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멘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8: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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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으로 가는 길? 멘토에게 물어봐!"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호에서는 열여덟 번째 순서로 그들의 '멘토'를 살펴봤다.

멘토(mentor)란 경험이 풍부하고 신뢰할 만한 친구, 상담자 겸 스승으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조언자를 뜻한다. 어떤 멘토를 만나는가에 따라서는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대선주자들이 얼마나 훌륭한 멘토를 만나고 있는가는 중요한 검증대상이다.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난관에 봉착했을 때 훌륭한 멘토에게 길을 묻고 멘토와 함께 의논한다면 보다 빨리 해결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경제민주화의 전도사"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멘토로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를 지목했었다.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등이 멤버인 7인회가 막후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실제로 유신정권 때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용환 고문은 지난 5월 2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친박 7인회'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사람들이 '7인회'라고 부르는데 가끔 만나 식사하고 환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의 저격수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박 후보에게 7인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 면면을 보면 수구꼴통이어서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박 후보 측은 재빠르게 "7인회라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박 후보 측은 "당의 몇몇 원로 되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친목모임을 갖고 가끔 만나 서로 점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분들이 초청을 해 한두 번 오찬에 가 뵌 적이 있다"고 밝혔다. 소위 멘토그룹 운운하는 것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는 해명이었다.


최근 공식적으로 박 후보의 멘토로 거론되는 인물은 바로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얼마 전까진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더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안 후보가 정치입문을 고민하던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정도 안 후보의 멘토 역할을 했다. 당시 안 후보가 정치 입문을 심각하게 고민하자 정치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국회의원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으나, 안 후보가 이 같은 조언을 듣지 않고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하자 안 후보의 곁을 떠났다고 알려진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사회적으로 굵직한 정책을 도입하는데도 기여를 했다. 특히 1977년 근로자 의료보험을 도입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며 국보위에 가담했다가 11,12대 민정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1987년에는 국회 개헌특위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서 그 유명한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집어넣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의 창시자가 김 위원장인 것이다. 김 위원장이 헌법에 집어넣은 119조2항은 "국가가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보건사회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 때에는 이른바 '5.8 조치'로 불리는 재벌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매각을 단행했는데 재벌들로부터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김영삼 정권 때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되는 오점을 남긴 것이다. 무엇보다 ‘청렴’을 강조하고 있는 박 후보로서는 김 위원장의 이러한 오점은 매우 큰 부담이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와는 2008년부터 의견을 나누며 조금씩 멘토역할을 해왔다고 알려진다. 지금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박 후보와 경제는 물론 모든 분야의 일들을 상의하는 명실상부한 멘토로 부상했다.

 
문재인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
"안의 남자? 이제는 문의 남자!"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멘토 역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불렸던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이다. 안 후보의 멘토로 불렸던 그가 최근 민주통합당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은 정치권의 큰 화제였다. 윤 위원장은 안 후보와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그 후 안 후보의 멘토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안 후보가 "윤 위원장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김여진씨 등 300명쯤 된다"고 밝히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후문이다. 이후 문 후보는 윤 위원장을 자신의 캠프에 참여시키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와의 정면대결에 앞서 안 후보의 벽을 넘어야 하는 문 후보로서는 한때 안 후보의 멘토로 불렸으나 관계가 소원해진 윤 위원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듦으로써 '대통합'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안 후보 측에도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 후보 측의 노력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던 윤 위원장은 결국 문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하게 된다.

윤 위원장은 경기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1977년 주일 공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는 대통령 공보·의전·정무비서관을 지냈고 김영삼 정권 때는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민 것은 1998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특보를 맡으면서 부터이다. 2000년에는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장을 거쳐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기획위원장을 맡아 일했는데 비록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뛰어난 선거전략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 대한민국의 장자방이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윤 위원장은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여의도연구소장까지 역임했다.

2004년에는 박근혜 후보와도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 후보가 당대표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했는데 윤 위원장은 총선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당시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후보에 맞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 측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이처럼 범보수의 제갈량이라고 불렸던 그가 지난해 4월 야권 성향이 두드러진 안 후보가 주도하는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것에 대해 매우 의아한 일이었다.

한편 문 후보는 윤 위원장 외에도 지난 9월27일 후보 직속 멘토단장에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을 선임했다. 문 후보의 멘토단을 이끌 인재근 멘토단장은 사실 문 후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일명 'GT계'(김근태계)는 참여정부에서 '여당내의 야당' 역할을 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부 경제정책 및 한미FTA 등에 대해 쓴 소리를 해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후보의 이번 인선은 대선을 향한 반대파 끌어안기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반대파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함으로써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문 후보의 선택이다. 반대파에서 문 후보의 멘토로 참여하게 된 윤 위원장과 인 단장이 이번 대선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안철수 <법륜 스님>
"정치는 NO, 조언은 OK"

이번 대선에서 재밌는 점은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멘토들이 원래는 모두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였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보수와 진보진영 양측이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좌우경계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에게도 왠지 어색한 멘토가 있다. 바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이 전 부총리는 안 후보의 대선출마기자회견장에 깜짝 등장하며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떠올랐다. 하지만 진보 경제학계는 당장 이 전 부총리를 향해 '관치금융의 화신' '모피아의 대부' '신자유주의 신봉자'라는 등의 비판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결국 안 후보는 최근 이 전 부총리와 거리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안 후보와 이 전 부총리의 조합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묻지마 영입'의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남게 됐다.

한편 안 후보의 또 다른 멘토로는 법륜스님이 있다. 다만 그는 다른 후보들의 멘토들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를 직접 돕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계 인사인 만큼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법륜스님 역시 청춘콘서트를 통해 안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법륜 스님은 몇 년 전 불교계 내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현존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정토회는 규모가 작지만 조계종보다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의 사회활동 영역은 평화, 환경, 민족문제, 국제구호 등 여느 거대 조직도 담당하기 힘들 만큼 광범위하다. 그가 낸 다양한 책들은 100만부가 넘게 팔렸고, 매일같이 열리는 강연은 대성황이다.

법륜스님은 지난 1980년 신군부가 일으킨 '10·27 법난'의 부당성을 불교계에서 최초로 지적하다 구속되기도 했고 1983년에는 대학생불교연합회의 지도법사를 맡아 본격적인 사회민주화 운동에 합류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법륜스님은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싸우고 비판하는 방식의 운동은 모든 것을 감싸안는 불교수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비폭력주의 사회운동은 각각 오늘날 에코붓다, 한국JTS, 좋은벗들과 평화재단, 그리고 정토회로 이어졌다.

전혀 약점이 없어 보이는 법륜스님이지만 보수진영에서는 그의 개인사와 얽힌 시국사건을 거론하며 그의 성향을 의심하고 있다. 법륜스님의 셋째형 최석진씨는 1979년 남민전 사건 관련자다. 남민전 사건은 1979년 11월 발생한 대표적인 공안사건이다. 최씨는 현재 무소유 공동체 '푸른 누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 법륜스님이 조계종이 정한 승려가 되는 절차를 밟지 않아 승적(僧籍)을 갖고 있지 않는 것도 보수진영의 공격대상이다. 이처럼 안 후보의 멘토로 거론되면서 법륜스님이 겪은 마음고생은 수도 없이 많다.

법륜스님의 한 측근은 안 후보와 법륜스님의 관계에 대해 "서로 아끼는 사이에서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워낙 언론들이 말이 많아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언제든지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기본적 신뢰가 있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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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