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윤심·민심 연결고리 윤상현 후보

“‘동훈이’ 대통령이 그렇게 아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지난 총선서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인물은 많지 않다. 이들 중 인천서 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한 인물이 있다. 지난달 21일,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윤상현 당 대표 후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차기 당 대표라면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는 윤 후보에게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본인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우리 당은 지난 총선서 괴멸적 참패를 당했다.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며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당은 비겁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참패 이후에도 ‘공동묘지의 평화’같이 조용하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윤석열정부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위기는 나를 비롯해 국민의힘의 정치적 생존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우리 당원이 다 같이 분노해서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와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민주당하고 싸워 이긴 사람이다. 차기 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하고, 당원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나는 탄핵 정국서도 당을 떠나지 않았던 인물이다. 난 윤심이 당심, 민심이 되는 당이 아닌, 민심이 당심이자 윤심이 민심이 되는 당을 만들 능력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를 통해 민심을 고스란히 전해야만 민심을 당심으로 만들 수 있다. 

-당 대표 후보로서 각오는?

▲당내에 만연한 패배주의와 뺄셈의 DNA를 혁파하고 오로지 민생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서비스 정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역대급 참패를 겪고도 성찰과 각오를 멀리하는 패배주의를 불식시킬 것이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유능한 정책정당이자 수도권서 사랑받는 전국정당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으로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으로서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야당에게 무조건 끌려가지 않고, 민생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 혁신 경쟁을 선도하는 유능한 여당이 되겠다. 특히 여의도 연구원을 혁신할 계획이다. 당대 최고의 이론가를 원장으로 모셔 민생,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법안을 발굴하겠다. 민생에 홀릭하는 ‘민홀위원회’와 약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약지위원회’ 등을 신설해 실질적인 민생 대책을 강구하겠다. 

-전국을 순회 중이다. 민심과 당심을 청취할 텐데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나?

▲괴멸적 참패에 대해 당이 성찰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 예견된 참패를 막지 못한 안타까움과 당정관계의 문제점 등에 대해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말씀도 많이 주셨다. 지금이 당의 재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국회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무기력하게 거야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질책을 많이 주셨다. 당이 분열하거나 당정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하신다. 이 부분은 당 대표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입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그 전모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는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국민적인 의혹이 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일견 공감하지만 이 과정서 법리적 절차와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당 폭파시킬 정도로 재창조해야”
“잇단 특검법은 옥상옥 상황 야기”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법리적 타당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을 처리하면 공수처는 모든 수사권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 

-제3자 추천법에 관한 의견은?

▲특검을 하게 된다면 공수처 위에 또 다른 특검이 생기는 ‘옥상옥’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후보가 제3자 추천 특검이 새로운 선택지라고 이야기하는데, 대부분의 민심은 정부와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시키고 대척점에 서겠다는 선전포고로 여긴다. 여당의 대표라면 국정운영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리에 따라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북한과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국제정세가 복합 위기의 국면에 놓이면서 남북관계도 예측불허의 관계로 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조약을 체결하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이 강화돼야 하고, 안보 강화 차원서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중이다. 

-외교 전문가로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면?

▲문제는 우리가 핵무장하게 되면 북한에 면죄부를 주게 되고 통상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서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득보다 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핵우산이나 확장 억제, 핵 협의 그룹과 같은 유효한 억제책을 확보하는 게 오히려 실효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는 등의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나라의 선의에 기대 이를 악용해 왔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위해 동맹국과의 물샐 틈 없는 공조로 북한의 위협에 철두철미한 대비 태세를 갖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지지율 상승을 위해 생각한 전략은?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못 모신 죗값으로 중앙정치서 한참 멀어져 있었다. 지구당 위원장 박탈, 공천 탈락, 당원권 정지 등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입당한 이후에 복당하다 보니 인지도서 다른 후보들에게 뒤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당의 쇄신과 민생 회복에 집중하겠다. 당내 줄 세우기와 같은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

-국민의힘의 이념적인 동지 의식이 약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당의 이념적 기반이 약해지면서, 당원들 간의 이념적 일체감이 감소하고, 이익집단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각종 정책에 대한 이념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함으로써 당원들의 이념교육을 강화하겠다. 이를 통해 당의 이념적 일체감을 회복하고, 당원들 간의 동지 의식을 강화하려고 한다. 우리 당은 당내 권력 다툼과 줄 세우기 문화가 문제다.

당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서 특정 계파나 인물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당원들 간의 불만과 갈등이 커졌다.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당내 분란이 발생한 원인과 이를 잠재울 방법은?

▲당원들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소환할 수 있는 ‘당원소환제도’와 당내 부조리를 척결하는 ‘신문고 제도’를 도입하는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당정 관계의 불균형도 큰 문제다. 당과 정부 사이의 수직적인 관계가 지속되면서, 당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거나,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워진 게 작금의 국민의힘이다.

당내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반드시 수평적 당정 관계를 구축하고, 당의 독립성을 유지해 정부와의 건설적인 협력을 도모하도록 노력하겠다.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를 언급하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 당 대표가 된다면 그릴 밑그림은?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는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면서도,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주요한 내용이다. 이런 관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이념적 정체성 확립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다. 이와 함께 2004년 영국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가 추진한 신보수주의 16가지 강령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핵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 필요”
“탄핵 청문회는 정치적 목적 도구”

당시 하워드는 보수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당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2010년부터 14년째 집권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내 개혁과 혁신을 주도할 보수혁명 TF팀도 만들겠다. 이 팀은 최고의 우파 이념가와 정치 전략가들로 구성해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재정립뿐 아니라 혁신적인 정책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김건희 여사 문자가 공개됐는데…

▲당이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기 전에 한 후보 본인이 나서서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내용을 소상히 밝히면서 일단락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 비대위원장의 시급한 현안이었다고 본다. 당사자가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더한 것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자를 소위 말해서 ‘읽씹’하고 무시한 것인데 선거를 앞둔 상황서 한 후보가 진정으로 당의 승리를 원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소통의 부재를 넘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의지는 선거의 중요한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당원들의 기대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 이번 문제를 총선 백서에 담아 반드시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에 당이 귀 기울여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근거는?

▲한 후보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당의 미래를 밝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입장서 보면 배신자라고 생각할 만하다. 윤 대통령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한 후보를 특별히 아꼈다. 다른 검사를 부를 때와는 달리, 한 후보를 ‘우리 동훈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각별한 후배였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를 얼마나 신뢰하고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여사와의 관계도 각별했다고 들었다.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항상 넥타이를 두 개를 사와 하나는 대통령, 하나는 한 후보에게 줄 정도로 특별한 관계였다. 이런 상황서도 한 후보는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우선시하며 관계를 배신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행동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일이었고, 이는 당정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 검토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검토한 부분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다. 실제로 청문회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봐야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의 정치적 목적성과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뿐이다.

-탄핵 청문회의 한계는 무엇인가?

▲단순히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탄핵소추안 청원이 많은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여론을 반영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실제로 법적, 제도적으로 실현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데 반응은?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대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수도권 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민심의 따가움을 전달했다. 특히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가능성을 경고했을 때,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실제 선거서 패배가 현실화되자 윤 대통령은 충격을 받았다.

주변 측근의 잘못된 정보와 조언으로 인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통령은 때로는 수용하고 때로는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민심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여론조사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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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