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버린 성폭행 증거,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4.07.08 14:58:48
  • 호수 14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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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있는데 증거불충분 구속 기각?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사랑이 폭력으로 바뀌고, 애인은 가해자가 됐다. 이 일도 충격이지만, 폭행·강간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두고도 “성폭행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검사가 더 충격적이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향해 뿌리치고 집에서 나가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가해자는 피해자를 강간했다. 이런 상황이 성폭행이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성폭행이 되는 것일까?

김지애(가명)씨가 전 남자친구 정성훈(가명)씨를 만나기로 한 이유는 ‘잘해줘서’였지만, 이 결정을 머지않아 후회했다. 정씨는 김씨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정씨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김씨가 정씨를 처음 만났을 때는 알코올 중독인 걸 알 수 없었다. 그만큼 사회생활을 잘했으며 티도 나지 않았지만, 정씨가 1년 내내 술을 마신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홈캠 촬영

‘술만 마시면 사람이 변한다’는 말은 정씨를 두고 한 말이었다. 술을 마셔도 바깥에서는 좋은 사람이었던 정씨는 김씨와 단 둘이 있을 땐 폭력적으로 변했다. 힘이 약한 김씨는 정씨의 폭력에 당할 수밖에 없었다. 욕을 하는 것은 기본이었고, 폭력은 주로 김씨와 단둘이 있을때 발생했다.

술을 마셔도 바깥에선 멀쩡했지만 집에 오면 변했다. 처음엔 잘해줬지만 이내 본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갈수록 상황은 심각해졌다.

알고 보니 정씨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들어갈 상황에 처한 적도 있었다. 뒤늦게 정씨의 친구가 김씨에게 해준 말이다.


이러다간 정씨한테 죽을 수도 있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김씨는 특단의 조처를 했다. 바로 집에 ‘홈캠’을 설치했다. 홈캠은 CCTV와 달리 설치된 장소서 움직임이 생기면 작동되며, SD 메모리카드를 따로 넣어야 영상이 녹화된다. 또, 가끔은 녹화가 되지 않는 상황도 있다.

지난 2월5일 김씨는 정씨에게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그리고 6일이 지난 11일 새벽 2시 김씨가 자는 새, 정씨가 김씨의 집에 쳐들어와 재회할 것을 강요했다.

강제로 몸을 끌어안고 침대에 넘어뜨리는 등 과격한 행동을 했다. “집을 나가라” “하지 말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었다. 김씨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었다. 몸싸움이 1시간 동안 지속됐고, 이 시간 동안 김씨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밖에선 다정했지만
둘이 있으면 폭력적

정씨는 김씨를 강간·폭행하면서 “나를 다시 만나주면 그만하겠다”고 했다. 집을 나가라고 소리치던 김씨도 계속 거부하면 정말 죽을까 싶고 살고 싶어서 재회를 허락했다. 어쩔 수 없이 김씨는 정씨와 처음 연애를 했던 때처럼 대화했다. 

조금이라도 정씨의 의견에 반대되는 말을 하면 바로 폭력적인 모습이 나왔다. 더 폭력적인 모습을 보일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었다. 

5일 뒤 정씨는 갑자기 김씨에게 욕을 했다. 이유는 김씨와 김씨의 친구가 SNS를 했기 때문이었다. 정씨는 김씨를 ‘미친년’이라고 부르며 욕했고, 다짜고짜 욕을 들은 김씨는 기분이 나빠서 화를 냈다. 적반하장으로 정씨는 김씨에게 “너 친구를 욕하는 게 왜 기분이 나쁘냐”며 김씨를 이상한 사람으로 몰아갔다.


그날 김씨는 정씨에게 다시 2월17일에 이별을 통보했다. 

김씨는 정씨와 완벽하게 헤어졌단 생각에 홀가분해졌다. 이제 폭언, 폭행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도 됐다는 생각이었지만, 이내 이 생각은 무너졌다.

지난 2월20일 오전 0시5분, 침대서 쉬고 있었던 김씨는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를 듣고 몸이 굳어졌다. 이내 정씨가 들어왔고, 김씨는 비밀번호를 바꾸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바로 정신을 차리고 “집을 나가라”고 소리쳤지만, 정씨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김씨가 앉아 있는 침대 옆에 앉았다. 

김씨가 정씨를 나가라고 현관 쪽으로 밀자, 정씨는 김씨의 양팔을 잡고 몸을 침대로 던졌다. 다시 일어나려고 하는 김씨의 얼굴을 밀치며 못 일어나게 막았고 얼굴을 손으로 압박했다. 강제로 김씨의 목을 잡고 누른 뒤 몸을 압박하며 성추행했으며, 목을 끌어안으면서 일어날 수 없도록 다리로 몸을 붙잡으며 압박했다.

김씨가 정씨를 아무리 밀어도 밀리지 않았으며, 발버둥 치는 김씨의 뺨을 때리거나, 강제로 눕혀서 목을 조르다가 베개로 얼굴을 눌렀다. 숨을 쉬지 못한 김씨는 극한의 고통과 두려움을 느꼈다.

정씨는 김씨를 향해 “조두순이랑 사귀어라” “죽어라” “너 집에 범죄자를 부르겠다” 등 폭언을 했으며, 이런 상황이 4시간 동안 이어졌다. 결국 정씨는 김씨의 속옷을 강제로 벗겨 강간했고, 그 순간 김씨는 기절했다.

술에 취한 정씨는 그대로 뻗었다. 김씨가 눈을 떠보니 아침이었고 자는 정씨를 깨워서 쫓아냈다. 정씨는 반성하지 않고 “정신이 나간 년, 앞으로 다시는 볼 일 없을 거다. 꺼져라”고 욕하며 집을 나갔다. 김씨는 그날 퇴근한 뒤 가까운 지구대에 정씨를 신고했고, 다음 날 성폭행 사실을 인정한다며 연락을 해왔다.

다른 영상 가져오라고?
“가해자 말만 신뢰” 주장

이후에도 정씨는 김씨의 집에 무단침입하려 했으나, 경찰관이 찾아와 정씨를 집에 돌려보낸 적이 있다.

끔찍한 사건보다 황당한 일은 이제 시작이었다. 김씨는 ▲상해진단서 ▲정신과 진단서 ▲녹취록 ▲홈캠 영상을 경찰서에 제출했다. 담당 수사관은 이 영상을 확인한 뒤 “너무 심각하다. 그냥 넘어갈 수 없으니 걱정 마라”고 말했다.

문제는 검찰에 있었다. 담당 여성 검사는 증거물을 다 확인했지만 강간, 폭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증거불충분으로 경찰로 되돌려 보냈다. 오히려 정씨의 “합의로 관계한 것이다. 때린 적도 없고 잘못한 것 없다. 이 일이 있고 나서 새벽에 관계를 더 했다”는 말을 믿었다.

검사는 홈캠 영상이 매끄럽지 않고 끊어지는 데다 영상이 전체가 아니라며, 도리어 김씨가 영상을 조작한 것으로 의심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요시사>가 김씨에게 받은 영상을 확인한 결과, 해당 사건은 명백한 성폭행, 폭행, 주거침입이 발생했다. 목을 조르거나 숨을 못 쉬게 하는 장면도 있으니 살인미수라고 할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음성까지 녹음돼 있어 김씨가 피해자란 사실이 명확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담당 여성 검사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구속 영장을 기각했다. 기존 영상에 성폭행당하는 장면이 명백한데도, 다른 영상을 더 가져오라고 했다. 정씨가 “너가 나 버리고 간 게 너무 미워서” “엄청 사랑한다면서 나 버리니까(그랬다)”며 성폭행을 인정한 카톡도 있지만, 증거로 사용되지 않았다.

김씨는 현재 다른 집으로 이사갔지만 직장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어서 여전히 가해자인 정씨와 같은 동네에 거주 중이다.

“당했는데…”

김씨는 “검사는 정씨가 협박해서 억지로 재회한 것 등을 두고 성폭행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내가 낸 증거자료는 모두 소용없었다. 미쳐버릴 것 같고 너무 억울하다. 최대한 안전하게 이별하려던 것이 나를 꽃뱀으로 만들었다. 검사는 가해자 말만 믿고, 여전히 나는 가해자와 같은 동네에 살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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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