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쇄성폭행범 범행 분석<3인3색>

방방곡곡에서 ‘멍멍’ 발바리 전성시대

여성들만을 노린 흉악범들의 범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날마다 터져 나오는 흉흉한 뉴스에 여성들의 귀가시간마저 빨라졌다. 이런 가운데 일명 ‘발바리’라고 불리는 연쇄성폭행범들까지 잇따라 검거돼 밤길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강호순이 잡힌 이후 검거된 발바리만 해도 3명. 한 명은 충청도를 무대로, 나머지 두 명은 서울의 각각 다른 영역을 무대로 몹쓸 행각을 벌여온 것으로 드러났다. 1996년 원조발바리 검거 이후 전국 각지에서 검거된 발바리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수년 동안 보일러공을 가장해 성폭행을 벌인 ‘보일러 발바리’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해 두려움에 떠는 여성들이 적지 않다.

강호순 등장 이후 흉악범들이 연일 덜미를 잡히고 있다. 이들 역시 강호순과 마찬가지로 여성들만을 노리고 범행을 저질렀다. 목적은 성폭행.
이들은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유사한 범행방식과 패턴으로 성폭행을 저질렀다. 각각의 범인들에게 희생당한 이들 역시 비슷한 특징을 가진 여성들이었다. 최근 한 달 사이 적발된 발바리는 모두 3명. 두 명은 서울에서, 한 명은 충청도에서 연쇄성폭행을 저질렀다.

이들 중 한 명은 이른바 ‘동북부 발바리’라고 불리는 김모(27)씨. 김씨는 서울 중랑구, 광진구 일대에서 부녀자들만을 노리고 무려 5년 동안 범행을 이어가다 덜미를 잡혔다.
김씨가 처음 성폭행을 저지른 것은 2003년 11월. 당시 김씨는 여성 혼자 사는 집을 골라 몰래 침입해 성폭행을 하고 돈을 빼앗아 달아났다. 첫 범행에 성공한 김씨는 그후 반복해 성폭행과 강도짓을 이어나갔다. 5년간 그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은 모두 9명. 모두 20~30대의 젊은 독신녀들이었다.

지난해 4월10일 오전 4시20분경에는 중랑구 면목동에서 혼자 살고 있는 A(24)씨의 집 화장실 창문을 뜯고 몰래 침입했다. 김씨는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위협한 뒤 현금과 수표 등 110만원을 빼앗고 2차례에 걸쳐 강간했다.

같은 날 발바리 두 명 검거
20~30대 독신녀만 노려

또 지난해 11월25일 오전 4시40분경에는 중랑구 면목동 다세대주택 2층 베란다의 열린 문을 통해 B(25)씨의 집에 침입해 B씨를 때리고 성폭행한 뒤 현금 8만원을 빼앗았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는 서울 동북부 지역에서만 9명의 여성들에게 몹쓸 짓을 벌이고 170여만원의 금품도 갈취했다.

김씨가 5년 동안 경찰에 잡히지 않은 것은 피해자들이 알아볼 수 없도록 마스크를 쓰고 범행을 해 얼굴이 노출되지 않은데다가 지문을 남기지 않기 위해 장갑을 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경찰은 중랑구와 광진구에서 성폭행 피해자들의 신고가 집중된 점에 주목해 동일범의 소행일 것으로 추측했다. 그리고 이 일대에 살고 있는 7000여명의 남성을 상대로 6개월간 수사를 벌였다.

강호순 사건 이후 연쇄성폭행 저지른 발바리 3명 검거
서울과 충청도 지역에서 수년 동안 강간하고 금품 갈취
치밀하게 계획하고 증거 남기지 않아 검거망 피하며 반복 범행
수년간 서울 강북지역에서 9명 성폭행 ‘보일러발바리’행방 묘연


또 이들 7000명 중 중랑구 지역에 거주하는 300명의 남성을 다시 추렸다. 범인이 중랑구에 거주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던 것. 이 가운데 피해자들이 말하는 범인의 인상착의와 연령대가 일치하는 30명을 다시 추린 뒤 이들에 대해 잠복수사를 펼쳤다.
김씨가 잡힌 것은 담배꽁초 하나가 화근이 됐다. 경찰은 뒤쫓던 30명의 용의자들이 흘린 물건 중 DNA조사로 감식할 수 있는 물건들을 수거했는데 김씨가 PC방에서 피우고 버린 담배꽁초에서 나온 DNA가 피해자 여성에서 발견된 정액의 DNA와 일치했던 것.

경찰은 이에 따라 지난달 17일 새벽 중랑구의 한 PC방에서 김씨를 검거했다. 범행을 자백한 김씨는 “유흥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난 5년 동안 서울 동북부 지역의 여성들을 두렵게 만들었던 발바리 김씨는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게 됐다.
또 다른 서울지역 발바리는 관악구 일대를 중심으로 젊은 여성들을 노려 성폭행행각을 저지른 ‘관악구 발바리’ 최모(28)씨다. 최씨는 김씨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더 많은 여성들을 성폭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 8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7년 동안 12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것.

최씨 역시 혼자 사는 20~ 30대 여성들을 노려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9월27일 오전4시20분경에는 관악구 신림동에 사는 김모(25)씨의 집 부엌 창문을 뜯고 들어가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하고 현금 2만5000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최씨가 노린 집들은 주로 경비가 허술한 다세대 주택들. 상대적으로 보안이 잘 갖춰진 신축원룸이나 아파트보다는 오래된 연립 등의 주택들 중 범행대상을 고른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그는 12명을 성폭행하고 130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빼앗은 것으로 드러났다.

수년에 걸쳐 검거망을 피해 온 최씨는 지난해 8월 범행 현장에서 훔친 승용차 열쇠를 흘려 덜미를 잡혔다. 수배를 받던 최씨는 도피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를 만났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조사에서 최씨는 “술을 마시고 성욕을 이기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발바리는 충청도 등 지방을 무대로 연달아 성폭행을 저지른 김모(53)씨. 앞선 두 명의 서울 발바리들과 달리 김씨는 타깃을 다방여종업원으로 삼았다. 가정집에 몰래 침입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는데다 단둘이 있는 장소로 유인하기 쉬웠던 탓이다.

다방종업원만 골라 성폭행
두 달간 18명 유인해 범행

김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두 달 동안 무려 18명의 여성을 유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강호순과 마찬가지로 3000CC급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재력을 과시해 여성들을 유혹했다.
그는 대전·충남·충북·경북 등에서 다방종업원들을 여관이나 인적이 드문 곳으로 데려간 뒤 수면제를 먹여 실신시킨 상태에서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이런 방식으로 김씨는 3~4일에 한 번씩 여성들을 꾀어 강도와 강간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짧은 시간 동안 많은 여성들을 상대로 성폭행을 한 김씨가 덜미를 잡힌 것은 1월27일. 이날 김씨는 충남 연기군의 한 다방에서 종업원의 금품을 훔치다 발각됐다. 김씨는 합의를 보기 위해 피해자와 함께 경찰서로 갔다.
단순절도혐의로 붙잡혀온 김씨를 본 경찰은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을 발견했다. 전날인 26일, 충남 홍성군에서 발생한 성폭행미수사건의 범인과 생김새와 차량 등이 비슷했던 것.

1월26일 다방 종업원 최모(38)씨는 한 남성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가 자신이 남성인 것을 안 범인이 성폭행을 포기하고 현금 50만원을 빼앗아가는 피해를 당했다. 당시 최씨는 야산에 버려져 저체온증으로 입원치료까지 받았다.
그런데 김씨가 경찰서에 온 27일, 경찰이 성폭행미수범의 생김새와 김씨가 유사하다는 것을 발견했고 휴대전화 발신지 조회와 국도의 CCTV를 분석해 그가 범인이란 것을 밝혀냈다.

김씨의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달 23일 실종됐던 충남 당진의 한 다방 종업원 김모(48)씨와 함께 나갔던 남성이 김씨인 것으로 밝혀진 것. 경찰은 김씨의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통해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한편 같은 경로에 있는 CCTV 녹화 내용을 분석해 김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그를 추궁해 범행을 자백 받았고 김씨의 시신을 찾았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1시쯤 여종업원 김씨에게 접근해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 유혹해 자신의 그랜저XG 승용차에 태웠다. 그 뒤 충북 청주의 술집으로 데려가 약을 탄 술을 먹였고 차 안에서 성폭행한 뒤 괴산군 청천면 야산에 버려 숨지게 했다.


경찰은 김씨의 차 안에서 여종업원 김씨를 성폭행하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은 휴대전화와 알약 등을 찾아냈다. 자신의 범행이 속속 드러나자 김씨는 그동안의 범행행각을 자백했고 18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른 것이 밝혀졌다.
이처럼 잇따라 연쇄성폭행범들의 행각이 드러나면서 더욱 궁금해지는 것은 수년 동안 서울강북 일대에서 9명의 여성을 성폭행한 ‘보일러 발바리’다. 범인은 보일러수리공이나 택배직원을 가장해 여성들을 안심시키고 문을 열게 한 뒤 성폭행을 저질렀다.

처음 범인에게 피해를 당한 여성은 광진구 군자동에 사는 20대 여성으로 2005년 5월31일 변을 당했다. 이 여성은 범인이 누르는 초인종 소리를 친구로 착각해 문을 열어줬다가 봉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후에도 마포구 창전동과 서교동에서 4건, 광진구에서 1건, 동대문, 동작구, 종로구에서 각각 1건 등 모두 9건의 성폭행 피해가 신고 됐고 사건 현장에서 확보한 용의자의 DNA가 모두 동일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취 감춘 보일러발바리
불안감 커지는 여성들


현재 경찰은 사건이 자주 발생한 마포경찰서 내에 전담반을 편성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이 공통적으로 밝힌 용의자의 특징은 180cm 정도의 큰 키에 20대 후반 남성이라는 것.
그러나 범인이 흘린 증거나 단서가 적어 수사는 난항에 빠졌다. 이로 인해 인근에 사는 여성들은 두려움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신도 발바리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밤길을 재촉하는 여성들도 부지기수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정모(29·여)씨는 “잊혀질 만하면 들리는 성폭행범들의 검거소식에 불안감이 가실 날이 없다”며 “범인들은 수년 동안 성폭행을 저지른 후에야 검거가 되니 결국 여성 자신의 몸은 자신이 지킬 수밖에 없는 것이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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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