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조 폰지사기’ 돈세탁에 감긴 시장님 추적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11.25 12:41:06
  • 호수 15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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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갤러리서 그림 산 돈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가짜 가상자산 예치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 1만671명으로부터 5062억원을 가로챈 일당이 검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금융관계법령에 따른 인·허가를 받거나 등록·신고를 하지 않은 채 원금 보전을 약속하면서 투자를 유도했다. 특히, 수익금을 세탁하기 위해 현직 광역시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서 수억원대 미술품을 구매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수천억원대 가상화폐 폰지사기(불법다단계·유사수신) 의혹을 받는 ‘와콘’ 변영오 대표 등 2명과 국장·지사장·센터장급 간부 40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지난달 29일 밝혔다. 이들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사기),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다. 변 대표 등 구속된 2명은 지난 7월23일, 그 외 직원들은 지난달 23일 검찰에 넘겨졌다.

피눈물로

앞서 일당은 본사와 지사, 센터 등 전국에 있는 사무실서 사업설명회를 열고 “가상자산을 예치하면 해외카지노 사업 등에 투자해 수익을 창출, 40일의 약정 기간이 지난 뒤 원금을 그대로 돌려주고 20% 상당의 이자를 지급해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상위 업체 SAK-3(싹쓰리)의 김대천 회장이 소개한 해외카지노 정킷 사업에 일부 투자할 뿐 피해자들에게 설명한 수익사업 활동은 거의 하지 않았다. 이는 전형적인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으로 볼 수 있다. 

피해금 대부분은 일당의 수당과 돈세탁 용도의 미술품, 요트, 토지 구입, 정치인 로비를 위한 상품권 구입 등에 사용됐으며 기존 투자자들에게 지급할 수당과 소개비는 신규 투자자들의 투자금으로 충당했다. 또 실제 예치 사이트인 것처럼 꾸민 가짜 사이트를 만들어 투자자들을 안심시켰다.


투자금이 안전하게 예치되고 약정 이자도 정상적으로 지급되는 것처럼 보였던 해당 사이트는 단순 전산 담당이 입력한 숫자만 나타나게 설정된 것일 뿐, 실제 투자금과 가상자산은 모두 총책 김 회장의 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 피해자들은 김 회장이 모든 사건의 설계자라고 설명했다. 싹쓰리는 변 대표를 포함해 6명의 이사(지분자)를 뒀다. 김 회장 일당은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 운영을 통해 수익을 내서 지급하겠다고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나, 이들은 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 일로 인해 경찰의 수사를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김 회장의 돈세탁 역할을 맡은 변 대표는 지난해 11월 전국 지사를 돌며 투자자들에게 “지난해 6월부터 출금이 막힌 이유로 싹쓰리에게 사기를 당해 돈을 못 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싹쓰리 일당을 고소했고, 투자한 원금과 그 업체의 재산을 다 파악한 상태라고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카카오톡 대화 기록을 살펴보면, 김 회장이 변 대표에게 ‘H 화랑에 총 7억3700만4000원을 송금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회장은 2022년 5월31일, 7월16일, 9월1일 3차례에 걸쳐 모 광역시 소재 H 화랑에 각각 3억1220만4000원, 1억5680만원, 2억6800만원을 송금하라고 했다. 이에 변 대표는 즉각 이체확인증을 보내며 답장했다. 

취재 결과, H 화랑은 소재지인 모 광역시장의 아내가 운영하는 갤러리로 확인됐다. 실제로 김 회장 측은 H 화랑서 광역시장과 나란히 찍은 사진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은 시에 수억원을 기부하며 광역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그의 장인 권모씨도 해운회사를 운영하며 지자체장을 후원했다고 알려졌다.

다단계 폰지사기 혐의 와콘 변영오 일당 송치
상위 업체 ‘SAK-3’ 김대천 회장 기막힌 작전

또 다른 대화 메시지에는 김 회장이 변 대표에게 ‘상품권을 구입해야 한다’며 2022년 10월7일, 11월8일과 지난해 2월6일 각각 3억5000만원, 2억8830만원, 1억9200만원을 입금하라고 했다. 제보자에 따르면, 김 회장은 해당 상품권을 H 화랑 대표의 남편인 광역시장에게 전했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김 회장이 구매한 약 10억원에 달하는 호화 요트도 발견돼 피해자들의 분노를 키웠다. 

싹쓰리와 와콘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본 한 남성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광주시에 거주한 A씨는 지난해 11월28일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매체가 입수한 A씨의 유서에는 김 회장에 대한 원망이 담겼다.

A씨의 유서 마지막에는 “김 회장, 김주현, 강주연은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피해자 구제를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A씨 유서에 언급된 김주현은 직업 군인 출신으로 직접 투자 설명회를 갖고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이더리움을 김 회장에게 전달하는 최종 모집책의 역할을 했다. 김씨와 내연관계인 강주영은 자금관리를 맡았다.

경찰에 따르면 피해자의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 여성이다. 경찰은 투자자 1명 소개 시 그 투자액의 10%를 소개비로 지급하는 수법이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있다. 1인당 최대 피해금액은 92억원에 달했다. 와콘은 변 대표와 함께 구속된 공범이 기존에 갖고 있던 유사수신 조직을 활용해 투자자들을 늘려나갔다.

비전문가들은 알기 어려운 가상자산 투자라는 점도 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지난 3월부터 전국 경찰서에 접수된 사건 490건을 병합해 수사에 착수했다. 변 대표가 설립·운영한 서울 본사와 전국 지사 및 일당의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고, 피의자 42명을 포함해 프로그램 개발자·직원 등 관련자 50여명을 조사했다.

압수수색 과정서 수천만원 상당의 명품시계 등을 압수했고, 추가 자금 추적 등을 통해 전체 101억원 상당의 범죄수익에 대해 기소 전 몰수·추징 보전 결정을 받았다.

회원 수만 약 1만2000명으로 추정되는 와콘은 IT회사를 표방했지만, 뚜렷한 수익구조 없이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선순위 투자자에게 고배당을 지급한 다단계 폰지사기 의혹을 받는다. 전국 곳곳에 지사를 두고 금융당국에 등록하지 않은 채 티핑·메인이더넷 사업 등으로 가상화폐 스테이킹 상품을 운용했다. 

투자자 모집 과정서 지인 소개비로 무제한 레퍼럴(거래 수수료) 수익을 두고 직급에 따라 고배당을 지급하는 등 다단계 방식을 취했다.

광역시장 부인 화랑에 7억 이상 송금 
로비용 상품권 구입에 총 8억3030만원

경찰은 싹쓰리를 대상으로도 수사 중이다.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김 회장은 변 대표를 포함한 6명의 지분자를 두고 와콘과 같은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았다가, 지난해 2월부터 원금 및 이자 미반환 사태가 발생했다. 싹쓰리로 인한 피해 금액은 와콘서 돌려받지 못한 금액과 다른 지분자들에게서 거둬들인 투자금까지 포함해 1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와콘을 제외하고 다른 지분자들은 P2P(개인간 거래) 방식으로 개인 다단계를 운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와콘을 변호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남편 이종근 변호사가 농·수·축산물 거래를 가장한 폰지사기 혐의를 받는 시더스그룹 휴스템코리아 등의 변호도 맡아 눈길을 끌었다. 논란이 일자 최근 이 변호사는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스템코리아의 이상은 회장과 본부장 손모씨 등 4명은 지난 1월10일 구속 기소됐다. 또 휴스템코리아 법인 등 6명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이 변호사가 검사 시절 수사 지시한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 관계자를 퇴임 후 변호한 사안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지난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전 검사장의 변호사법 위반 의혹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부장검사 유민종)에 배당했다.

앞서 법조윤리협의회는 지난 8일 제131차 위원전원회의를 열고 지난해 하반기 공직 퇴임 및 특정 변호사에 대한 수임 자료 검토 결과 이 변호사를 포함해 총 4명에 대해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 2021년 대검 형사부장 시절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 관계자 중 한 명을 퇴직 후 변호한 것으로 전해졌고, 법조윤리회는 수입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브이글로벌 코인 사기 사건은 코인업체 브이글로벌이 발행한 코인 ‘브이캐시’에 투자하면 300%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 5만여명에게 2조8000억원을 가로챈 사건이다. 이 변호사는 이 과정서 주요 피의자인 브이글로벌 관계사 대표 김모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곽모씨에 대한 변호를 수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이 변호사는 1조원대 피해를 낸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의 휴스템코리아 법인과 대표 이모씨, 4400억원대 유사 수신업체 아도인터내셔널의 관계자 변호도 맡았지만 박 의원이 출마한 지난 총선 과정서 전관예우, 고액 수임료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로비 시도?

국민의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 휴스템코리아 사기 사건 관련 이 변호사를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로 대검에 고발했고, 중앙지검은 이를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해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 변호사는 인천지검 2차장검사, 서울남부지검 2차장검사, 대검찰청 형사부장, 서울서부지검장 등을 지냈고, 2016년 불법 다단계 수사를 전문으로 하는 유사 수신·다단계 분야서 블랙벨트(공인전문검사 1급)를 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법무부 정책보좌관으로 가상화폐 태스크포스 실무 총괄을 맡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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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