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공룡’ MBK 손익 계산서

갈수록 간절해지는 본전 생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잇따른 투자 실패로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큰 기대를 안고 사들였다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매물이 곳곳에서 눈에 밟힌다. 차익은커녕 본전 뽑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MBK파트너스(이하 MBK)는 바이아웃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사모펀드 운용사다. 매물로 나온 기업을 인수한 뒤 재투자를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한 후 재매각하는 투자전략을 기초로 한다.

확연했던
파죽지세

MBK 성공신화의 주역은 단연 창업주인 김병주 회장이다. 골드만삭스, 칼라일그룹 등을 거친 김 회장은 2005년 MBK를 설립 이후 하락기에 기업을 인수해 차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회사를 키웠다.

한미캐피탈(현 KB캐피탈) 인수 및 매각은 관련 업계에서 MBK를 주목하게 된 계기로 작용했다. MBK는 2006년 626억원을 투입해 한국씨티은행으로부터 한미캐피탈을 매입했고, 이듬해 우리은행에 한미캐피탈을 2711억원을 받고 되팔았다.

한미캐피탈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MBK가 거둔 차익은 1840억원에 달했다.


금호렌터카 인수 및 매각은 MBK의 투자 능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 또 하나의 사례였다. MBK는 2010년 KT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한통운으로부터 금호렌터카 지분 100%를 2890억원에 인수했고, 금호렌터카와 KT렌탈이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KT렌탈 2대 주주로 올라섰다.

MBK는 2013년에 자금회수에 나섰고, KT렌탈 보유 지분 42%를 KT에게 넘긴 대가로 2200억원을 챙겼다. 표면적인 차익은 800억원 수준이었지만, 금호렌터카 지분 인수 당시 40%가량을 금융권에서 차입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수익은 훨씬 더 컸다.

ING생명(현 신한라이프) 인수 및 매각 과정에서도 남다른 수완이 돋보였다. ING생명은 2012년 네덜란드 본사의 경영난 여파로 시장에 매물로 나왔고, 1조8000억원을 지불한 MBK의 특수목적회사인 라이프투자유한회사가 새 주인으로 등극했다.

MBK 휘하에서 5년을 보낸 ING생명은 2018년 다시 시장에 나왔고, 신한금융지주가 최종 인수자로 결정됐다. MBK는 ING생명 주식 4850만주(지분율 59.15%)를 주당 4만7400원에 넘기는 대신 신한금융지주로부터 약 2조3000억원을 넘겨받았다.

2020년 매각한 코웨이는 가장 극대화된 이익을 남긴 투자 사례로 평가된다. 2013년 MBK는 극동건설 인수 여파로 자금사정이 악화된 웅진그룹으로부터 코웨이를 1조19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MBK는 3700억원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인수를 진행했다. 또 인수금융으로 4700억원을 마련했고, 상환전환우선주(3500억원)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MBK는 코웨이를 사들인 직후부터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힘을 쏟았고 효과는 확실했다.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작업에 힘입어 인수 3년째인 2015년에 20%대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정도로 수익성이 극대화됐다. MBK는 2020년에 코웨이를 넷마블에 되팔면서 1조원대 차익을 남겼다.

쏠쏠했던
차익 장사


MBK는 연이은 투자 성공에 힘입어 금융투자업계에서 동아시아 지역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로 자리매김하기에 이르렀다. 출범 당시 11억달러에 불과했던 운용 자금이 20년 만에 300억달러 규모로 커진 상태다.

물론 MBK가 무결점 성공가도를 달려온 건 아니다. 크고 작은 투자 실패 사례가 심심치 않게 목격됐으며, 몇몇 투자는 흑역사로 남기도 했다. 2008년 인수했던 씨앤엠(현 딜라이브)이 대표적이다.

MBK는 케이블TV 1위였던 씨앤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2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이는 패착이었다. 씨앤엠은 케이블TV에서 인터넷방송(IPTV)으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가는 흐름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2016년 채권단 경영관리체제로 전환했다. 채권단이 매각을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MBK는 산업 흐름에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2010년 중후반에 인수한 ▲홈플러스 ▲롯데카드 ▲네파 등이 재매각에 어려움을 겪자, 이 같은 기류가 부각되는 양상이다.

MBK파트너스는 2015년 9월 영국 대형마트 기업 테스코로부터 대형마트 업체인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당시 홈플러스에 책정된 몸값은 7조2000억원에 달했고, 이는 동아시아 지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인수·합병 사례였다.

그러나 홈플러스에 매겨진 천문학적인 몸값은 재매각을 어렵게 만들었고, 8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 실적은 뒷걸음질쳤다. MBK가 인수하기 직전인 2014 회계연도에 영업이익 2400억원을 거뒀던 홈플러스는 2022년에 영업손실 2602억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좋은 시절은 다 끝났나?
팔리지 않고 쌓이는 매물

이런 가운데 한국신용평가(이하 한신평)는 지난달 28일, 홈플러스 기업어음·단기사채 신용등급을 A3로 유지했다. 지난해 2월28일 A3+에서 A3로 조정한 신용등급을 재평가에서 동일하게 적용한 것이다. 신용등급 A3는 적기 상환 가능성은 일정 수준 인정되나, 단기적인 환경변화에 따라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되는 등급이다.

한신평은 대형마트·SSM의 시장 지위 하락, 과거 대비 약화된 경쟁력,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재무부담 등을 평가 이유로 언급했다. 홈플러스가 지속된 점포 매각과 제한적인 설비 투자로 대형마트 시장 내 경쟁력이 약화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금리·고물가로 소비가 둔화하고 온라인, 근거리·소량 구매 등 대형마트에 불리한 소비행태가 굳어져 단기간 내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카드는 롯데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꾀하던 2019년 매물로 나왔고, MBK·우리은행 컨소시엄에 최종 매각됐다. 당시 MBK가 책정한 롯데카드의 기업가치는 1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MBK는 롯데카드가 2022년 말 역대 최대인 순이익 2780억원을 기록한 것을 계기로 롯데카드 매각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드 업황 부진으로 매각 작업은 순조롭지 않았다. 당시 MBK 측이 요구한 롯데카드 매각가는 약 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MBK는 롯데카드 분리매각 수순을 밟았다. 지난해 맥쿼리자산운용에 롯데카드가 보유한 교통카드 사업 자회사 로카모빌리티 지분 100%를 4150억원에 매각하면서 다소 몸집을 줄인 상태다.

네파는 MBK가 2013년 1조원가량을 투자해 평안엘앤씨로부터 지분 94.2%를 사들인 아웃도어 업체다. 투자금 중 절반에 해당하는 50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했으며 2·3호 블라인드 펀드에서 나머지 금액을 부담했다. 

그러나 네파는 지금껏 재매각에 실패했다. 2022년 영업이익 264억원을 거두는 등 최근 들어 확연한 성장세를 나타냈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아웃도어를 포함한 국내 패션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었다는 게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엉켜버린
엑시트

최근 들어 투자 실패 사례가 연이어 목격된 것과 별개로, 여전히 MBK 휘하에는 매력적인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최근 수익성이 눈에 띄게 향상된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bhc), 모던하우스 등은 매각 가능성이 높은 매물로 분류된다.

MBK는 bhc를 지배하는 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의 최대주주다. 2018년 전환사채(CB) 투자, 2020년 2차 투자를 통해 지분율을 끌어올렸으며, 경영권 인수가 아닌 지분 투자 형식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bhc는 기업가치가 3조원대로 평가받고 있다. 2018년(6800억원)과 비교해 4배가량 상승한 수치다. 30%대 영업이익률은 동종업계에서 가장 월등한 축이다. 지난해 11월 박현종 bhc 회장 해임을 계기로 bhc 매각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 분위기이며, 차영수 MBK 운영 파트너가 박 회장을 대체하는 역할을 수행 중이다.

1996년 이랜드그룹 생활 사업부로 출범한 모던하우스는 국내 홈·리빙 시장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MBK는 2017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약 6860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직후인 2018년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모던하우스는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하면서 확실한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수익성이 높아진 이후 MBK는 2021년 모던하우스 운영법인(엠에이치엔코) 지분 100%를 매각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지만, 아직까지는 재매각을 실현하지 못한 상태다.

<heaty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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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이 위원장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