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흑 오피스텔에 서광이 비친다

저금리 바람과 아파트 규제로 승승장구하던 오피스텔이 극심한 침체기에 빠졌다. 규제가 대폭 완화된 아파트에 밀려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부동산 호황기 당시 지나치게 가격이 높아진 아파트의 대체제로 주목받으며 시장을 확대해 왔지만, 2020년부터 세법상 주택 수에 포함돼 중과세 대상이 되면서 위축을 피하지 못했다. ‘직방’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6만3010건에 달했던 오피스텔 거래량은 2022년 4만3558건, 지난해 2만6696건까지 줄어들며 2년 연속 30%대 감소를 보였다.

불황기
호황기

그러나 올해 들어 오피스텔 시장 임대 수요가 다시 늘고, 정부에서도 신축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규제 완화를 단행하면서 조금씩 시장이 개선되는 분위기다. 빌라 등으로 빠졌던 임대 수요가 전세 사기가 크게 불거지자 다시 오피스텔 월세로 돌아온 것. 

소형 오피스텔 수익률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투자 시점을 저울질하는 수요자가 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매매값이 낮아진 데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태로 월세를 선호하는 세입자가 증가하고 있어서다. 

정부가 신축 소형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내놓아 오피스텔 투자 매력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련 전문가들은 역세권 등 입지가 좋은 곳의 저렴한 소형 오피스텔은 월세 수요가 꾸준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조언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으로 오피스텔 수익률은 지난 1월 5.27%를 기록했다. 오피스텔 수익률은 2022년 3월(4.73%) 이후 22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전국에서 대전(7.54%)의 오피스텔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 세종(6.30%) 광주(6.10%) 등 지방 오피스텔도 6%를 웃돌았다. 수익률이 상승하는 이유는 매매가격 하락 속에 월세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극심한 침체 ‘찬밥 신세’
그래도 되는 곳은 된다고?

오피스텔 매매가격지수는 20 22년 7월(-0.03%)부터 지난 1월(-0.14%)까지 19개월 연속 내렸다. 오피스텔 월세가격지수는 1월 전달보다 0.07% 상승하며 8개월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입지가 좋은 소형 오피스텔은 청약 시장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4일 청약을 받은 서울 서대문구 영천동 ‘경희궁 유보라 오피스텔’은 11실(전용면적 21~ 22㎡) 모집에 999명이 몰려 평균 90.8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가 도심에 조성돼 임대 수요가 꾸준할 것이라는 기대에 청약자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1인 가구 증가도 도심 오피스텔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1인 가구는 750만2350가구로, 전체 가구의 34.5%에 달했다. 2030년에는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피스텔 신규 공급은 급감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3073실로 집계됐다. 지난해(1만4305실)의 4분의 1 수준이다. 2011년(3052실) 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내년 입주 물량은 1803실 수준으로 예상된다.

1인 가구
공급 급감


전문가들은 안정적인 월세가 가능한 소형 오피스텔에 투자해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고 조언한다. 업계에서는 오피스텔 거래가 2022년 하반기 월 1만건 이하로 떨어진 이후 월 500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어 당분간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월세 수요가 풍부한 지역에서 꾸준히 수익을 낼 ‘옥석’을 골라야 하는 이유다. 

윤수민 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최근 흐름을 볼 때 오피스텔은 자본 이익(시세 차익)보다는 안정적인 월세 수익으로 접근하는 게 좋다”며 “월 수익률 5~6%를 낼 수 있는 입지의 오피스텔은 다른 투자 상품과 비교해도 매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각종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소형 신축 오피스텔 투자에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1·10대책을 통해 올해와 내년 준공하는 전용 60㎥ 이하 소형 신축 오피스텔, 빌라 등을 살 때 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주기로 했다. 취득세와 양도세, 종합부동산세를 산정할 때 주택 수에서도 빼준다. 세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매매가 기준 수도권은 6억원, 지방은 3억원 이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여전히 금리는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자금력을 갖추지 않고 섣불리 오피스텔을 구입하는 것은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임대 수요가 늘고 있는 만큼 역세권, 직주근접 입지의 오피스텔의 수익성은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 분양(예정) 오피스텔.

 

 

▲이문 아이파크 자이 오피스텔 IM 594= HDC현대산업개발과 GS건설은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 뉴타운 내 분양하는 ‘이문 아이파크 자이 오피스텔 IM594’를 선착순 분양 중이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 149-8번지 일원에 위치한다. 지하 4층~지상 25층 1개동, 전용 24~52㎡ 총 594실로 조성된다. 이 중 584실이 일반분양 물량. 

타입별 호실수는 24㎡A 528실, 36㎡B 22실, 39㎡D 22실, 52㎡C 22실로 구성된다. 분양가는 전용 24㎡ 2억4800만~2억7100만원, 36㎡ 3억2200만~3억3600만원, 39㎡ 3억38 00만~3억5300만원, 52㎡ 4억2400만~4억4100만원대에 책정됐다.

전용 24㎡는 스튜디오 타입으로 구성해 침대를 2개를 배치할 수 있는 평면설계를 적용했다. 소형이지만 넉넉한 공간 구조로 최대 2인1실로 사용 가능하게 했다. 드레스룸 용도의 수납공간을 별도로 마련해 생활 편의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다른 타입들도 1·2인가구가 거주하기에 적절한 소형 타입 위주로 구성됐다. 전용 36㎡, 39㎡는 방 1개와 거실 1개로 공간을 분리했다, 전용 52㎡는 방 2개, 거실 1개를 비롯해 드레스룸 용도의 수납공간까지 마련해 2인 가구가 살기 최적의 공간을 구성했다.

전세 버리고 
월세 노려야

지난해 10월 분양해 현재 대부분 계약이 마무리된 4321가구 대단지 아파트와 함께 조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또 1·10대책의 수혜단지로 주목받는다. 올해부터 2년간 준공되는 60㎡ 이하, 수도권 6억원·지방 3억원 이하의 소형 신축 주택(아파트 제외)을 매입하면 취득세·양도세·종합부동산세 산정 시 주택수에서 제외된다. 해당 단지의 입주 예정 시기는 내년 11월으로, 이번 규제 해제 조건에 모두 부합하고 있어 직접적인 수혜를 누릴 수 있다.

 

 

▲강동역 SK 리더스뷰= 서울 강동구에서 SK에코플랜트가 공급하는 오피스텔 ‘강동역 SK 리더스뷰’는 계약금 제로 프로모션을 실시 중이다. 계약금 5%, 페이백 5%, 나머지 5%는 잔금으로 진행된다. 지하 6층~지상 20층, 총 3개동에 오피스텔 전용 84~99㎡의 중·대형으로 378실로 구성되는 ‘강동역 SK 리더스뷰’는 1만5000㎡ 규모의 상업시설이 함께 조성된다.

단지는 84~99㎡의 중·대형 평면으로 주방에는 삼성 비스포크 냉장고, 냉동고, 김치냉장고, 3구 하이브리드 쿡탑, 전기오픈 및 침니형 후드가 제공된다. 거실과 모든 침실에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된다. 또한 주방 벽, 상판과 거실 아트월에는 세라믹 타일이 무상 제공된다.


수익률 22개월째↑
시세 차익은 ‘글쎄’

주변 고덕비즈밸리, 강동첨단업무단지, 엔지니어링 복합단지 등 각종 개발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고덕비즈밸리는 올해 조성이 완료되면 약 1만5000여명 이상이 근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케아, 영화관, 쇼핑몰 등으로 구성된 대형 복합 시설도 들어설 예정이다. 강동첨단업무단지에는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물산, 세스코를 비롯한 40여개 기업이 입주해 있다. 엔지니어링복합단지에는 엔지니어링 산업을 기반으로 3D설계, O&M을 접목한 디지털 엔지니어링 복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오피스텔= 임대 수요가 풍부한 지역에 조성되는 주상복합 내 오피스텔도 눈길을 끈다. GS건설이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짓는 ‘송도자이풍경채 그라노블 오피스텔’ 3단지와 5단지는 분양 중이다. 3단지 271실(전용 39㎡)과 5단지 271실(전용 39㎡) 등 542실을 공급한다. 분양가는 최고 2억2700만원이다.

1·2단지는 지하 1층~지상 29층 아파트가 들어서고, 3~5단지는 지하 2층~지상 최고 47층 아파트와 오피스텔이 함께 조성된다. 아파트는 전용면적 84~208㎡(약 25~63평), 오피스텔은 전용면적 39㎡(약 12평)로 구성된다. 단지별 가구 수는 1단지 아파트 469가구, 2단지 아파트 548가구, 3단지 아파트 597가구·오피스텔 271실, 4단지 아파트 504가구, 5단지 아파트 610가구, 오피스텔 271실이다.

단지 규모에 걸맞은 커뮤니티 시설도 강점이다. 피트니스클럽, 사우나, 게스트하우스, 어린이집, 경로당 등을 비롯해 스카이라운지도 들어설 예정이다. 각 가구에는 자이 브랜드의 토털 에어솔루션 시스템인 ‘시스클라인’이 설치돼 365일 쾌적한 생활을 누릴 수 있다. 월패드, 모바일 앱 등 자이 홈네트워크 시스템과 연동해 생활에 편리함을 더했다.

“섣불리 구입
아직은 주의”


송도국제도시를 대표하는 송도11공구인 만큼 굵직한 개발 호재도 대기하고 있다. 단지 남쪽으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총 7조5000억원을 들여 공장 4개 규모의 제2바이오캠퍼스 조성에 착수했고,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들어설 계획이다. 북쪽으로는 연세사이언스파크(연세대 국제캠퍼스 2단계)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대규모 연구개발(R&D) 용지가 총 13개 블록에 배치돼 있어 탄탄한 직주 근접 수요를 갖추고 있다.

송도11공구 녹지 인프라의 핵심인 워터프런트 입지로 쾌적한 주거 환경도 갖췄다. 송도국제도시 중 워터프런트가 계획된 곳은 11공구가 유일하다. 특히 일부 가구에서는 워터프런트 영구 조망이 가능하다. 송도11공구 워터프런트는 폭 40~60m에 달하는 총길이 4.98㎞의 인공 수로다. 중앙의 워터프런트와 호수공원을 둘러싸고 고급 주택, 상업 시설, 문화·예술 공간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단지에서 호수공원과 워터프런트를 도보로 쉽게 오갈 수 있게 된다. 상업 시설들은 최대 높이가 30m 이내여서 워터프런트 주변 아파트들의 조망권을 방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워터프런트는 바닷물 유입, 빗물 저장 기능을 하는 만큼 수질 개선과 방재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송도의 다른 공구에 조성된 워터프런트들도 폭우 시 침수 피해를 막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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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이재명 목줄 잡은 대법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을 앞두고 또 하나의 변수가 발생했다.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받는 후보가 또 한 번 판결대에 서야 할 상황에 놓인 것. 그 후보로서는 지난 대선 때부터 꼬리표처럼 따라붙은 리스크를 떨칠 기회이면서 나락으로 빠질 수 있는 위기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 대법원이 있다.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대통령 파면 결정으로 오는 6월3일 조기 대선이 열린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각 당은 최종 대선후보를 뽑기 위한 레이스에 돌입했다. 국민의힘은 컷오프를 거쳐 8명의 후보를 추린 후 1차 경선서 4명을 뽑았다. 2차 경선서 과반 득표자 여부에 따라 추가 경선을 진행해 최종 후보를 선정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가 4개 권역을 돌며 지난 27일, 이재명 전 대표가 대선후보로 결정됐다. 압도적 1위 제동 걸리나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최악의 악재를 짊어진 상태다. 조기 대선의 책임 소재가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지워진 상황이라 내부가 혼란스럽다. 실제 후보 간에도 탄핵 찬성과 반대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최종 1인이 결정되는 다음 달 3일까지 후보 간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민주당은 ‘1극 독주’ 상황이다. 이 전 대표가 경선 지역마다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였다.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득표율보다 높다는 보도가 나올 정도다. 경쟁자로 나선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은 한 자릿수 득표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실제 지난 27일 마지막 경선서 이 전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로 최종 결정됐다. 다자 대결, 양자 대결서도 이 전 대표는 국민의힘 후보를 압도하고 있다. 어떤 후보와 붙어도 15%~20%p 차이로 넉넉하게 앞선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재수 끝에 대권을 잡는 데 성공한 문재인 전 대통령 때와 오버랩된다는 의견이 나온다. 당시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이라는 표현이 선거를 지배했듯, 이번 대선은 ‘어대명(어차피 대통령은 이재명)’이 유권자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최근 ‘이재명이냐, 아니냐’로 흘러가던 선거 구도에 대법원이라는 변수가 던져졌다.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처음 불거져 현재에 이르기까지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려 있던 ‘사법 리스크’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이다. 그중에서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다시 한번 판결대 위에 올랐다. 이 전 대표는 20대 대선 과정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1처장과 경기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2022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뒤집고 무죄로 판결했다. 항소심 유죄, 무죄로 뒤집어 김명수 체제서 7대 5로 회생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지난달 26일에 나왔다. 이후 헌재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안을 인용하면서 이 전 대표의 대선 행보를 막을 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 나왔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3개월 이내에 판결을 내려야 한다는 6·3·3 규정에 따라 대법원 판결은 대선 이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 전 대표의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에 회부하면서 상황이 미묘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오전, 이 전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오경미·권영준·엄상필·박영재 대법관으로 구성된 2부에 배당했다. 주심은 박영재 대법관이 맡았다. 그러나 곧이어 해당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고 밝혔다. 전합은 ▲소부서 의견 일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 ▲기존 대법 판례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소부서 재판하는 것이 적당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등의 상황에 올리게 된다.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면서 조 대법원장과 13명의 대법관 가운데 재판 업무를 하지 않는 법원행정처장, 회피를 신청한 노태악 대법관을 제외한 12명이 최종 판결 선고를 포함해 심리 및 판단을 하게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을 겸직하고 있는 노 대법관은 이해 충돌을 우려해 전합으로부터 빠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22일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고 첫 기일을 진행한 데 이어 지난 24일에도 기일을 잡았다. 대법원이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이면서 판결 선고 시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시에 이 전 대표 앞에도 몇 가지 경우의 수가 놓이게 됐다. 먼저 대법원이 상고 기각을 하는 경우다. 항소심 재판부가 이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기 때문에 대법원이 기각하면 공직선거법 사건은 그대로 마무리된다. 이 전 대표의 대선 가도에 정말 아무것도 거리낄 게 없어지는 셈이다. 변수 등장 경우의 수 반면 대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내는 ‘파기환송’ 판결을 내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유죄 취지의 파기환송을 한다고 해서 바로 형이 결정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확정 판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대선 전에 최종 결론이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이 경우에는 이 전 대표의 대선후보 자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파기자판’ 가능성도 나온다. 파기자판은 상급심 재판부가 하급심 판단에 잘못이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경우를 의미한다. 다시 말해 대법원이 판결을 하는 것이다.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보수 진영 등에서 대선 전까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엔 시간이 부족하다는 의견을 두고 파기자판 가능성을 거론했던 바 있다. 대법원이 벌금 100만원 이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다면 이 전 대표는 피선거권 박탈로 대선에 출마할 수 없다. 다만 대법원은 하급심 판결에 대한 법리해석을 따지는 법률심에 해당하며, 징역 10년 이하의 형이 선고된 사건에 대해선 양형을 판단하지 않는다. 법조계에서는 파기자판 가능성은 작게 보고 있다. 대법원이 심리를 서두르는 것과는 별개로 선고가 대선 이후에 나면 헌법 해석을 둘러싼 논란이 점화될 전망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5년 만에 평행이론? 여기서 논란이 되는 부분이 ‘소추’에 대한 해석이다. 기소로 봐야 하는지, 기소와 재판을 합쳐서 봐야 하는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 또 이 전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 정지 여부도 맞물려 있다. 민주당은 대법원의 행보를 경계하는 듯한 모양새다. 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이 전 대표는 우리 당 대선 (경선) 후보기도 하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우리 당이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사건이라 당 차원의 입장 표명이 불가피하다”면서 “(대법원의)공정한 재판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의원은 “대법원이 국민 참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올렸다. 흥미로운 대목은 이 전 대표의 운명이 또다시 대법원의 결정에 달렸다는 점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대선 전 대법원의 판결로 ‘기사회생’했던 경험이 있다.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이 전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기소됐다. 또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TV 토론회서 ‘친형을 강제 입원시키려고 한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발언을 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도 받았다. 1심과 2심 모두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허위 사실 공표에 대해서는 판결이 엇갈렸다. 1심은 무죄, 2심은 유죄였다.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으로 대법원서 확정되면 이 전 대표는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상황이었다. 경기도지사직은 물론 대선 가도에도 브레이크가 걸릴 판이었다. 조희대 체제도 12명이 판결 이례적 속도전 대선 전에? 대법원은 이 전 대표의 사건을 전합에 회부했다. 판결에는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 11명의 대법관이 참여했다. 12명 대법관의 의견은 7(무죄) 대 5(유죄)로 갈렸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7명의 대법관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상대 후보자의 공격적 질문에 소극적으로 회피하거나 방어하는 취지의 답변 또는 일부 부정확하거나 다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고 봤다. 적극적으로 반대 사실을 공표했다거나 전체 진술을 허위라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반면 박상옥 전 대법관 등 5명은 이 전 대표의 발언이 유권자의 정확한 판단을 방해할 정도로 왜곡됐다면서 유죄 취지의 반대 의견을 냈다. 상대방 후보의 질문이 즉흥적인 것도 아니었고 이 전 대표도 답변을 준비했다는 것이다. 한 가지 눈여겨볼 부분은 당시 판결이 낳은 후폭풍이다. 7대 5 판결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의 행보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는 재판 거래 의혹으로 번졌다. 특히 화천대유 실소유주로 알려진 김만배씨가 대법원 선고를 전후해 여러 차례 권 전 대법관의 집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의혹이 확산됐다. 여기에 권 전 대법관은 퇴직 이후 2020년 11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로 활동한 혐의도 받았다. 이 기간 그는 1억50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또 대장동 개발업자들로부터 거액을 받거나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지목된 6명 가운데 1명이기도 하다. 2표 차로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 대표는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치고 이후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결국 2022년 대선서 윤 전 대통령에게 0.73%p 차이로 지긴 했지만 대법원 판결이 없었다면 출발선에조차 서지 못할 뻔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5년 뒤 이 전 대표는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다시 출발선에 서 있다. 고비마다 또 한 번? 문제는 이 전 대표의 발목에 달린 모래주머니다. 이 전 대표는 12개 혐의로 5개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에서 공직선거법 사건만 확정 판결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이번에 대법원이라는 산만 넘으면 이 전 대표 앞에는 ‘꽃길’만 깔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건 대법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