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삼의 맛있는 정치> 타지 않는 탄핵 촛불, 왜?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정치 탄압?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시국선언은 국·공립, 사립대학을 막론하고 전국 각지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이른바 ‘보수의 심장’이라는 대구와 부산도 예외가 아니며 이런 시국선언은 전국 각계각층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시국선언은 당면한 시대 상황이 정치나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있다고 판단될 때 교수 등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우려를 표명하고 해결책을 촉구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역사의 고비마다 큰 구실을 해왔다.

4·19 혁명 당시 이승만정권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분출할 때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대통령이 권좌서 물러나는 계기가 됐으며, 박정희-전두환정권 시절엔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적인 힘을 결집하고 독재 정권에 맞서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이렇게 지성인들의 시국선언이 주목받는 이유는 아직은 우리 사회의 건강성이 살아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척도로서 파급력이 크다는 것을 대한민국 정치사가 여실히 증명해 왔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는 시국선언의 주요 내용은 주로 국정 실패와 그에 따른 탄핵 요구 및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수용 등 현 정부 실정에 대한 강력한 비판으로 요약된다.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민심 앞에 향후 윤 대통령 또는 대통령실의 대응 방안에 따라 교수 또는 전문직들의 시국선언 향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비선 실세’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씨의 국정 농단 사건 때처럼 일반 국민의 촛불은 쉽게 타오르지 않고 있다. 지난달 한국갤럽이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이 ‘국정 농단’ 국면의 박 전 대통령보다 낮게 나왔지만, 국민의 탄핵 촛불에 쉽게 불이 붙지 않는다.


왜 그런 것일까? 우리는 지난 2022년 대선을 되돌아봐야 한다. ‘차선과 차악’ ‘양비론’이 유권자들을 ‘선택의 혼란’으로 몰고 간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여·야 대선후보들의 당시 리스크에 주목해야 한다. 과연 이런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것일까 했을 정도로 정치사에 또 하나의 흔적으로 남은 지난 대선이었다.

당시 이 대표는 ‘대장동 의혹’으로 허우적거리고 장남 관련 불법 도박 논란과 성매매 의혹 등 폭로 리스크도 감수해야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뒤지지 않았다. ‘고발 사주’ 논란에다 김 여사의 이력과 주가조작 등이 문제로 불거졌었다.

대통령 퇴진 촉구 시국선언 잇달아
‘보수의 심장’ 대구·부산으로 확대

‘차선은 최선의 적’이라는 말이 있다. 방법과 과정을 문제 삼지 않는다면 굳이 최선까지는 필요 없다는 결과주의자들의 주장을 궤변이라고 설명한다. ‘차선’이 ‘최선 중의 하나’는 절대 아니라는 걸 증명한다. 차선이 세 번째, 네 번째 선으로 이어진다면 차악과 다를 바 없으며, 종국에는 최악으로 수렴될 수밖에 없다.

지난 대선도 ‘누가 덜 나쁜가?’의 선택은 아니었지만, 국민은 ‘차선 또는 차악’의 프레임에 갇혀있었다. ‘누가 덜 나쁜가?’와 ‘누가 더 좋은가?’의 경쟁은 백지 한 장 차이다. 당시 이 대표는 8번, 윤석열 대통령은 5번. 양 후보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인 횟수다. 국민은 여기서 최선을 찾은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에도, 박 전 대통령 탄핵 즈음보다 더 낮은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에도 국민의 촛불이 쉽게 타오르지 않는 건 윤 대통령도 싫지만, 딱히 이 대표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해야 한다. 이런 와중에 세상은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서로 ‘누가 덜 나쁜 놈이냐?’를 두고 싸우는 사이에 멍들어 가고 있다.

특히, 이 대표는 수많은 사법 리스크를 짊어진 채 제1당의 수장으로서 국민의 정치 정서를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사법 리스크 모두는 정치 탄압이다. 이 대표는 현재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선거법 혐의 재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다면 의원직을 잃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5년 동안 피선거권마저 제한된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후보로 내세웠던 지난 대선의 선거비용으로 보전받은 434억원도 토해내야 한다. 그는 대선 패배자로, 당 대표로 자신의 지위가 변할 때마다 다른 사람이 됐다. 특히 자기 정체성이었던 기본소득을 포기한 뒤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선거제를 약속한 뒤 그걸 뒤집고, 뒤집은 걸 다시 뒤집기도 했다.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하고는 포기를 포기했다가 변심을 지지하지 않은 동료 의원을 공천 과정에서 컷오프시키며 보복했다. 전당대회 연설서 ‘당 대표 경쟁 후보가 공천을 걱정하지 않는 당’을 만들겠다고 다짐하고는 ‘공천 때 복수하는 당’으로 만들었다.

차치하고 윤 대통령과 현 정부의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는 데서 보듯이 국민적 실망과 공분은 이미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이다. 탄핵을 외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잇따르고 있는 작금의 현실서 “국민이 윤 대통령을 탄핵해야 해”라고, 먼저 정치권 등을 떠밀어야 하는데 아직 국민은 윤석열정권에 대한 비판은 높고 실망감은 크지만, 탄핵까지 가는 것에 대해서는 주저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는 지난 대선서 조금 덜 나쁜 자를 대통령으로 뽑았기 때문이다. 불붙지 않는 탄핵 촛불,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 과연 정치 탄압일까?


김명삼 대기자
<hntn11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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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