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프레임 대결 ‘동대문 갑을’

예측불허 대격돌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갑과 을로 분구된 지역구다. 친이·친윤·친명이 한판승부를 펼치는 격전지기도 하다. 서로를 향한 심판론이 날카롭게 부딪히는 동대문갑·을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서울 동대문갑은 서울특별시 동대문구의 원도심이다. 경희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한국외국어대학교 등을 품고 있어 젊은 유동층이 많으면서도 청량리동 토박이가 거주해 스윙보터 성향을 띤다. 서울 동대문을 또한 재건축 이후 외부인이 다수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정치 성향이 뒤섞였다. 표가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갈지 예측 불허한 상황서 양당 모두 심판론 카드를 꺼내 들었다.

쟁탈전

동대문갑은 다양한 후보군이 엎치락뒤치락하던 곳이다. 동별로 정치성향이 극명하게 갈리지 않지만 이문1동과 제기동을 비롯한 청량리동은 보수성향이, 휘경1·2동은 진보성향이 강하게 평가된다.

지난 14·15대 총선서 신한국당 노승우 의원이 연거푸 승기를 잡은 데 이어 16·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김희선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18대에 들어서는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이, 19대 총선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규백 의원이 3선을 달성했다.

안 의원은 새천년민주당 조직국장, 김대중 선거대책본부 조직국장 등을 거친 우직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지난해 12월에는 민주당 전략공천관리위원장으로 발탁되면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총선서 동대문갑에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2명, 진보당·자유통일당·무소속이 각 1명씩 예비후보를 등록했다. 민주당에서는 현역인 안 의원과 새정치국민회의 이천시지구당 위원장을 지낸 전상현 예비후보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에서는 안 의원을 단수공천했다. 안 의원은 지난달 24일 선거사무소 개소식 사실을 SNS에 올리며 “궤도에 오른 동대문 발전의 기세를 더욱 힘차게 이어 가야 한다”며 지역별 육성 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제기·용신·청량리는 ▲바이오·의료산업 ▲한방산업 ▲봉제산업 등을 지원해 동대문 성장동력의 거점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회기·휘경·이문은 명품주거교육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경선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19대 총선부터 22대 총선까지 동대문갑에만 4번 도전한 허용범 전 동대문갑 당협위원장 이외에도 경기 포천시·가평군서 3선을 지낸 중진 김영우 전 의원과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여명 전 서울시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민주당 12년 집권’ 동대문갑 탈환 작전
“아성 깨트리겠다” 경고하는 국민의힘

경선 결과 김 전 의원이 안 의원의 맞수로 결정됐다. 김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역임하던 시절 싱크탱크인 국제정책연구원(GSI)서 정책국장으로 4년간 근무했다. 이후 이 시장이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비서실에 합류하는 등 대표적인 친이(친 이명박)계 인사로 분류됐다.

김 전 의원은 “동대문갑의 변화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저와 여러분이 함께 만들어 가는 이 변화의 바람은 승리의 바람이다. 이번 총선서 12년 민주당 아성을 여러분과 함께 반드시 깨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이 10년 넘게 지역구에 깃발을 꽂았음에도 크게 성장하지 못한 점을 꼬집으며 심판대에 올리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동대문갑은 인구 밀도가 높은 데 비해 철도·주거 등이 비교적 낙후했다. 과거에는 청량리역이 서울 곳곳을 잇는 역할을 했지만, 중심지가 발달하면서 소외되기 시작했다. 따라서 동대문갑 주민들은 교통 인프라를 해결하고 대학가 상권을 살릴 후보에 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동대문을은 동대문갑보다 심판론 프레임이 강하게 적용될 전망이다. 친윤(친 윤석열)계와 친명계가 후보로 격돌하면서 양당의 기조를 강하게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동대문을은 지난 16대 총선서 1위와 2위의 득표율 차이가 0.01%p일 정도로 민심이 비등하다는 평이 나온다. 당시 한나라당 김영구 후보와 새천년민주당 허인회 후보의 득표율은 각각 45.06%(3만4796표), 45.05%(3만4785)로 집계됐다.

11표 차이로 고배를 마신 허 후보는 17대 총선에 재도전했지만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에 밀렸다. 홍 의원은 이곳에서 연달아 승기를 잡으면서 3선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19대 총선서 민주당 민병두 의원에게 패배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동대문을은 민주당 우세 지역구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재선을 노렸던 민 의원은 21대 총선서 컷오프되면서 크게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시 민주당에서는 장경태 후보가 경선서 1위를 차지했는데 이후 민 의원은 사퇴, 장 후보를 지지하면서 미래통합당 이혜훈 후보를 10.73%p 차이로 꺾고 올라섰다. 공천 파동으로 지지율이 하락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지만 두 자릿수로 상대방을 따돌린 것이다.

동대문을 재선 도전 ‘찐명’ 장경태
맞수로는 검사 출신 ‘찐윤’ 김경진

이번 총선서 민주당은 장경태 최고위원을 단수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검사 출신인 김경진 동대문을 당협위원장을 후보로 올렸다.

장 최고위원은 민주당 지도부로서 이재명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친명계다. 이 대표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는 한편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사진이 콘셉트라는 논란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대통령실이 장 최고위원을 고발하고 소환조사를 했는데 그는 오히려 ‘검찰 독재 청산’ 프레임을 선거 전면에 내세우면서 몸집을 키웠다.

그의 맞수인 김 위원장은 검사 출신으로 2021년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대외협력특보로 근무한 친윤계 인사다. 2022년에는 동대문구을 당협위원장 내정자였던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을 제치고 자리에 올랐다.

2년 동안 지역구서 입지를 다져 온 김 위원장은 단수 공천을 받았다. 국민의힘에게 있어 험지로 꼽히는 지역인 만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직접 격려 전화를 걸고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힘을 실어주는 등 당의 지지를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인 김 위원장과 장 최고위원의 대결이 ‘검찰독재’ 대 ‘야당 심판’ 프레임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장 최고위원은 의정활동 계획서를 통해 “무능한 윤석열정부에 맞서 민생과 개혁에 앞장서겠다”며 “민생우선 유능한 민주당의 모습으로 정권교체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지역의 교통 혁신 완성 ▲미래 혁신 1번지 도약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치 등 세부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 역시 ▲마을버스 주요 전철역 연계 ▲분당선 확장 ▲전통시장 재개발과 같은 지역 맞춤 공약을 내걸었다.

동대문은 서울약령시장과 경동시장, 청량리 시장 등 전통시장이 밀집한 곳이다. 이와 대비되는 지점으로는 전농 답십리동의 뉴타운 조성으로 인한 아파트 단지를 꼽을 수 있다. 해당 권역의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부동산 이슈가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양날의 검

민주당이 정권 심판론을 총선의 성격으로 내세웠지만 거듭되는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인해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이 같은 상황서 동대문구를 둘러싼 친이·친윤 대 친명과의 싸움이 예고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이슈에 맞물려 스윙보터가 유입되면서 선거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치 진영의 끝단서 서로를 향한 심판론의 결과가 주목된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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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