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로 끝난 국민의힘 공천 막전막후

대기업 경력직 뽑나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경력직만 뽑으면 우리는 어디서 경험을 쌓나요?” 회사 면접 시 신입들이 흔히들 하는 말이다. 이제는 국회마저 경력직을 우대하는 분위기다. 특히 국민의힘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진다. 신선함, 새로움을 공언해오던 입장과는 전혀 다르다. 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에 충성할 사람이 필요했던 느낌마저 든다.

양당의 공천 작업이 얼추 마무리됐다. 잡음이 컸던 쪽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다. 친명(친 이재명) 공천 논란을 시작으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취임한 이래 계파 갈등이 바람 잘 날이 없다. 반면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시스템 공천’에 지금까지는 큰 논란이 없었다. 

텃밭에
단수공천

그러나 쌍특검법의 재표결이 부결되면서 분란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 2·3일에는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전 당직자의 분신 시도가 있었다. 국민의힘 서울 노원구을 장일 전 당협위원장이 정영환 공천관리위원장 등과 면담을 요구하며 인화성 물질을 몸에 뿌렸던 것. 당시 몸에 불을 붙였다가 경찰에 제압됐던 그는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진 않았다. 

현재 국민의힘에선 공천 마무리를 앞두고 잡음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대구의 경우 달서갑 현역인 홍석준 의원은 최근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했다. 대신 박근혜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유영하 변호사가 단수공천을 받았다. 

유 변호사가 공천장을 받아들자 홍 의원은 공정한 공천이 깨졌다며 강력 반발했다. 현재 국민의힘 공천은 대부분의 경력직은 생존에 성공했다. 특히 윤석열정부의 내각 출신들은 대부분 살아남았다. 다만 비서관, 행정관 출신, 검사 출신은 절반 정도의 생존율을 보였다.


이들 대부분은 정치 신인이라는 가산점을 부여받았으나 현역이라는 더 큰 산을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 4·10 총선서 국민의힘은 승리를 위해서 제대로 이를 갈고 있다. 신인보다는 경력직을 발탁하면서 안정적으로 총선을 치르려는 판을 짠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윤정부 출신 장관들의 생존이 눈에 띈다. 이들은 대부분 현역 중진급 의원이다. 우선 원희룡 국토교통부 전 장관을 필두로 본격적으로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원 전 장관은 이 대표의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가 그토록 외쳐 오던 ‘명룡대전’(이재명·원희룡 대전)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그는 대선 기간 윤 대통령 옆에서 정책본부장을 맡아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이름값을 높였다. 최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까지 힘을 실어주며 이 대표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다. 

“편하고 쉬운 길 골랐다”
혁신위 무용론 다시 증명

윤정부 출신 장관 중 9명이 출사표를 던졌고, 대부분이 본선 무대에 올랐다. 경선서 가장 먼저 본선에 오른 인물은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한 조승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다. 조 전 장관이 경선 대상에 오르자, 이재균 예비후보는 크게 반발했던 바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에 이의 신청을 진행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무소속 출마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예비후보에 따르면, 그는 유권자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관위는 그를 컷오프했고, 조 전 장관과 박 예비후보의 2인 경선을 결정했다. 


이 밖에 권영세(통일부)·방문규(산업통상자원부)·추경호(기획재정부) 전 장관 등 예비후보들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외교부 장관 출신인 박진 의원은 기존 서울 강남을서 서대문구을 지역으로 재배치됐다. 이에 서대문을 지역도 기존에 공천 신청을 했던 송주범 예비후보가 강하게 반발했다.

송 예비후보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최측근을 공천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날을 세웠다. 그는 오 시장의 임기 초반 정무부시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서울시부시장 직을 그만둔 뒤 당협위원장에 공모했으나 별다른 결격 사유가 있는 상태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보류됐다.

또 경선 포기를 선언했던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은 서울시 강서을로 재배치됐다. 앞서 강서을은 전 당협위원장이었던 김진선 전 당협위원장이 컷오프됐던 바 있다. 

이처럼 장관 대부분은 큰 탈 없이 공천장을 받아들었다. 이들에겐 별다른 희생을 요구받지도 않았고, 대부분은 원하는 지역구로 출마하게 된 셈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스타 장관의 탄생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지명도가 높은 인물들이 필요한 상황이다. 

충성할 사람
우대 기준은?

당내에서는 컷오프된 후보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지만, 달리 방법이 없다.

또 다른 문제는 국민의힘서도 사천 논란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바로 정 공관위원장의 제자인 채원기 예비후보가 경선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채 예비후보가 출사표를 던진 지역은 대전시 중구로 지역구 후보자 추천 재공고신청이 난 곳이다.

이런 탓에 출마해 총선을 준비하던 이은권 전 대전시당 위원장과 강영환 국무총리비서실 공보실 공보협력비서관은 날벼락을 맞았다. 재공고 이후 얼마 되지 않아 채 예비후보가 공모서를 냈고, 경선이 결정됐다. 채 예비후보는 정 공관위원장의 고려대 후배이자, 대학원 제자다. 또 정 공관위원장이 과거에 차렸던 법무법인 TLBS에 2014년 입사해 대표 변호사로 재직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학연·지연을 통한 밀실 공천이라며 반발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또 채 예비후보가 대전서 중·고등학교를 나오기는 했지만, 대학 이후에는 별다른 연고가 없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몇몇 현역 의원들이 컷오프에 반발하고 있지만, 여전히 경력직 공천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 결국 이름값으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셈이다. 

공천이 거의 막바지인 가운데, 정치 신인의 비율은 그다지 높지 않다. 특히 앞서 희생을 강요하다시피 하며 물갈이가 불가피하다고 언급된 영남 지역은 초선과 재선 현역 의원들이 희생양이 된 모양새다. 


영남 중진 대거 생존
윤심 가동? 사천 논란

대신 재선 의원 이상급인 인사들이 살아 남았는데, 이는 최대한 잡음을 줄여 조직을 결속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깃발만 꽂아도 당선이 된다는 지역이라면 적어도 새 인물을 수혈하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물론 개혁신당이라는 변수가 있어 조금이라도 더 표를 끌어모으기 위해선 기존 인물을 공천하는 게 유리한 것은 맞다. 일단 살고 보자는 식의 공천과 다를 게 없어 보인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는 재배치 작업도 그다지 보이지 않는다. 보수의 텃밭 중 텃밭이라고 불리는 지역인 해운대갑에는 윤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주진우 전 대통령 법률비서관이 단수공천을 받았다. 

앞서 국민의힘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은 지도부와 각을 세워가면서까지 텃밭 중진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했다. 당시 당내에선 이런 인식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일부 감지됐다. 3선 중진인 하태경 의원이 당의 험지 출마 요청을 받아들였고, 기존 부산서 서울 중·성동을 출마로 변경됐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대신 영남은 우려했던 대로 현역 의원들이 강세를 보였다. 여기엔 대통령실 출신도 예외는 없었다. 텃밭서 활동해 오던 기존 인물들이 대거 공천을 받았다. 당내 탈당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어서다. 현역 중진 의원들은 텃밭에 무소속으로 출마해도 생환하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보수의 분열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결국 실리를 챙길 수밖에 없는데, 국민의힘에선 보수의 분열을 막기 위한 부득이한 안전장치인 셈이다. 민주당이 여러 갈래로 쪼개지고 있는 틈에, 보수당인 국민의힘은 조직을 지키면서 이탈표를 최소화하겠다는 방안이다. 여기에 전직 의원들도 다수 전진 배치됐다.

대표적인 인물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다. 동작을 출마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펼쳐왔던 나 전 원내대표는 당 대표 출마를 고민했으나 끝내 마음을 접었고, 원하는 지역구에 단수공천을 받아 다시 국회의원직에 도전하게 됐다. 

다 보이는
비윤 학살

또 단수공천을 받았던 김현아 전 의원의 공천을 취소하고, 3선 중진의 김용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을 ‘경쟁력을 가진 후보’라며 전략공천해 버렸다. 심지어 김용태 전 의원은 공천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지난달 19일, 민주당을 탈당했던 김영주 의원도 영입했다. 김 의원은 민주당서 국회부의장까지 역임했던 인사로 컷오프를 당하자 지난 4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다만 컷오프, 당선만을 위해 당적을 옮긴 것을 두고 여러 말들이 나온다.

게다가 비윤(비 윤석열)계로 불리는 후보들의 상황도 녹록지만은 않다. 최근 경쟁력 평가서 과반에 가까운 1위를 기록했으나 컷오프된 ‘유승민계’ 유경준 의원이 주인공이다. 유 의원의 컷오프를 두고 일각에선 친윤(친 윤석열)이 아니라는 계파 때문에 컷오프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밖에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스스로 사퇴했던 윤희숙 전 의원이 다시 공천을 받았고, 김경진·오신환 전 의원도 단수공천을 받았다. 대통령 홍보수석 출신의 김은혜 전 의원과 심재철 전 원내대표도 각각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이처럼 국민의힘은 전직, 중진, 탈당파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경력직 우대 공천’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도 나왔다. 물론 이들은 이번 총선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적 자산이다. 

한 비대위원장은 이번 22대 총선서 운동권 인사들을 청산하자고 목소리 높였다. 이른바 고인물 대신 새로운 인물, 신선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인식서 비롯된 말로 해석된다. 하지만, 돌려쓰는 인물로는 분명 확장성에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시스템 공천을 내세웠으나, 정작 기존 인물들을 대부분 그대로 앉혔다.

그럼에도 의문이 생기는 지점은 ‘변화’를 찾아볼 수 없다는 부분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은 조직만으로 총선을 치르지 못한다. 한 비대위원장이 전국을 순회하는 이유도 중도층으로의 확장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다.

최근 민주당서 제기하는 문제는 당 기여도 부문이다. 채점표상 국민의힘 공천 심사 배점은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의 경우 ▲여론조사 40점 ▲도덕성 15점 ▲당 기여도 15점 ▲당무감사 20점 ▲면접 10점으로 구성돼있다. 당 기여도 평가 부문은 한 비대위원장과 윤재옥 원내대표가 각각 점수를 준다. 

전체 배점 중 15%의 비율을 차지한다. 신인 가점이 있더라도 당 기여도에 따라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 지점이다. 많은 인재들을 영입했지만, 이들이 현역과 맞붙어도 전멸할 수밖에 없던 이유다.

고양정에 단수공천을 받게 된 김 전 의원과 이 밖에 전직 의원들이 당에 어떤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그나마 지역구 공천을 받게 된 신인, 청년은 대부분 험지에 몰려 있다. 민주당 역시 이 같은 쏠림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국민의힘은 더욱 심각하다. 

쉽고 
편하게

단순히 국민의힘이 현재 민주당에 비해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는 조사가 다수라는 이유로 안일하게 경력직을 안착시켰다면 더 문제다. 애초에 신인에게는 게임조차 되지 않은 대결이었던 셈이다. 여전히 정권 심판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우세한 가운데, 국민의힘은 이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쉬운 공천, 편한 공천을 하기 위함이다. 현재 판세상 국민의힘이 앞서 있지만, 여전히 정권심판론이 높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선거 기간 동안 어떤 캠페인을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산 넘어 산 공천…다음은 비례대표

공천 작업이 마무리 수순에 들어서면서 이제는 시선이 비례대표 공천으로 쏠린다.

국민의힘 소속 인물들도 하나둘 비례대표에 나서겠다며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는 지난 9일까지 비례대표 접수 신청을 받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비례대표 후보자 등록 기간인 오는 22일 전까지 후보를 확정할 계획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민의힘에 영입된 인재 중 지역구 출마를 하지 못하는 인물이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대부분 청년에 해당한다.

영입한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마련한 방안으로 보인다.

앞서 국민의힘은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시절 띄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과 갈등을 겪은 바 있다.

이 같은 우려를 종식시키기 위해 국민의힘은 일찌감치 손을 썼다.

국민의힘 당직자인 국민의힘 정책국장이 당 대표를 맡았다.

사무총장 역시 국민의힘 당직자가 맡게 됐다. 국민의힘서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를 확실하게 장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차>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