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명태균에 맞선 강혜경

김 여사 공천 개입 풀어낼 핵심 키맨

[일요시사 취재1팀] 최윤성 기자 =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보좌관을 지냈던 강혜경씨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작심 증언을 쏟아내면서 화제로 떠올랐다. 강씨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명태균씨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을 폭로한 핵심 제보자다. 최근 검찰 조사를 마친 강씨가 드러나지 않은 진실을 추후 밝혀낼 수 있을까?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의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가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이목을 끌었다. 강씨는 명씨가 운영했던 언론사 <시사경남>의 편집국장 출신이자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사무실서 회계 책임을 담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명씨의 여론조사 실무도 맡았던 최측근이었으나 최근에는 핵심 제보자가 됐다. 

의혹 폭로
작심 증언

강씨는 이날 법사위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참석해 국민의힘 책임당원이라고 밝히며 “김 전 의원이나 명태균 대표, 이분들은 절대 정치에 발을 디디면 안 될 것 같고 하는 말마다 거짓말이어서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여사 공천 개입 의혹 관련 핵심 인물이 국회에 직접 나와 증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지난 대선 과정서 명씨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대가로 김 전 의원이 2022년 6월 재보궐선거(이하 재보선) 공천을 받았고, 공천 과정에 김 여사가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우선 강씨는 김 여사가 대선 여론조사 조작 의혹에 개입했던 정황을 공개했다. 실제로 그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월23일 김 전 의원과의 통화에서 강씨는 “대통령선거할 때 우리가 자체조사를 많이 했다”며 김 여사에게 (명태균)본부장이 돈을 받아오겠다며 자신에게 (여론조사 비용)청구서를 만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강씨는 명씨가 서울로 상경해 여론조사 비용 대신 김 전 의원의 재보선 공천을 받아왔고, 김 여사가 배후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김 여사와 명씨 사이에 무속으로 형성된 공감대가 있었다는 취지의 증언도 내놨다. 명씨와 김 여사가 첫 만남 이후 가까워진 계기를 아느냐고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성윤 의원 질문에 강씨는 “(김 여사가)명태균 대표를 봤을 때 조상 공덕으로 태어난 자손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첫 대면을 했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이 의원이 “명씨가 김 여사 친분을 자랑하면서 ‘장님 무사’ ‘앉은뱅이 주술사’ 등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묻자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통령 같은 경우는 장님이지만 칼을 잘 휘두르기 때문에 장님 무사라고 했고,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 되는 주술사라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서 주술을 부리라는 의미로 명씨가 김 여사에게 얘기한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명씨가 김 여사와 영적으로 대화를 많이 한다고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김 여사의 ‘오빠’가 윤 대통령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강씨는 이날 2022년 재보선 당시 김 여사가 “오빠한테 전화 왔죠. 잘될 거예요”라고 명씨와 통화한 음성 녹음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언급한 오빠가 “윤 대통령을 지칭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실무 최측근서 제보자로 돌아서
“여론조사 비용 대신 공천 받아”

강씨는 김 여사가 김 전 의원을 시켜 명씨의 생계를 챙겼다고 말했다. 그는 “김 여사가 명씨의 자녀를 챙겨야 된다”며 “생계유지를 해줘야 한다고 했기 때문에 김 전 의원이 세비로 도와줬다”고 설명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이 세비를 받으면 자신의 계좌를 통해서 현금을 만들어 명씨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지급됐고, 해당 비용은 9600만원에 달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강씨가 들은 건 모두 명씨의 전언뿐”이라며 강씨와 명씨의 증언 신빙성이 낮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명씨의 생계를 챙기라는 지시 내용은 김 여사의 육성을 직접 들은 것이냐” 혹은 “명씨로부터 전해 들은 것이냐”고 묻자 “명씨로부터 전해 들었다”고 강씨는 답했다. 

주 의원이 “대통령의 육성을 들은 것은 아니지 않나”라고 묻자 “그렇다”고 답변했다. 같은 당 곽규택 의원도 “명씨의 진술 외에 (강씨의 주장에 대한)다른 객관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씨는 같은 날 자신의 법률대리인을 통해 명씨와 관련된 여야 정치인 27명을 지목하고 법사위에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 명단을 제출했다. 앞서 명씨는 언론 인터뷰서 자신과 거래한 유력 정치인이 국회의원 25명을 포함해 30명 이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강씨도 국정감사에서 ‘명씨와 거래했다는 후보자 또는 의원 25명을 알고 있느냐’는 질의에 “명단을 제출하겠다”고 답했고, 이 명단을 이날 공개한 것이다. 이후 명단이 공개되면서 정치권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당사자들 대부분은 “명씨와 거래한 적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강씨 측도 “그 명단들이 전부 다 문제인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명단에는 여권 인사와 야권 인사 3명의 이름이 포함돼있었다. 이에 명씨는 지난 22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황당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명씨는 “그분들한테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고 저도 똑같은 입장”이라며 “얼굴도 본 적 없는 분들도 여러명이 들어가 있더라”라고 밝혔다. 김 여사와 영적 대화를 나눴다는 강씨의 주장을 두고도 “대통령 영부인 되실 분한테 ‘당신은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말을 해본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치열한 공방
정치권 술렁

민주당은 강씨를 당 차원서 보호하는 공익제보자 1호로 선정했다. 앞서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지난 4일 김건희 가족 비리 국정 농단 규명 심판본부와 함께 공익제보자 권익보호위원회 설치를 의결했다. 

강씨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노영희 변호사는 이날 “명씨가 어떤 기자분에게 전화로 ‘강혜경의 국감 발언에 대해 국민의힘이 위증죄로 고발하지 않으면 내가 공적 대화를 또 깔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며 “이것은 곧, 그동안 국민의힘서 문제가 돼왔던 여러 가지 고발 사주와 그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명씨는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의 주요 인물로 등장했다. 지난 22대 총선서 김 전 의원이 원래 지역구인 경남 창원·의창을 떠나 경남 김해갑 출마를 선언한 배경에 김 여사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 골자다. 

김 전 의원은 결과적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이 과정서 명씨가 김 여사에게 도와달라며 연락했고 김 여사는 ‘단수면 나도 좋다. 하지만 나는 힘이 없어 (김 전 의원이)경선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답하는 등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가 연락을 주고받았던 관계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커졌다. 

이후 윤 대통령 부부를 비롯해 오세훈·이준석·홍준표·김종인 등 여권 핵심 인사들과 명씨의 관계가 급부상했다.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 이력과 맞물리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최근 명씨가 지난 대선 경선 및 본선 당시 자체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도 조작이 이뤄졌다는 정황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강씨는 지난 6일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서 대선 직전인 2022년 초 명씨가 수십 차례 비공개 여론조사를 진행해 당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보고했다며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강씨에 따르면 명씨가 지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8일까지 여론 조사를 진행했다. 그는 “3000~5000개 샘플로 조사해 매일 윤 대통령 쪽에 보고한다고 명태균 대표가 저한테 전화했다”며 “(윤 대통령에게)보고해야 되니 빨리 보고서를 작성해서 올리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여론조사 직후인 같은 해 3월20일쯤 명씨가 ‘정산 내역서를 뽑아놓아라’고 지시한 후 내역서를 갖고 서울로 올라갔다. 명세서상 금액은 3억6000만원 정도”라며 “명씨가 (대통령 부부를)만나러 서울에 간다고 해 그때 그 서류를 봉투에 넣어서 드렸다”고 설명했다. 

이후 강씨는 명씨가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 대금 3억6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며, 직후 창원특례시 의창구 보궐선거에 투입됐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강씨는 “그 여론조사 비용 대가가 김영선의 공천”이라고 주장했다. 

숨겨진 뒷돈
공천은 미끼

반면 명씨는 지난 10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이 같은 강씨의 주장에 대해 전면 반박했다. 그는 “자체조사는 내가 필요해서 한 것이고, 비용 관련된 것은 내가 그분들한테 청구한 적도 없고 받을 생각도 없다”며 “식탁 위에 밥을 먹는 사람하고 식탁 밑에 강아지가 떨어지는 것만 보고 무엇을 알겠느냐”고 말했다. 

명씨의 반박에도 2022년 대선 당시 실시했던 여론조사 비용 일부를 같은 해 지방선거에 출마하려는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이 충당했다가 돌려받았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새로운 의혹이 추가됐다. 

<한겨레>와 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이 공개한 녹취 파일에는 명씨가 강씨에게 전화를 걸어 “지금부터 매일 선거일까지 여론조사를 돌린다”며 “돈은 모자라면 (미래한국연구소)소장에게 얘기해서 A와 B한테 받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각각 영남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와 광역의회 선거에 출마한 예비후보들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은 최종적으로 공천을 받지 못했다. 

명씨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는 과정서 김 전 의원이 대신 갚아준 정황도 드러났다. 총 1억2000만원 중 6000만원은 김 전 의원이 보전받은 선거 비용서 충당됐고, 나머지는 김 전 의원이 미래한국연구소에 공보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전달됐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명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서 당시 여론조사를 진행한 미래한국연구소는 자신과 무관하며, 예비후보들이 건넨 돈은 미래한국연구소 김모 소장이 차용증을 작성해 빌린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강씨가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를 위한 여론조사 비용을 다른 이들로부터 대신 납부받은 게 총 2억2700만원이라고 밝혔다. 기존에 밝혔던 1억2000만원보다 약 1억원 이상 추가된 셈이다.

주장에 객관적인 근거는 없어
“진실 꼭 밝혀주실 거라 믿어”

지난 24일 강씨는 민주당 노종면 의원실에 보낸 입장문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서 1억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도됐는데, 사실을 확인해 보니 총 2억2700만원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노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대선 전 약 3개월 동안 국민의힘 기초단체장 출마 예정자 A씨로부터 9차례에 걸쳐 총 1억4500만원, 국민의힘 광역의회 출마 예정자 B씨로부터는 4차례에 걸쳐 총 8200만원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는 두 사람으로부터 받은 2억2700만원의 돈을 PNR 리서치를 통한 공표 여론조사와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표 조사 비용으로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돈의 성격에 대해선 “출마 예정자 본인의 여론조사 등 선거마케팅 비용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해당 비용은 별도로 계좌이체를 통해 받았고 2억2700만원은 현금이었다”고 부연했다. 

실제 20대 대선 직전 3개월 동안 PNR 리서치를 통해 회당 440만원씩 약 30회의 공표 여론조사가 실시됐고, 미래한국연구소를 통해서도 약 10회에 걸쳐 원가 기준 7000만원 상당의 비공표 여론조사가 이뤄졌다. 미래한국연구소 비공표 조사 중에는 표본이 3000~6000명에 이르는 대규모 면밀조사 9회가 포함된다. 

강씨는 지난 23일 김 전 의원과 명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약 11시간30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뒤 귀가했다. 이날 그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검에 변호인과 출석하면서 취재진에게 “조사를 성실히 받겠다”며 “대한민국 검사님들 저는 믿고 있기 때문에 진실 꼭 밝혀주실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이후 조사를 마치고 나온 강씨는 “아주 기본적인 조사만 했고 녹음 파일에 대한 조사는 시작도 안 됐다”며 “(조사할)내용이 너무 많아 몇 차례 더 와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단계까지는 아니다”라며 “내용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강씨를 상대로 한 다섯 번째 소환이자 검찰이 지난 17일 대검과 부산지검 소속 검사 1명씩을 보강한 이후 사건 관련자들을 처음 소환한 일정이었다. 검찰은 의혹 제기 당사자인 강씨를 추후 추가 소환한 뒤 여러 의혹의 핵심 인물인 명씨와 김 전 의원을 불러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춰진 내막
밝혀질 진실

다만 그동안 제기된 의혹이 여러 가지인 데다 강씨를 상대로 조사할 내용도 많아 명씨 등을 소환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달 강씨와 명씨, 김 전 의원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검찰은 그동안 관련 증거들을 분석하는 한편 추가 압수수색을 통해 보강 자료를 수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yuncastle@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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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