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인시, 군부대 이전 사업 ‘말 바꾸기’로 갈등 증폭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5.03.11 08:38:47
  • 호수 152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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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동부경찰서 불송치 결정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군부대 이전 사업을 주도한 A사가 투자자로부터 사기 혐의로 피소됐다. A사 대표가 투자금 일부를 사적으로 유용해 금전적 피해가 발생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앞서 A사는 용인시로부터 업무에 관한 권한을 받았다며 2015년도부터 16억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 2월28일 용인동부경찰서는 고소사실에 대한 조사 결과 불송치를 결정하면서 A사와 투자자 측의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제3야전군사령관을 지낸 4성 장군 출신의 백군기 전 용인시장은 이른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을 지난 2018년 지방선거서 당선된 뒤 공약 실천으로 내세웠다. 백 전 시장 공약에 따르면, 용인시는 육군항공대 이전을 2022년까지 완료하고, 항공대 부지에 2025년까지 관광 신도시를 건설할 계획이었다.

말 바꾸기

포곡항공대 이전 사안은 12년 전부터 선거 때만 되면 후보들이 현수막 정치로 내거는 단골 공약이었다. 포곡·모현·유림동 지역은 1975년 부대 창설 이래 헬기 소음 등으로 몸살을 앓아왔기에 이전이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반면, 주민들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지역주민들을 선동하는 정치적 사업”이라고 한탄했다.

백 전 시장이 재직 기간 중 말을 바꾸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커졌다. 2022년 백 전 시장은 4차례 정도 용인시청서 항공대 이전에 대한 간담회를 열었다. 당시 백 전 시장은 “국방부협의회서 3~4곳 이전 예상 부지를 검토한 적이 있다”면서도 “항공대를 이전할 부지 선정에 주민들과 충분한 합의를 이뤄야 하는 조건이기에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라고 시인했다.

2021년부터 2022년 4월까지 A씨는 용인시를 대신해 이전 대체부지에 주민들을 상대로 주변영향평가 보고 및 주민의견 청취 간담회를 5회에 걸쳐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조성되면서 현수막이 걸렸고, 주민들의 집단 민원은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백 전 시장은 ‘과거에 운용 불가 판단을 받은 인근 지역의 탄약고 기지로 용인 포곡항공대를 이전하면 민원 없이 이전이 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했음에도 끝내 공약을 이행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군부대 이전은 많은 민원과 주민들의 갈등 때문에 군부대서 군부대로 이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실상 실현 불가능한 공약을 내걸었던 셈이다.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은 수년 전부터 기정사실처럼 여겨졌다. 지난 2015년 용인시가 A사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처인구 포곡읍의 용인 육군항공대 이전 사업 및 항공대 부지(이전 적지)를 포함 한 인근 부지 개발사업과 관련 A사는 “용인시 방침에 따라 모든 사업비를 부담하여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를 이행하기로 한다”는 각서를 용인시에 제출하였다.

이에 용인시는 “합의각서 승인 건의서 작성 전까지 이전지 민원을 해결해야 하나 만일 민원이 해결되지 않을 시는 진행 중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공모방식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용인시는 투자유치사항을 수시 보고 및 이행 각서 등을 제출할 것을 A사에 요구함에 따라 A사는 용인시 기본방침대로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를 이행할 것과 본 사업에 소요되는 모든 사업비를 책임 조달하되 이 사업으로 얻어지는 토지를 용인시로부터 양여받아 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이어 용인시는 “이행 각서대로 만전을 기할 것과 전체 사업비는 A사가 부담하고 A사에 대해서는 사업이 구체화 되는 시점에서 재정적, 법률적, 행정적 검증을 할 예정이니 차질 없이 준비할 것과 만일 이전지 민원을 해소하지 못할 시는 추진 중인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공모방식으로 민간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라고 적혀있다.

A사 대표이사 정씨는 해당 공문 등을 투자자들에게 보여주며 사업 참여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실제로 B 종합건설은 A사와 계약체결을 통해 5억원을 투자했다.

계약서에 따르면, 2014년 9월18일 용인시는 행정을 지원하고 사단법인 용인시 포곡 관광발전협의회는 민자 유치 방안을 수립해 사업을 추진하기로 용인시와 포곡발전협이회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A사는 포곡발전협의회로부터 사업 추진 업무에 관한 전반적인 권한을 2014년 10월17일 이양받았다’고 적혀있다. 그러나 용인시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은 사업 방식 결정을 위해 국방부와 기획재정부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단계로 A사가 제출한 사업 시행자 지정은 검토할 단계가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이에 투자자 측은 <일요시사>와 인터뷰서 “2021년 투자 계약을 체결할 당시에도 백 전 시장이 공약을 이행할 것처럼 발표했기에 믿었다”며 “A사의 입출금 내역을 들여다보니, 정 대표의 급여와 지인의 경·조사비, 직원 월급 등으로 지출됐다”라고 덧붙였다.

투자사 측의 인터뷰에 대해 A사 측은 “투자선수금 내역서는 2015년부터 10여 년 동안에 걸쳐 유치한 단기 투자금을 포함한 내역으로 단기 투자금 3억원은 약정에 따라 이미 반환됐다”며 “군사시설 용역 및 도시개발계획, 민원 등, 각종 기술 용역비 등이 120억원이 넘어 당해 연도의 지출 내역의 일부이며 급료 등은 A사의 주총 및 이사회의 결의에 의한 운영세칙에 따라 지급됐다”고 관련 증빙 서류를 제시했다.

용인시장 후보들의 ‘단골 공약’
번복 사태로 투자 피해 수십억

이에 지난해 말 투자자 측은 A사를 상대로 특정경제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으로 용인동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으나, 불송치 무혐의 결정한 상태다. 취재진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A사는 7개의 회사로부터 총 16억8000만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용인시는 정 대표가 출범한 시민단체와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시민단체는 포곡항공대 이전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1월25일 출범했다.

정 대표는 출범식서 “이전 후보지를 찾아 국방부의 작전성 검토까지 받아 놓고 이전 후보지서 주민간담회까지 실시하고도 추진하지 않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며 “이전 후보지를 정하지 않았다는 용인시 발표와 달리 이전 후보지는 내정된 상태다. 용인시는 주민간담회 결과를 국방부에 송부하는 등의 절차를 속히 이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용인시는 “사실과 명백히 다른 허위 주장”이라고 공식 반박했다.

시는 또 “항공대 이전은 일반 사업과 달리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하며, 이전 추진에 따른 각종 민원 해결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깊은 검토와 결론에 이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며 “일부 개발업자들을 중심으로 투자를 부추기는 사례도 발생했는데 나중에 사실관계를 안 투자자들이 투자를 유인한 사람을 경찰에 고소한 적도 있는 만큼 사실과 다른 주장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냈다.

항공대를 이전한 지역은 군사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규제를 받게 되고, 반대 민원이 표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주변 지방자치단체가 협조를 해줘야 한다. 주변 영향평가와 관련한 용역도 시행해야 하고, 이전에 따른 소음이나 진동, 보상 등에 관한 민원도 해결해야 하는 등의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포곡항공대 이전은 후보 지역주민과의 공감대를 형성해 민원 대책을 수립해야 하고, 공법 규제·수익성 검토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는 사항으로, 현재까지 이전 후보지로 검토되는 곳은 없으므로 후보지가 내정됐다는 주장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이어 “포곡읍서 항공대 이전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온지 오래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나, 군에서 군사 전략적 가치가 매우 크다는 평가를 받는 군부대를 이전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하고, 이해관계에 대한 조율도 필요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며 “만일 사업 시행자를 사칭하며 투자를 권유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각별히 주의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지난해 11월25일 상공회의소에 열린 정책토론회에서 ”2017년도에 국방부의 작전성 겸토결과 통보에 따라 용인시는 이미 이전 대체부지 00리 주변에 대한 주변영향평가 기초조사 용역을 실시하여 2020년 9월 민원대책을 수립하여 국방부에 제출하였고 이전 대체부지에 대한 주민간담회도 실시한 바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전 후보지가 정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A사는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모 투자사는 A사의 비공개 문서를 이용해 투자를 받으려다가 발각돼 시정 통보를 받고 A사가 민원을 해소하지 못해 사업이 장기 지체되고 있다”며 “A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 등, 청구 소를 제기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A사는 이전지 민원해소에 대한 책임과 주체이다. 다만,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에 대해선 용인시와 국방부 간의 협의가 지연돼 사업이 지체되고 있는 것으로 모 투자사의 청구 소를 기각한다고 판결한 바 있듯이 법원도 A사를 이 사건 사업의 민간사업자로서의 책무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A사는 이미 2015년도부터 용인시 업무 기본방침 통보에 따라 사업비를 투입해 이 사건 사업 승인 절차에 필요한 문건을 용인시에 제공해 왔고, A사가 투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용인시가 민간사업자를 공모방식으로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결코 A사의 지위에는 변함이 없다”고 반박하며 “오락가락하는 용인시의 행정으로 인하여 사업이 지연되고 있을 뿐 아니라, 투자자와의 갈등만 증폭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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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