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김건희 리스크’ 퍼즐

방패 없이 검만 한동훈도 ‘어쩔’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국민의힘의 22대 총선 운명을 좌지우지할 정도로 커졌다. 간신히 막아내고는 있지만, 한계점에 도달한 모양새다. 어쩌면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위험에 빠질 수 있어 보인다. 잘 돌파할 수 있을까?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장이 여전히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를 방어하는 액션을 취하고 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처음 발탁됐을 때부터 김 여사 특검법을 ‘악법’으로 규정했다. 그가 문제 삼은 지점은 특검법의 제12조다.

대통령 거부
불안한 기류

해당 법안에 따르면 특별검사 또는 특별검사의 명을 받은 특별검사보는 제2조 각호의 사건에 관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을 위해 수사 과정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하는 게 가능하다. 이 조항은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태 당시에도 박영수 특검에 의해 이뤄졌던 바 있다. 

지금껏 이뤄져온 특검서도 예외는 없었다. 당장 직전에 있었던 고 이예람 중사 특검법서도 확인된다. 물론 한 비대위원장은 김 여사와 관련된 사안들을 낱낱이 공개하기 때문에 악법이라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검법이 발의된 이유는 검찰의 소극적인 수사 태도의 영향도 있다. 검찰은 진상규명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답변만 무한반복 중이다. 해당 의혹은 지난 20대 대선 당시부터 제기됐으나,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전면 부인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도 한 비대위원장과 스텝을 맞춰 악법으로 몰고 가는 중이다. 


지난 9일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치고 나와 쌍특검법은 총선용 민심 교란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정략적 법으로 위헌적 독소조항이 많이 있다는 것이다. 또 혐의 사실과 수사 대상을 명확히 특정하지 않고, 수사 범위를 모호하고 광범위하게 설정했다는 게 정부여당의 주장이다. 

특별검사 임명 부분도 문제 삼고 있다. 현재 김 여사 특검법에서는 대통령이 소속된 교섭단체(국민의힘)를 제외한 교섭단체(더불어민주당, 이하 민주당), 교섭단체가 아닌 원내 정당이 대통령에게 특별검사 후보자를 추천하는 게 가능하다. 

국민의힘은 피의사실공표죄를 예외로 허용한다는 부분도 문제가 많다는 주장과 함께 한 비대위원장이 지적한 언론 브리핑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의 이 같은 주장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은 즉각 거부권을 실시했다. 총선 여론조작을 위한 악법이라는 이유에서다. 앞서 대통령실은 특검법 정부 이송 전에도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거부권을 행사한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거론하지 않았다. 김 여사 특검법을 포함해 대장동 특검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윤 대통령이 여론에 반해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그만한 이유가 필요하다. 단순히 퍼스트 레이디이자, 가족이기 때문에 거부했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공산이 크다.

게다가 특검 거부권도 직접 밝힌 게 아닌, 대변인의 입을 통해서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제기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해충돌의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함께 보탰다. 민주당을 향한 역공인 셈이다. 

결국 특검법은 국회로 되돌아왔다. 그러나 야당은 즉시 표결에 부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반발해 국회 로텐더홀서 민주당을 향한 공세를 높였다. 


20명 이탈 시 특검 직행
당내선 ‘해결부터’ 목소리

민주당이 노리는 지점은 국민의힘의 이탈표로 당장 표결에 부쳤다면, 이탈표가 나오기는 쉽지 않다. 일단 민주당도 숨을 고르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검토해 재의결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재의요구권이 발동된 법안이 법적인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 출석 의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의원의 찬성이 있으면 가능하다. 

현재 민주당 164명, 정의당 6명, 진보당, 기본소득당 각각 1명으로, 야권 성향의 무소속 의원까지 합치면 총 184명 정도다. 이들이 본회의에 전원 출석한다고 가정해도 전체 의원 수 3분의 2(199명)에는 충족하지 못한다. 즉, 국민의힘 의원들 중 20명가량이 이탈표를 던질 경우, 김 여사 특검법을 재의결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이번 표결은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는 점 때문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불안한 기류가 흐를 수밖에 없다. 

앞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 동의안 표결 당시에도 민주당 이탈표로 헌정 역사상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바 있다. 국민의힘이라고 해서 예외는 없다. 당시 민주당은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의 갈등이 극에 달했던 시점이다. 

이번에는 국민의힘 차례다. 공천 시기가 다가오면서 국민의힘은 분열을 맞고 있다. 실제로 이준석 전 대표(가칭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가 지난 12월27일 국민의힘을 탈당했으며, 비윤(비 윤석열)계 인사들의 불만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 투쟁이 또 시작될 수도 있다. 한 비대위원장이 온 뒤, 잠시 잠잠해진 ‘험지 출마론’도 다시 불붙을 가능성도 있다. 

시작되는
돌려막기

일단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띄웠던 험지 출마론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갔다.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들은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를 고수 중이다. 이 틈에 용산 대통령실 출신 인물들은 대부분 TK 지역과 보수 텃밭에 줄줄이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현재까지 거론된 출마 인원만 30명이 넘는데 비윤계는 이들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이들은 대부분 윤석열정부의 주요 요직을 맡았다. 

대표적으로 영입된 인사는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다. 방 전 장관 이외에도 정황근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완선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을 정부 출신 ‘인재’로 영입했다. 결국 정부 출신 인사가 현역 의원들과 경쟁해야 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또 ‘친윤’(친 윤석열)에게 맹렬한 비판을 가했던 의원들의 이탈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세력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쌍특검 재표결이 2월 이후로 미뤄질 경우, 국민의힘 공천서 탈락한 인물들이 ‘가결표’를 던질 가능성이 높아질 전망이다. 물론 당장 특검이 시작된다고 해도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바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특검 구성부터 물리적인 수사 기간이 70일로, 30일 연장이 가능한 점을 고려했을 때 수사 결과는 총선 이후에나 나오게 된다. 

의혹에 김 여사가 떳떳하다면 수사를 받으면 될 일이며 재판을 통해 무죄를 받는 게 리스크를 해소하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이 경우가 윤 대통령이 지향하는 공정과 상식에도 가장 걸맞다. 

특검법 거부권의 후폭풍은 2030세대의 이탈을 가속화시키는 등 리스크가 상당했다. 공개 행보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실제로 김 여사는 3주 넘게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여론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방지해 괜한 시비거리를 만들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리스크
더 있다

한 비대위원장도 지난 8일, 기자와 만난 자리서 적절하지 않다는 식으로 회피하는 등 ‘김건희’라는 워딩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그가 김 여사의 리스크를 막기는 쉽지 않은 데다 방어하려는 모습을 보일수록 지지층 확장에 한계성이 드러난다. 


국민의힘 내에서도 김 여사 리스크를 총선 전 최대 리스크로 여긴다. 당내에서도 공식적으로 김 여사 문제를 해소하고 가야 한다는 말이 공유되고 있다. 

현재 국민의힘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경율 비대위원의 지적이 대표적이다. 앞서 김 비대위원은 “국민이 김 여사 리스크에 관한 우려를 풀어줄 수 있는 방안을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서 만들어야 한다”며 “그래야 국민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경원 전 원내대표 역시 “국민이 왜 찬성하는지, 우리도 반성해야 한다”며 여론을 무시해선 안 된다는 취지의 입장을 냈다. 

당내 중진 의원들도 윤 원내대표가 주재한 비공개 중진연석회의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서 특검법을 거부한 이유를 직접 설명해야 한다’ ‘유감 표명을 해야 한다’ 등의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당내서 총력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특검 거부의 명분은 부족한 상황이다. 결국 칼 끝이 한 비대위원장에게 향하는 중이다. 

그는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인사지만, 이번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그런 그가 김 여사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다면, 대통령의 하수인이라는 꼬리표는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수습을 위해 우선 특별감찰관 제도를 띄웠다. 

비윤계 반발 잠재울 방법 필요
리스크 해소해야 대권으로 직행

특별감찰관 제도는 박근혜정부 시절 민주당 주도로 도입됐으나, 시행 10년 동안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을 제외하고는 임명된 적이 없었다. 국회가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 4촌 이내의 친족, 대통령 비서실의 수석비서관 이상의 공무원이다. 

그러나 특별감찰관제도 신선하지는 않다는 반응이다. 단순히 과거 제도를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고 여기에 더해 특별감찰관을 통해 미리 ‘손’을 쓰겠다는 의도도 있는 탓이다. 또 진작 추천할 수 있었던 제도인 데다 국회가 활용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최악의 경우 한 비대위원장 사퇴 시나리오까지 거론된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은 “특검법이 재의결되고, 한 비대위원장이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며 “민심을 이기는 정치나 정치 지도자는 없다”고 예상했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찬성 여론이 더욱 커지는 건 시간 문제로, 재의결 시 한 비대위원장도 더는 막을 수 없다. 민주당을 향해 공세를 퍼부으며, 민주당 리스크로 역공을 가해왔던 그다. 선택지라고는 재의결됐을 때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당내 의원들을 관리하는 일 뿐이다. 

이대로라면 한 비대위원장이 총선을 진두지휘하더라도 패배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여사 특검법은 민주당 등 야당이 21대 국회 임기가 끝나기 직전까지 써먹을 수 있는 카드다. 

여기에 더해 서울양평고속도로 특혜, 명품백 선물 논란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결국 수직적 당·정 관계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문제다. 김기현 대표 시절에도 수직적 당정 관계 탓에 당내 분란은 끊이질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민주당만 공격하면서 대통령실에 발만 맞출 경우, 총선은 패배할 수밖에 없다. 

세지는 공세
총선 결과는?

한 비대위원장에겐 공천개혁, 당내 분열 해결 등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초반에는 컨벤션 효과를 톡톡히 누리며 차기 대선주자로 발돋움하는 등 민주당 이 대표와 지지율도 각축을 벌이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를 어떻게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현재 위상도 널뛸 전망이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한 비대위원장의 초반 국민의힘 입당 효과는 엄청났으며 국민의힘에 분명 도움이 됐다”면서도 “그러나 대통령실에 반기를 들 가능성은 낮다. 그렇게 되면 지지층에만 국한돼 확장성의 한계가 온다”고 조언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급하게 띄운 제2부속실

쌍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거부권을 발동시켰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대통령실은 즉시 제2부속실을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역시 상황을 악화시키는 꼴이 됐다.

제2부속실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지 않은 채 특검을 면피하기 위해 설치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제2부속실 철폐를 내세운 바 있다.

지난 2년간 김 여사의 일정은 배우자 팀으로 불리는 대통령실 부속실 행정관 일부가 맡아왔다.

당시에도 이를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대통령실이 현재 제2부속실 설치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윤 대통령이 공약한 내용을 뒤집은 만큼 어떤 설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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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