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안철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 막전막후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17 09:15:49
  • 댓글 0개

"이래도 안 와?" VS "그래도 못 가!"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유력한 야권인사가 허리춤에 찬 검을 한참이나 만지작거리더니 결국 꺼내 들었다. 처음으로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냥한 것. 그동안 문 후보는 '정권교체'라는 타이틀로 안 후보를 간접적으로 압박해 왔다. 안 후보도 '정치쇄신'이라는 조건으로 완곡한 공격 패턴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번은 확실히 다르다. 양 후보 모두 직접 단일화를 언급하고 나선 것. 이들의 피 말리는 2차대전 진검승부를 들여다봤다.  

 

문재인·안철수 두 후보 간 1차전은 지난 9월19일에 안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지지율만 보면 그렇다. 경선이 끝난 직후 야권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두 자릿 수로 안 후보를 따돌렸던 문 후보였다. 하지만 안 후보가 본격 출사표를 던지자 두 자릿 수로 안 후보에게 뒤쳐지며 그의 선전은 '1일 천하'로 막을 내렸다.

식솔 가출에 민주당 멘붕
"문-안, 하나 되도록 최선"

이제는 전면전이다. 눈치만 보던 문 후보도 이번에는 공격 페달을 밟고 있다. 지난 9일 송호창 의원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하고 안 후보 캠프에 합류하면서 이들의 경쟁은 본격화됐다.

안 후보는 자신의 아군이 된 송 의원에 대해 "참 맑은 힘이 더해졌습니다"라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송 의원은 탈당하면서까지 안 후보 측 캠프에 합류한 이유에 대해 "제가 이 자리에 선 이유는 제 아이의 미래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낡은 정치인들에게 맡긴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며 "정권교체와 새로운 정치는 우리 시대의 소명"이라고 배경을 소개했다.

문 후보는 송 의원의 탈당과 안 캠프 합류에 대해 "아프다"는 말 한마디만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은 비상이 걸렸다. 이러한 현상은 대선을 앞두고 항상 있었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과정에서는 김민석 전 의원이 그랬다.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 의원들과 소장파 대표주자였던 김 전 의원은 당시 정몽준 후보의 신당인 '국민통합21'로 당적을 옮겼다.

2007년 당시 문국현 후보의 창조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긴 김영춘 전 의원도 이에 속한다. 당시 의원들의 이러한 당적 이동 명분은 '야권단일화'였다.

하지만 막판 정 후보가 노무현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 단일화는 실패했다. 문국현 후보도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과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 결국 대선 완주를 택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철새정치인'이라는 오명을 안았다. 한 전문가는 "관건은 송 의원의 탈당이 과연 야권을 재편하는 수준까지 이어질 것인지 여부"라고 분석했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송 의원의 고민을 이해한다고 해도 정치도의에는 어긋나는 일이다. 또 그런 방식으로 새로운 정치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단일화 가교 외친 송호창 탈당, 긴장감 거세져
안철수, 이해찬의 '무소속 불가론' 정면 반박 

민주당의 거센 비난에도 송 의원은 자신의 트위터에 "제 진심을 이해하고 받아주시니 큰 위안이 됩니다. 모든 것을 던진 만큼 의연하게 안철수, 문재인 두 분이 하나 되도록 최선을 다해 비상하겠습니다"라는 글을 올려 단일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문-안 사이에서 중매를 서두르는 또 한 사람은 '제3지대'에 있는 조국 서울대 교수다. 조 교수는 지난 11일 매체를 통해 "안 후보가 단일화 전제조건으로 당혁신, 정치혁신을 내걸었다"며 "그런데 그 혁신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양쪽 다 정확히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민주당과 안 캠프가 공동으로 정치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합의를 문 후보가 반드시 실천한다는 약속을 공개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매체를 통해 "정치혁신 해야 한다는 세력들이 함께 힘을 모으자는 제안은 좋은 취지"라며 "원칙으로 후보단일화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원론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보지만 안 후보 쪽에서는 전략적으로 판단하는 듯 보인다"고 말했다.

단일화를 둘러싸고 양측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문 후보와 안 후보도 공방전에 가세했다. 안 후보는 지난 7일 자신의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개혁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앞세우며 7대 정책 비전을 제시했다.

대선출마 기자회견에 이어 다시 한 번 쇄신을 강조한 것이다. 안 후보는 이에 덧붙여 특권과 독점적 정책을 폐기할 것을 주장했다.

이날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매체를 통해 국정감사 전략에 대해 "안 후보가 경쟁의 대상이면서 단일화 대상이기 때문에 ‘협력적’ 검증을 할 수밖에 없다"며 직접적으로 안 후보를 겨냥했다.

문 후보도 이날 안 후보의 발언을 겨눈 듯 "정당혁신, 새로운 정치는 결국 정당을 통해서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당에 정권 줄 것"
"무소속으로 양쪽 설득"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자신의 국정운영에 대한 안정감을 부각시키려는 복안으로 해석했다. 특히 문 후보는 "바깥에서 우리가 요구한다고 그게 그대로 다 실현되지 않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고 전해진다.

이때부터 양 후보 간 이상기류가 감지되면서, 문 후보는 정당을 내세우고 안 후보는 쇄신을 내세우며 전면전 워밍업에 들어갔다.

안 후보의 정책발표 다음날인 지난 8일. 한 언론사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의하면 안 후보가 문 후보를 13.5%p로 앞서며 압승을 거뒀다. 안 후보가 46.6%, 문 후보가 33.1%의 지지율을 기록한 것. 단일화 싸움에서 안 후보가 한 발 앞서 나갔다.

박 원내대표는 전날 검증을 선언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을 보였다. 그가 안 후보와 단일화 과정에 모바일투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내놓은 것이다.

또한 "특정한 방법을 놓고 단일화를 이야기하면 마찰이 생길 것"이라며 "두 후보가 마주앉아 이야기하면 국민이 원하는 방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이는 박 원내대표가 여론조사 결과를 의식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9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매체를 통해 "전 세계 민주국가에서 무소속으로 대통령에 당선돼 국가를 경영한 사례는 단 한 나라도 없다"며 "무소속 대통령의 국정운영은 불가능한 이야기"라고 안 후보의 무소속 정치행보를 거세게 비난했다.

박 원내대표도 "국민은 민주당에 정권을 줄 준비가 돼 있고 민주당은 그 준비로 단일화에 성공해야 한다"고 말해 안 후보를 겨냥, 정당을 내세웠다.

이에 안 후보는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이 대표께서 무소속 대통령은 국정운영이 불가능하다고 말씀하셨는데, 할 수 있다"라고 짜증 섞인 투로 화답했다.

주어를 빼고 단일화 제목만 외치던 이들이 직접 상대를 거론하기 시작한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일각에서는 이날 송 의원의 민주당 탈당으로 양측 경쟁이 가열되면서 더욱 공격적인 발언이 나온 것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안 후보도 더욱 각을 세우며 '무소속 불가론'에 대해 구체적인 답변을 내놨다.

안 후보는 "지금 상태에서 만약 여당이 대통령이 되면 밀어붙이기로 세월이 지나갈 것 같고, 만약 야당이 당선된다면 여소야대로 임기 내내 시끄러울 것"이라며 "차라리 그럴 바에야 무소속 대통령이 국회를 존중하고 양쪽을 설득해나가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할 수 있다"
"민의 대변해야 정당, 개혁에 도움 줄 것"

이날 문 후보도 한 치의 양보가 없었다. 문 후보는 10일 전북도당에서 지역 당원들과 결의대회를 갖고 "단일화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낙관은 금물"이라며 "그저 단일화로는 충분하지 않다. 민주당으로의 단일화만이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라며 민주당을 내세웠다.

이어 "민주당만이 반칙, 특권, 반민주의 새누리당의 저항을 이겨내고 성공하는 민주정부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래야 정치변화, 시대변화를 안정감 있게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면서 "정당의 기반 없이는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고 안 후보를 정면 공격했다.

이후 안 후보 측은 기자들에게 안 후보의 입장을 전달했다.

안 후보는 문자메시지에서 "정당 없이 대통령이 가능하냐면 다시 역으로 질문할 수 있다. 여당이 재집권하면 힘으로 날치기 통과하는 것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고, 야당이 집권하면 여소야대 환경에서 5년 내내 방해 받을 것"이라며

"그러면 일이 안 된다"고 했다. 안 후보는 이어 "대립의 정치하에서는 국회의원 100명이 있어도 자기 일을 하기가 힘들다"고 밝혔다.

그는 정당정치를 둘러싸고 민주당과 대립이 날카로워지는 것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안 후보는 "나도 정당정치를 믿는 사람"이라며 "정당이 없으면 직접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당이 민주주의를 끌고 가야 한다는 것이 기본적인 믿음인데, 민의를 대변하지 않는 정당이 있으니 기존 정당이라도 민의를 대변하고 개혁하도록 도움을 주는 게 내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매체를 통해 "향후 문 후보로선 정당기반 없이는 공동정부도, 분권형 정부도, 정치혁신도 불가능하다는 논리로 안 후보를 압박할 공산이 크다"라고 전하며 "정치는 타이밍 싸움이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문 후보가 공동정부 구상안을 치고 나갈지, 아니면 안 후보 측이 '국민 공천권'을 앞세워 분권형 정부 구성안 담론도 쥐게 될지, '문·안 단일화' 승부는 이 지점에서 갈릴 가능성이 높다"라고 내다봤다.

"여당은 힘으로 날치기
야당은 방해받을 것"

전문가들은 문·안의 싸움이 전과 달리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 때문에 대선을 앞두고 이들을 지켜보는 양측 지지자의 마음도 더불어 더욱 초조해지고 있다.

적에 대한 대비는 고사하고 아군끼리 총구를 겨누고 있으니 혹이나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이들의 시름은 깊어만 가고 있다.

한 야권인사는 "문 후보와 안 후보는 각자의 자가당착적 판단으로 절호의 정권교체 기회를 날려버리는 일이 없도록 국민과 지지자의 시름을 기억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