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 조국-이낙연 엇갈린 운명

“나이스 타이밍” 안방마님 노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마침내 닻을 올렸다. 지지자들은 하나같이 “나이스 타이밍”을 외쳤다. 진보 진영의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했던 이낙연 공동대표의 새로운미래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처럼 여의도의 기류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변화한다. 한차례 엇갈린 둘의 운명이 또다시 뒤집힐지 이목이 쏠린다.

지난 3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끄는 ‘조국혁신당’이 공식 출범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을 예방한 조 전 장관이 “민주공화국의 가치 회복을 위한 불쏘시개가 되겠다”고 선언한 지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다. 이날 당원의 만장일치로 조 전 장관이 당 대표로 추대됐다.

마침내
등판하다

조국혁신당의 상징색은 ‘트루블루’를 대표 단색으로 ‘코발트블루’와 ‘딥블루’를 함께 사용한다. 창당준비위원회 관계자는 “트루블루는 짙은 파란색으로 신뢰와 안정감을 강조하는 색”이라며 “조국혁신당의 최우선 과제인 ‘검찰독재 조기종식’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국민들 삶에 안정감을 돌려 드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당 대표직 수락연설서 “지난 5년간 무간지옥에 갇혀 있었다. 온 가족이 도륙되는 상황을 견뎌야 했다”며 “생살이 뜯기는 것 같았고 찔리고 베인 상처가 깊었지만 윤석열정부 집권 후 죄인이 된 심정으로 매일 성찰하고 또 성찰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제 개인의 수모와 치욕을 견뎌낼 수 있으나 피와 땀으로 지켜 온 민주공화국의 가치를 파괴하는 윤정부의 역주행을 더는 지켜볼 수 없었다”며 창당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조 대표는 ▲감사원의 국회 이관 ▲검찰의 독점적 권한 해체 ▲교육개혁과 지역 균형발전 동시 추진 등도 약속했다.


조국혁신당은 단숨에 제3지대의 우위에 올라섰다. 지난 6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YTN 의뢰로 지난 3일부터 4일까지 실시한 ‘비례대표 투표 의향’ 조사에 따르면 조국혁신당은 15%를 기록했다. 개혁신당은 4%, 새로운미래는 2%로 집계됐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제외한 정당 지지율서도 조국혁신당은 4%로 3위를 차지했다. 개혁신당은 2%, 새로운미래는 1%를 기록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지난달 조 대표가 총선 출마 의지를 밝혔을 당시 민주당에서는 썩 달가운 표정을 짓지 않았다. 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공동대표가 새로운미래를 창당한 것만으로도 민주당에게 충분히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 논란이 절정에 달할 때 등장했다. ‘이재명 사당화’ ‘이재명의 민주당’이란 비판이 불거지면서 이낙연 공동대표의 신당은 야권 지지자들의 큰 기대를 받았다. 이 과정서 민주당 이탈표가 다수 발생할 것이란 우려도 제시됐다.

빠르게 치고 올라오는 ‘조국 신당’
단숨에 3위…제3지대 의문의 1패

하지만 민주당의 걱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중도·진보를 끌어안을 목적으로 출범한 새로운미래가 방향을 잃고 흔들린 탓에 민심이 등을 돌렸다는 평이 나오면서다.

앞서 새로운미래는 지난 설 연휴 직전, 이준석 대표가 이끄는 개혁신당과 합당 절차를 밟았지만 11일 만에 이를 철회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 신당 통합 좌절로 여러분께 크나큰 실망을 드렸다”며 “부실한 통합 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 말했다.


개혁신당과의 합당이 실패로 돌아서자 이낙연 공동대표는 ‘진짜 민주당’을 강조하며 “민주당의 자랑스러웠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합당으로 인한 리스크를 빠르게 털어내고 야권 지지자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낙연 공동대표가 너무 먼 길을 돌아갔다고 평가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당을 뛰쳐나가 별안간 이준석 대표와 손을 잡더니 2주도 안 돼 갈라섰다. 이 과정을 지켜본 국민이 대체 뭐라고 생각했겠는가”라며 “사회서 긍정적으로 수용되는 선택은 아니다. 혁신을 기대했던 지지자들이 적잖은 실망감을 느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민주 세력의 기반으로 불리는 호남서 적잖은 반감이 터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히려 같은 시기에 후발주자로 나선 조국혁신당이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는 평이 나온다.

이낙연 공동대표의 견고한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새로운미래는 민주당 공천 파동의 여파로 탈당을 결심한 현역 의원들이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줄 것으로 기대했다.

이번 파동의 중심에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었다. 친문(친 문재인) 핵심으로 꼽히는 임 전 실장의 거취에 양당의 희비가 엇갈릴 예정이었다.

임 전 실장은 서울 중성동구갑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민주당은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을 전략공천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가 거듭 강조해 온 “윤정부 탄생에 책임 있는 분들”이라는 측면이 고려된 희생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무너진
기대감

이낙연 공동대표는 컷오프된 임 전 실장을 향해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임 전 실장이 새로운미래에 합류한다면 그를 구심점으로 비명(비 이재명)이 모여 ‘민주정신 회복’을 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BS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임 전 실장과 어젯밤 짧게 통화했다. 많이 속상했을 텐데 참 대단하신 분”이라며 “모멸감을 많이 느꼈을 텐데 용케 참고 한 번 더 생각해 달라고 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이 공천 배제된 것에 관해서는 “확실히 이재명 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이재명의 민주당이 거의 완성 단계에 왔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지난 3일 예고됐던 기자회견을 연기하면서까지 임 전 실장과 만남을 가졌다. 임 전 실장도 “이재명 대표의 속내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며 탈당으로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모든 예상을 뒤엎고 임 전 실장은 당에 잔류하기로 했다. 정치권 이야기를 종합하면, 임 전 실장은 전날 저녁만 하더라도 탈당으로 마음을 굳혔는데 하룻밤 사이 입장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를 통해 이낙연 공동대표가 충분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세간의 관심이 임 전 실장의 선택에 쏠렸던 만큼 타격도 상당했던 탓이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광주 출마를 선언하면서 국면 전환에 나섰다. 그동안 이낙연 공동대표는 줄곧 불출마 입장을 밝혀왔다. 그런데도 지역구 출마 요청이 쇄도하자 숙고 끝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지난 4일 광주시의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선언에 앞서 “광주·전남의 많은 분께 사과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완벽주의자인 저로 인해 일하는 과정서 상처받으신 모든 분께 사과하고, 2021년 국민통합을 위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해보겠다고 부적절하게 거론했던 일도 거듭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후보 경선서 실패하고 후보보다 더 많이 노력했지만 결국 패배해 죄송하다”며 “특히 제가 민주당을 나와 당원들께 걱정을 드려 송구스럽다”고 강조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윤정부를 견제하고 심판하려면 야당이 잘해야 하는데, 지금의 민주당은 도덕적·법적 문제에 발목 잡혀 당당하게 정부 심판론을 견인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낙연 공동대표는 “민주당의 정신을 되찾고 민주당이 못하는 정권 심판과 교체를 해야 한다”며 ‘진짜 민주당’을 만들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임 전 실장의 민주당 잔류로 한풀 꺾였던 새로운미래에 지난 7일 설훈·홍영표 의원이 합류해 ‘민주 연대’를 구축하면서 몸집을 키워나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야권 지지자의 표를 얻기에는 조국혁신당이 우세한 위치에 있다는 평이 나온다.

새로운미래는 ‘거대 양당 타파’를 기치로 내건 반면 조국혁신당은 ‘윤정부 심판론’이라는 선명성을 부각했기 때문이다.

당부터?
딜레마

이번 총선서 정당은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으로 찍을 것이란 해석에 힘이 실린다. 이에 탄력을 받은 조국혁신당은 이번 총선 승리 전략으로 ‘지역구는 민주, 비례는 조국혁신당’에 투표해 달라는 교차 투표를 표어로 내세웠다.

당초 10석이었던 목표 의석을 12석으로 늘리면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지난 8일에는 불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황운하 의원이 조국혁신당에 합류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여의도를 향하던 이낙연 공동대표와 조 대표의 운명이 갈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 대표가 더 높은 곳으로 치고 올라가기 위해서는 민주당을 이끄는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를 푸는 게 급선무다.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을 창당했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의석이 늘어나면 반대로 민주연합의 비례 의석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핵심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도 민주당이 고려해야 할 지점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 5일 국회서 성사됐다. 이들은 손을 맞잡고 한목소리로 현 정권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날 이재명 대표는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과제는 동일하다”며 “윤정부의 폭정을 종식하고, 심판하고, 국민께 희망을 드리는 것”이라고 소리 높여 말했다. 그러면서 “총선서 윤정부를 심판하고자 하는 모든 정치세력이 힘을 합쳐야 한다”며 “그중에 조국혁신당이 함께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 또한 “민주당이 의지는 있어도 조심해야 하는 캠페인을 담대하게 전개하겠다”며 “‘검찰 독재 조기종식’ ‘김건희씨를 법정으로’ 등 캠페인을 통해 범민주진보 유권자를 투표장으로 나오게 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서는 “넓은 중원으로 나가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에 실망한 중도 표와 합리적 보수표까지 끌어오고 전국 지역구에 일대일 구도를 형성해 승리하길 빈다”며 “저희는 당의 비전과 정책을 알림과 동시에 투표 독려 운동을 강하게 전개하겠다. 이렇게 연대하고 협력해야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을 건널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개 발언이 끝난 뒤 두 대표는 10분가량 비공개로 회동했다. 이날 자리에 배석한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회동이 끝난 뒤 “4월10일 총선서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승리가 절실하다는 말씀을 나눴다”며 “두 당이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취지의 말씀이었다”고 설명했다.

‘더 파란’ 민주당 가리기 싸움
총선 후 그려질 관계도 주목

이어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변인은 “‘윤정부를 심판하는 총선서 연대하고 협력해 승리해야 한다’고 이재명 대표께서 말씀하셨다”며 “이에 조국 대표는 ‘학익진처럼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자’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지역구에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로 출마해 ‘범야권 투표’를 독려하곘다는 게 조국혁신당의 계획이다.

다만 두 대변인 모두 선거와 관련해 지역구 연대 등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만남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느슨한 연대’가 이뤄졌다고 내다봤다.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지 않았지만 민주당이 정권심판론을 주장하는 조국혁신당을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선의의 경쟁이 불가피하다지만 민주당 입장에서는 ‘조국의 강’을 또다시 마주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존재한다. 게다가 입시 비리 의혹 등으로 조 대표가 2심서 실형이 나오면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덩달아 불거질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신율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도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총선 이후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의 관계에 관해 “이론적으로 함께 갈 수 없는 사이”라고 전망했다.

신 교수는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 모두 사법 리스크가 있어 상대방이 공격할 수 있는 지점을 만들어주게 된다”며 “‘비명횡사’라는 말이 나올 만큼 이재명 대표는 자기 세력 구축에 힘쓰고 있는데, 유력 대선후보(조국 대표)와 손을 잡는 건 논리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조국 심판론’ 여론이 불거질 조짐이 보이자 조국혁신당은 초기 진압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칼을 겨눌 대상은 조 대표가 아닌 윤정부라는 것이다.

신 대변인은 한 라디오서 “지금 사과 한 알이 1만원인데 (물가 문제는)조국 때문인가? 의사 면허를 박탈하는 것도 조국이 했는가?”라며 “지금 대한민국이 건너야 할 강은 조국의 강이 아니라 ‘윤석열의 강’ ‘검찰 독재의 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 대표와 이낙연 공동대표의 회동 가능성은 미지수다. 새로운미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혁신당 출범 전후)두 대표가 만남을 가진 적은 없다”며 “따로 소통하는지 관련해서도 이야기를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너도나도
‘찐’ 민주

일각에서는 조국혁신당의 지지율이 컨벤션 효과에 불과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새로운 미래와 개혁신당 모두 창당 직후에는 상당한 지지를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잡음이 새어 나오면서 이들 또한 기득권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신 교수는 ‘진짜 민주당’ 가리기에 나선 이낙연 공동대표와 조 대표의 파급력을 비교하는 취재진의 질문에 “어느 한쪽의 파급력을 논하기 보다는 팬덤의 문제”라며 “이낙연 공동대표는 조 대표에 비해 팬덤이 약하다. 조국혁신당이 비례 6석 정도 얻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사법리스크 강타 시동 거는 국민의힘

국민의힘이 조국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시에 조준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두 사람의 회동을 놓고 “단순한 선거 연대를 넘어 방탄 동맹”이라며 “민주당과 야권의 잘못된 선거 야합을 국민들께서 총선 때 반드시 심판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요청했다.

윤 원내대표는 “도덕성이 결여된 인물과 반국가적 성향을 가진 인물이 국회에 입성하면 헌정사에 흑역사로 남을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자녀 입시 비리 혐의를 받는 조 대표와 조국혁신당의 1호 영입인사이자 대변인인 신장식 변호사의 음주·무면허 전과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