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을사년엔 더 어둡다

2025년 새해다. 지난해 부동산시장 결산과 올해 전망 및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를 살펴보자.

지난해 부동산시장은 정책 영향 등으로 차별적 회복세가 두드러졌다. 서울과 수도권, 수도권 외 지역의 집값과 청약 흥행 양극화가 극명했고, 서울 내에서도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구)와 ‘마·용·성’ 등 핵심 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서 집값 회복은 더딘 상황이다.

지역별 집값 양극화를 견인한 것은 수도권의 재건축 아파트였다.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선호 현상이 계속되자 건설사들은 미분양 우려가 적은 수도권 공급 위주로 늘려왔다.

지난해 수도권서 14만5560만가구, 지방은 11만3227가구가 공급됐다. 2023년 말 조사된 지난해 계획 물량 26만5439가구 중 97%가 실제 공급됐고, 87% (22만9904가구)는 분양으로 이어졌다. 최근 3년간 계획 물량 대비 실적이 평균 71% 수준임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실행률이다. 

강남 3구
마·용·성

2023년 전국 아파트 평균 청약경쟁률은 13.64대 1이었다. ▲서울 154.5대 1 ▲수도권 21.55대 1 ▲지방 6.62대 1 등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회복 지역이 늘어나 시세차익을 노리는 ‘로또 청약’과 신축·아파트 선호 현상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로 큰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었던 강남권 ‘대어급 신축’ 아파트는 서울 평균 청약 경쟁률도 2배가량 웃돌며 강남, 서초구 2곳에만 올해 사용된 전체 청약 통장 수의 약 58%가 몰렸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의 공급이 이어지며 평균 분양가도 급등했다. 지난해 서울의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격은 5456만원으로, 2023년 말 3508만원보다 55.5%(1948만원) 증가했다. 부동산R114가 2000년부터 분양가 조사를 시작한 이후 연간 기준으로 최대 오름폭이다. 

반면 전국 기준 3.3㎡당 평균 아파트 분양가는 2023년(1800만원)보다 239만원 증가한 2039만원으로 집계됐다. 제주의 평균 분양가격은 2614만원으로 서울 다음으로 높았다. 이어 ▲부산 2356만원 ▲울산 2125만원 ▲대전 2035만원 ▲대구 2019만원 ▲경기 2006만원 순이었다.

임기 중 270만호 공급 목표를 설정한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초부터 공급에 정책의 초점을 맞췄다. 가장 먼저 1·10 대책을 통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1기 신도시의 선도지구 사업을 발표했다. 또 비아파트 수요 진작을 위해 소형 신축주택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추고, 관련 건축과 입지 규제 등을 완화했다.

이 외에도 공공 주택 14만호 이상 공급 등을 통해 공급에 주력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해 상반기 주택 공급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계속되자, 정부는 또다시 8·8 주택 공급 대책을 내놨다. 여기에는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신규 택지 공급 확대, 재건축·재개발 촉진법(특례법)을 통한 ‘사업시행계획’과 ‘관리처분계획’의 동시 수립, 정비사업의 수익성 제고를 위한 용적률 상향,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를 위한 공공 신축 매입 확대, 미분양 매입 확약, 35조원 규모 PF대출 보증 등이 포함됐다.

수도권 공급 재건축 분위기 고조
지역별·중저가 양극화 현상 심각

이 같은 정책의 후속 조치로 지난해 11월 12년 만에 서울 그린벨트 해제가 발표됐다. 해제와 함께 신규 택지가 조성됐고, 서울에서는 강남 생활권인 서초구 서리풀지구(2만호), 경기도에서는 고양 대곡 역세권(9000호), 의왕 오전왕곡(1만4000호), 의정부 용현(7000호) 등 5만호를 공급하기로 했다.

그러나 주민 동의, 사업자 수익성 확보나 분담금 문제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은 상황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 사업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분당(1만948가구), 일산(8912가구), 평촌(5460가구), 중동(5957가구), 산본(46 20가구) 등 1기 신도시 내 13개 구역 3만6000가구가 가장 먼저 재건축을 추진하는 ‘선도지구’로 선정됐다.

선도지구로 선정되면 안전진단 완화·면제, 용도지역 변경, 용적률 상향, 인허가 통합심의 등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여러 혜택을 받는다. 정부는 선도지구의 2027년 착공해 오는 2030년 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지난해 9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을 주택담보대출(정책 대출, 전세 대출, 중도금 대출 등)을 포함한 모든 대출 상품에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대출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이른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선 1.2%포인트(p), 지방에서는 0.75%p의 스트레스 금리를 차등 적용하기로 했다. 

여기에 주요 시중은행들이 주담대 만기를 최장 50년서 30년으로 줄이면서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연초부터 꾸준히 올라 8월 넷째 주 70.5로 정점을 찍은 서울의 매수심리지수(KB부동산 발표 기준)는 스트레스 DSR 규제 적용이 시작된 9월 57.8까지 급락했다.

매수우위지수는 아파트 매매 문의량을 알 수 있는 수치로, 지수가 100을 초과할수록 ‘매수자가 많다’를, 100 미만일 경우 ‘매도자가 많다’를 의미한다.

잇단 
대책에도…

서울 아파트 월별 매매 거래량도 2023년 12월 1790건서 지난해 7월 9518건으로 7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대출 규제가 본격화된 8월부터 7609건으로 꺾이기 시작해 스트레스 DSR 적용이 시작된 지난해 9월에는 4951건으로 떨어졌다. 대출 길이 막힌 사람들이 주택을 구입하기 더 어려운 여건이 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수십억원에 이르는 아파트가 대다수인 강남 등 상급지에선 대출 의존도가 크지 않았던 탓에, 서울 지역 내에서도 중저가 아파트와의 집값 양극화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1분위(하위 20% 평균) 평균은 4억9061만원, 5분위 평균(상위 20% 평균)은 26억8774만원으로 5분위 배율이 5.5배로 벌어졌다.

이는 2008년 통계 조사 이래 역대 최대 격차다. 전국의 아파트 5분위 배율은 10.93으로 역시 역대 최대 격차를 이어갔다.

집값 상승 피로감에 전세 수요는 이탈했다. 전셋값 상승과 대출 규제 등으로 일부 수요자들은 월세 시장으로 밀려나는 사례도 속출했다. ‘전세의 월세화’다.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지수는 10월 대비 1.4p 상승한 119.3을 기록해 KB부동산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5년 12월 이후 가장 높다.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지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을 보면 지난해 11월 아파트 전월세 거래서 월세 비중은 44.1%로 10월(41.2%)보다도 크게 상승했다. 전세 사기 여파에 전세 기피가 심화한 빌라 등 다세대 주택에선 이미 월세 거래가 전세를 크게 앞지르고 있다.

지난해 1~11월 전국 연립·다세대 주택 임대 거래 중 월세 거래는 6만6194건으로, 2023년보다 10.1% 늘었다. 반면 전세 거래량은 5만7604건으로 같은 기간 13.3% 줄었다.

2025년 부동산시장도 경기침체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반기는 대통령 탄핵 정국과 대출 규제가 지속되면서 관망세가 이어질 거라는 전망이 유력하다. 다만 전반적으로 분양과 입주 물량 감소로 수도권에서는 전셋값과 매매값이 자극받을 요인이 있다.

기준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만큼 부동산시장에 다시 자금이 몰린다면 수도권 주요 지역 중심의 수요 양극화가 심화될 거라는 분석이다.

올해도 ‘얼죽신’ 선호 지속
‘상저하중’ ‘전약후강’ 전망

국내 주요 25개 건설사는 올해 전국 158개 사업장서 총 14만6130가구(민간 아파트 기준·임대 포함)를 분양할 예정이다. 이는 2000년 이후 최저치로, 지난해(22만2173가구)보다 34% 줄어든 수준이다. 지난해 실제 분양도 계획 물량의 83.7%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실제 물량은 이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경기도 공급 물량(-35.7%)이 가장 크게 줄어든다. 서울은 18% 감소한다. 지난해 청약 광풍이 불었던 강남권 등의 분양도 올해에는 대거 줄어든다. 지난해 강남권에서는 8개 단지 2781가구가 일반분양으로 나왔는데, 올해에는 7개 단지 2113가구로 수백가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당장 올해 전국 입주 물량도 총 26만3330가구로, 지난해 36만4058가구 대비 10만가구 이상의 큰 물량 감소가 예상된다. 분양과 입주 물량은 각각 주택 공급의 선행·후행 지표 역할을 한다. 입주 물량이 당장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이라면, 분양 물량은 공사를 거쳐 2~3년 뒤 시장에 공급될 주택이다.

두 물량이 동시에 줄어드는 것은 시장 상황 악화로 몇 년 전부터 아파트를 덜 지었고, 침체가 계속된다면 앞으로도 더 지을 계획이 없다는 의미다.

경기침체 외에도 탄핵 정국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주택 공급 정책 동력도 떨어지면서 불안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정비사업 기간을 대폭 줄인다는 내용의 재건축·재개발사업 촉진에 관한 특례법 제정안 통과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고, 현 정부가 추진하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도 전망이 어둡다.

역대 최대치로 목표를 잡은 공공주택 착공 및 인허가 목표도 국정 리더십 공백으로 정책 추진 동력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자 주택 수요가 높은 서울 내에서는 전셋값과 집값이 자극받을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특히 대출 규제 지속과 탄핵 정국으로 매수 심리가 올 상반기 다소 눌릴 것으로 전망하나, 상황에 적응되면 결국 주요 지역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본격적인 공급 절벽으로 전세 가격이 불안해지면서다.

주택 수요자들이 주택을 보유하는 평균 기간을 고려했을 때 수개월 정도의 탄핵 이슈로 향후 수요를 짐작할 수 없겠다. 다만 주택 공급 상황만 보았을 땐 당장 올 상반기 중 지역을 불문하고 전셋값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출 부담에 중저가로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보이며, 하반기로 갈수록 공급 축소가 부각돼 이는 결국 시차를 두고 집값 상승으로 나타나게 될 전망이다. 

치솟는
전세가

한 부동산 전문가는 “2025년 부동산시장은 ‘상저하중’이 예상되는데, 특히 탄핵 정국과 1%대 경제성장률 전망으로 전반적으로 주택시장의 활발한 움직임은 기대하기 어렵다”며 “다만 하반기에는 공급 부족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매매시장에 영향을 주면 수도권 일부에서는 상승 전환 가능성이 있다며 지방 부동산은 침체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올해에는 탄핵, 경기침체, 강력한 대출 규제 등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도 있지만 금리 하향 조정, 주택시장 진입 인구 증가, 공급 부족 누적 등 상승 요인이 더 커 수도권과 일부 광역시는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했다. 

주산연은 최근 발표한 ‘2025년 주택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집값이 3~4월까지 약세, 중반기 이후에 강세를 보이는 ‘전약후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상승률은 전국은 0.5% 하락, 수도권 0.8% 상승, 서울 1.7% 상승할 것으로 보았다.

2025년 부동산시장엔 큰 변화가 예고된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는 한편 서민과 청년층을 위한 금융 지원이 확대되고 주택 취득 관련 세제 혜택도 커진다. 다음은 새해 달라지는 부동산 제도들이다.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 절반 수준으로= 올해 1월부터 주요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중도상환수수료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지난해 약 1.2~ 1.4% 수준이었던 5대 시중은행의 중도상환수수료가 올해엔 0.6~0.7% 수준으로 낮아진다. 해당 혜택은 올해 1월 중순 이후 신규 대출에 적용된다.

신생아 특례대출 소득 요건도 완화된다. 부부 합산 연소득 기준이 기존 1억3000만원서 2억5000만원으로 상향된다. 올해부터 3년간 출산한 가구를 대상으로 하며 대출 기간 중 추가 출산 시 금리 우대 폭도 기존 0.2% 포인트서 0.4% 포인트로 확대된다. 

올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가 도입된다. 스트레스 DSR은 금리 상승에 따른 대출자의 상환 능력을 가늠하는 제도로 시행 이후에는 대부분의 금융권 대출 한도가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권 대출을 고려 중이라면 7월 이전에 대출을 진행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지방 주택 사면 1주택자 혜택 유지= 지방 소멸 방지를 위해 인구 감소 지역과 비수도권 주택 취득에 대한 세제 혜택이 강화된다. 공시가격 4억원 이하 주택을 신규 취득할 경우 기존 1주택자로 간주해 세제 혜택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는 서울에 집을 보유한 사람이 지방에 주택을 하나 더 구입하면 2주택자가 돼 세금 혜택을 받기 어렵다.

하지만 올해부터 지방에 있는 집을 하나 더 사더라도 1주택자로 인정해준다. 비수도권서 전용면적 85㎡(약 25평)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미분양 주택을 구매하는 경우도 혜택이 적용된다.

주택을 매도하거나 보유할 때 내는 세 부담도 완화된다. 양도소득세는 취득 시 공시가격 기준으로 12억원까지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종합부동산세는 공제 한도가 12억원까지 확대된다. 장기 보유(15년 이상) 또는 70세 이상 고령자는 최대 80%의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다.

▲청년층에 분양가 80% 저리 대출= 청년 주택드림대출도 출시된다.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청년층을 위해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낮은 금리(최저 2.2%)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대상은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으로 연소득 7000만원 이하(부부 합산 1억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대상도 확대된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 세대주뿐 아니라 배우자까지 청약저축 납입액의 40% 한도서 연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게 된다. 청년우대형 주택청약종합저축의 경우에도 이자소득 비과세 혜택이 배우자에게까지 확대된다. 비과세 한도는 500만원이다.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가능= 올해 6월부터 준공 30년이 넘은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이 가능해진다. 현재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 또 기존 ‘재건축 안전진단’ 명칭이 ‘재건축 진단’으로 바뀌며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기 전까지 진단을 통과하면 된다.

규제 완화 조치로 재건축을 위한 진입 문턱이 낮아지는 동시에 재건축 기간이 최대 3년 가까이 단축될 전망이다. 아울러 재건축 등 정비사업 시 주민 의사결정 과정에 전자 방식을 일반적으로 적용하도록 해 의사결정도 크게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3~4월 약세
중반 후 강세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주도하던 도심복합사업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안이 개정된다. 신탁사와 리츠(부동산 투자회사) 등이 사업자로 참여해 용적률 상향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서울 준주거지역의 경우 용적률이 최대 700%까지 상향된다. 다만 개발 이익의 일부는 공공주택으로 환원해야 한다.

올해부터 가계부채 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주택 공급 확대와 금융 비용 완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될 예정이며, 특히 서민·청년층·고령자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맞춤형 혜택이 강화된 점이 특징이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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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