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김건희 리스크’ 퍼즐

방패 없이 검만 한동훈도 ‘어쩔’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 간신히 막아내고는 있지만, 한계점에 도달한 모양새다. 어쩌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어 보인다. 잘 돌파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이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처음 발탁됐을 때부터 김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그가 문제 삼은 지점은 특검법의 제12조다.

대통령 거부
불안한 기류

해당 법안에 따르면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제2조 각호의 사건에 관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게 가능하다. 이 조항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태 당시에도 박영수 특검에 의해 이뤄졌던 바 있다. 

지금껏 이뤄져온 특검서도 예외는 없었다. 당장 직전에 있었던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서도 확인된다. 물론 한 비대위원장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들을 낱낱이 공개하기 때문에 악법이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이 발의된 이유는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의 영향도 있다. 검찰은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답변만 무한반복 중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부터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전면 부인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도 한 비대위원장과 스텝을 맞춰 악법으로 몰고 가는 중이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쌍특검법은 총선용 민심 교란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략적 법으로 위헌적 독소조항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혐의 사실과 수사 대상을 명확히 특정하지 않고, 수사 범위를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설정했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특별검사 임명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김 여사 특검법에서는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국민의힘)를 제외한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 이하 민주당),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이 대통령에게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게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피의사실공표죄를 예외로 허용한다는 부분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과 함께 한 비대위원장이 지적한 언론 브리핑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을 실시했다. 총선 여론조작을 위한 악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통령실은 특검법 정부 이송 전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김 여사 특검법을 포함해 대장동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윤 대통령이 여론에 반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이유가 필요하다. 단순히 퍼스트 레이디이자, 가족이기 때문에 거부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공산이 크다.

게다가 특검 거부권도 직접 밝힌 게 아닌,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함께 보탰다. 민주당을 향한 역공인 셈이다. 

결국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야당은 즉시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서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높였다. 


20명 이탈 시 특검 직행
당내선 ‘해결부터’ 목소리

민주당이 노리는 지점은 국민의힘의 이탈표로 당장 표결에 부쳤다면, 이탈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일단 민주당도 숨을 고르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검토해 재의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의요구권이 발동된 법안이 법적인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원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 164명, 정의당 6명, 진보당, 기본소득당 각각 1명으로,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총 184명 정도다. 이들이 본회의에 전원 출석한다고 가정해도 전체 의원 수 3분의 2(199명)에는 충족하지 못한다. 즉, 국민의힘 의원들 중 20명가량이 이탈표를 던질 경우, 김 여사 특검법을 재의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불안한 기류가 흐를 수밖에 없다. 

앞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 이탈표로 헌정 역사상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당시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차례다.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은 분열을 맞고 있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가칭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가 지난 12월2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으며,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 투쟁이 또 시작될 수도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온 뒤, 잠시 잠잠해진 ‘험지 출마론’도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시작되는
돌려막기

일단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띄웠던 험지 출마론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를 고수 중이다. 이 틈에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물들은 대부분 TK 지역과 보수 텃밭에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출마 인원만 30명이 넘는데 비윤계는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윤석열정부의 주요 요직을 맡았다. 

대표적으로 영입된 인사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방 전 장관 이외에도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완선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정부 출신 ‘인재’로 영입했다. 결국 정부 출신 인사가 현역 의원들과 경쟁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친윤’(친 윤석열)에게 맹렬한 비판을 가했던 의원들의 이탈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세력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쌍특검 재표결이 2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국민의힘 공천서 탈락한 인물들이 ‘가결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당장 특검이 시작된다고 해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검 구성부터 물리적인 수사 기간이 70일로, 30일 연장이 가능한 점을 고려했을 때 수사 결과는 총선 이후에나 나오게 된다. 

의혹에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수사를 받으면 될 일이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받는 게 리스크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이 경우가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가장 걸맞다. 

특검법 거부권의 후폭풍은 2030세대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등 리스크가 상당했다. 공개 행보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실제로 김 여사는 3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론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 괜한 시비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스크
더 있다

한 비대위원장도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서 적절하지 않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등 ‘김건희’라는 워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가 김 여사의 리스크를 막기는 쉽지 않은 데다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일수록 지지층 확장에 한계성이 드러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를 총선 전 최대 리스크로 여긴다. 당내에서도 공식적으로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하고 가야 한다는 말이 공유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국민이 김 여사 리스크에 관한 우려를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서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이 왜 찬성하는지,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며 여론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당내 중진 의원들도 윤 원내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중진연석회의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서 특검법을 거부한 이유를 직접 설명해야 한다’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서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특검 거부의 명분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칼 끝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향하는 중이다. 

그는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지만, 이번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그가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하수인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수습을 위해 우선 특별감찰관 제도를 띄웠다. 

비윤계 반발 잠재울 방법 필요
리스크 해소해야 대권으로 직행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정부 시절 민주당 주도로 도입됐으나, 시행 10년 동안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제외하고는 임명된 적이 없었다.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제도 신선하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과거 제도를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더해 특별감찰관을 통해 미리 ‘손’을 쓰겠다는 의도도 있는 탓이다. 또 진작 추천할 수 있었던 제도인 데다 국회가 활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최악의 경우 한 비대위원장 사퇴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특검법이 재의결되고, 한 비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며 “민심을 이기는 정치나 정치 지도자는 없다”고 예상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찬성 여론이 더욱 커지는 건 시간 문제로, 재의결 시 한 비대위원장도 더는 막을 수 없다.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으며, 민주당 리스크로 역공을 가해왔던 그다. 선택지라고는 재의결됐을 때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당내 의원들을 관리하는 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더라도 패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 등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써먹을 수 있는 카드다. 

여기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명품백 선물 논란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수직적 당·정 관계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김기현 대표 시절에도 수직적 당정 관계 탓에 당내 분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민주당만 공격하면서 대통령실에 발만 맞출 경우, 총선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세지는 공세
총선 결과는?

한 비대위원장에겐 공천개혁, 당내 분열 해결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초반에는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 등 민주당 이 대표와 지지율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현재 위상도 널뛸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의 초반 국민의힘 입당 효과는 엄청났으며 국민의힘에 분명 도움이 됐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실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낮다. 그렇게 되면 지지층에만 국한돼 확장성의 한계가 온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급하게 띄운 제2부속실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거부권을 발동시켰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실은 즉시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꼴이 됐다.

제2부속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특검을 면피하기 위해 설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제2부속실 철폐를 내세운 바 있다.

지난 2년간 김 여사의 일정은 배우자 팀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부속실 행정관 일부가 맡아왔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이 현재 제2부속실 설치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을 뒤집은 만큼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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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