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멘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8: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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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으로 가는 길? 멘토에게 물어봐!"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호에서는 열여덟 번째 순서로 그들의 '멘토'를 살펴봤다.

멘토(mentor)란 경험이 풍부하고 신뢰할 만한 친구, 상담자 겸 스승으로서 한 사람의 인생을 이끌어 주는 조언자를 뜻한다. 어떤 멘토를 만나는가에 따라서는 한 사람의 인생이 크게 달라지기도 한다. 때문에 대선주자들이 얼마나 훌륭한 멘토를 만나고 있는가는 중요한 검증대상이다.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난관에 봉착했을 때 훌륭한 멘토에게 길을 묻고 멘토와 함께 의논한다면 보다 빨리 해결의 열쇠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경제민주화의 전도사"

그동안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멘토로 원로자문그룹인 '7인회'를 지목했었다.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국회의장 등이 멤버인 7인회가 막후에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실제로 유신정권 때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무부 장관을 지낸 김용환 고문은 지난 5월 24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친박 7인회'의 실체를 묻는 질문에 "그렇다. 사람들이 '7인회'라고 부르는데 가끔 만나 식사하고 환담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야권의 저격수인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박 후보에게 7인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 면면을 보면 수구꼴통이어서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러자 박 후보 측은 재빠르게 "7인회라는 말은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거리두기에 나섰다. 박 후보 측은 "당의 몇몇 원로 되시는 분들이 자발적으로 친목모임을 갖고 가끔 만나 서로 점심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분들이 초청을 해 한두 번 오찬에 가 뵌 적이 있다"고 밝혔다. 소위 멘토그룹 운운하는 것은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는 해명이었다.


최근 공식적으로 박 후보의 멘토로 거론되는 인물은 바로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김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인물이다. 얼마 전까진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더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안 후보가 정치입문을 고민하던 지난해 5월부터 3개월 정도 안 후보의 멘토 역할을 했다. 당시 안 후보가 정치 입문을 심각하게 고민하자 정치에 입문하고자 한다면 국회의원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으나, 안 후보가 이 같은 조언을 듣지 않고 서울시장에 출마하려고 하자 안 후보의 곁을 떠났다고 알려진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비장의 카드다. 김 위원장은 1970년대 박정희 정권시절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사회적으로 굵직한 정책을 도입하는데도 기여를 했다. 특히 1977년 근로자 의료보험을 도입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며 국보위에 가담했다가 11,12대 민정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1987년에는 국회 개헌특위 경제분과위원장을 맡아서 그 유명한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집어넣었다. 이번 대선에서 주요화두로 떠오른 경제민주화의 창시자가 김 위원장인 것이다. 김 위원장이 헌법에 집어넣은 119조2항은 "국가가 적정한 소득분배를 유지하고, 경제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노태우 정권 시절에는 보건사회부 장관을 거쳐 청와대 경제수석을 맡기도 했다. 노태우 정권 때에는 이른바 '5.8 조치'로 불리는 재벌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재벌의 비업무용 토지매각을 단행했는데 재벌들로부터 '빨갱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김영삼 정권 때 동화은행 비자금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되는 오점을 남긴 것이다. 무엇보다 ‘청렴’을 강조하고 있는 박 후보로서는 김 위원장의 이러한 오점은 매우 큰 부담이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와는 2008년부터 의견을 나누며 조금씩 멘토역할을 해왔다고 알려진다. 지금은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박 후보와 경제는 물론 모든 분야의 일들을 상의하는 명실상부한 멘토로 부상했다.

 
문재인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
"안의 남자? 이제는 문의 남자!"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멘토 역시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로 불렸던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이다. 안 후보의 멘토로 불렸던 그가 최근 민주통합당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하게 된 것은 정치권의 큰 화제였다. 윤 위원장은 안 후보와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그 후 안 후보의 멘토로 알려지면서 유명세를 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안 후보가 "윤 위원장이 제 멘토라면 제 멘토는 김제동·김여진씨 등 300명쯤 된다"고 밝히면서 관계가 소원해졌다는 후문이다. 이후 문 후보는 윤 위원장을 자신의 캠프에 참여시키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와의 정면대결에 앞서 안 후보의 벽을 넘어야 하는 문 후보로서는 한때 안 후보의 멘토로 불렸으나 관계가 소원해진 윤 위원장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듦으로써 '대통합'의 이미지를 부여하고 안 후보 측에도 치명타를 안길 수 있다는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문 후보 측의 노력 때문에 고민을 거듭하던 윤 위원장은 결국 문 후보 캠프에 전격 합류하게 된다.

윤 위원장은 경기고등학교와 단국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경향신문, 동아일보 기자를 거쳐 1977년 주일 공보관을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했다. 전두환, 노태우 정권 때는 대통령 공보·의전·정무비서관을 지냈고 김영삼 정권 때는 대통령 공보수석비서관과 환경부 장관을 역임했다.

정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내민 것은 1998년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특보를 맡으면서 부터이다. 2000년에는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장을 거쳐 비례대표 의원을 지냈다. 2002년 대선 때는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캠프에서 기획위원장을 맡아 일했는데 비록 선거에서는 패배했지만 뛰어난 선거전략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고 이후 범보수의 제갈량, 한나라당의 전략통, 대한민국의 장자방이라는 별칭을 갖게 됐다. 윤 위원장은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여의도연구소장까지 역임했다.

2004년에는 박근혜 후보와도 인연을 맺었다. 당시 박 후보가 당대표로서 총선을 진두지휘했는데 윤 위원장은 총선전략을 수립하는 데 힘을 보탠 것이다. 2006년 지방선거 때는 당시 강금실 열린우리당 서울시장후보에 맞서 오세훈 한나라당 서울시장후보 측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승리를 이끌었다. 이처럼 범보수의 제갈량이라고 불렸던 그가 지난해 4월 야권 성향이 두드러진 안 후보가 주도하는 '청춘콘서트'에 참여한 것에 대해 매우 의아한 일이었다.

한편 문 후보는 윤 위원장 외에도 지난 9월27일 후보 직속 멘토단장에 고(故) 김근태 상임고문의 부인인 인재근 민주통합당 의원을 선임했다. 문 후보의 멘토단을 이끌 인재근 멘토단장은 사실 문 후보와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일명 'GT계'(김근태계)는 참여정부에서 '여당내의 야당' 역할을 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일부 경제정책 및 한미FTA 등에 대해 쓴 소리를 해왔던 세력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 후보의 이번 인선은 대선을 향한 반대파 끌어안기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반대파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청취함으로써 중도층을 끌어안겠다는 문 후보의 선택이다. 반대파에서 문 후보의 멘토로 참여하게 된 윤 위원장과 인 단장이 이번 대선에서 어떠한 역할을 해낼지 이목이 집중된다.


안철수 <법륜 스님>
"정치는 NO, 조언은 OK"

이번 대선에서 재밌는 점은 진보와 보수의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사실이다. 특히 박근혜, 문재인 후보의 멘토들이 원래는 모두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멘토였다는 점이 무척 흥미롭다.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 것은 보수와 진보진영 양측이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해 좌우경계를 넘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안 후보에게도 왠지 어색한 멘토가 있다. 바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다. 이 전 부총리는 안 후보의 대선출마기자회견장에 깜짝 등장하며 안 후보의 경제멘토로 떠올랐다. 하지만 진보 경제학계는 당장 이 전 부총리를 향해 '관치금융의 화신' '모피아의 대부' '신자유주의 신봉자'라는 등의 비판을 소나기처럼 쏟아냈다.

결국 안 후보는 최근 이 전 부총리와 거리두기에 나선 모양새다. 안 후보와 이 전 부총리의 조합은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묻지마 영입'의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로 남게 됐다.

한편 안 후보의 또 다른 멘토로는 법륜스님이 있다. 다만 그는 다른 후보들의 멘토들과는 달리 이번 대선에서 안 후보를 직접 돕지는 않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종교계 인사인 만큼 정치와는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이다. 법륜스님 역시 청춘콘서트를 통해 안 후보와 인연을 맺었다. 법륜 스님은 몇 년 전 불교계 내 설문조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현존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그가 이끄는 정토회는 규모가 작지만 조계종보다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지녔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그의 사회활동 영역은 평화, 환경, 민족문제, 국제구호 등 여느 거대 조직도 담당하기 힘들 만큼 광범위하다. 그가 낸 다양한 책들은 100만부가 넘게 팔렸고, 매일같이 열리는 강연은 대성황이다.

법륜스님은 지난 1980년 신군부가 일으킨 '10·27 법난'의 부당성을 불교계에서 최초로 지적하다 구속되기도 했고 1983년에는 대학생불교연합회의 지도법사를 맡아 본격적인 사회민주화 운동에 합류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법륜스님은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싸우고 비판하는 방식의 운동은 모든 것을 감싸안는 불교수행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시작한 비폭력주의 사회운동은 각각 오늘날 에코붓다, 한국JTS, 좋은벗들과 평화재단, 그리고 정토회로 이어졌다.

전혀 약점이 없어 보이는 법륜스님이지만 보수진영에서는 그의 개인사와 얽힌 시국사건을 거론하며 그의 성향을 의심하고 있다. 법륜스님의 셋째형 최석진씨는 1979년 남민전 사건 관련자다. 남민전 사건은 1979년 11월 발생한 대표적인 공안사건이다. 최씨는 현재 무소유 공동체 '푸른 누리'를 운영하고 있다.

또 법륜스님이 조계종이 정한 승려가 되는 절차를 밟지 않아 승적(僧籍)을 갖고 있지 않는 것도 보수진영의 공격대상이다. 이처럼 안 후보의 멘토로 거론되면서 법륜스님이 겪은 마음고생은 수도 없이 많다.

법륜스님의 한 측근은 안 후보와 법륜스님의 관계에 대해 "서로 아끼는 사이에서 조언을 주고받는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은 워낙 언론들이 말이 많아서 거리를 두고 있지만 언제든지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기본적 신뢰가 있는 사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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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