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격전지를 가다> ‘전국 최대 경합지’ 서귀포시

오염수? 제주공항?
두 마리 토끼를 잡아라!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총선은 윤석열정부와 거대 야당이 서로를 겨냥해 ‘심판론’을 펼치는 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그중에서도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는 여야 후보의 지지도가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총선 결과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한민국 국토 최남단 지역구인 서귀포시에 누가 출마할지 <일요시사>가 짚어봤다.

제주특별자치도(이하 제주도) 서귀포시는 제주도의 행정 중심지인 제주시 아래에 있으며 제주도의 최대 관광지로 꼽힌다. 유동 인구가 많은 탓에 다양한 현안이 산적해 있지만 최대 관심사는 제주 제2공항 건설이다. 게다가 시내는 진보, 읍면은 보수성향을 띠고 있어 더욱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

치열한 승부

서귀포시의 총선은 ‘현역의 3선 도전’과 ‘국민의힘 경선’으로 요약할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방어전과 공격수를 뽑기 위한 국민의힘의 내부 싸움이 예고되면서다.

서귀포시는 지난 2000년 16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천년민주당 고진부 의원이 당선된 이후 지금까지 파란 깃발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구다. 선거가 6번 치러질 동안 단 한 번도 보수 정당에 밀린 적이 없다.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 위성곤 의원과 새누리당 강지용 후보의 승부가 펼쳐졌다. 당시 위 의원은 53.52%를 득표하며 46.47%를 득표한 강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지난 선거에서는 위 의원(55.48%)이 미래통합당 강경필 후보(43.36%)를 12%p 격차로 따돌리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위 의원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위원과 간사를 역임하면서 1차산업 문제 해결에 관심을 보였다. 대표적인 사례로 농어업고용인력지원 특별법 제정, 농작물재해보험 개정 등이 꼽힌다.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가 터지면서 위 의원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는 평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공식화하자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으로서 ‘해양투기 저지 운동’을 이끌었기 때문이다.

당시 위 의원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이웃 나라서 핵 오염수를 푼다는데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고 수수방관만 하고 있다”며 “분노한 국민과 함께 국민 생명은 안중에 없고 일본 편만 드는 정부에게 강력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민주당 24년 철옹성 ‘7연승 코앞’
방패 뚫기 위한 국민의힘 후보는?

제주도 안팎을 돌며 부지런히 얼굴도장을 찍은 위 의원은 지난달 30일 3선 도전을 선언했다. 그동안의 경험을 살려 자신의 지역구를 ‘기회의 섬 서귀포’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날 위 의원은 “국회 상임위원장으로 서귀포시 혁신을 이루고 제주 미래를 개척하겠다”며 선거 출마를 공식화했다.

위 의원은 “변방이 아닌 혁신을 선도해 갈 서귀포에는 힘 있는 3선이 필요하다”며 “상임위원장에 도전하고, 폼 잡는 국회의원이 아닌 약한 자들을 위한 가장 큰 힘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서 위 의원이 3선에 성공할 경우 ‘민주당 7연속 승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국민의힘에서는 24년 집권이라는 방패를 뚫기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현재로서는 고기철 전 제주경찰청장, 이경용 전 제주도의원, 정은석 전 윤석열 대통령 후보 특별보좌관이 거론된다.


이들은 지난 13일 지역구 공천면접심사를 마쳤다.

서귀포시 탈환에 나선 국민의힘의 전략은 제주도 최대 이슈인 ‘제주 제2공항 신설’을 승부수로 띄우는 것이다. 지난 8년간 삽조차 뜨지 못한 상황을 비판하며 민심을 헤아리지 못했다는 점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에서는 “공항 신설은 곧 제주 균형발전”이라며 제주도민의 숙원인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럴 때마다 민주당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좀처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제주 제2공항이 난항을 겪는 데 있어 비공개로 진행된 입지 선정 과정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환경훼손을 우려한 시민단체까지 가세하면서 반대 여론이 굳어졌다. 현역인 위 의원이 공항 신설에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아 사업이 발목 잡혔다는 게 국민의힘 측 주장이다.

장기간 입씨름이 이어지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위 의원은 3선 도전 기자회견 직후 “제2공항이 추진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도 “군사기지화 문제에 대해 정부·여당의 분명한 입장이 필요하고, 제2공항 사업의 모든 절차가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고 공을 또다시 국민의힘에게 넘겼다.

이 같은 입장 표명에 국민의힘 후보들은 다방면으로 공세에 나섰다. 위 의원의 ‘찬성’은 선거를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공항’ 무기 들고 동시에 덤비는 여
“필요성 공감하지만…” 벼랑 끝 야

고기철 예비후보는 지난해 12월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서귀포시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제주 제2공항 찬성을 토대로 각종 사업을 연계할 수 있는 핵심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고 예비후보는 위 의원이 공항 신설 입장을 밝히자 “그동안 제2공항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는데도 ‘제2공항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주장하는 등 호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선거를 앞둔 시점인 만큼 “진정성에 의문이 생긴다”며 위 의원을 향해 공개토론회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경용 예비후보도 같은 해 일찌감치 출마 의지를 밝혔다. 이 예비후보는 “서귀포는 지금 엄중한 기로에 서 있다”며 “제2공항, 고령화, 저출산, 농업과 어업, 관광산업의 한계 등 서귀포와 서귀포 시민의 삶을 틀어쥐고 있는 너무 큰 과제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제주 공항 논의가 부진한 탓에 청년 일자리 창출부터 건설경기 활성화, 지역 인프라 확보 등에 줄줄이 제동이 걸렸다는 것이다.

위 의원을 향해서는 “총선 출마가 아니라 의원직서 사퇴하고 도민께 사과해야 한다”고 직격하기도 했다.


정은석 예비후보는 제주 제2공항과 관광청 유치를 비롯한 ‘교육특화도시 조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서귀포 공항공사 설립 ▲제2공항 건설 및 서귀포 항공사 설립 ▲제주도청 이전 ▲서부권 교육특화도시 조성 ▲동부권 공항신도시 조성을 약속했다.

이번이 6번째 도전인 만큼 “서귀포시민을 위해 봉사하는 큰 머슴이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추격전

서귀포시는 24년이란 기간 동안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다. 위 의원 역시 현역 프리미엄을 톡톡히 누릴 수 있는 입지를 다져놨다. 하지만 공항 문제를 두고 장기간 입씨름을 이어온 탓에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격차가 점차 좁혀지는 양상을 띤다. 민주당이 내세우는 ‘정권 심판론’ 성격과 서귀포시의 ‘현역 심판론’이 맞물려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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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