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형사들이 본 인천세관 외압 의혹

경찰 VS 세관 개입 진실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영등포서 세관 외압 의혹에 대한 주목도가 가라앉고 있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정치적 사건이 연달아 터진 이유로 풀이된다. 경찰 윗선과 용산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1년이 넘었으나 직접적인 증거는 드러나지 않은 게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경찰 안팎에서는 답답함을 표하는 동시에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10월 말레이시아서 마약을 들여온 마약 밀수입 조직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 내부에서는 역대급 수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마약 조직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세관 직원들을 추적하면서 분위기는 달라졌다. 이례적 압력과 좌천 등 수사를 담당했던 경찰 관계자들은 1년간 자괴감에 빠져 살았다.

역대급 수사

경찰이 압수한 마약은 90만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834억원에 달했다. 실제 경찰서 브리핑장에는 마약 조직이 밀수했다가 적발된 증거품들이 깔렸다. 지금까지 국내에 유통한 전체 마약 규모는 파악된 것만 74kg으로 경찰이 수사한 밀반입 규모로는 역대급이다.

이들은 몸에 마약을 부착하는 ‘인편’으로 밀수를 하거나 나무 도마에 마약을 숨겨 화물편으로 들여오는 방식을 이용했다. 경찰은 일당을 중국과 한국,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둔 거대 국제 마약 조직으로 파악했다. 얼마 뒤 한 언론은 최초 경찰 브리핑서 중요한 내용이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마약 밀수를 도와 수사 선상에 올랐다는 게 핵심이었다.


경찰은 수사 과정서 “세관 직원들이 입국을 도와줬다”는 말레이시아 마약 운반책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운반책들은 해외 총책이 자신들을 국내로 보내면서 “미리 매수해 둔 세관 직원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안심시켰고, 세관 직원들의 사진까지 보여줬다고 진술했다.

백해룡 전 영등포서 형사과장(경정)은 세관 직원들도 연루됐고 추가 수사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브리핑에 넣으려고 했으나, 상부서 보도자료 수정 및 언론 브리핑 연기를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이 주장하는 첫 번째 ‘수사외압’이다.

백 경정은 외압의 배후로 대통령실을 언급했다. 지난 8월20일 국회서 열린 청문회서 백 경정은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이 외압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이 포함된)브리핑을 진행할 수밖에 없는 사정을 설명하니까 (서장이)용산서 알고 있어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당시 영등포경찰서장은 “‘용산 개입설’은 사실무근이라며 뚜렷한 물증 없이 진술만 있는 상황서 외부로 브리핑하는 것을 지적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시가 800억 규모 마약 사건에 세관 직원 연루?
강도 높은 수사 1년 불구 물적 증거 못 찾아

백 경정은 자신의 직속상관이 아닌 다른 부서의 고위 간부에게서 외압성 전화를 받았다며 두 번째 수사외압 의혹도 제기했다. 당시 마약 수사에 대한 언론 브리핑 직전, 관세청 출신인 조병노 당시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이 백 경정에 전화를 걸어 브리핑 내용을 물어본 것이다.

백 경정은 세관 직원에 대한 언급을 빼기 위한 압박성 전화였다고 주장했다. 조 경무관은 세관의 업무 협조 요청에 따른 확인 절차였다고 해명했다.


관세청은 이례적으로 많은 분량의 보도자료를 내고 연루 의혹을 부인했다. 관세청은 “‘세관 직원이 도와줬다’는 거짓 정보는 마약 범죄자들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논란의 중심에는 피의자로 입건된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모두 마약 운반책들의 지목만으로 피의자 입건돼 수사를 받아왔다. 직원들은 “백 경정이 주장하는 ‘수사외압’이 있으려면 외압으로 수사가 없었어야 하는데, 지난 1년 동안 본인과 가족들까지 강압적인 수사를 받아왔다”고 말했다.

경찰은 운반책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A 주무관이 운반책들의 입국을 돕고 공항 밖 택시 정류소까지 배웅하기도 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런데 A 주무관은 당일 자신은 연가라 공항에 없었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세관 직원들은 운반책들의 진술에 논리적 오류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인천공항 2터미널에는 크게 2개의 세관 게이트가 있는데, 직원들은 어떤 비행기가 자신들의 게이트로 들어올지 미리 알 수 없다는 게 요지다. 마약 총책이 마약을 밀수하려고 작정했다면 양쪽 게이트 중에 운반책들이 어느 쪽으로 나갈지 알 수 없으니, 모든 세관 직원들과 탑승하는 항공사 직원까지 포섭해야 범죄가 가능한 구조라고 강조했다.

관할 경찰들 “백해룡 무리수 아니다”
관세청장 폰 세 번 바꿔…수상한 정황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영등포서 관계자들은 백 경정의 수사가 잘못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영등포서 한 관계자는 “마약 사건 연루 의혹을 부인하는 세관 직원들이 힘들어하고 억울해하는 측면이 있다. 우리의 수사가 잘못됐다기보다도 권한과 인연이 없는 고위 관계자의 연락이 왔다는 게 중요한 맥락”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백 경정과 10년 가까이 수사해 왔으나 거짓말을 할 사람이 아니다”며 “추가 수사를 지켜봐야 하지 않겠냐”고 했다.

영등포서 출신 한 경감은 “백 경정이 무리수를 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1년간 수사가 진행됐으나 물적 증거가 확보되지 않은 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조병노 경무관 등 흘러간 상황만 놓고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이나 경찰 간부들의 외압 의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와 영등포서의 수사로 판명 날 전망이다. 백 경정은 전 영등포경찰서장을 포함한 자신의 상부 보고 라인들을 공수처에 고발한 상황이다.

또 백 경정이 떠난 영등포서 형사과는 말레이시아 마약 밀수단의 국내 총책 등 남은 마약 조직을 여전히 추적 중이다. 총책을 검거하는 데 성공한다면 실제 세관 직원들과 ‘커넥션’이 있었는지, 운반책들의 진술 자체가 거짓이었는지 등 사실관계가 확인될 수 있다.

한편 백 경정은 최근 휴대전화를 3번이나 바꾼 고광효 관세청장에 대해 “용산 대통령실과 수도 없이 통화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고 밝혔다.


앞서 고 청장은 최근 세 차례나 휴대전화를 바꿨다. 지난해 10월15일을 시작으로 올해 7월17일과 21일 총 세 차례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이례적 좌천?

백 경정은 “첫 번째 바꿨을 때는 조병노 경무관과 제가 통화한 그다음 날”이라며 “제가 문제 삼을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바꾼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또 공수처 수사서 증거 수집으로 휴대전화를 압수당할까 봐 겁이 났을 것”이라며 “용산(대통령실)과 수도 없이 통화했을 것이라고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린다. 휴대전화 압수수색 안 당하려고 바꿨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미리 보는 지방선거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이 끝났다. 모두가 예상한 대로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갈렸다. 각 정당은 선거 결과에 따라 여당과 야당의 역할에 골몰할 것으로 보인다. 대형 선거를 치른 정치권은 숨 돌릴 새도 없이 다음 선거를 준비해야 한다. 지방 권력의 향방을 결정하는 지방선거가 채 1년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서 시작된 대선 정국이 마무리됐다. 2022년 5년 만에 정권교체를 당했던 진보 진영은 3년 만에 다시 여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보수 진영은 비상계엄과 탄핵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번 대선이 대통령 궐위로 치러진 보궐선거인 만큼 당선인은 인수·인계 기간 없이 바로 임기에 돌입했다. 또 한 번 정권교체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6개월, 헌법재판소가 대통령 탄핵안을 인용한 지 60일 만에 새 대통령이 선출됐다. 지난 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49.4%,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2%,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득표율을 기록했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 무소속 송진호 후보는 0.1%였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진행한 출구조사 결과와 차이를 보였지만 당락 자체는 바뀌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출구조사는 한국리서치·입소스·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서 본투표 당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국 325개 투표소의 투표자 8만146명을 대상으로 진행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0.8%포인트다. 지상파 3사 출구조사 결과는 이 대통령 51.7%, 김 후보 39.3%, 이 후보 7.7%였다. 출구조사와 비교해 이 대통령은 낮았고 김 후보와 이 후보는 더 득표했다. 이 대통령은 1728만7513표를 얻어 역대 대선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지만 과반 득표율에는 실패했다. 역대 대선에서 과반 득표율을 기록한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선관위가 지난 4일 오전 6시21분 이 후보를 대통령 당선인으로 공식 확정하면서 이 대통령의 5년 임기가 시작됐다. 임기 개시와 동시에 국군 통수권을 비롯한 대통령의 모든 고유 권한이 이 대통령에게 자동 이양됐다. 이 대통령의 임기는 2030년 6월3일까지다. 비상계엄부터 대통령 탄핵, 대선까지 숨 가쁜 6개월을 보낸 정치권은 대선 후폭풍에 직면했다. 문재인정부 이후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던 민주당은 3년 만에 여당으로 복귀했다. 민주당 단독으로만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하고 있고 범진보 진영(192석)으로 보면 200석에 육박하는 ‘거대 여권’의 등장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 이어 대선서도 패배하면서 존망의 갈림길에 섰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이 불거졌고 당권을 차지하기 위한 이전투구 양상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범진보 진영과 비교해 107석이라는 ‘초라한’ 국회 의석수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차지한 이재명정부를 견제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 3년 만에 정권 탈환 국민의힘, 총선 이어 또 졌다 대선 후폭풍이 걷히면 정치권은 또다시 ‘선거 모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내년 6월3일 지방선거가 예정돼있다. 채 1년이 남지 않은 것이다.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되지 않았다면 내년 지방선거는 윤석열정부 임기 중에 치러질 예정이었다. 윤정부서만 두 번의 지방선거가 열리는 셈이었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열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윤정부에 대한 평가이자 대선 전초전 격이었을 선거가 이재명정부의 첫 대형 선거가 된 것이다. 이미 여당이 행정과 입법을 완전히 장악한 상황서 지방 권력까지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렇게 되면 이재명정부는 역대 어느 정부와도 비교할 수 없는 이른바 ‘절대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가능성은 작지 않다. 대선 이후 몇 개월 만에 치러지는 선거서 여당이 진 적은 거의 없다. 바로 직전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게 대표적이다. 2022년 6월, 윤정부 출범 한 달 만에 열린 지방선거서 국민의힘은 17개 광역단체장 중 서울·인천 등 12곳에서 이겼다. 민주당은 경기·광주·전남·전북·제주 등 5곳에서만 승리했다. 기초단체장 선거도 국민의힘이 완승했다. 전국 226곳 중 145곳에서 이겼다. 서울에서는 25개 자치구 중 17곳에서 승리했다. 2018년 지방선거서 서초구를 제외한 24곳에서 민주당이 이겼던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 수준이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열린 재보궐선거서도 7곳 중 5곳을 차지했다. 당시 이 대통령이 출마한 인천 계양을과 제주을을 제외한 대구 수성을·경남 창원의창·경기 성남시 분당구갑·강원 원주갑·충남 보령·서천 등에 국민의힘 깃발이 꽂혔다. 지난 지방선거는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고 불릴 정도로 네거티브가 난무했던 20대 대선 직후에 열리면서 당시 투표율은 50%를 간신히 넘는 낮은 수준이었다.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낮은 수치였다. 새 정부 탄생과 거의 동시에 치러진 만큼 ‘허니문’ 성격이 강했던 점도 국민의힘 승리에 영향을 미쳤다. 민심이 새 정부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계엄·탄핵 보수 폭망 불과 3년 만에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대선 승리를 등에 업고 지방 권력까지 차지했던 국민의힘은 순식간에 야당으로 전락했고 민주당은 기세를 탄 상황이다. 이재명정부는 국정을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가기 위해서는 지방선거 승리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한 호흡으로 같이 나가려면 기울어진 지방 권력 구도를 돌려놔야 한다는 취지다. 내년 6월3일 열릴 지방선거는 대선 이후 1년 뒤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이전 허니문 선거와 비교해 기간이 긴 게 변수로 꼽힌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임기 초인 만큼 여당에 유리한 이슈가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을 두고 진행 중인 재판이 1년 내내 사회를 달굴 가능성이 크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부터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대통령직을 상실하면서 불소추특권도 사라졌기에 혐의가 더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 심리 때부터 비상계엄의 위헌·위법성에 대해 철저하게 부인해 왔다. 재판서도 같은 태도를 보여 1심 선고까지는 1년 넘게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취임사에서도 내란 종식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국회 본청 로텐더홀서 진행한 취임 선서에서 “국민이 맡긴 총칼로 국민주권을 빼앗는 내란은 이제 다시는 재발해선 안 된다. 철저한 진상 규명으로 합당한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책을 확고히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제 문제도 중요한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안팎으로 상황이 좋지 않다. 내수 시장은 ‘폭망’ 상태에 접어들었고 외부에선 관세 등으로 시장을 흔들고 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 이슈는 선거판을 늘 좌지우지했다. 텃밭 빼고 다 뒤집혀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먹사니즘’이라는 표현으로 먹고사는 문제, 즉 민생 회복을 첫손에 꼽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국가 재정 투입을 예고했다. 취임 선서에서도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돌리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이재명정부는 실용적 시장주의 정부가 될 것이다. 통제하고 관리하는 정부가 아니라 지원하고 격려하는 정부가 되겠다”며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규제는 네거티브 중심으로 변경하겠다. 기업인이 자유롭게 창업하고 성장하며 세계시장서 경쟁할 수 있도록 든든하게 뒷받침하겠다”고 구상을 밝혔다. 이 같은 발언은 비상계엄 사태 극복과 경제 회복을 전면에 내세워 민심을 다잡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야당이 된 국민의힘 등 보수 진영은 ‘견제론’을 들고나올 가능성이 크다. 의회 권력과 행정부를 장악한 이재명정부를 지방 권력으로 견제하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총선은 2028년, 이 대통령의 임기 중반 이후에나 치러진다. ‘거대 야권’ 국면이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지속된다는 뜻이다. 그사이 판을 흔들만한 대형 선거가 없기에 보수 진영으로선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특히 총선이 지방의회 상황에 영향을 받는 만큼 국회 의석 상황을 바꾸려면 지방선거 결과가 중요하다. 문제는 내부 상황이 지나치게 어지럽다는 점이다. 보수 진영서 배출한 대통령이 벌써 두 번째 파면됐고 총선에 이어 대선까지 국민에게 외면받았다. 보수 세력을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총선 때부터 나왔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선서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여준 윤 전 대통령 측 세력과 결별하는 과정서 보수 진영의 주도권을 둘러싼 혈전이 예상된다. 새 정부 1년 만에 맞대결 3년 전에는 여당이 압승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 의원은 비록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지만 대선 기간 내내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상당한 존재감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고 있다. 결국 이런 상황을 모두 처리하고 난 뒤에야 보수 진영은 지방선거에 몰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대선 과정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선거에 임하거나 지지층만 믿고 막무가내식 행보를 보이면 총선, 대선서 이어 지방선거까지 3연패를 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대선과 8대 지방선거, 이번 대선서 각 정당 후보가 얻은 표를 보면 보수 진영의 상황이 얼마나 ‘최악’인지가 드러난다. 국민의힘 후보로 윤 전 대통령이, 민주당 후보로 이 대통령이 나선 20대 대선 당시 승부를 가른 건 ‘서울’이었다. 민주당은 선거를 치르면서 서울서 진 적이 많지 않았는데 2022년 대선에서는 부동산 이슈로 민심을 까먹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서울서 50.6%, 이 대통령은 45.7%를 받았다. 표수로는 31만표 차이였다. 윤 전 대통령과 이 대통령의 전체 표 차인 24만7000표(0.73%p 차이)보다 컸다. 윤 전 대통령은 서울을 필두로 강원·대전·충청·TK(대구·경북)·PK(부산·경남)·울산서 승리해 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지방선거 때에는 대선서 패했던 인천과 세종에서도 국민의힘이 이겼다. 서울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국민의힘)이 민주당 송영길 후보를 무려 20%p 차이로 이겼다. 대선서 45.6%(윤 전 대통령) 대 50.9%(이 대통령)로 5.3%p 차이가 났던 경기도조차 48.9%(국민의힘 김은혜 후보) 대 49.1%(민주당 김동연 후보)로 초접전 양상을 보였다. 그로부터 3년 뒤 이번 대선서 국민의힘은 강원·TK·PK·울산을 제외한 모든 지역서 졌다. 지역별로 보면 6곳에서만 김 후보가 이 대통령에 앞섰다. 국민의힘 텃밭이라고 불릴만한 지역과 보수세가 강한 지역서 선전했을 뿐 수도권과 표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충청권서 모조리 패배했다. 여러 차례 대통령을 배출한 전국 정당이 ‘영남당’으로 쪼그라든 순간이다. 안정론? 견제론? 발 빠른 인사들은 벌써부터 지방선거를 정조준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도 대선 패배 연설서 “저희가 잘했던 것과 못했던 것을 잘 분석해 정확히 1년 뒤 다가올 지방선거서 개혁신당이 한 단계 약진할 수 있기를 기대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상계엄과 탄핵으로 어느 정도 승부가 예측됐던 이번 대선과 달리 내년 지방선거가 진짜 대결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개헌 국민투표 가능성 ‘동시에 진행될까?’ 이재명정부는 개헌을 할 수 있을까? 대선일로부터 꼭 1년 뒤인 내년 6월3일 열리는 9대 지방선거서 개헌 이슈가 다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선 이후 첫 대형 선거인 만큼 이날 개헌에 대한 국민투표를 동시에 진행하자는 의견은 대선 기간 내내 나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장은 지난 4월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열자”며 “대선후보들은 개헌을 약속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냈다. 정 회장은 “느닷없는 계엄령이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가 얼마나 심각하게 훼손될 수 있는지를 절감했다”며 “다가오는 대통령선거는 단순한 정권교체를 넘어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구조적 한계를 넘어설 결정적 기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87체제’ 종말 초읽기? 그러면서 “개헌 시점은 늦더라도 2026년 6월이어야 한다”며 “이번 대선 이후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협력 아래 정부가 지원하는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설치하고 내년 지방선거와 함께 국민투표에 부칠 개헌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대선후보 당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도입, 국무총리 국회 추천 등을 골자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에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제안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