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완전 비윤계 결합적 한계

모처럼 물 들어왔는데 각자 노질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친윤(친 윤석열)계의 몰락이 가시화됐다. 이제는 살아 돌아온 비윤(비 윤석열)계가 너무나도 커져 버렸다. 이들이 세력을 합친다면 당내서 이길 자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이 결합과 연합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개인 플레이를 해야 오히려 돋보일 수 있기 때문인데, 이에 따른 물밑 경쟁도 심화될 양상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이 물러난 뒤 ‘포스트 한동훈’이 누가 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국민의힘은 4·10 총선 이후 말 그대로 비상 상황으로 내몰렸다. 책임론을 두고 대통령실도, 여당도 미루고 있는 만큼 두 집단 사이에선 팽팽한 긴장감마저 감돈다. 

어수선한
당내 상황

한 전 비대위원장이 먼저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동정론’을 펼쳤고, 윤석열 대통령은 비공개로 사과의 뜻을 전했다. 총선 패배에 대한 대국민 사과로 해석될 수 있는 유감 표현은 공개적으로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수습책이 절실하다. 이번에 제대로 개선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뒤로 물러날 길이 없다. 벌써부터 당내에서는 당 대표를 조기에 뽑아야 한다는 조기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조기 전당대회론’과 비대위를 거쳐 상황을 수습한 뒤 전당대회를 하반기에 열어야 한다는 ‘선 비대위 후 전대론’이 팽팽히 갈리고 있다.

조기 전당대회 필요성은 말 그대로 파격적인 혁신을 위한 전략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인식이 기본으로 깔려 있다. 


앞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이하 권한대행)은 지난 15일, 각각 중진 간담회, 지난 16일 당선인 총회, 지난 17일 초선·상임고문 간담회를 열고 현재 국면 돌파 안을 마련했다. 

중진 간담회 자리서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경태 의원은 중진 간담회 이후 “원내대표를 뽑는 게 급선무다. 새 원내대표가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기 위해 준비를 착실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새 지도부의 영남권 인사 우려에 대해선 “당을 변화시키고 혁신시킬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국민의힘 내에서 혁신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실무형 비대위 체제가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빠른 시일 내에 돌파구 마련을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다. 전당대회는 이르면 6~8월 사이 개최될 전망이다. 

상임고문 간담회서도 재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부나 당이 각고의 노력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뜯어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었다. 비대위원장 인선에 대해선 결론이 나지 않았다.

당 일각에서는 윤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직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으나 부담이 따른다는 이유로 쉽게 결정 내리지 못했다.

당내 여론이 관리형과 혁신형의 두 가지 안건으로 팽팽하게 갈리면서 시선은 자연스레 전당대회로 쏠린다. 지도부 개편이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가 초미의 관심거리다.


영남 지도부 개편 필요
쪼그라드는 친윤 세력

그동안 국민의힘은 주로 영남권 지도부에 힘을 들여왔다. 직전 당 대표 역시 영남 출신인 김기현 의원이 맡았고, 지도부 역시 대부분 영남 출신들이 다수였다. 서울, 경기, 인천 등 수도권을 안배한 인선은 찾기 어려웠다. 

이런 탓에 ‘영남당’으로 불리면서 선거 당시 수도권으로의 확장성을 발휘하기엔 한계가 분명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선거가 참패로 막을 내리자, 당내 일각에서는 뒤늦게 수도권 인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각됐다. 

실제로 차기 지도부를 놓고서도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차기 대표를 두고 수도권이냐, 영남권이냐를 두고 엇박자가 나온다. 

나경원, 안철수 등 수도권 인사들의 경우 대부분 비윤(비 윤석열)으로 분류된다. 나 당선인과 안 의원의 공통점은 각각 서울 및 경기도서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구서 당선됐다는 점이다. 나 당선인이 출마한 서울 동작을 지역은 69%의 투표율을, 안 의원이 출마했던 경기 분당갑 지역은 무려 77%를 기록했다.

이들은 이름값을 톡톡히 증명해보이며 스스로 생환에 성공했다. 

나 당선인은 2022년 수해 복구 현장을 찾으면서 일찌감치 총선 출마의 의지가 있음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윤석열정부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을 맡았다가 당 대표 출마를 위해 직을 내려놨으나 ‘초선 의원 연판장’ 사건과 비윤 비주류로 낙인찍히며 출마를 포기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한 행보를 보이다가 이번 총선에 출마했고, 민주당 류삼영 후보와 접전 끝에 여의도에 재입성했다. 

이미 나 당선인은 유력한 차기 당 대표 후보군으로 급부상했다. 과거 그는 구 친박(친 박근혜)계 지원을 받은 바 있는데, 당시 맞붙었던 대표적인 인물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현재 관건은 나 당선인이 당내 어느 계파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있느냐다. 앞서 지난해 3월 열린 전당대회서 그가 출마 의사를 접으면서 지지했던 인물이 바로 김 의원이었다. 

선거 패하고
치솟는 몸값

정가에서는 친윤이 전면에 나서지 않고, 나 당선인을 지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 당선인은 수도권 인사들 중 ▲5선 중진 의원 ▲영남권 지원으로 당내 주류로서의 입지를 굳힐 수 있는 상징성도 갖고 있다. 


그의 당내 입지는 비교적 탄탄한 편이다. 정계 입문 후부터 국민의힘에서만 정치 활동을 해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이후에도 원내대표를 맡아 문재인정부와 강력한 대립각을 세웠던 이력이 있어, 당원들이 좋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친윤계에 가까운 기조를 펼쳐왔다는 게 한 가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나 당선인이 당권을 거머쥐게 될 경우, 당정이 또다시 수직적 관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차기 당권주자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또 다른 인사는 안 의원으로 그 역시 개인의 능력으로 살아 돌아왔다. 

그는 본격적으로 총선 이전부터 지역구를 찾아다니며 표밭을 일궜다. 일주일에 1~2번가량 당원 가입 독려는 물론, 지역 행사 등을 찾아다니며 관리했다. 결국 ‘좌희정-우광재’로 유명한 민주당 이광재 후보와 역전에 재역전을 거듭한 뒤 신승을 거뒀다. 

안 의원은 과거 민주당 계열서 정치를 시작해 현재는 보수당서 활동 중이다. 당적 이동이 있었던 데다 당내 지지 세력이 많지 않은 탓에 당내 입지는 나 당선인에 비해 다소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속적으로 중도층을 노리는 스탠스를 취해왔던 덕분에 수도권 및 중도 민심을 아우를 수 있는 존재로 인식된다. 메시지 역시 중도를 겨냥하거나, 윤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으로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실제로 안 의원은 당내서 철저하게 비윤으로 분류돼있는 인사다.


긍정적인 부분은 지난 전대 당시 당 대표 후보 중 2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다만 김 의원에 비해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런 탓에 추후 정치 인생이 가시밭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으나, 이번 총선서 당선을 확정지으며 유력한 차기 당권주자 반열에 올라섰다.

압도적
존재감

안 의원은 “현재는 (당권을)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으나, 전대 당선 후 당의 혼란을 수습할 경우, 대권주자로 우뚝 설 수도 있다.  

또 다른 비윤계인 ‘수도권 최다선’ 윤상현 의원(5선)도 차기 당권 도전이 예상된다. 일찍부터 수도권 위기론을 끊임없이 제기하며 윤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던 그 역시 개인 역량으로 생환에 성공하는 저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인천서 참패를 기록했지만, 윤 의원은 민주당 남영희 후보를 눌렀다.

앞서 지난 전대 당시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으나, 본선에 오르지 못해 고배를 마셨던 그는 수도권 중진 의원이라는 점에서 메리트가 상당하다. 수도권 당 대표가 대세론인 상황인 만큼, 경쟁력이 충분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예 젊은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후보군으로는 김용태(경기도 포천·가평)·김재섭(서울 도봉갑) 당선인이 대표적이다. 김재섭 당선인은 민주당 텃밭서 안귀령 후보를 제치고 국민의힘 깃발을 꼽는 데 성공했다. 두 당선인 모두 비윤계로 분류된다. 

이들은 밟아온 정치 이력이 모두 다른 데다 성향도 차이가 큰 만큼, 물리적 결합을 넘어 화학적 결합까지 이뤄질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친윤 세력은 ‘윤 대통령’ 하나로 뭉치기 수월하지만, 이에 비해 비윤계는 복잡한 구도 속에 뭉칠 구심점을 찾아야 하는 것도 숙제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연대는 수도권 인사인 윤 의원과 안 의원의 ‘안윤 연대’다. 앞서 이들은 지난 전대서도 연대해 친윤 후보에 맞섰던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전대에서는 ‘교통정리’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 전대에선 친윤 후보로 단번에 정리가 됐지만, 이번에는 친윤 세력의 위세가 그다지 높지 않아 여러 계파들이 난립할 가능성이 높다. 친윤 세력은 비윤계의 당권 경쟁이 거셀수록 표가 갈려 유리해진다. 비윤계 입장서도 초장부터 뭉쳐야 계속 대세론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커지는 비윤 목소리 
연대 가능성은 낮아 

비윤계가 당내 입지를 넓히려면 당원의 지지가 필수인데, 현재 침묵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친윤계가 어떤 방식으로 뭉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당내 일각에서는 현 윤 권단해댕 체제의 혁신과 쇄신의 추진력을 얻기 위해 친윤 세력을 전면에 내세우기엔 다소 부담스럽다는 시선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민의힘 내에는 친한(친 한동훈계) 세력이 새롭게 떠올랐다. 이른바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내부 분란이 불가피해진 셈이다.

친한계가 친윤 또는 비윤에 각을 세울지는 미지수지만 한 전 비대위원장의 높은 인지도를 바탕으로 특정 계파를막후서 지원한다면 당심 역시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비윤 및 친한계가 연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친한계도 결국은 비윤계인 만큼, 추후 두 계파가 친윤 세력의 견제를 위해 손 잡지 않겠냐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몇 년간 당을 안정화시키지 못했다. 민주당과 다르게 탈당 사례는 없었으나 끊임없이 분란과 갈등을 반복해왔다. 매번 선거를 앞두고선 계파는 더욱 갈라졌다. 

다만 이들 역시 출신과 방향성이 제각각이다. 

한 전 비대위원장도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은 상황서 비윤계와 갈라져 각자의 노선을 택할지 관심이 쏠린다. 

추후 어느 특정 계파가 당권을 쥐게 되느냐에 따라 대통령실과의 관계 설정도 자연스럽게 이뤄질 전망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비윤 연대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화력과 존재감 면에서 친윤계를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계파간 결합이 쉬운 것도 아니다. 상호 견제하며 존재감을 발휘하기 위해 금명간 물밑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당권을 거머쥐어야 추후 대권주자로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 

따로따로
각자도생

명지대 신율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치인이 자기 살 길을 찾는 것은 당연하다. 현재로서는 친윤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비윤이 열세라면 뭉쳐야 하지만 지금은 열세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모두 통일성을 추구할 필요는 없다. 대표적인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나 당선인과 안 의원이 연대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동훈도 당권 도전?

국민의힘이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택하면서 시선은 전당대회로 옮겨진다.

당 안팎에서는 한 전 비대위원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총 책임을 지겠다는 발언으로 하여금 동정론 작전에 성공한 것.

이에 따라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권 도전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한 전 비대위원장은 정치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당내서의 한 전 비대위원장의 입지는 상당이 폭이 넓은 편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전에 하던 대로 100% 당원투표를 진행하면 한 전 비대위원장의 당 대표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룰을 고치지 않는다면 대통령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 대표 출마를 강행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물 몇몇은 전당대회 룰을 고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룰을 그대로 가져갔을 경우 영남 지역 당원이 많은 만큼, 수도권 민심과 더욱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한 전 비대위원장의 측근으로 불리는 김경률 전 비대위원은 “(한 전 비대위원장이)당 대표에 출마하지 않을 것이다.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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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