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조국-이낙연 엇갈린 운명

“나이스 타이밍” 안방마님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닻을 올렸다. 지지자들은 하나같이 “나이스 타이밍”을 외쳤다. 진보 진영의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여의도의 기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한다. 한차례 엇갈린 둘의 운명이 또다시 뒤집힐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조 전 장관이 “민주공화국의 가치 회복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다. 이날 당원의 만장일치로 조 전 장관이 당 대표로 추대됐다.

마침내
등판하다

조국혁신당의 상징색은 ‘트루블루’를 대표 단색으로 ‘코발트블루’와 ‘딥블루’를 함께 사용한다. 창당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트루블루는 짙은 파란색으로 신뢰와 안정감을 강조하는 색”이라며 “조국혁신당의 최우선 과제인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민들 삶에 안정감을 돌려 드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당 대표직 수락연설서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생살이 뜯기는 것 같았고 찔리고 베인 상처가 깊었지만 윤석열정부 집권 후 죄인이 된 심정으로 매일 성찰하고 또 성찰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제 개인의 수모와 치욕을 견뎌낼 수 있으나 피와 땀으로 지켜 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며 창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조 대표는 ▲감사원의 국회 이관 ▲검찰의 독점적 권한 해체 ▲교육개혁과 지역 균형발전 동시 추진 등도 약속했다.


조국혁신당은 단숨에 제3지대의 우위에 올라섰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비례대표 투표 의향’ 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15%를 기록했다. 개혁신당은 4%, 새로운미래는 2%로 집계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지지율서도 조국혁신당은 4%로 3위를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2%, 새로운미래는 1%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달 조 대표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을 당시 민주당에서는 썩 달가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공동대표가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것만으로도 민주당에게 충분히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절정에 달할 때 등장했다. ‘이재명 사당화’ ‘이재명의 민주당’이란 비판이 불거지면서 이낙연 공동대표의 신당은 야권 지지자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이 과정서 민주당 이탈표가 다수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시됐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조국 신당’
단숨에 3위…제3지대 의문의 1패

하지만 민주당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도·진보를 끌어안을 목적으로 출범한 새로운미래가 방향을 잃고 흔들린 탓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평이 나오면서다.

앞서 새로운미래는 지난 설 연휴 직전,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합당 절차를 밟았지만 11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며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말했다.


개혁신당과의 합당이 실패로 돌아서자 이낙연 공동대표는 ‘진짜 민주당’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자랑스러웠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합당으로 인한 리스크를 빠르게 털어내고 야권 지지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공동대표가 너무 먼 길을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당을 뛰쳐나가 별안간 이준석 대표와 손을 잡더니 2주도 안 돼 갈라섰다.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이 대체 뭐라고 생각했겠는가”라며 “사회서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선택은 아니다. 혁신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이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민주 세력의 기반으로 불리는 호남서 적잖은 반감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같은 시기에 후발주자로 나선 조국혁신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는 평이 나온다.

이낙연 공동대표의 견고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공천 파동의 여파로 탈당을 결심한 현역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파동의 중심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었다. 친문(친 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의 거취에 양당의 희비가 엇갈릴 예정이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구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거듭 강조해 온 “윤정부 탄생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는 측면이 고려된 희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너진
기대감

이낙연 공동대표는 컷오프된 임 전 실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면 그를 구심점으로 비명(비 이재명)이 모여 ‘민주정신 회복’을 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BS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임 전 실장과 어젯밤 짧게 통화했다. 많이 속상했을 텐데 참 대단하신 분”이라며 “모멸감을 많이 느꼈을 텐데 용케 참고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공천 배제된 것에 관해서는 “확실히 이재명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예고됐던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까지 임 전 실장과 만남을 가졌다. 임 전 실장도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탈당으로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모든 예상을 뒤엎고 임 전 실장은 당에 잔류하기로 했다. 정치권 이야기를 종합하면, 임 전 실장은 전날 저녁만 하더라도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하룻밤 사이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낙연 공동대표가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간의 관심이 임 전 실장의 선택에 쏠렸던 만큼 타격도 상당했던 탓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광주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면 전환에 나섰다. 그동안 이낙연 공동대표는 줄곧 불출마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도 지역구 출마 요청이 쇄도하자 숙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4일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에 앞서 “광주·전남의 많은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주의자인 저로 인해 일하는 과정서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사과하고, 2021년 국민통합을 위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해보겠다고 부적절하게 거론했던 일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후보 경선서 실패하고 후보보다 더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패배해 죄송하다”며 “특히 제가 민주당을 나와 당원들께 걱정을 드려 송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윤정부를 견제하고 심판하려면 야당이 잘해야 하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도덕적·법적 문제에 발목 잡혀 당당하게 정부 심판론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의 정신을 되찾고 민주당이 못하는 정권 심판과 교체를 해야 한다”며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로 한풀 꺾였던 새로운미래에 지난 7일 설훈·홍영표 의원이 합류해 ‘민주 연대’를 구축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야권 지지자의 표를 얻기에는 조국혁신당이 우세한 위치에 있다는 평이 나온다.

새로운미래는 ‘거대 양당 타파’를 기치로 내건 반면 조국혁신당은 ‘윤정부 심판론’이라는 선명성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당부터?
딜레마

이번 총선서 정당은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으로 찍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에 탄력을 받은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 승리 전략으로 ‘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해 달라는 교차 투표를 표어로 내세웠다.

당초 10석이었던 목표 의석을 12석으로 늘리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여의도를 향하던 이낙연 공동대표와 조 대표의 운명이 갈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대표가 더 높은 곳으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푸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을 창당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의석이 늘어나면 반대로 민주연합의 비례 의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핵심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도 민주당이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5일 국회서 성사됐다.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한목소리로 현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며 “윤정부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서 윤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 또한 “민주당이 의지는 있어도 조심해야 하는 캠페인을 담대하게 전개하겠다”며 “‘검찰 독재 조기종식’ ‘김건희씨를 법정으로’ 등 캠페인을 통해 범민주진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넓은 중원으로 나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실망한 중도 표와 합리적 보수표까지 끌어오고 전국 지역구에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길 빈다”며 “저희는 당의 비전과 정책을 알림과 동시에 투표 독려 운동을 강하게 전개하겠다. 이렇게 연대하고 협력해야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 발언이 끝난 뒤 두 대표는 10분가량 비공개로 회동했다. 이날 자리에 배석한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4월10일 총선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승리가 절실하다는 말씀을 나눴다”며 “두 당이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파란’ 민주당 가리기 싸움
총선 후 그려질 관계도 주목

이어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윤정부를 심판하는 총선서 연대하고 협력해 승리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표께서 말씀하셨다”며 “이에 조국 대표는 ‘학익진처럼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로 출마해 ‘범야권 투표’를 독려하곘다는 게 조국혁신당의 계획이다.

다만 두 대변인 모두 선거와 관련해 지역구 연대 등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느슨한 연대’가 이뤄졌다고 내다봤다.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조국혁신당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의 강’을 또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게다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조 대표가 2심서 실형이 나오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덩달아 불거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총선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에 관해 “이론적으로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 모두 사법 리스크가 있어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게 된다”며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재명 대표는 자기 세력 구축에 힘쓰고 있는데, 유력 대선후보(조국 대표)와 손을 잡는 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국 심판론’ 여론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조국혁신당은 초기 진압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칼을 겨눌 대상은 조 대표가 아닌 윤정부라는 것이다.

신 대변인은 한 라디오서 “지금 사과 한 알이 1만원인데 (물가 문제는)조국 때문인가?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것도 조국이 했는가?”라며 “지금 대한민국이 건너야 할 강은 조국의 강이 아니라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의 회동 가능성은 미지수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혁신당 출범 전후)두 대표가 만남을 가진 적은 없다”며 “따로 소통하는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찐’ 민주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로운 미래와 개혁신당 모두 창당 직후에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 이들 또한 기득권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 교수는 ‘진짜 민주당’ 가리기에 나선 이낙연 공동대표와 조 대표의 파급력을 비교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느 한쪽의 파급력을 논하기 보다는 팬덤의 문제”라며 “이낙연 공동대표는 조 대표에 비해 팬덤이 약하다. 조국혁신당이 비례 6석 정도 얻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법리스크 강타 시동 거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시에 조준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사람의 회동을 놓고 “단순한 선거 연대를 넘어 방탄 동맹”이라며 “민주당과 야권의 잘못된 선거 야합을 국민들께서 총선 때 반드시 심판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윤 원내대표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과 반국가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 국회에 입성하면 헌정사에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를 받는 조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1호 영입인사이자 대변인인 신장식 변호사의 음주·무면허 전과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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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