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민주당 '단일화 줄다리기' 관전 포인트

  • 조아라 archo@ilyosisa.co.kr
  • 등록 2012.10.08 09:3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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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고, 눈치 보고, 한 발 빼니…'이상동몽' 삼각관계

[일요시사=조아라 기자] 민심의 분수령인 추석 연휴가 지나고 대선을 70일 정도 남겨둔 지금. 야권단일화를 둘러싼 움직임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느긋하게 힘을 뺀 채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고, 민주통합당은 '투톱' 형식의 공수교대가 한창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단일화 압박 공세를, 문재인 후보는 자신에게 힘을 실어줄 인사들과 물밑접촉에 여념이 없다. 같은 듯 다른 이들의 '단일화 줄다리기' 관전 포인트가 무엇인지 <일요시사>가 짚어보았다.

지난 9월 1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장에서 안철수 무소속 후보가 '정치권의 변화와 혁신' '국민의 동의'를 조건으로 내건 것이 안 후보의 유일한 단일화 언급이었다. 반면 민주당은 연일 '민주당 중심의 야권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단일화 줄다리기가 한창인 가운데 양측의 주요 인사들의 미묘한 움직임이 포착되면서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여부 두고 설왕설래
당기고 밀어내고     

야권단일화 여부를 두고 정치권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일각에서는 단일화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 시선을 끌었다.

지난 4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박찬종 변호사는 한 매체를 통해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에 반대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역시 안 후보가 민주당 등 기존 정당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반(反)하는 행동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얼마 전 문 후보 캠프에 합류한 윤여준 국민통합추진위원장은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야권단일화 추진 논의가 길어지면 국민이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해 이른 시일 내에 단일화를 성사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처럼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가 논란의 중심이 된 가운데 민주당은 당기고 안 후보 측은 밀어내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김한길, 박선숙의 심상찮은 회동
지지율 따라 경선 여부 결정될 것

민주당은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탔다고 판단하고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해야 한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최재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 인터뷰를 통해 "문 후보의 상승세로 볼 때 안 후보로 단일화 되는 걱정은 크게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안 후보가 단일후보가 된다면 당연히 민주당에 입당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4일 매체를 통해 "문재인 후보의 점진적인 상승세는 꾸준히 지난 한 달 동안 이어져 왔다. (중략) 당의 쇄신과 혁신을 계속해서 주도해 나가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겠다"며 "안정적 수권능력을 가진 정당의 후보인 문 후보를 중심으로 단일화를 이뤄내도록 하려고 할 생각"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안 후보 측은 당분간 단일화에 연연하지 않고 독자행보를 이어갈 방침으로 보인다.


안 후보 측 유민영 대변인은 한 언론사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국민을 믿고 가는 것이며, 여론조사 하나하나에 신경 쓰지는 않는다"고 말해 다급한 민주당과 상반된 태도를 보였다.

야권단일화를 두고 민주당과 안 후보 간의 평행선 싸움이 계속되는 듯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사이에 묘한 기류가 오가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것은 크게 네 가지로 맥을 짚을 수 있다. 이들 사이 주요 인사의 교류, 단일화 시기, 방법, 단일화를 결정할 표심이 그것이다.

문·안, 박원순에 러브콜
비밀만남에 민주당 '뿔'

최근에는 김한길 민주당 최고위원과 안 후보 측의 박선숙 선거대책본부장이 지난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공평동 카페에서 만나 논란이 일었다.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가 정치권의 최대 이슈인 만큼 이들의 만남을 두고 그 배경에 초미의 관심이 쏠린 것이다.

두 사람은 이날 대화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하면서 개인적인 만남이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대화에서 김 최고위원은 "(야권 후보로) 누가 되든 민주당 후보로 나서야 승산이 있다. 이를 입증할 여론조사 자료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박 본부장은 "민주당 쇄신 없이 단일화는 어렵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선 이날 두 사람의 만남을 계기로 민주당과 안 후보 간의 단일화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박 시장은 안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 전 단독회동을 가져 단일화의 가교역할을 할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런 그가 지난 9월26일 문 후보와 서울시청 신청사에서 25분간의 비공개 회동을 가진 것. 이날 회동은 문 후보가 단일화 경쟁자인 안 후보를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이에 진선미 민주당 대변인은 "오늘 회동에서 안 후보나 단일화에 대한 얘기는 일절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이에 앞서 문 후보가 안 후보의 멘토로 유명한 법륜스님과 비공개 조찬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문 후보와 안 후보 사이 연대가 급물살을 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김 최고위원과 박 본부장, 박 시장, 법륜스님과 양 후보 간 교류는 단일화가 임박했음을 암시한다는 분석이다. 이를 두고 긍정적인 해석과 부정적인 해석이 모두 나오고 있지만 이들이 단일화의 중추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들이 양 후보가 단일화를 향해 활시위를 당길 수 있도록 동력을 불어넣을 것은 분명해 보인다.

결정적으로 지난 4·11총선 전인 2월 3, 4일경 문 후보와 안 후보의 '부산 회동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들이 양 후보의 단일화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쏟아지기도 했다.

시기 두고 신경전 팽팽
경선, 치명적일 수 있어


반면 문 후보가 민주당 지도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만큼, 이들의 움직임에 민주당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매체를 통해 "김 최고위원이 문 후보를 적극 지지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민주당 안에서 안철수의 'X맨'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김 최고위원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야권 단일화의 시기를 두고도 민주당 내부는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르면 이번 주 안으로, 늦어도 10월 중순부터는 단일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안 후보 측은 11월까지는 독자행보를 이어가는 일정을 계획한 것으로 전해져 양측 단일화가 내달 25~26일 대선후보등록이 임박한 시점에서 막판에 타결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는 상황이다.

안 후보 측은 단일화 시점이 만개할 때까지 최대한 전략적 모호성을 고수하겠다는 복안으로 분석된다. 안 후보는 지난 2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의 단일화 당부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주목을 끌었다.

두 후보 간 야권단일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문 후보가 상승세를 타며 안 후보와 격차를 좁히고 있는 것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일보>와 글로벌리서치의 조사에 의하면 문 후보 43.7%, 안 후보 37.0%, 같은 날 <조선일보>와 미디어리서치에서 문 후보 43.4%, 안 후보 47.9%,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문 후보 38.4%, 안 후보 40.6%로 두 후보의 지지율이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10월 중순 단일화 VS 11월까지 독자행보
이희호 여사 단일화 당부에도 안 묵묵부답

두 후보의 지지율이 이대로 결판나지 않는다면 담판보다는 경선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경선을 통한 단일화가 더 큰 감동을 안겨줄 수 있고, 결과에 이견이 없어 상대 지지층을 흡수하기도 좋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반면 한 전문가는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 민주당 경선에서 보였던 모바일투표 문제가 다시 불거질 경우 양 후보 모두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며 "안 후보가 경선과정에 참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라고 진단했다.

유 대변인도 "지금 내부에서 논의되는 것은 없으며, 대선 후보 3자 회동을 해도 문 후보와 별도의 단일화 논의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매체를 통해 말했다.

단일화의 네 번째 관전 포인트는 PK(부산·경남)와 호남 표심의 추이다.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분류됐던 PK가 이 지역 출신의 야권후보의 등장에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노풍'이 불었던 2002년 대선 당시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에서 30%의 지지를 받는 데 그쳤다. 이를 감안해 양자대결에서 문·안 후보가 40%의 지지율을 기록하는 것을 보더라도 새누리당의 위기감을 이해할 수 있다.

PK 지역에서 40대에서는 문 후보가 20대에서는 안 후보가 우세해 젊은 층의 참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심장'으로 불리는 호남의 표심도 단일화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호남에서는 문 후보보다는 안 후보가 상당히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호남이 열린우리당을 창당한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 후보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남 광주에 사는 강모(31세)씨는 "치열한 정치판에서 경륜은 절대 무시할 수 없다. 안 후보가 국민의 열망으로 출사표를 던졌지만 한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에는 너무 큰 단점을 가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같은 지역의 조모(41세)씨는 "문 후보도 기성정치인과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안 후보가 하면 다를 것이다. 나라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는 인물로 본다"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표심 출렁
호남서 안철수 우세

민주당의 쇄신을 단일화 조건으로 한 수 띄우고 한발 물러난 안 후보. 그리고 마치 아무것도 듣지 못한 듯 '쇄신'보다 '잿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 혼신의 힘으로 전력질주 하고 있으나 민주당 지도부와 안 후보의 눈치 보느라 급급한 문 후보.

삼각관계에 얽힌 이들이 네 가지 난제를 풀고 상생의 경쟁 레이스를 펼칠 수 있을지, 국민과 정치권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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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