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룡’ MBK 손익 계산서

갈수록 간절해지는 본전 생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잇따른 투자 실패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큰 기대를 안고 사들였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매물이 곳곳에서 눈에 밟힌다. 차익은커녕 본전 뽑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바이아웃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한 뒤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후 재매각하는 투자전략을 기초로 한다.

확연했던
파죽지세

MBK 성공신화의 주역은 단연 창업주인 김병주 회장이다.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등을 거친 김 회장은 2005년 MBK를 설립 이후 하락기에 기업을 인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 인수 및 매각은 관련 업계에서 MBK를 주목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MBK는 2006년 626억원을 투입해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한미캐피탈을 매입했고, 이듬해 우리은행에 한미캐피탈을 2711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한미캐피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MBK가 거둔 차익은 1840억원에 달했다.


금호렌터카 인수 및 매각은 MBK의 투자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였다. MBK는 2010년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으로부터 금호렌터카 지분 100%를 2890억원에 인수했고, 금호렌터카와 KT렌탈이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KT렌탈 2대 주주로 올라섰다.

MBK는 2013년에 자금회수에 나섰고, KT렌탈 보유 지분 42%를 KT에게 넘긴 대가로 2200억원을 챙겼다. 표면적인 차익은 800억원 수준이었지만, 금호렌터카 지분 인수 당시 40%가량을 금융권에서 차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훨씬 더 컸다.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도 남다른 수완이 돋보였다. ING생명은 2012년 네덜란드 본사의 경영난 여파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1조8000억원을 지불한 MBK의 특수목적회사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MBK 휘하에서 5년을 보낸 ING생명은 2018년 다시 시장에 나왔고, 신한금융지주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MBK는 ING생명 주식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넘기는 대신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약 2조3000억원을 넘겨받았다.

2020년 매각한 코웨이는 가장 극대화된 이익을 남긴 투자 사례로 평가된다. 2013년 MBK는 극동건설 인수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를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는 37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또 인수금융으로 4700억원을 마련했고, 상환전환우선주(3500억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MBK는 코웨이를 사들인 직후부터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힘을 쏟았고 효과는 확실했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힘입어 인수 3년째인 2015년에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MBK는 2020년에 코웨이를 넷마블에 되팔면서 1조원대 차익을 남겼다.

쏠쏠했던
차익 장사


MBK는 연이은 투자 성공에 힘입어 금융투자업계에서 동아시아 지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출범 당시 11억달러에 불과했던 운용 자금이 20년 만에 300억달러 규모로 커진 상태다.

물론 MBK가 무결점 성공가도를 달려온 건 아니다. 크고 작은 투자 실패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됐으며, 몇몇 투자는 흑역사로 남기도 했다. 2008년 인수했던 씨앤엠(현 딜라이브)이 대표적이다.

MBK는 케이블TV 1위였던 씨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씨앤엠은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채권단 경영관리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MBK는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2010년 중후반에 인수한 ▲홈플러스 ▲롯데카드 ▲네파 등이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기류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홈플러스에 책정된 몸값은 7조2000억원에 달했고,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수·합병 사례였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매겨진 천문학적인 몸값은 재매각을 어렵게 만들었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MBK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4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2400억원을 거뒀던 홈플러스는 2022년에 영업손실 260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좋은 시절은 다 끝났나?
팔리지 않고 쌓이는 매물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28일 A3+에서 A3로 조정한 신용등급을 재평가에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신용등급 A3는 적기 상환 가능성은 일정 수준 인정되나, 단기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등급이다.

한신평은 대형마트·SSM의 시장 지위 하락, 과거 대비 약화된 경쟁력,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을 평가 이유로 언급했다. 홈플러스가 지속된 점포 매각과 제한적인 설비 투자로 대형마트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고물가로 소비가 둔화하고 온라인, 근거리·소량 구매 등 대형마트에 불리한 소비행태가 굳어져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꾀하던 2019년 매물로 나왔고,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최종 매각됐다. 당시 MBK가 책정한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MBK는 롯데카드가 2022년 말 역대 최대인 순이익 278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롯데카드 매각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드 업황 부진으로 매각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MBK 측이 요구한 롯데카드 매각가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MBK는 롯데카드 분리매각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에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4150억원에 매각하면서 다소 몸집을 줄인 상태다.

네파는 MBK가 2013년 1조원가량을 투자해 평안엘앤씨로부터 지분 94.2%를 사들인 아웃도어 업체다. 투자금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으며 2·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나머지 금액을 부담했다. 

그러나 네파는 지금껏 재매각에 실패했다. 2022년 영업이익 264억원을 거두는 등 최근 들어 확연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아웃도어를 포함한 국내 패션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었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엉켜버린
엑시트

최근 들어 투자 실패 사례가 연이어 목격된 것과 별개로, 여전히 MBK 휘하에는 매력적인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최근 수익성이 눈에 띄게 향상된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bhc), 모던하우스 등은 매각 가능성이 높은 매물로 분류된다.

MBK는 bhc를 지배하는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의 최대주주다. 2018년 전환사채(CB) 투자, 2020년 2차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렸으며, 경영권 인수가 아닌 지분 투자 형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bhc는 기업가치가 3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6800억원)과 비교해 4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30%대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에서 가장 월등한 축이다. 지난해 11월 박현종 bhc 회장 해임을 계기로 bhc 매각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분위기이며, 차영수 MBK 운영 파트너가 박 회장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1996년 이랜드그룹 생활 사업부로 출범한 모던하우스는 국내 홈·리빙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MBK는 2017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약 686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인 2018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모던하우스는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하면서 확실한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수익성이 높아진 이후 MBK는 2021년 모던하우스 운영법인(엠에이치엔코) 지분 100%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아직까지는 재매각을 실현하지 못한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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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