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삼킨 유진그룹의 민낯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4.02.22 11:00:00
  • 호수 14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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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빵 팔아 방송사 먹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이엔티가 YTN 주식 1300만주를 취득하면서 지분율 30.95%를 확보했다. 1960년대 건빵 군납으로 출발한 회사가 국내 최초의 24시간 보도전문채널을 인수한 것이다. 돌이켜볼 때, YTN을 계열사로 거느리게 된 유진그룹의 성장 과정에는 빛과 어둠이 뚜렷하게 공존했다. 

YTN을 인수한 유진그룹은 건설자재부터 금융권을 아울러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70위권 기업이다. 건설 현장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양 레미콘부터 중견 증권사인 유진투자증권까지 소유하고 있다.

유진그룹은 1954년 유재필 창업주가 세운 대흥제과를 모태로 한다. 대흥제과는 영양제과로 이름을 바꾼 뒤 군대에 건빵을 납품하면서 사세 확장의 기반을 다졌다. 유 창업주는 이를 기반으로 1979년 유진종합개발을 세우고 레미콘 사업에 진출했다.

문어발 M&A
영역 다각화

특히, 수도권에 밀집시킨 사업장을 통해 건설 현장 공급의 어려움을 해소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경쟁사 대비 압도적인 영업 우위를 점하면서 레미콘 업계 최상위 포지션을 유지하게 했다.

창업주의 장남인 유경선 회장이 1985년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회사는 사세 확장에 박차를 가했다. 레미콘 외 건자재 유통과 건설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공격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다각화를 시도했다. 

지난 2004년에는 외국 업체와 경쟁 끝에 고려시멘트를 인수했다. 2007년에는 로젠택배, 하이마트를 잇달아 인수하며 물류와 유통으로 확장했다. 같은 해 서울증권 및 자회사를 인수해 금융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2007년에는 재계 30위권에 진입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건설경기 불황으로 이어지면서 유진그룹은 로젠택배와 하이마트를 매각했다. 이후 2016년 레미콘 회사인 동양과 2017년 현대저축은행(현 유진저축은행)을 인수했다. 수익구조 안정화에 성공한 유진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 78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업다각화에 열을 올리던 유진그룹이 YTN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과거 방송 관련 사업서 고배를 마신 탓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했다. 유진그룹은 1997년 부천지역 종합유선방송사인 드림씨티방송에 출자한 것을 시작으로, 은평방송을 인수했다. 

이어 부천, 김포, 은평지역에서 40만명의 사업자를 거느린 케이블TV 사업자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종합유선방송사업자로서는 처음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시작하는가 하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3000만달러를 유치하기도 했다.

당시 미디어 사업을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육성한다는 구상안을 펼쳤다. 2006년엔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드림씨티방송 지분을 CJ홈쇼핑에 매각했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실패했지만, 인지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 사업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유진그룹은 지난해 10월23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의 YTN 보유지분 30.95%를 인수했다. 이어 방송통신위원회에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을 신청했다. 다음 날 방통위는 전체회의를 소집하고 신청 하루 만에 심사 기본계획을 의결했다.

50년대 군용 제과 납품해 동양 레미콘 인수
로젠택배·하이마트 인수···재계 30위권 진입

과거 타 방송사들이 승인 신청 접수 후 기본계획 의결까지 길게는 석 달이 걸렸던 것에 비해 방통위가 ‘졸속 심사’를 밀어붙인다는 비판이 일었다.

앞서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YTN 지부는 크게 반발했다. 노조는 지난해 11월 말, 언론노조 회의실서 기자회견을 통해 유진그룹이 YTN의 최대주주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유로는 ▲유진그룹 노조 탄압 ▲유진그룹 오너 검사 뇌물 증여 사건  ▲계열사를 통한 부당 지원 ▲ESG 경영평가 최하위로 총 4가지 항목을 들었다.

위 4가지 항목은 방송법 제15조의2 제2항에 규정된 최다액 출자자 변경 승인심사 기준에 크게 못 미친다고 강조했다.

유진그룹이 YTN 최대주주로 등극하면서 유 회장의 도덕성 논란이 재조명됐다. 유 회장은 지난 2008년 유진그룹 내사 무마 대가로,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장 김광준 검사에게 5억4000만원을 빌려주는 등 뇌물죄로 기소됐다. 결국 2014년 대법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유 회장은 범행 과정서 대기업 대표 지위를 이용해 관련 임직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하도록 해 사실을 은폐하려고도 했다. 또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유 회장의 동생 유순태 전 EM미디어 대표도 각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2008년 김 전 부장검사는 특수3부가 내사 중이던 유진그룹의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유진그룹 계열사에 주식투자를 했다. 김 검사는 유진그룹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으로부터 9억7000만원을 받기도 했다. 그 중 일부를 유진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혜성처럼 
나타났다

김 검사를 비롯해 특수3부 검사 3명이 유진그룹 계열사 주식에 투자했다.

검사 뇌물 사건은 경찰이 먼저 수사에 착수했다. 이후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경찰 압수수색 영장 기각 등 검·경 충돌로까지 번졌다. 당시 <법률신문> 등 언론보도에 따르면, 2012년 11월16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윤석열 부장검사)는 김 검사의 본인 실명계좌를 압수수색하기 위해 경찰이 신청한 계좌추적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경찰이 신청한 영장에 김 검사의 계좌 추적을 위한 구체적 비리 내용이나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람들과 관련한 수사기록 등 관계 서류가 제대로 첨부돼있지 않다”며 “만약 경찰이 차명계좌에 입금한 사람을 조사하고도 기록 편철조차 하지 않은 채 영장 신청을 했다면 이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잠탈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경찰은 “영장에 충분한 자료를 첨부했음에도 검찰이 이를 기각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당시 2심 재판부는 “대기업 회장으로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윤리적 책임을 망각했다”고 판시했다.

문제는 유씨 일가뿐만이 아니다. 유진그룹 홍보팀은 2022년 9월 사내에 노조가 설립되자 노조위원장에게 언론 접촉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실무자들도 부정부패의 면모를 드러냈다. 기자들에게는 자사 노조 기사를 쓰지 말라거나 쓴 기사도 삭제해 달라고 한 달 동안 요청했다. 

이를 두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는 “노조에 보장된 언론의 자유가 침해될 것”이라며 “노조 관련 기사 삭제 요청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유진그룹은 노사협의회 설치 방해, 직원 수당 미지급 등으로 노동청의 행정지시를 받았다. 이에 YTN 노조는 유진그룹의 언론관이 왜곡됐다며 인수를 반대했다.

유진그룹 계열사 유진투자증권도 주가조작, 불법 리딩방 운영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해 5월, 경찰은 유진투자증권에 대한 압수수색을 단행했다. A 임원이 주가조작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경찰은 지난 2018년 모 에너지 관련 업체의 주가가 급등할 당시 A 임원이 작전 세력과 함께 출처가 불문명한 호재를 퍼뜨리는 등 주가조작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유령회사 동원
몸집 키우기

또 지난해 6월 유진투자증권 B 이사는 불법 리딩방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B 이사는 2022년 미국 증시가 크게 떨어질 것을 예측해 주목받은 투자 전문가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인기를 끌었다. B 이사는 그해 7월 사직서를 제출하고 회사를 떠났다. 

오너 리스크로 얼룩진 유진그룹은 2017년 10년간 운영하던 ‘나눔 로또’ 사업 계약서 ‘도덕성 점수’ 미달 등으로 탈락했다. 당시 경쟁업체들은 유진그룹에 대해 ‘수억원대 뇌물 공여자가 이 같은 정부 수탁사업을 맡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흑역사가 짙은 유진그룹은 지난해 ESG 경영평가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YTN 노조는 유진그룹의 ‘회장님 회사 80억 부당 지원’ 의혹을 제기하면서 지난 2018년 금융감독원 문서를 공개했다. 자료에는 유 회장 등 오너 일가가 소유한 이른바 ‘회장님 회사’인 천안기업이 지난 2015년 여의도 신사옥을 매입하는 과정서 유진그룹으로부터 80억원을 부당 지원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고한석 YTN 지부장은 “천안기업은 여의도 사옥 입주 계열사들을 상대로 임대사업을 하며 안정적인 부동산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공정거래법상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사익편취’ 혐의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방통위 심사 항목 1항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 및 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유씨 일가는 천안기업을 통해 주머니를 채웠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매출이 부진했던 천안기업이 주력 계열사들로부터 임대료를 챙겨 알짜 회사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 회장은 2018년 5월15일 천안기업 우선주 지분 23.3%를 인수했다. 매입금액은 주당 9704원(액면가 5000원)인 19억원이었다. 셋째 동생 유창수 유진투자증권 부회장도 13억원가량에 15.5%를 매입했다.

천안기업 우선주는 2015년 5월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 84만2104주로 당시 발행금액은 80억원(주당 9500원·액면가 5000원)이었다. 이 가운데 38.8%를 유씨 형제가 사들였다. 당시 천안기업은 자본금 2억원, 자산은 14억원 수준의 작은 회사였다.

‘스폰서 검사’ 스캔들
오너가 리스크 재조명

천안기업의 회사 성격과 사업 내용은 오너 일가의 지분인수가 목적이라는 의혹을 키웠다. 천안기업은 1996년 4월 설립된 부동산 임대 업체다. 본사는 충남 천안에 있고, 서울 여의도 유진그룹빌딩의 임대사업을 영위했다. 여의도에 위치한 이 빌딩은 1981년 건축돼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여의도 사옥으로 썼던 건물면적 1만6523㎡, 지상 15층·지하 3층짜리 건물이다. 천안기업은 해당 빌딩을 2015년 5월 중진공으로부터 645억원에 인수했다. 

자금 여력이 없던 회사가 중진공 건물을 인수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NH농협은행 외 2개 금융기관 차입금 600억원과 이에 대한 760억원의 유진그룹 채무보증이 뒷받침됐다. 몸집보다 300배 이상의 자금을 총수익스와프 즉, ‘TRS’ 계약을 맺어 확보한 것이다.

자금력이 있는 유진그룹이 보증을 서고, 천안기업이 다른 투자자로부터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유진그룹 덕을 본 천안기업은 더 많은 대출을 받을 수 있었고, 이후 증자까지 나서며 700억대 거액을 마련한 것이다.

천안기업은 이를 계기로 급성장했다. 2016~2017년 재무실적을 보면 매출은 각각 매출 61억원, 64억원에 영업이익이 35억원, 3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60% 안팎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하고도 남아 순이익 또한 각각 10억원, 14억원에 이른다.

수입은 관계사로부터 챙기는 임대료가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 건물에는 유진그룹과 유진투자증권이 입주해 있다. 2017년만 해도 유진그룹 15억원, 유진투자증권 48억원 등 사실상 이 두 관계사로부터 받는 임대수익이 천안기업의 전체 매출로 나타났다.

유진그룹 사옥의 수십억원 임대료는, 천안기업의 최대주주였던 유 회장 일가에게 돌아가는 구조가 완성된 것이다. 당시 금감원 자료를 넘겨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익편취’ 혐의로 천안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봤다. 하지만 당시 정식 신고가 없어 본격 조사로 이어지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8년 대기업에 처음 이름을 올린 유씨 일가는 천안기업 지분을 20% 이하로 낮추는 방법으로 규제를 회피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익편취 감시망이 강화되면서, 우회적인 방법으로 총수 일가에 수익을 몰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툭하면 
구설수

현재 천안기업 대표는 유 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진 김진구 유진그룹 혁신기획실장이 맡고 있다. 김 실장은 유진그룹이 YTN 인수를 위해 자본금 약 1000만원으로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유진이엔티 대표도 겸하고 있다. 자금능력이 없는 사실상 유령 계열사를 통해 막대한 임대수익을 올리면서도 유진그룹 측은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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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