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09: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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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도 안 와?" VS "그래도 못 가!"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유력한 야권인사가 허리춤에 찬 검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꺼내 들었다. 처음으로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냥한 것. 그동안 문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타이틀로 안 후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안 후보도 '정치쇄신'이라는 조건으로 완곡한 공격 패턴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다르다. 양 후보 모두 직접 단일화를 언급하고 나선 것. 이들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를 들여다봤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1차전은 지난 9월19일에 안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지지율만 보면 그렇다. 경선이 끝난 직후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자릿 수로 안 후보를 따돌렸던 문 후보였다. 하지만 안 후보가 본격 출사표를 던지자 두 자릿 수로 안 후보에게 뒤쳐지며 그의 선전은 '1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식솔 가출에 민주당 멘붕
"문-안, 하나 되도록 최선"

이제는 전면전이다. 눈치만 보던 문 후보도 이번에는 공격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9일 송호창 의원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이들의 경쟁은 본격화됐다.

안 후보는 자신의 아군이 된 송 의원에 대해 "참 맑은 힘이 더해졌습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송 의원은 탈당하면서까지 안 후보 측 캠프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제 아이의 미래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인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는 우리 시대의 소명"이라고 배경을 소개했다.

문 후보는 송 의원의 탈당과 안 캠프 합류에 대해 "아프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현상은 대선을 앞두고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그랬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의원들과 소장파 대표주자였던 김 전 의원은 당시 정몽준 후보의 신당인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겼다.

2007년 당시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영춘 전 의원도 이에 속한다. 당시 의원들의 이러한 당적 이동 명분은 '야권단일화'였다.

하지만 막판 정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단일화는 실패했다. 문국현 후보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과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결국 대선 완주를 택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철새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한 전문가는 "관건은 송 의원의 탈당이 과연 야권을 재편하는 수준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송 의원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정치도의에는 어긋나는 일이다. 또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단일화 가교 외친 송호창 탈당, 긴장감 거세져
안철수, 이해찬의 '무소속 불가론' 정면 반박 

민주당의 거센 비난에도 송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주시니 큰 위안이 됩니다. 모든 것을 던진 만큼 의연하게 안철수, 문재인 두 분이 하나 되도록 최선을 다해 비상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단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문-안 사이에서 중매를 서두르는 또 한 사람은 '제3지대'에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 매체를 통해 "안 후보가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당혁신, 정치혁신을 내걸었다"며 "그런데 그 혁신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양쪽 다 정확히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민주당과 안 캠프가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합의를 문 후보가 반드시 실천한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정치혁신 해야 한다는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제안은 좋은 취지"라며 "원칙으로 후보단일화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원론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안 후보 쪽에서는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도 공방전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앞세우며 7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대선출마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한 번 쇄신을 강조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에 덧붙여 특권과 독점적 정책을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체를 통해 국정감사 전략에 대해 "안 후보가 경쟁의 대상이면서 단일화 대상이기 때문에 ‘협력적’ 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안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도 이날 안 후보의 발언을 겨눈 듯 "정당혁신, 새로운 정치는 결국 정당을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에 정권 줄 것"
"무소속으로 양쪽 설득"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안정감을 부각시키려는 복안으로 해석했다. 특히 문 후보는 "바깥에서 우리가 요구한다고 그게 그대로 다 실현되지 않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양 후보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문 후보는 정당을 내세우고 안 후보는 쇄신을 내세우며 전면전 워밍업에 들어갔다.

안 후보의 정책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한 언론사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안 후보가 문 후보를 13.5%p로 앞서며 압승을 거뒀다. 안 후보가 46.6%, 문 후보가 33.1%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 단일화 싸움에서 안 후보가 한 발 앞서 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검증을 선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가 안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 모바일투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또한 "특정한 방법을 놓고 단일화를 이야기하면 마찰이 생길 것"이라며 "두 후보가 마주앉아 이야기하면 국민이 원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는 박 원내대표가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매체를 통해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안 후보의 무소속 정치행보를 거세게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민은 민주당에 정권을 줄 준비가 돼 있고 민주당은 그 준비로 단일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해 안 후보를 겨냥, 정당을 내세웠다.

이에 안 후보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 대표께서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할 수 있다"라고 짜증 섞인 투로 화답했다.

주어를 빼고 단일화 제목만 외치던 이들이 직접 상대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송 의원의 민주당 탈당으로 양측 경쟁이 가열되면서 더욱 공격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안 후보도 더욱 각을 세우며 '무소속 불가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안 후보는 "지금 상태에서 만약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만약 야당이 당선된다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할 수 있다"
"민의 대변해야 정당, 개혁에 도움 줄 것"

이날 문 후보도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문 후보는 10일 전북도당에서 지역 당원들과 결의대회를 갖고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그저 단일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라며 민주당을 내세웠다.

이어 "민주당만이 반칙, 특권, 반민주의 새누리당의 저항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야 정치변화, 시대변화를 안정감 있게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서 "정당의 기반 없이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안 후보를 정면 공격했다.

이후 안 후보 측은 기자들에게 안 후보의 입장을 전달했다.

안 후보는 문자메시지에서 "정당 없이 대통령이 가능하냐면 다시 역으로 질문할 수 있다. 여당이 재집권하면 힘으로 날치기 통과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야당이 집권하면 여소야대 환경에서 5년 내내 방해 받을 것"이라며

"그러면 일이 안 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대립의 정치하에서는 국회의원 100명이 있어도 자기 일을 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정치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대립이 날카로워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안 후보는 "나도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이라며 "정당이 없으면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이 민주주의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믿음인데,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정당이 있으니 기존 정당이라도 민의를 대변하고 개혁하도록 도움을 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향후 문 후보로선 정당기반 없이는 공동정부도, 분권형 정부도, 정치혁신도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안 후보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라고 전하며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 후보가 공동정부 구상안을 치고 나갈지, 아니면 안 후보 측이 '국민 공천권'을 앞세워 분권형 정부 구성안 담론도 쥐게 될지, '문·안 단일화' 승부는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여당은 힘으로 날치기
야당은 방해받을 것"

전문가들은 문·안의 싸움이 전과 달리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이들을 지켜보는 양측 지지자의 마음도 더불어 더욱 초조해지고 있다.

적에 대한 대비는 고사하고 아군끼리 총구를 겨누고 있으니 혹이나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 야권인사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자의 자가당착적 판단으로 절호의 정권교체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이 없도록 국민과 지지자의 시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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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