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오늘이 가장 싸다

전국 민간아파트 분양가격이 일제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분양가격이 치솟자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지금이 제일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따르면 지난달 전국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1858만원으로 2월보다 4.96% 올랐는데 1년 전 대비 17.24% 상승한 수치다. 권역별 전월 대비 분양가 상승률은 ▲수도권 0.21%, ▲5대광역시 및 세종시 13.23%, ▲기타 지방 0.91%이다. 1년 전 대비 분양가 상승률은 ▲수도권 18.00%, ▲5대 광역시 및 세종시 25.96%, ▲기타 지방 10.66%로 나타났다.

일제히 
상승세

공공분양 아파트도 분양가가 오르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수도권 3기 신도시 중 최초로 사전청약을 받은 단지인 인천 계양지구 공공분양 아파트의 총사업비는 2년여 만에 30%가량 늘어났다.

분양가 상승 기조가 여전하자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일단 청약에 먼저 도전하려는 수요자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청약제도 개편으로 청약 당첨 확률이 높아지자 늦기 전에 새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자재 가격 상승, 인건비 급등 등의 이유로 주거용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잠정) 주거용건물의 건설공사비지수는 전년 동월(149.95) 대비 2.77% 상승한 154.11로 2개월 연속 역대 최고치를 보였다.


공사비·분양가 덩달아 상승
비용 부담 덜어줄 단지 인기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 노무, 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데 지난해 2월(149.95) 대비 2.77%, 3년 전인 2021년 2월(124.35) 대비로는 23.93%나 올랐다. 자재 가격과 임금 인상 등으로 오른 공사비는 하방경직성(한번 가격이 결정되고 나면, 경제 여건이 변화해도 가격이 쉽게 하락하지 않는 현상)이 강해 떨어질 기미가 없을 전망이다.

늘어난 공사비는 다시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전국의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격은 ㎡당 563만3,000원으로 전월 대비 4.96%, 전년 동월 대비 17.24%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은 전월 대비 0.21%, 전년 동월 대비 18%, 5대 광역시 및 세종시는 전월 대비 13.23%, 전년 동월 대비 25.96%의 상승세를 보였다. 또 기타 지방은 전월 대비 0.91%, 전년 동월 대비 10.66% 상승했다.

정설로만 내려오던 ‘오늘이 가장 싸다’는 말에 더욱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 같은 인식의 확산으로 수요자들 사이에선 이미 가격이 정해진 기분양 단지를 노리거나 주변 시세와 비교해 현저히 합리적인 수준의 분양가격을 갖췄거나 안전 마진이 있는 단지에 청약, 계약 의사를 내비치는 일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분양혜택을 더욱 면밀히 따지는 현상도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신축 입주를 계획 중인 신혼부부나 출산가구라면 상반기나 늦어도 하반기 청약에 도전해보는 게 좋다.


상반기? 
하반기?

이미 시장에선 분양가가 더 비싸지기 전 내 집 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부동산R114 조사 결과 올해 1분기 수도권 청약자는 총 9만990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배가량 늘었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감소하던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도 반등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통계를 보면 2월말 기준 전국 주택청약종합저축 가입자 수는 2556만3099명으로 직전월대비 1723명 늘었다.

2022년 7월 이후 20개월 만에 하락세가 멈췄다.

스트레스 DSR 도입으로 대출한도가 더욱 줄어드는 것도 내 집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DSR은 대출자가 한 해 갚아야 하는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현재 은행권에선 대출자 DSR이 40%를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대출이 가능하다.

지금까지는 현재 금리를 기준으로 DSR을 산정했지만, 이번에 도입된 스트레스 DSR은 실제 금리에 향후 잠재적 인상폭까지 더한 더 높은 금리를 기준으로 따진다. 스트레스 DSR을 적용하면 연봉 5000만원 기준 대출한도가 2000만원가량 낮아지게 된다.

문제는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스트레스 DSR 적용에 따른 대출한도 감소폭이 더욱 커진다는 것이다. 예컨대 스트레스 금리 반영비율은 1단계 25%서 2단계(2024년 7월1일〜12월31일) 50%, 3단계(2025년 1월1일 이후) 100%로 넘어갈 수 있다.

스트레스 DSR은 대출요건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므로 대출한도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특히 대출여건이 우량하지 않은 실수요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집을 사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집값이 상대적으로 덜 떨어지고 수요가 충분한 입지라면 지금이라도 매수에 나서는 게 좋겠다. 

시장 내 ‘집값 바닥론’ 확산으로 각종 부동산 지표가 반등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동향을 보면 지난 3월 셋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값은 16주 만에 하락세를 끝내고 보합 전환했다. 매수심리를 보여주는 매매수급지수도 6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3월 셋째주 기준 86.6으로 직전주 85.7 대비 0.9p 올랐다.

금리인하
가시화권

금리인하가 구체화되는 올 하반기가 매수 적기라는 분석도 나왔다. 상반기도 나쁘지 않지만 금리인하가 가시화되는 하반기에 매수하는 것을 추천하며, 금리인하 전후로 주택거래량이 받쳐주는지 살펴본 뒤 매수를 결정하는 게 좋다는 내용이다. 

최근 3기 신도시 공사비마저 30%가량 오르는 등 계속되는 분양가 상승으로 내 집 마련을 준비하는 수요자들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내년부터는 친환경주택 건설 기준 개정안까지 적용될 계획이라 상승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국토교통부에 자료에 따르면 인천계양 테크노밸리 A2 블록 공공주택 건설사업의 총사업비가 3364억원으로 변경 승인됐다. 이는 지난 2022년 1월 사업계획승인 때보다 688억원(25.7%) 증가한 것이다. A2 블록과 함께 사업계획이 승인된 바로 옆 A3 블록의 총사업비도 1754억원에서 2355억원으로 580억원(33.1%) 올랐다.

추정 분양가는 A2 블록 59㎡가 약 3억5600만원선, 74㎡는 약 4억3700만원선, 84㎡가 약 4억9400만원선이었다. 그러나 증액된 사업비를 고려하면 올해 9월 본 청약 때 확정될 최종 분양가의 상승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민간·공공주택을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의 아파트 사업비 인상은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요인이다. 실제 최근 들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9개 업체의 원재료 매입가를 분석한 결과, 시멘트 가격은 2년 전보다 최대 47%, 레미콘은 27%가량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가격 더 오르기 전…
내 집 마련 적기는?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분양가와 공사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월 민간아파트의 전국 평균 3.3㎡당 분양가는 1771만원으로 1년 전 1560만원 대비 13.5% 올랐다. 서울은 24.18%, 수도권은 20.2% 올랐다.

원자재 외에 부가적인 가격 상승 요인도 남아 있다. 국토부는 얼마 전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에너지절약형 친환경주택 건설 기준(친환경주택 건설 기준) 개정안을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온실가스 감축과 국민 주거비 부담을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신축 아파트의 에너지 성능 기준을 5등급으로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친환경주택 건설 기준은 2009년 제정된 이후 제로에너지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에너지 기준을 단계적으로 강화해 왔다. 지난해에는 공공주택 제로에너지 5등급 인증을 의무화한 바 있다. 이번 제로에너지건축물 성능강화에 따라 주택 건설비용이 전용 84㎡ 기준으로 약 130만원 추가될 전망이다.

다만 매년 약 22만원의 에너지비용을 절감해 약 5.7년이면 추가 건설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내년에도 분양가와 금리상승이 예상돼 합리적인 분양가를 갖추거나 금융혜택을 제공하는 단지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중도금 무이자 혜택 단지는 입주 때까지 자금 부담을 덜 수 있어 내 집 마련을 고려하는 실수요자에게 중요한 고려사항”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내 집 마련 비용을 줄여줄 분양 아파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 대우건설은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산 일원에 후분양 아파트 ‘상도 푸르지오 클라베뉴’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지하 5층~지상 18층, 10개동, 전용면적 59~84㎡ 총 771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선착순 분양은 지역 제한이 없고 청약통장도 필요 없다. 동·호수를 지정해 분양받을 수 있다. 여기에 의무거주 기간이 없어, 2024년 3월 소유권 이전 등기 후 전매도 바로 가능하다. 계약자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30% 무이자 등을 제공한다. 게다가 후분양 아파트인 만큼 즉시 입주가 가능하다.

단지 반경 700m 내에 지하철 7호선 장승배기역이 위치해 강남구청역까지 환승 없이 20분대 이동이 가능하며, 서울 전역을 이동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서부선 경전철 신상도역(가칭)이 지날 예정이다. 단지 내 어린이집을 비롯해 반경 200m 내에 상도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신상도초, 국사봉중, 당곡중, 장승중, 당곡고 등 다수의 초·중·고교가 밀집돼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 동작도서관, 약수도서관 등의 교육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상도근린공원, 용마산공원, 보라매공원 등이 가깝고 상도근린공원에 마련된 유아숲 체험장, 국사봉체육관 등에서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 DL건설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일원에 짓는 ‘e편한세상 평촌 어반밸리’는 중도금 무이자 혜택에 이어 전 주택형(타입)에 발코니 확장비 무상 지원 혜택이 제공된다. 지하 3층~지상 20층, 6개동, 전용면적 59~98㎡, 총 458세대로 지어진다. 

평촌생활권에 속해 있는 단지다. 호원초를 품은 초품아 입지에 평촌학원가 이용이 가능하고, 지하철 1·4호선 및 향후 GTX-C 노선(예정)이 지나게 될 금정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향후 인덕원~동탄 복선전철(예정) 호계역(가칭, 예정)도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다수의 LS그룹 계열사와 안양국제유통단지, 안양IT단지가 위치해 있고 평촌생활권에 속해 생활 인프라 이용도 쉽다.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 동문건설이 경기 평택시 화양지구 일원에 짓는 ‘평택 화양 동문 디 이스트’는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1차),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다양한 
금융혜택

지하 2층~지상 29층, 8개동, 전용면적 84〜107㎡, 총 753세대 규모로 구성된다. 단지가 위치한 화양지구는 원정·포승국가산업단지, 포승2일반산업단지, 평택 포승(BIX)지구 등이 가까운 서평택 중심 입지다. 단지 옆에는 초등학교(예정)를 비롯해 다수의 초, 중, 고교(예정)가 들어설 전망이다.

▲익산 부송 아이파크= 현대산업개발이 전북 익산시 부송동(부송4지구 C블록) 일원에 짓는 ‘익산 부송 아이파크’는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1차), 중도금 무이자 혜택이 제공된다. 지하 2층~지상 20층, 5개동, 전용면적 84~123㎡, 총 511세대로 공급되는 익산시의 첫 번째 아이파크이자 영등생활권의 마지막 민간분양 아파트다. 

도보 거리에 궁동초, 어양중과 부송도서관이 위치하고 영등학원가가 인접해 있다. 단지 인근에 홈플러스(익산점), 롯데마트(익산점), CGV 익산, 익산종합병원, 익산예술의전당 등이 있다.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 GS건설과 한화 건설부문이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 일원에 짓는 ‘운암자이포레나 퍼스티체’는 1차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제공한다. 총 3개 단지, 지하 3층~지상 29층, 37개동, 전용 59~109㎡, 총 3214세대 규모로 조성되며, 이 중 전용면적 59~84㎡, 총 1192세대가 일반분양된다. 단지 바로 앞에 경양초와 운암중이 있고 대형마트와 병원 등 생활 편의시설 이용이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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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