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개> 박병석 국회부의장, '국정감사 노하우 친필서신'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5 11: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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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하지 않더이까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제19대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신경전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이를 보는 국민의 피로감도 쌓여만 간다. 민생이 실종된 '국정대란'. 여기에 후배 의원들을 챙기며 국정감사에 임하는 자세와 준비사항이 담긴 친필서신이 발견돼 눈길을 끌었다. 이 훈훈한 소식은 놓칠 수 없는 국감의 오아시스나 다름이 없다. 미담의 주인공은 민주통합당 소속 박병석 국회부의장. 국감이 중반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일요시사>가 박 부의장의 친필서신을 단독 입수해 그 내용을 소개한다.

지난 7일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 페이스북에 사진이 하나 올라왔다.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최 의원에게 보낸 친필서신이 그것이다. 사진상으로는 내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그의 성의 있는 필(筆) 한 자 한 자는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박 부의장은 자필로 편지를 작성해 초선의원들에게 보냈다는 전언이다.

국감 '초행길 지침서'

최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회관 867호로 날아온 친필서신. 4선 의원 박 부의장님의 국정감사 노하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입장을 대변하라는 조언을 잊지 않으셨다. 고마워라. 명심하겠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일요시사>는 최 의원 측을 통해 박 부의장의 친필서신 사본을 입수했다.


박 부의장의 친필서신은 국정감사가 열리기 이틀 전인 지난 3일에 작성됐다.

편지의 첫 내용은 "존경하는 최민희 의원님, 국정감사 준비에 수고가 많으십니다"라는 정중한 인사로 시작됐다.

이어 "국정감사에 대한 제 경험을 말씀드립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친필서신을 쓰게 된 취지와 배경을 설명하는 내용이 이어졌다.

최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편지를 올린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최 의원은 "처음에 국회에 들어왔을 때도 박 부의장님이 참 많이 도와줬다. 원래 편지를 받으면 한 번 읽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동그라미까지 그리면서 정독했다.

편지에서 하라는 대로 다 하고, 지금까지도 실천하고 있다. 저뿐만 아니라 초선의원들 모두 편지를 받았다"라며 "그 편지에 마음까지, 너무 고마웠다"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박 부의장의 서신 내용은 국정감사 방법, 내용, 자세, 질의응답 시간, 질문방법, 복장 등 세세한 내용이 친절히 담겨 있다.


처음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국회의원에게 이 서신은 '필수지침서' 역할로도 손색이 없어 보였다.

박 부의장의 국정감사 자료 숙지사항은 다음과 같다. '주제를 압축할 것'이라는 제목 아래 '깊이 있고 균형감을 유지할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또한 '아이템이 너무 많으면 산만해 보임'이라는 추가설명도 이어졌다.

그리고 'PT나 표(특히 숫자 또는 말로 설명이 쉽지 않은 것)를 활용하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여기에 '단, 너무 많이 활용하는 것은 역효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아이템은 보도자료를 내야 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할 사항 중의 하나로 소개했다.

두 번째로 국정감사 질의응답에 관해 지켜야 할 사항을 5가지로 자세히 설명했다. 그중에서 '다른 의원님들의 질의응답을 경청할 것'이란 대목은 많은 것을 시사했다.

한 시민은 "국회 하면 고성과 삿대질이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국회는 이미 정쟁과 싸움의 장으로 인식된 것. 그에 대한 국민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두 달간 세 번, 초선의원들에게 친필편지
"국민의 관점을 꼭 유지하라" 조언 눈길

그럼에도 '이번에는 다를까'하고 한 번 더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의 서신에서 경청하고자 노력하는 국회의원이 늘어날 것이란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어 박 부의장은 질의응답 시간은 예정시간의 70% 수준에서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막상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시간이 초과해 정작 결론을 이야기할 시간에 쫓기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장관 등에게 '여쭙다'라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대신 '묻겠습니다' '질의 하겠습니다'라는 표현을 권장했다.

질의와 질문의 차이점을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친필서면은 '질의는 상임위에, 질문은 본회의에 사용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간사 등이 위원장을 대행(代行)할 경우 위원장이라는 호칭을, 본회의에서도 의장 대행 간사에게 의장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도록 했다.

그동안 호칭을 잘못 사용한 국회의원들이 더러 있었던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세세한 설명이 추가됐다. '정부에 완승보다는 판정승이 바람직한 경우가 많음'이라고 조언해 공격적인 태도를 지양할 것을 주문했다.

'지방 출장 시에는 긴장을 풀지 말 것'을 당부하고 특히 음주 등 개인행동을 절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국정감사에 임하는 의복은 정장에 넥타이를 권한다고 써 복장에 대한 안내도 빠뜨리지 않았다.

박 부의장은 마지막으로 "첫 국정감사여서 노파심에 제 기준을 말씀드렸습니다. 국민의 입장이어야 하는 관점을 꼭 유지하려고 저는 노력 했습니다"라고 자신의 국정감사 경험을 회고하며 국회의원 본연의 자세를 상기시켰다.

이어 "보람 있는 국감 되십시오"라고 서신을 마무리했다.

최 의원은 "국감을 앞두고 무엇보다 국회 경쟁이 치열한 점이 가장 힘들다"라고 토로하며 "당내도 마찬가지다. 화합보다는 분열이 먼저 앞선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국정감사를 마치고 집에 가면 몸이 안 좋았다. 마음이 아팠다"라고 말했다.

반면 최 의원은 "같은 당 의원끼리 격려하기도 한다. 그 중심이 박 부의장이 있다. 참으로 많이 노력하시는 분"이라며

"정청래 의원도 일일이 전화해 주시며 격려하셨다. 윤호중 사무총장님도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많이 도와주신 분이다. 박기춘 원내부대표도 의원들을 살피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각고의 노력을 하셨다. 마음이 따듯한 분들이 계셔서 국회의원을 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회, 화합보다 분열

박 부의장 측 관계자는 "부의장님은 4선 의원이다. 초선의원으로 일하실 당시 선배들의 도움이 많이 필요했지만 그런 게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부의장 후 세 번 정도 직접 친필로 편지를 쓰셨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히 선거법과 회계법 관련해서 간담회도 하시고,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하셨다. 국정감사 관련 편지도 그동안 느끼고 생각하신 점을 그대로 쓰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의원은 요즘 '칭찬 국감'을 진행하고 있다. 하루에 한 번씩 칭찬할 것을 찾아 국민들에게 소개하는 것.

그는 "칭찬을 하고 나니 마음이 나아졌다. 이후로도 계속 할 것"이라고 말했다. 칭찬 과정에서 박 부의원장의 친필서신을 소개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심으로 나랏일에 책임을 다하는 국회의원들이 여의도를 가득 채우길 국민은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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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