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커플' 이혼녀-총각 로맨스 전격공개

골드미스? 차라리 돌싱녀 만난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몇 년 전부터 드라마 속 대세커플은 이혼녀와 총각으로 굳혀지고 있었다. 특히 TV 속 남자 주인공은 총각에 잘생긴 외모와 재력까지 갖춘 완벽한 남성으로 나와 돌싱녀(돌아온 싱글 여성의 준말)에게 순정을 바치고 있다. 그런데 이는 더 이상 드라마 속 얘기가 아니다. 매체에 힘입어 현실에서도 이혼녀와 총각커플이 대세론화 되고 있어 그 실태를 파악했다.

<천 번의 입맞춤> <불굴의 며느리> <천사의 선택> 세 드라마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이혼여성과 총각의 로맨스를 다룬 점이다. 이들 드라마에서는 부잣집 훈남 총각과 믿었던 남편의 외도로 억울하게 이혼 당한 여성과의 애절한 로맨스를 보여주고 있다. 드라마 속 남자 주인공은 현실 속의 남편과는 달리 자상하고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다. 게다가 책임감과 주관까지 뚜렷한 완벽남이다. 드라마 속 트렌드로 불리는 돌싱녀-총각커플 스토리는 대한민국 유부녀들을 대리만족 시키는 큰 역할로 자리 잡고 있다.

대리만족에서 현실로

이혼녀와 총각커플 스토리는 애초 드라마의 주 애청자로 꼽히는 주부를 공략하기 위해 짜여진 것인데 이와 같은 커플이 현실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한 블로그에 돌싱녀와 때론 화끈한 때론 애절한 사랑을 유지하고 있는 총각들의 고민 상담이 줄을 이었다. 결혼정보업체 비엔나래에서도 총각들이 골드미스(노처녀를 지칭)보다는 돌싱녀가 훨씬 마음에 맞는다며 이혼경험이 있는 여성을 선호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서울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연봉 2억5000만원의 40대 남성은 돌싱녀 예찬론가로 유명하다. 일에 쫓겨 혼기를 놓친 이 남성은 37세부터 진지하게 결혼을 추진해 왔으나 배우자감 만나기는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돌싱녀들은 상대의 입장을 좀 더 세심하게 고려할 뿐 아니라 단점까지 수용하는 등 한층 성숙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결혼 후의 생활도 훨씬 원만할 것 같다. 그러나 골드미스들은 남의 흠잡기에 혈안이 돼있어 원만한 대화는 물론 친구관계도 유지하기 꺼려진다”고 말하며 돌싱녀만 배우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한 카페의 고민상담 게시판에는 적잖은 사람들이 돌싱녀-총각관계를 두고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놓고 있었다. 다음은 전문직에 종사하는 30대 초반의 남성이 14살의 딸을 키우고 있는 이혼여성의 이별통보에 충격을 받아 고민 상담을 요청한 것이다.


“저는 6살 연상인 이혼녀와 사귀고 있습니다. 저는 32살의 미혼 남성이고요. 그녀와 만난 지는 3개월 정도 됐습니다. 여자친구에게 중학교 1학년생의 딸도 있습니다. 그녀와 매일 얼굴보고 만나는 게 너무 좋고 행복합니다. 처음부터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만난 사이고 그것을 다 떠안을 마음으로 만났습니다. 양쪽집안과 주위에서 반대할거라는 건 알지만 그녀와의 만남을 정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저에게 이런 말을 하더군요. 우리 다시 생각해보자고요. 지금 마음만이 아닌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서로 다시 생각하자고 합니다. 언제나 진심으로 대했고 앞으로 한평생 같이할 마음으로 만났는데, 돌연 그녀가 마음을 바꾼 것 같아 불안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2억5천 재산소유남 노처녀 NO 이혼녀가 좋아
저학력 남성도 OK…조건 따지지 않아 맘 편해

“저는 애 딸린 이혼녀입니다. 결혼생활을 너무 힘들고 가슴 아프게 해서 두 번 다시 사랑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이혼한 지 6년 만에 한사람을 알게 됐습니다. 제 모든 사정도 다 알고 냉정하게 뿌리쳐도 봤지만 계속 제가 좋다하네요. 아니 사랑한다네요. 그 사람이 자꾸 제 주위에서 맴돌고 사랑을 표현하니 저도 점점 마음을 열게 됐습니다. 나를 다시 누군가가 여자로 봐준다는 것. 힘들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기대고 싶은 욕심이란 게 생기네요. 그는 너무 착한 사람이고 저를 참 많이 배려해주는 사람입니다. 근데 그는 20대의 미혼남성입니다. 그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이 커지면 커질수록 내가 발목 잡는 것 같아 괴롭습니다. 저는 결혼생활도 실패 해봤고 그 사람이 저와 함께 한다면 겪어야할 일들이 너무 가슴 아파요. 그래서 그 사람 놓아주려 했는데 너무 괴로워하네요. 가슴 아프면서도 제 처지가 원망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내 아이를 생각하면…. 저 어쩌면 좋죠? 그 사람 잃고 싶지 않습니다.”

사례는 이 외에도 훨씬 많았다. 상담자들 가운데 이와 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이들은 안타까운 러브스토리에 동정표를 보내면서도 꽤 현실적인 답변을 제시했다. 아직 우리나라 사회풍토상 남의 눈총을 견디기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이혼여성 입장은 더 심각하다. 총각과 결혼까지 골인하더라도 시댁에는 항상 죄인처럼 살아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게다가 아이까지 있다면 그 파장은 더 클 것이라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혼녀와 총각의 로맨스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 결혼정보업체 관계자는 “경제력을 갖춘 이혼녀들이 늘어나면서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고 있기 때문에 상대 남성의 학벌이나 능력을 중요시하지 않는다. 상대 남성이 고졸에 택배회사 직원이라 할지라도 마음만 맞으면 전혀 개의치 않을 것”이라며 “무뚝뚝한 남편이나 돌싱남보다 다정다감하고 챙겨주고 싶은 미혼남과 사랑에 빠지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혼남의 경우 조목조목 따지는 미혼녀와 달리 상대의 결혼 전력과 배경, 즉 스펙을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을 미뤄 이혼녀-총각커플이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바야흐로 돌싱녀가 골드미스의 최대 강적으로 떠올랐다. 혼기가 찬 미혼남성들에게 골드미스는 까다로운 조건의 소유자일 뿐 아니라 성대한 결혼식에 대한 부담감까지 안겨준다. 이에 골드미스는 제일 거북한 결혼상대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해진다. 돌싱녀들은 배우자 조건도 상대적으로 덜 까다로울 뿐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심과 강한 모성애가 기본적으로 자리 잡고 있어 20대 미혼여성에 이어 가장 선호하는 결혼상대로 꼽히고 있다.

시대에 따라 풍조 바뀌어야


돌싱녀-총각커플의 경우 외국에서는 흔한 일로 받아들이거나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관습이나 남의 이목, 체면을 많이 생각하는 풍조여서 이 같은 커플형태를 못마땅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시대가 많이 변한만큼 풍조도 변해야 한다고 본다. 이혼이 급증하고 남녀 성비가 불균형으로 치닫는 요즘, 결혼 한 번 제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이의 사랑이 평범하지 않다고 해서 무조건적인 비판과 부정적인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보다 관대한 마음으로 보듬고 품어주는 게 먼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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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