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시민단체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25일 출범했다.

정 대표는 출범식서 “이전 후보지를 찾아 국방부의 작전성 검토까지 받아 놓고 이전 후보지서 주민간담회까지 실시하고도 추진하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며 “이전 후보지를 정하지 않았다는 용인시 발표와 달리 이전 후보지는 내정된 상태다. 용인시는 주민간담회 결과를 국방부에 송부하는 등의 절차를 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용인시는 “사실과 명백히 다른 허위 주장”이라고 공식 반박했다.

시는 또 “항공대 이전은 일반 사업과 달리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며, 이전 추진에 따른 각종 민원 해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깊은 검토와 결론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부 개발업자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부추기는 사례도 발생했는데 나중에 사실관계를 안 투자자들이 투자를 유인한 사람을 경찰에 고소한 적도 있는 만큼 사실과 다른 주장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항공대를 이전한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게 되고, 반대 민원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주변 지방자치단체가 협조를 해줘야 한다. 주변 영향평가와 관련한 용역도 시행해야 하고, 이전에 따른 소음이나 진동, 보상 등에 관한 민원도 해결해야 하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포곡항공대 이전은 후보 지역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민원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공법 규제·수익성 검토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현재까지 이전 후보지로 검토되는 곳은 없으므로 후보지가 내정됐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포곡읍서 항공대 이전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나, 군에서 군사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는 군부대를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이해관계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만일 사업 시행자를 사칭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25일 상공회의소에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2017년도에 국방부의 작전성 겸토결과 통보에 따라 용인시는 이미 이전 대체부지 00리 주변에 대한 주변영향평가 기초조사 용역을 실시하여 2020년 9월 민원대책을 수립하여 국방부에 제출하였고 이전 대체부지에 대한 주민간담회도 실시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후보지가 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A사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모 투자사는 A사의 비공개 문서를 이용해 투자를 받으려다가 발각돼 시정 통보를 받고 A사가 민원을 해소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 지체되고 있다”며 “A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등, 청구 소를 제기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사는 이전지 민원해소에 대한 책임과 주체이다. 다만,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선 용인시와 국방부 간의 협의가 지연돼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모 투자사의 청구 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한 바 있듯이 법원도 A사를 이 사건 사업의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A사는 이미 2015년도부터 용인시 업무 기본방침 통보에 따라 사업비를 투입해 이 사건 사업 승인 절차에 필요한 문건을 용인시에 제공해 왔고, A사가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용인시가 민간사업자를 공모방식으로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A사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하며 “오락가락하는 용인시의 행정으로 인하여 사업이 지연되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자와의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smk1@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