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정보 유출’ 카카오페이의 배신

542억건 중국에 바쳤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올해 카카오그룹은 계속 여기저기서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이번엔 카카오페이서 개인정보 불법 제공이 밝혀졌다. 카카오페이는 이번 사건에 대해 적법적인 정보 위수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은 고삐를 늦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지난 5월에 개인정보 유출로 국내 최대 과징금 철퇴를 맞은 가운데 카카오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행정소송을 예고한 가운데 이번에는 카카오페이와 금감원의 소송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 그룹에 악재가 또 겹쳤다. 이번엔 카카오페이다. 카카오페이서 고객의 동의 없이 고객정보를 알리페이와 애플에 넘긴 사실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불법으로 정보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내세우지만 금감원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인정보위)의 제재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대 과징금 
실제로 맞나

지난 4~7월 금감원서 실시한 현장감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해외 결제 부문서 고객 동의 없이 제3자인 알리페이에 개인정보를 제공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 2018년 4월부터 현재까지 매일 1차례 누적 4045만명의 카카오 계정 ID와 휴대전화 번호, 이메일, 카카오페이 가입 명세, 카카오페이 거래 명세(잔고, 충전, 출금, 결제, 송금 등) 등 542억 건의 개인신용정보를 알리페이에 제공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알리페이 측에 고객 개인신용정보를 넘긴 것은 애플 앱스토어에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 입점을 원하는 결제 업체에게 고객과 관련된 데이터를 요구한다.


이때 해당 데이터는 고객 개인정보 등을 바탕으로 재가공해서 만들어지는데, 카카오페이가 이 재가공 업무를 알리페이 계열사에 맡기면서 개인신용정보가 넘어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재가공된 정보는 애플 측에 제공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카카오페이가 위반한 법은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신용정보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2가지다. 

신용정보법 제32조에는 신용정보제공·이용자가 개인신용정보를 타인에게 제공하려는 경우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해당 신용정보 주체로부터 개인신용정보를 제공할 때마다 미리 개별적으로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으로 ▲정보 주체로부터 국외 이전에 관한 별도의 동의를 받은 경우 ▲법률, 대한민국을 당사자로 하는 조약 또는 그 밖의 국제협정에 개인정보의 국외 이전에 관한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 ▲정보주체와의 계약 체결 및 이행을 위해 개인정보의 처리위탁·보관이 필요한 경우(이전되는 개인정보 항목,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국가, 시기 및 방법 등을 알려야 함) ▲개인정보가 이전되는 국가 또는 국제기구의 개인정보 보호체계, 정보주체 권리보장 범위, 피해구제 절차 등이 개인정보보호법이 따른 개인정보 보호 수준과 실질적으로 동등한 수준을 갖추었다고 보호위원회가 인정하는 경우에는 개인정보를 국외로 이전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알리페이·애플에 고객정보 넘겨
6년간 매일 제공…금감원 감사 적발

신용정보법과 개인정보보호법 모두 ‘정보 주체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카카오페이가 개인정보를 제공하면서도 전혀 동의를 받지 않은 것을 불법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페이는 전혀 불법적인 개인정보 제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카카오페이는 불법적으로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애플 앱스토어 결제 수단 제공을 위해 정상적으로 고객 정보 위수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와 애플과의 3자 협력을 통해 애플 앱스토어서 결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부정결제 방지 절차를 마련했다”며 “높은 수준의 부정결제 방지 프로세스를 요구하는 애플은 글로벌 최대 핀테크 기업 알리페이와 오래전부터 협력 관계를 구축해 왔고 카카오페이를 앱스토어 결제 수단으로 채택하는 것에 있어 알리페이의 시스템을 활용할 것을 권고해 이에 따라 3자 간 협력관계를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서 해당 결제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 이전은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없는 카카오페이-알리페이-애플 간의 업무 위수탁 관계에 따른 처리 위탁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고 부연했다.

신용정보법 제17조 제1항서 개인신용정보의 처리 위탁으로 정보가 이전되는 경우에는 정보 주체의 동의가 요구되지 않는 것으로 규정하는 점을 들어 불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것이다. 처리 위탁은 위탁자(카카오페이)가 원활한 업무처리를 위해 제3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 동의가 불필요하다.

게다가 철저한 암호화를 통해 전달해 마케팅 등 다른 어떤 목적으로도 제공한 정보를 활용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어떤 목적
사용됐나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카카오페이는 알리페이에 정보를 제공함에 있어 무작위 코드로 변경하는 암호화 방식을 적용해 철저히 비식별 조치를 하고 있다”며 “사용자를 특정할 수 없으며, 원문 데이터를 유추해낼 수 없고, 절대로 복호화할 수 없는 일방향 암호화 방식이 적용돼있어 부정 결제 탐지 이외의 목적으로는 활용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페이는 지난 5월 금감원의 현장 검사 이후 지금까지 어떠한 공식적인 검사 의견서도 받지 못했으며, 이 같은 내용이 언론에 먼저 알려지게 되어 매우 당황스럽게 생각한다”며 “향후 조사 과정서 적법한 절차를 통해 입장을 밝히고 성실하게 소명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카오페이의 이 같은 해명에도 금감원과 개인정보위는 카카오페이에 관한 제재를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임종건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장은 “익명 정보가 돼야 동의가 불필요한 것”이라며 “암호화를 했다고 하더라도 추가 정보로 개인 식별이 가능하면 가명 정보로 볼 수 있어 동의를 받아야 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개인정보위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정보 국외 이전 의무 준수와 관련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카카오페이 등에 자료제출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후 카카오페이가 제출한 자료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거친 후 조사 착수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카카오그룹은 지난 5월에도 개인정보 유출로 인해 국내 최대 과징금 철퇴를 맞기도 한 만큼 이번 개인정보 보호를 전혀 못하고 있다는 비판적 여론이 크게 나오고 있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지난해 3월 카카오톡 ‘오픈채팅’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불법 거래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에 따라 조사에 착수했다. 당시 익명 채팅인 오픈채팅방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됐다. 


과징금 
맞고 또…

오픈채팅에선 일반 채팅에 보이는 실명이나 전화번호가 뜨지 않고, 개인이 설정한 닉네임만 보인다. 다만 시스템서 이용자를 식별하기 위한 고유 ID가 주어진다. 문제는 오픈채팅방의 ID 뒷자리가 일반 채팅방서 주어지는 회원일련번호 일부와 같았다는 점이다.

해커는 우선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의 보안 취약점을 파고들어 오픈채팅 이용자들의 고유 ID를 확보했다. 다음으로 카카오톡 ‘친구 추가’서 휴대전화번호를 무작위로 대량 등록해 일반 채팅 이용자 정보도 확보했다. 이들 정보를 회원 일련번호를 기준으로 대조해 서로 겹치는 이용자들을 찾아냈다.

불법 프로그램으로 이 과정을 반복해 카카오톡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생성·판매할 수 있었다.

개인정보위는 카카오가 서비스 설계·운영 과정서 ‘안전조치 의무’를 위반했다고 지적하며 개인정보보호 법규를 위반한 카카오에 대해 과징금 151억4196만원과 과태료 780만원을 부과하고 시정명령과 처분 결과를 공표하기로 의결했다.

개인정보위 한 관계자는 “2020년 8월 이전 만들어진 오픈채팅방은 참여자의 임시 ID를 암호화하지 않아 회원일련번호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고 오픈채팅방 공지 기능에서도 편법으로 암호화된 ID의 일련번호 역시 확인할 수 있었다”며 “또 카카오가 오픈채팅방 이용자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인지하고도 신고와 이용자 통지를 하지 않아 ‘유출 신고·통지 의무’도 위반했다고 판단해 해당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카카오는 현재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 이용되고 있는 회원 일련번호 자체는 숫자로 된 문자열이어서 개인정보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그 자체로는 개인을 식별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카카오는 개인정보위의 제재 직후 행정소송을 포함한 적극적인 대응방안을 찾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측 “위수탁이라 적법”
당국 “동의 없어 불법”

개인정보위도 카카오와 진행할 행정소송 준비에 돌입했다. 다만 카카오에 처분서를 아직 전달하진 않은 상황이다.

서정아 개인정보위 대변인은 “법적 표현이나 법리적인 부분에 완성도를 높이고 있어 처분서 전달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면서 “빠른 시일 내에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시간에 쫓겨 서둘러 만들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소송 전담팀도 조만간 꾸려질 전망이다. 최 부위원장은 “소송 전담 변호사를 한 명 채용해서 소송 전담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카카오와 개인정보위의 행정소송은 조만간 진행될 예정이다. 회사는 통지, 공고 등으로 행정처분을 인지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내야 하는데 8월18일 기준 이미 88일이 지났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재판이 개인정보보호 관련해 정부의 제재가 과학적 발전을 따라갈 수 있는지 판단할 중요한 갈림길로 보고 있다.

한 보안 전문 형사 변호사는 “해당 사건서 쟁점이 될 일련번호의 개인정보 유무 등은 법률이 미처 따라오지 못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판결로 선례가 생기면 향후 재판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봤다.

정보보호 관련 전문가들은 오픈채팅방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결과가 이번 카카오페이 개인정보 불법 제공 사건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정보보호학회 한 관계자는 “오픈채팅방 개인정보 유출과 이번 사건은 일련의 암호화가 쟁점인 것이 같다”며 “오픈채팅방 사건서 카카오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이 인정되면 이번 사건서도 똑같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알리익스프레스도 개인정보 유출로 개인정보위로부터 과징금이 부여된 적이 있어 제공된 개인정보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개인정보위는 중국계 이커머스 업체인 알리익스프레스를 상대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로 과징금 19억7800만원과 과태료 780만원 부과 및 시정조치 명령을 내렸다. 한국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제대로 된 공지 없이 중국과 인근 국가에 위치한 18만여개 판매 업체에 넘긴 것이 가장 큰 지적 사항이다.

2·3차
유출도?

한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알리페이로 전달된 만큼 해당 정보가 다시 제3의 국가로 넘어갔을지 여부는 확인을 해봐야 한다”며 “4000만명이 넘는 542억건의 정보가 제3~4국가로 넘어가게 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하게 우려했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 알리페이가 속해 있는 앤트그룹은 이커머스 플랫폼 알리바바 그룹과는 별개의 독립된 기업이며, 카카오페이의 고객정보가 동의 없이 중국 최대 커머스 계열사에 넘어갔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kcj512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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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