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당권주자를 만나다> 윤심·민심 연결고리 윤상현 후보

“‘동훈이’ 대통령이 그렇게 아꼈는데…”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국민의힘 수장은 세기도 어려울 만큼 많이 바뀌었다. 그만큼 갈등이 심했지만,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어수선한 시간을 끝낼 때다.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힘을 실어줄 당 대표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전당대회에 나선 4명의 후보는 저마다 자신의 목표를 밝히며 자신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를 나열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차기 당 대표에 당선될 인물이 누구일지 주목된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 중 지난 총선서 수도권 선거를 승리로 이끈 인물은 많지 않다. 이들 중 인천서 당당하게 승리를 쟁취한 인물이 있다. 지난달 21일, 당권 도전을 선언했던 윤상현 당 대표 후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의 수도권 위기론을 제시한 인물이다. 

그는 “차기 당 대표라면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는 윤 후보에게 당권 도전에 나선 이유 등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당 대표 선거에 뛰어들었다. 본인이 당 대표가 돼야 하는 이유는?

▲우리 당은 지난 총선서 괴멸적 참패를 당했다. 이미 지난해 여름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제기하며 선거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는데 당은 비겁하게 침묵으로 일관했다. 참패 이후에도 ‘공동묘지의 평화’같이 조용하다. 이렇게 가서는 안 된다. 윤석열정부도 마찬가지다. 수도권 위기는 나를 비롯해 국민의힘의 정치적 생존에도 큰 영향을 끼치는 일이다. 이런 현상에 우리 당원이 다 같이 분노해서 당 중앙을 폭파시킬 정도의 전면적인 재창조와 창조적 파괴를 해야 한다. 

-본인만의 강점이 있다면?

▲민주당하고 싸워 이긴 사람이다. 차기 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과 싸워 이길 수 있어야 하고, 당원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다. 나는 탄핵 정국서도 당을 떠나지 않았던 인물이다. 난 윤심이 당심, 민심이 되는 당이 아닌, 민심이 당심이자 윤심이 민심이 되는 당을 만들 능력을 갖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신뢰를 통해 민심을 고스란히 전해야만 민심을 당심으로 만들 수 있다. 

-당 대표 후보로서 각오는?

▲당내에 만연한 패배주의와 뺄셈의 DNA를 혁파하고 오로지 민생과 국익을 위해 일하는 서비스 정당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도록 노력하겠다. 역대급 참패를 겪고도 성찰과 각오를 멀리하는 패배주의를 불식시킬 것이며, 뼈를 깎는 변화와 혁신으로 유능한 정책정당이자 수도권서 사랑받는 전국정당을 만드는 게 목표다.

극단의 여소야대 상황으로 당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집권여당으로서 국정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야당에게 무조건 끌려가지 않고, 민생 이슈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해 혁신 경쟁을 선도하는 유능한 여당이 되겠다. 특히 여의도 연구원을 혁신할 계획이다. 당대 최고의 이론가를 원장으로 모셔 민생, 국익에 도움이 되는 정책과 법안을 발굴하겠다. 민생에 홀릭하는 ‘민홀위원회’와 약자를 지키고 보호하는 ‘약지위원회’ 등을 신설해 실질적인 민생 대책을 강구하겠다. 

-전국을 순회 중이다. 민심과 당심을 청취할 텐데 어떤 이야기들을 들었나?

▲괴멸적 참패에 대해 당이 성찰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는 당부의 말씀을 많이 들었다. 예견된 참패를 막지 못한 안타까움과 당정관계의 문제점 등에 대해 하루 속히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는 말씀도 많이 주셨다. 지금이 당의 재건을 위한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는 절박감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다.

특히 국회가 민생을 내팽개치고 있는데 집권여당이 무기력하게 거야에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는 질책을 많이 주셨다. 당이 분열하거나 당정 갈등이 재현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 달라고 하신다. 이 부분은 당 대표에 출마한 모든 후보가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부분이다. 

-채 상병 특검법과 관련한 입장은?

▲채 상병의 안타까운 죽음에 대해 그 전모를 밝히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자는 취지에는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 국민적인 의혹이 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독립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일견 공감하지만 이 과정서 법리적 절차와 공정성이 보장돼야 한다.

“당 폭파시킬 정도로 재창조해야”
“잇단 특검법은 옥상옥 상황 야기”

당의 기본적인 입장은 법리적 타당성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공수처가 수사를 진행 중인 상황서 야당이 일방적으로 특검법을 처리하면 공수처는 모든 수사권을 특검에 넘겨야 한다. 

-제3자 추천법에 관한 의견은?

▲특검을 하게 된다면 공수처 위에 또 다른 특검이 생기는 ‘옥상옥’의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한동훈 후보가 제3자 추천 특검이 새로운 선택지라고 이야기하는데, 대부분의 민심은 정부와 대통령실의 입장과 배치된다. 윤 대통령과 차별화시키고 대척점에 서겠다는 선전포고로 여긴다. 여당의 대표라면 국정운영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법리에 따라 합리적인 방안을 강구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 

-북한과의 관계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국제정세가 복합 위기의 국면에 놓이면서 남북관계도 예측불허의 관계로 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이 심화되는 가운데 북한이 지속적인 도발을 감행해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러조약을 체결하면서 우리의 대북정책이 강화돼야 하고, 안보 강화 차원서 자체 핵무장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는 중이다. 

-외교 전문가로서 해결할 방법을 제시한다면?

▲문제는 우리가 핵무장하게 되면 북한에 면죄부를 주게 되고 통상 국가인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서 경제적·외교적 제재를 피하기 어려워 득보다 실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동맹의 핵우산이나 확장 억제, 핵 협의 그룹과 같은 유효한 억제책을 확보하는 게 오히려 실효적이다.

아울러 미국의 핵 자산을 한반도 주변에 상시 배치하는 등의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윤석열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를 지향하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북한을 비핵화시켜야 한다’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우리나라의 선의에 기대 이를 악용해 왔다.

앞으로 우리나라는 국민의 생명과 안보를 위해 동맹국과의 물샐 틈 없는 공조로 북한의 위협에 철두철미한 대비 태세를 갖출 필요성이 제기된다. 한편으로는 대화의 문을 열어 놓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 

-여론조사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지지율 상승을 위해 생각한 전략은?

▲선거는 끝까지 가봐야 안다.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잘못 모신 죗값으로 중앙정치서 한참 멀어져 있었다. 지구당 위원장 박탈, 공천 탈락, 당원권 정지 등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이 입당한 이후에 복당하다 보니 인지도서 다른 후보들에게 뒤진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좌고우면하지 않고 오로지 당의 쇄신과 민생 회복에 집중하겠다. 당내 줄 세우기와 같은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당의 가치와 정체성을 확립하는 방안을 제시하려고 한다. 이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당의 혁신을 이끌어내겠다.

-국민의힘의 이념적인 동지 의식이 약하다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당의 이념적 기반이 약해지면서, 당원들 간의 이념적 일체감이 감소하고, 이익집단의 성격을 띠기 시작했다. 각종 정책에 대한 이념적 백그라운드를 제공함으로써 당원들의 이념교육을 강화하겠다. 이를 통해 당의 이념적 일체감을 회복하고, 당원들 간의 동지 의식을 강화하려고 한다. 우리 당은 당내 권력 다툼과 줄 세우기 문화가 문제다.

당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과정서 특정 계파나 인물이 지나치게 큰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당원들 간의 불만과 갈등이 커졌다. 당내 화합을 저해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당내 분란이 발생한 원인과 이를 잠재울 방법은?

▲당원들이 국회의원이나 당협위원장을 소환할 수 있는 ‘당원소환제도’와 당내 부조리를 척결하는 ‘신문고 제도’를 도입하는 당내 민주주의 활성화를 목표로 삼고 있다. 당정 관계의 불균형도 큰 문제다. 당과 정부 사이의 수직적인 관계가 지속되면서, 당이 독립적으로 정책을 추진하거나, 대통령의 정책에 대해 건설적인 비판을 제기하기 어려워진 게 작금의 국민의힘이다.

당내 자율성과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반드시 수평적 당정 관계를 구축하고, 당의 독립성을 유지해 정부와의 건설적인 협력을 도모하도록 노력하겠다.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를 언급하며 개혁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국민의힘의 가장 시급한 개혁과 당 대표가 된다면 그릴 밑그림은?

▲애드먼 버크의 보수주의는 전통과 질서를 중시하면서도, 변화와 개혁을 통해 사회를 개선해야 한다는 게 주요한 내용이다. 이런 관점서 볼 때 가장 시급한 개혁 과제는 이념적 정체성 확립과 당내 민주주의 강화다. 이와 함께 2004년 영국 보수당의 마이클 하워드가 추진한 신보수주의 16가지 강령이 좋은 예시라고 생각한다.

“핵 확장 억제에 대한 제도화 필요”
“탄핵 청문회는 정치적 목적 도구”

당시 하워드는 보수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명확히 하고, 당의 방향성을 재정립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2010년부터 14년째 집권을 이어나가고 있다. 당내 개혁과 혁신을 주도할 보수혁명 TF팀도 만들겠다. 이 팀은 최고의 우파 이념가와 정치 전략가들로 구성해 당의 이념적 정체성을 재정립뿐 아니라 혁신적인 정책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에게 보낸 김건희 여사 문자가 공개됐는데…

▲당이 더 큰 혼란으로 빠져들기 전에 한 후보 본인이 나서서 논란이 커진 측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관련 내용을 소상히 밝히면서 일단락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한 후보가 김 여사 문자에 답을 하지 않은 것은 정무적 판단을 제대로 못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당 비대위원장의 시급한 현안이었다고 본다. 당사자가 대국민 사과를 하거나 더한 것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 문자를 소위 말해서 ‘읽씹’하고 무시한 것인데 선거를 앞둔 상황서 한 후보가 진정으로 당의 승리를 원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한 전 비대위원장이 답장을 하지 않았는데…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 소통의 부재를 넘어, 대통령과의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 여사의 대국민 사과 의지는 선거의 중요한 상황을 뒤집을 가능성이 높았다. 이를 무시했다는 것은 당원들의 기대나 눈높이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 이번 문제를 총선 백서에 담아 반드시 진위를 밝혀야 한다는 여론에 당이 귀 기울여야 한다.

-한 전 위원장을 배신자라고 생각하나? 그렇다면 근거는?

▲한 후보는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자 당의 미래를 밝게 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입장서 보면 배신자라고 생각할 만하다. 윤 대통령 측근들의 말에 따르면,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한 후보를 특별히 아꼈다. 다른 검사를 부를 때와는 달리, 한 후보를 ‘우리 동훈이’라는 애칭으로 부를 정도로 각별한 후배였다. 이는 윤 대통령이 한 후보를 얼마나 신뢰하고 중시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 여사와의 관계도 각별했다고 들었다. 

▲해외출장을 다녀오면 항상 넥타이를 두 개를 사와 하나는 대통령, 하나는 한 후보에게 줄 정도로 특별한 관계였다. 이런 상황서도 한 후보는 본인의 정치적 위상을 우선시하며 관계를 배신했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행동은 윤 대통령과의 신뢰관계를 깨뜨리는 일이었고, 이는 당정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청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 검토는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검토한 부분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시도다. 실제로 청문회를 통해 밝혀질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며,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청문회를 열어봐야 실질적인 결과를 도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탄핵소추안의 정치적 목적성과 민주당이 탄핵 청문회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강화하려는 것뿐이다.

-탄핵 청문회의 한계는 무엇인가?

▲단순히 법적 절차를 밟기 위한 것이 아닌, 정치적 대립을 극대화하려는 의도가 명백하다. 탄핵소추안 청원이 많은 국민의 동의를 얻었다고는 하지만, 이는 단순히 여론을 반영하는 것에 그칠 뿐이다. 실제로 법적, 제도적으로 실현되기에는 많은 한계가 존재한다. 민주당의 탄핵 청문회는 실질적인 문제 해결보다는 정치적 목적 달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신뢰를 얻기보다는 오히려 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윤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고 있는데 반응은? 윤 대통령이 어떤 부분에 대해 변화를 꾀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지난해 윤 대통령에게 수도권 위기의 심각성을 전하면서 민심의 따가움을 전달했다. 특히 서울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가능성을 경고했을 때, 윤 대통령은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실제 선거서 패배가 현실화되자 윤 대통령은 충격을 받았다.

주변 측근의 잘못된 정보와 조언으로 인해 대통령의 현실 인식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이런 지적에 대해 대통령은 때로는 수용하고 때로는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윤 대통령은 민심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여론조사와 국민과의 직접 소통 기회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ckcjfdo@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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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