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고 끝 선택’ 국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의 임무

결국 혁신보다 안전빵 택했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혁신을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랬더니 여전히 주류만 이끌고 가려는 모양새다. 누구든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라도 때려야 하는데, 먼 하늘만 바라보는 격이다. 도무지 나아지겠다는 의지도 없이 속절없는 시간만 흘러가고 있다. 

4·10 총선 패배 이후 국민의힘은 여전히 반성문만 내놓고 있다. 수습 절차의 첫 단추를 제대로 꿰지 못하는 중이다. 총선 뒤 약 한 달이 지난 끝에 수습책보다는 차기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으로 누구를 앉히느냐에 혈안이 돼있었다. 방식은 개혁형이냐, 관리형이냐 두 가지 갈래였다. 

고르고 
골랐다

고민 끝에 국민의힘은 관리형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양한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비대위원장을 맡겠다고 손을 들었던 인물도 있었으나 쉽게 결론짓지 못했다. 

지난 3일, 취임 입장 발표 기자회견서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먼저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겠다”며 “보수 가치를 약화·훼손해 사이비 보수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보수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초 비대위원장 후보로는 여러 인물들이 거론됐다. 중진 의원을 통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의견과 당 외부서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다. 누가 앉느냐에 따라 국민의힘의 명운이 결정될 중요한 사안이었다. 


여전히 국민의힘 내에선 주도권을 두고 다툼이 오간다. 공식적으로 큰 싸움이 벌어지지 않았지만, 여전히 물밑 싸움이 치열한 모습이다. 극악으로 내몰린 상황을 종식시키기에 아직도 먼 길을 가야 한다. 처음에는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서도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차기 원내대표가 정해야 한다는 인식이, 다른 한편에서는 빠른 수습을 위해 지금의 원내대표가 뽑으면 된다는 의견이 대립됐다. 

결국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 결정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도무지 비대위원장으로 낙점될만한 인사가 없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7일, 당내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6선)이 “헌신한 각오가 돼있다. 스스로 독이 든 성배를 마시겠다”고 나섰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에 따르면, 몇몇 의원들이 조 의원을 추천해 윤 권한대행에게 의사를 전달했으나 끝내 무산됐다. 

장고 끝에 국민의힘은 같은 달 29일, 당선인 총회를 열고 비대위원장 추대 작업에 나섰다. 총회 결과 신임 비대위원장으로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달 22일 당선인 총회를 통해 윤 권한대행에게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부여했다. 이후 윤 원내대표는 비교적 긴 시간 당내 중진들과 의견을 나누며 후보군을 좁혀왔다. 결론적으로 황 전 대표가 선임됐다. 

선거 끝난지가 언젠데 아직도 반성문?
“독 든 성배 마시겠다” 조경태는 무산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사퇴한 지 18일 만이다. 황 전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배경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선출됐던 전당대회서 관리위원장을 맡았으며, 공정한 전당대회 관리 등이 중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무엇보다 당과 정치를 잘 알고, 당 대표로서 덕망과 신망을 받을 수 있었던 것 등이 인선 배경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황 비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수락했다. 할 사람이 여러 명 있었으면 나서지 않았을 텐데, 당이 어려울 때 마다하면 안 된다는 마음을 늘 가졌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엔 윤 원내대표에게 거절의 의사를 드러냈는데, 지속적으로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없어 당의 현 상황을 매듭지어야 하는 때라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설명했다.

황 비대위원장 인선을 두고 당내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수도권 내 5선 중진의 윤상현 의원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받들고 어떤 혁신과 쇄신의 그림을 그려 나갈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문제는 당선자 총회서 아무도 ‘황우여 비대위’에 대한 반기를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만장일치로 의결돼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무난한 인사라는 소리가 나오기는 하나 혁신이 필요한 상황서 전당대회만을 염두에 둔 인선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명분이 없는 인선이었던 데다 밖에서 볼 때 올드한 느낌이 있다”며 “정치적으로 은퇴한 사람을 다시 세운다는 게 당 입장서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황 비대위원장은 판사 출신으로 신한국당 소속 비례대표로 정계에 입문해 19대 국회까지 5선 의원을 지냈다. 20대 총선서 낙마한 뒤 국회를 떠났고, 당명이 바뀌는 동안 정치 일선을 떠나 있었다. 박근혜정부 당시에는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지내 친박(친 박근혜)계로 불렸지만 계파색이 옅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대룰 과제
밑그림 담당

한나라당 원내대표 및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을 지냈으며, 개혁신당 이준석 전 대표가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했던 2021년 전당대회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결국 쇄신 대신 안정을 택한 셈이다. 황 비대위원장 앞에는 비대위구성등 여러 문제들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다. 조만간 비대위원 지명 건을 의결해 비대위 구성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비대위원 구성에는 과연 수도권을 안배한 인사를 합류시킬지가 관건이다. 

앞서 황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수도권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인사는 물론, 영남권에 대한 예우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은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에게 역대급 패배를 기록했던 지역이었다. 서울에선 48석 중 1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고, 74석이 걸린 인천·경기에선 8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 


반면 ‘보수의 텃밭’으로 불리는 PK(부산·경남)·TK(대구·경북) 지역에선 오히려 결집 현상이 두드러졌다. 선거 막판 보수세력이 한데 뭉치면서 간신히 개헌 저지선을 막아냈다. 

이런 상황서 수도권 안배 인사를 뽑지 않을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자멸의 길로 들어서는 것과 다름없다. 수도권 인사를 비대위에 참여시켜 수도권 민심을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 

황 비대위원장이 총선 패배를 수습하기 위해 어떤 방안을 내세울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전당대회 룰 세팅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기존 룰인 당원 100% 투표를 어떤 방식으로 고칠지가 관건이다. 전대 룰 수정 당시에도 여러 말들이 오갔다. 

국민의힘은 김기현 전 대표가 당 대표로 선출될 당시 룰을 고쳤다. 명분은 당 대표인 만큼 당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이유에서였다. 기존 룰은 당원 70%, 여론조사 30%의 비율이었다.

당시 여론조사가 포함된 후 김 전 대표의 지지율이 밀리자, 전대 룰도 갑작스럽게 변경됐다. 전대 룰 변경을 두고 당내 곳곳서 반발이 심했다. 사실상 김 전 대표에게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고스란히 나타났기 때문이다. 

친윤, 비윤
누구 손을…


결과는 좋지 않았다. 당정일체의 강한 기조로 상당히 폐쇄적인 구조로 운영됐다. 결국 당에서는 대통령실에 이렇다 할 목소리도 내지 못하고 의도하는 대로 끌려만 다녔다. 

총선 패배의 원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지목되는 이유다. 당내서도 전대 룰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최대 뇌관인 전대 룰을 황 비대위원장이 고칠 것인지는 추후 지켜봐야 안다. 그러나 정치권에 따르면 친윤(친 윤석열)계는 전대 룰 변경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본인들이 지난 전대 당시 급히 바꿔버린 룰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 모양새다. 이들의 발언은 과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앞으로 황 비대위원장이 친윤과 비윤(비 윤석열)계 사이서 어떤 선택을 할지가 중요하다. 친윤의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또다시 국민의힘은 당정일체의 관계로 빠져들게 된다.

이미 대통령실은 비서실장에 정진석 전 비대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대놓고 친윤 체제를 공고히 했다. 대표적인 친윤계인 이철규 의원이 원내대표 후보로 급부상하면서 김도읍 의원이 경쟁자로 분류됐으나, 불출마를 선언했다. 

황 비대위원장에게는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지점이다. 당과의 대통령실 관계 설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가 친윤이 당을 이끌고 가려는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나설 경우 당내에서는 또다시 분란이 생긴다. 

이와 관련해 황 비대위원장은 “(당정 관계는)바꾸기보다는 비대위원장이 됐으니 기존 룰을 바꾸자는 의견이 많이 있을 때 검토하게 된다. 검토 절차가 당헌·당규에 규정돼있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발언은 전대 룰 변경에 다소 회의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어 “비대위는 철저하게 사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닌, 질서에 맞게 하도록 돼있다. 모든 것은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황 “선당후사 마음으로 수락” 당정 관계는?
당 일각선 “과연 개혁 잘될까” 우려 목소리

반면 수도권 당선인 중심으로는 전대 룰 변경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강하다. 실제로 김재섭 당선인과 안철수 의원은 “수도권 민심을 반영하기 위해서 전대 룰 변경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아가 수도권에 경쟁력을 가진 인물을 앞세워 중도층 포섭 구도까지 만들어 내야 한다며 확장성을 요구하기도 했다. 단순히 전대 전 비대위원장이기 때문에 잠시 거치는 직이라는 인식도 다수 있다.

하지만, 황 비대위원장의 숙제는 전대 룰만 있는 게 아니다. 우선 총선 참패를 어떻게 수습할지도 논의를 띄워야 한다. 총선 패배에 대한 반성 후 이유 등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는 탓이다. 유야무야 넘어간다면 다음 선거에선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

이미 이번 총선 결과로 ‘영남당’으로 인식이 굳혀져버린 상황이다. 영남마저 등을 돌리게 된다면 보수의 궤멸은 예정된 수순이다. 여당의 역할을 복원할 방식 등도 미리 논의돼야 한다. 

재임 기간이 짧아도 현재 처한 상황을 뚫어낼 방안 마련은 필수적이다. 당의 체질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3년 동안 집권여당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국민의힘은 벌써 4번째 비상 상황을 맞고 있다. 툭하면 꺼내드는 체제서 누구든, 성공적으로 직을 마무리지었던 전례도 전무하다. 

이번 황우여 비대위 체제마저 실패했다는 평가가 내려질 경우, 추후 대선 및 지방선거마저도 장담할 수 없다. 여전히 당 주류는 영남계로 이들의 생존을 위해 비주류를 신경쓰지 않는다면 불어닥칠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중한
스타일

정치권에 따르면 황 비대위원장은 무리하지 않는 이른바 안전형 스타일로, 파격적 선택을 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황 비대위원장은 “과연 관리형으로 끝날 수 있겠냐는 생각이다. 쇄신의 목소리가 크고 당에서 해야 하는 당무가 있다”면서도 “하루 이틀, 미룰 일이 아니다. 새로운 당 대표가 뽑히기 전까지 여러 일을 겸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황우여 비대위원장, 수락 고민했던 이유?

국민의힘 황우여 비대위원장이 수락한 배경에는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의 지속적인 요청이 있었다.

처음 제안이 왔을 때 황 비대위원장은 직을 거절했다.

그 이유는 바로 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황 비대위원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발을 좀 다쳤다. 사진을 찍다가 왼발을 접질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는데 병원에 가 보니 봉숭아 뼈가 골절이 됐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큰일났다고 생각했는데, 압박붕대로 3주 정도 고생을 해야 한다. 완전히 붙으려면 3개월이 걸린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비대위원장직 수락 여부를 고민했다고 한다.

그는 “비대위원장도 쩔뚝이고, 당도 쩔뚝이는 모양이 좋지 않다”고 하자, 윤 원내대표가 “시간이 없는 상황이다. 부탁한다”며 재차 설득에 나선 끝에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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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