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무차별 '묻지마 인재영입' 백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0.12 13:3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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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도 없고 영혼도 없는 '끌어안기'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대선후보들 간의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하다. 초박빙의 판세를 이어가고 있는 이번 대선의 승패는 바로 '중도층'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인재 모시기 경쟁은 어느새 '묻지마 인재영입'으로 변질되는 모양새다. 각 캠프의 인사면면만 보면 보수와 진보를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여야의 무차별적인 묻지마 인재영입 백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이번 18대 대선에서 각 후보들의 주요 슬로건 중 하나는 바로 '통합'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당의 대선후보로 공식 선출된 이후 가장 우선적으로 대통합 행보를 펼치며 '100% 대한민국'을 강조했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용광로 선대위를 공언하며 당내 비노 계파는 물론 시민사회까지 총망라하는 선대위 구성을 예고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역시 "정치를 새롭게 하고자 하는 모든 분과 손을 잡고 세상을 바꿀 용의가 있다"며 중도층 끌어안기에 나섰다.

대선화두 '통합'

이처럼 '통합'이 이번 대선의 주요화두로 떠오른 것은 바로 중도층 공략 때문이다. 지지율 격차 10% 미만의 초접전 양상을 보이는 이번 대선에서 보수와 진보진영 모두 이미 끌어올 표는 다 끌어왔다는 분석이다. 대선승리를 위해서는 표의 확장이 시급한 시점에 확실한 지지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중도층은 승부를 결정지을 마지막 표밭이다. 유권자들의 이목을 모을만한 외부 인사 모셔오기 싸움은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더욱 유별난 이유다.

각 선거캠프는 어떤 인물들이 지지 대열에 합류하느냐에 따라 대선 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보고 인재 모시기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이렇듯 인재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최근에는 묻지마 인재영입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거세다. 이념과 노선을 초월해 아예 다른 혈액형의 피까지 수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권에선 각 캠프의 인사면면에 대해 저 사람이 왜 저기에 가있을까 하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심지어는 각 캠프의 책사 자리에 과거 적진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아무 스스럼없이 기용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기도 했다. 박 후보 진영의 김종인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문 후보 진영의 윤여준 민주통합당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과거 안 후보의 멘토로 널리 알려졌던 인물들이다. 대선 빅3 후보들이 잇따라 자신들과 이념 및 성향 면에서 이질적인 인사들을 영입하자 정치전문가들은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다양한 계층을 포용해야 하는 대선후보에게 (이질적인 인사영입은) 꼭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를 잘 활용하면 전반적인 정책을 다양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재 모시기에만 열을 올리는 것은 영입에 진정성이 있느냐, 선거용이 아니냐는 논란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이질적인 인사들이 캠프에 합류한들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며, 자칫 기존의 측근들과 갈등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며 "과거 수차례 대선 때마다 후보들이 영입한 인사의 말로를 살펴보면 대부분 낙동강 오리알처럼 결국은 일회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자칫 선거공학에 치우친 묻지마 영입이 정책공약의 혼선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박 후보 진영의 김종인 위원장과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를 놓고 설전을 벌이며 불협화음을 냈다. 문 후보 역시 구 한나라당 전략가 출신 윤여준 위원장을 영입한 데 대해 당내 인사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강금실 전 법무장관은 이에 대해 "일에는 도리와 순서가 있어야 한다"며 "어떤 명분과 전향의 과정 없이 민주당이 그를 덜컥 끌어들이다니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중도층 표심잡자!" 이름 있는 사람은 일단 영입?
대선용 인재포퓰리즘…정책 혼선 등 부작용 우려

안 후보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사실상 경제참모로 영입하면서 야권의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 전 총리는 모피아의 대부로 통하는 인물"이라며 "경제참모로 친재벌 인사와 반재벌 인사를 동시에 영입해 그가 주장하는 혁신 경제가 도대체 무엇인지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표가 아쉬운 후보들은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를 잡는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일어나고 있다.

박 후보 측은 지난 9월28일 '문화가 있는 삶 추진단' 자문위원단 명단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중 무려 6명이 "정치적 성향도 다른데 어떻게 박 후보 캠프에 이름을 올리겠느냐"며 합류를 부인했다. 런던올림픽 유도 금메달리스트인 김재범 선수는 박 후보로부터 공동선대위원장 임명장까지 받았으나 얼마 후 임명장을 자진 반납했다.


김 선수는 "단순한 식사 자리인 줄 알고 참석했다"며 본인이 선대위원장에 임명될 줄 몰랐다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는 영입대상이 된 줄도 몰랐다는 사실에 박 후보 진영은 최소한의 사전 교감도 없이 임명장을 남발했다는 비판에 직면해야만 했다.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인물 영입 경쟁을 두고는 '총성 없는 전쟁'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지지층이 상당히 겹치다 보니 물밑 경쟁이 더욱 치열한 것이다. 똑같은 인물을 두고 동시에 양쪽 캠프에서 '러브콜'을 보내는 예도 적지 않다.

민주당 내 다수의 의원들이 안 후보 캠프를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자 당 지도부는 안 후보를 돕는 의원들을 제명시키겠다는 엄포까지 놓았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양쪽의 영입 경쟁이 과열될 경우 감정적 충돌 사태가 빚어져 단일화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묻지마 영입 '망신살'

한편 묻지마 영입경쟁이 반드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각 후보들이 깜짝 기용에만 신경쓰다 보면 정작 고정 지지층의 이탈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현재 여야 대선후보들의 묻지마 영입경쟁은 국민들에게 고민과 정성이 담긴 비전은 제시하지 않고 영입인사의 상징성에만 기대 표를 모으려는 얄팍한 계산에서 나온 행동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대선이 불과 70여 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소모적인 영입경쟁을 중단하고 당당한 정책대결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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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