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에 치인 판사들 잔혹사

법원 재판보다 여론재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야당 대표의 재판을 맡고 있던 판사가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4·10 총선을 3개월 앞두고 해당 재판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던 차였다. 일각에서는 ‘김명수 코트’ 당시 불거진 재판 지연의 여파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8일, 강규태 판사가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4부 재판장을 맡은 강 판사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을 심리 중이었다. 이 대표는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2021년 12월 언론 인터뷰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재직 때는 잘 몰랐다”고 허위로 발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바 있다. 

도망갔나?

공직선거법상 선거법 사건은 다른 재판에 우선해 신속히 진행하고 기소 후 6개월 이내 1심 선고를 해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벌써 1년4개월째 진행 중이다. 이런 상황서 강 판사가 사표를 제출하면서 재판의 추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4·10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의 관심은 이 대표의 재판에 쏠린 상태였다.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서 어떤 결과를 받느냐에 따라 여야는 물론 민주당 내부도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강 판사의 사표 제출로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그와 동시에 강 판사가 정치에 휘말려 재판을 지연시키다가 끝내 놓아버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강 판사는 유튜브 채널 등을 통해 재판 지연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녕 변호사는 지난 9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강 판사는 “어제 주요 일간지에 난대로 2월19일자로 명예퇴직한다”며 “일반적인 판사의 퇴직 시점을 조금 넘겼지만 변호사로 사무실을 차려 새로운 삶을 살아보려 한다”고 사표 제출 배경을 밝혔다. 

그는 “상경한 지 30년이 넘었고 지난 정권에 납부한 종부세가 얼마인데 결론을 단정짓고 출생지라는 하나의 단서로 사건 진행을 억지로 느리게 한다고 비난하니 참 답답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내가 조선시대 사또도 아니고 증인이 50명 이상인 사건을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하여간 이제는 자유를 얻었으니 자주 연락할 기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강 판사는 전남 해남 출신이다. 

강 판사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의심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과거 야당 정치인이 연루된 재판은 일반 재판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린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 특히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기 당시 재판 지연이 사법부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현재 강 판사의 사표 제출로 이 대표의 재판이 늦어질 가능성이 나오자 이전 재판까지 다시 도마 위에 오르는 모양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의혹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등을 재판하다가 판사가 돌연 휴직하는 일도 있었다. 김미리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에 4년 동안 근무하면서 한 법원에 3년 넘게 있지 않는다는 관례를 벗어난다는 논란 속 인물이다. 이 때문에 김 전 대법원장 ‘코드 인사’ 논란에 언급되기도 했다. 

당시 김미리 판사가 속해 있던 형사합의21부에서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및 유재수 감찰 무마 등 사건과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최강욱 전 열린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등을 심리 중이었다.


김미리 판사는 재판이 진행되는 시기 건강상 이유로 3개월 휴직을 신청했다. 여기에 해당 재판을 맡았던 김상연 부장판사 역시 지난해 건강상의 이유로 6개월 휴직했다. 

재판 중 돌연 사표 제출
총선 전 선고 안 나올 듯

조 전 장관 재판은 지난해 2월 1심 선고가 나왔는데 1심에만 무려 3년2개월이 걸린 셈이다.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은 지난해 11월에야 1심 선고가 나왔다. 2020년 1월 검찰이 기소한 지 3년10개월 만이다. 정의기억연대 후원금 유용 혐의로 기소됐던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1심 재판도 2년5개월 걸렸다. 

재판 지연이 야당 정치인에 집중된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판사의 정치색 논란도 함께 불거졌다. 공정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판사가 정치 성향을 드러내면서 사법부의 신뢰를 깎아 먹고 있다는 뼈아픈 지적도 동반됐다.

실제 박병곤 판사의 경우 과거 SNS에 정치 성향이 담긴 글을 게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편파성 판결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재판부를 맡았던 박 판사는 지난해 8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등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량을 웃도는 실형 판결에 법조계가 술렁였다.

이 과정서 박 판사가 법관으로 임용된 뒤에도 SNS에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글을 올렸다는 정황이 확인됐다. 박 판사는 민주당 이 대표가 낙선한 대선 직후 “울분을 터뜨리고 절망도 하고 슬퍼도 했다가 사흘째부터는 일어나야 한다”고 적었다.

법원은 당시 재판장의 정치 성향을 거론하며 과도한 비난이 제기되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정치 판결‘ 의혹을 일축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결국 박 판사는 ’엄중주의‘ 처분을 받았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해 11월 “해당 법관이 임용 후 SNS에 게시한 글 중 정치적 견해로 인식될 수 있는 부분에 관해 소속 법원장을 통해 엄중한 주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징계는 아니지만 재발 주의를 당부한 것이다.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는 판사가 SNS에 글을 쓸 때 신중하게 처신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관련 징계 규정은 없다. 

일각에서는 정치로 인한 갈등이 극대화되면서 정치인 재판을 맡은 판사에 대한 ’낙인찍기‘가 심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판사가 정치색을 띠는 것이 아니라 여야 지지자들이 입맛에 맞게 정치색을 씌운다는 비판이다.


실제 민주당 지지자들은 유창훈 판사가 민주당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을 때는 환영하다가 같은 당 송영길 전 대표의 구속영장을 발부했을 때 비판하는 등 같은 판사에 대해 다른 반응을 보였다. 

신뢰 추락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이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은 공정한 잣대로 같은 상황서 흔들림 없는 판결을 하는 것을 사법부에 기대하는데 그 눈높이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치 논란 역시 그 연장선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취임한 조희대 대법원장은 “신속하지 못한 재판으로 고통받는 국민은 없는지, 공정하지 못한 재판으로 억울함을 당한 국민은 없는지, 법원의 문턱이 높아 좌절하는 국민은 없는지 세심하게 살펴보겠다”며 사법부 개혁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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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