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잡는 민주당 속내

윤 대통령 거부 뻔한데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검찰 압박이 거세다. 이른바 ‘개혁 법안’까지 발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과 추진 시점 등 당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속도 조절보다는 역풍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법안 보류 의견까지 나오면서 현실화 가능성은 당분간 답보 상태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추진하려던 법안은 ‘검찰개혁3법(공소청법·중수처법·검찰청폐지법)’이다. 사실상 발의는 스톱됐다. 의원총회서도 보고되지 않았다. 이재명 대표 ‘방탄 입법’이라는 비판을 우려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의 움직임을 보면서 대응하자는 게 ‘회의론자’들의 지적이다. 국정감사 이후에 발의해도 늦지 않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속도론

민주당 정책조정위원회는 당초 지난달 말까지 당론 발의를 목표로 검찰개혁3법을 계획했다. 민주당 검찰개혁 테스크포스(TF)는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법안 성안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는 비공개 의원총회서 검찰개혁법 추진 시점을 놓고 의견 차이를 보였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고리로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속도론’과 이 대표 방탄 입법이란 비판을 우려한 ‘조절론’으로 나뉘었다.

검찰개혁3법은 기존 검찰청을 폐지하고 수사권은 국무총리실 산하 중수처에, 기소권은 법무부장관 산하 공소청으로 각각 이관하는 게 핵심이다. 법안은 공소청이 공소제기·유지, 영장청구 업무만 전담하고, 중수처가 8대 중대범죄(부패·경제·조직·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테러·마약)를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찰청이 수사·기소 권한을 독점해 이를 남용한다고 보고, 수사·기소권을 완전히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판단이 늦어지고 있다. 만약 무혐의가 나온다면 수사와 기소권 모두를 가진 검찰이 김 여사를 봐줬다는 비판이 언급될 것”이라며 “아예 추진을 안 하겠다는 게 아니라 타이밍을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고 말했다.

공소청·중수처·검찰청폐지법 미루기
무기한 보류 상태 사실상 현실화 제로

검찰을 압박하는 또 다른 패키지법(형사소송법·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 당론 추진도 올스톱됐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현직 검사와 경찰 등 수사·기소 담당자와 그 가족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재직 중 정지하고 퇴직 후 진행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은 공무원이 가혹행위로 사망 등에 이르게 한 경우 등을 ‘반인권적 국가범죄’로 규정하고, 공소시효와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를 없애는 내용이다. 두 법안 모두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당 지도부는 지난달 중순 의원총회서 해당 법안을 소개했지만 당론 채택은 불발됐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표면적으로 법안을 조금 더 보완해야 한다는 의미로 나갔지만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건 무리수라는 분위기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강경파와 온건파 간 의견 정리가 되지 않으면 법안 추진이 어렵다는 설명이다. 실제 반인권적 국가범죄 시효 특례법 제정안 재발의를 두고 강경파는 현직 검사와 경찰 등 수사·기소 담당자의 직권남용죄까지 포함하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온건파는 과도한 규정을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강경파와 온건파 간 입장이 원활하게 정리된다고 해도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불 보듯 뻔하다. 입법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관측은 민주당 내부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현실은 이 대표도 직시하고 있다.

그는 최근 <MBN> 인터뷰서 ‘검찰개혁이 22대 국회 핵심 과제 중 하나인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 “개혁을 하긴 해야 하는데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입법적 조치가 필요한데 대통령이 검사 출신이고 그 검찰을 활용해 정말로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권력 행사를 하면서 권력 유지를 하는데, 거기에 조금이라도 손상을 가하는 입법을 받아들이겠느냐”고 반문했다.

폐지? “공수처 꼴 날라” 회의론
‘이 방탄법’ 우려 당론 채택 불발

특히 검찰개혁법 중 검찰청 폐지를 반대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분위기다.

문재인정부 당시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가 설립됐으나 이렇다 할 수사 실적이 없다는 것과 인력난에 시달리는 문제는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검찰청 폐지보다는 공수처법 개정이 먼저라는 목소리가 작지 않은 이유다.

공수처는 지난 8월 수사권과 기소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같은 달 5일 발의한 공수처법 개정안은 현재 25명인 검사 정원을 50명으로 늘리고, 수사관은 최대 70명까지 증원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공수처는 현재 검사와 경찰 고위직(경무관 이상)의 뇌물수수 등 일부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하고 기소할 수 있지만, 개정안은 검사와 경찰 고위직의 모든 범죄를 수사하고 재판에 넘길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대해 공수처는 “개정안 취지 및 추진 내용에 전반적으로 동의한다. 수사·기소권을 확대해 공수처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국 경찰서장 대부분은 총경이고, 다수의 사건이 경찰서에서 처리됨에도 공수처에 수사권이 없어 이를 살펴볼 수 없다”며 총경도 수사·기소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공수처는 “모든 수사 대상에 대해 공소 제기·유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필요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조절론

한편 민주당 온건파가 법사위 검사탄핵 청문회에 대한 여론 추이, 헌법재판소서 진행 중인 손준성 검사 탄핵심판 결과 등을 지켜보며 상황에 따라 당론 발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야권이 주도한 안동완·이정섭 검사의 탄핵소추안은 이미 헌재서 기각됐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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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