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넘사벽 매력쟁이 덱스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2.12 10:16:19
  • 호수 1457호
  • 댓글 2개

방송가 대세 블루칩 ‘남자다잉∼’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본명 김진영, 예명 덱스. 덱스는 현역으로 훈련 종료를 의미하는 엔덱스(ENDEX, END Exercise)서 엔을 뺀 이름이다. 덱스는 예능프로그램 <피의 게임>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솔로지옥> 등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켰다. 덱스가 가진 치명적 매력 포인트는 이 시대가 선호하는 남성상을 변화시켰다는 평까지 받는다는 점이다.

“이 시대가 선호하는 가장 트렌디한, 안전하면서 또 ‘러블리’하게 다듬어진 남성성이 의인화된 인물이 있다.” 방송인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덱스를 설명한 글이다. 덱스의 인기가 날로 급상승 중이다. 덱스는 2016년 대한민국 해군 부사관 251기로 임관해 해군특수전전단(UDT/SEAL) 62-2기를 수료한 예비역 하사다. 

러블리
상남자

현역 시절 대테러부대인 해군특수전전단 특수임무대대서 4년간 복무했으며, 2018년 대한민국 국군 파병부대인 아크부대 13진 해상작전대로 아랍에미리트(UEA) 해외파병도 8개월간 다녀왔다.

이름을 알린 것은 전역 후인 2020년부터다. 이때 덱스는 유튜브 채널 ‘피지컬갤러리’의 밀리터리 웹예능 <가짜사나이2>에 출연했다. 2021년 MBC의 서바이벌 예능 <피의 게임> 출연으로 인지도를 얻게 됐다. 지난해에는 넷플릭스의 리얼리티 예능 <솔로지옥2>로 국내외 팬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기세를 몰아 올해에는 MBC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2>의 고정 출연자로 방송가 및 대중에게 많은 호평을 받았다. 유명 유튜버들 사이서도 메이저 방송계에 성공적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을 받는다.


<솔로지옥> 김재원 PD는 “덱스는 올해 가장 잘 산 주식”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김 PD는 지난 4일, 서울 용산동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넷플릭스 <솔로지옥3> 제작발표회서 “올해 산 주식 중 가장 잘 산 주식은 덱스다. 시즌2로 굉장히 잘됐는데, 생각보다 일찍 MC 제안을 했다. 저평가 우량주”라며 “그 후 미친 듯이 상한가를 치면서 올라가더니 지금은 올해 가장 핫한 주식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평가했다.

이어 “덱스가 MC로 돌아왔다. 세상서 가장 핫한 남자 아니냐. 그래서 이번 시즌이 더욱 재미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덱스는 “MC 가운데 내가 감회가 가장 색다르지 않을까 싶다. 시즌2에서는 출연자였다면 시즌3에서는 MC 입장서 출연자를 보는 입장이 됐다. MC의 위치에 있다 보니 출연진의 세세한 포인트가 훨씬 잘 보인다. 나도 저렇게 티가 많이 났나 싶더라. 여러 생각이 들더라”고 소감을 밝혔다.

<솔로지옥2>서 출연자로 나왔던 덱스가 시즌 3에선 MC로 바뀌었다. 역대 시즌 출연자들 중 MC 역할을 맡은 것은 덱스가 유일하다.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솔로지옥2> 방영 당시 보였던 덱스의 모습 덕분이다.

<솔로지옥2>서 덱스의 별명은 ‘메기남’이다. 메기남이란 막강한 존재가 등장함으로써 다른 경쟁자의 잠재력을 끌어올린다는 의미로 탄생한 예능 프로그램의 신조어다.

미꾸라지나 정어리가 든 어항에 천적인 메기 한 마리를 투입하면 안 좋을 것 같지만, 오히려 메기 덕분에 미꾸라지 혹은 정어리가 생존하기 위해 꾸준히 움직여 결국 살아있게 된다는 원리서 온 말이다.


<솔로지옥>에는 기본적으로 외모와 매력이 강한 사람들이 출연한다. 이 말은 덱스가 메기남이 된 것 자체가, 기존 출연자보다 더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끝없는 상한가 <솔로지옥> 출연서 MC로
<피의게임2> 신인 남자예능상 수상도

덱스는 메기남으로 <솔로지옥2> 프로그램 중간에 섭외됐다. UDT 특전사 출신답게 남성 출연진과 육탄전을 벌일 때는 거친 남성미를 제대로 발휘했고, 여성 출연자와 데이트할 땐 색다른 매력을 선보였다.

모든 남자들이 여자에게 잘해주는 매너남으로 기분을 맞춰주려는 다정한 모습을 보였다면, 덱스는 완전히 결이 다른 담백한 리액션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허세가 없고 담백한 진솔한 면모가 특히 돋보였다. 데이트 식사 도중 파스타 면을 가위로 자르는 덱스를 보고 여성 출연진이 “파스타를 가위로 자르는 사람은 처음 본다”고 웃으며 말하자, “이런 데를 자주 못 와봐서 잘 모른다”고 쑥스러워하며 상대방에게 솔직한 사과를 했다.

스페셜 데이트 자리서 술을 잘 못 마신다고 말하는 여성 출연자 앞에서는 “그럼 자신도 같이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담백하게 말을 되받아치는 식이다.

화려한 언사 없이 툭툭 던지는 리액션인데, 여성 출연자들은 기존 남성 출연자들에게 허세를 느껴 덱스의 리액션에 마음이 쏠린 것이다.

여기에 더해 덱스의 인기를 올린 요소 중 하나가 ‘덱스표 플러팅’이다. <솔로지옥>뿐 아니라 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에서 상대방을 기분 좋게 잘 띄워주는 것으로 명성이 났다. 화려하고 달달한 언변이 아닌, 툭 치듯 들어오는 칭찬이 꽤 직설적인데 신기하게 귀를 쫑긋하게 된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한 덱스는 조세호 MC에게 “손에서 좋은 향기가 나는 것 같아요”라는 말을 했다. 그런 덱스의 말에, 조 MC는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세심한 칭찬”이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리액션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볼만한 포인트가 있었다. 덱스의 플러팅은 뻔한 표현이나 영혼 없는 칭찬으로 일관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좋은 점을 진심을 담아서 표현한다는 것이다.

또 솔직한 표현의 근원은 자신 앞에 있는 사람에게 진심을 기울여서 얻어낸 것이다. 더 나아가 그것을 솔직하게 표현할 줄 아는 용기가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런 그의 마음을 대변하듯 덱스는 <유퀴즈 온 더 블록>서 자신을 ‘플러팅의 달인’이라 표현하는 세간의 평가에, “현재 이 사회가 서로에 대한 칭찬에 너무 야박한 것 같다. 나는 상대에게 그냥 그대로의 칭찬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덱스표
플러팅

이어 “저는 솔직히 <솔로지옥2>에 나가기 싫었다. 여기가 지금 나오고 있는 예능 중에 최정상에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기까지 찍으면 나 안 불러줄 거 같은 거다. ‘지금 나가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원기옥을 잔뜩 모았다가 나가야 되는데. 시기상조가 아닌가’ 했다”며 “주위서 그러더라. ‘이때 아니면 못 나간다. 불러줄 때 나가라’고 조언했다”고 말했다.

조 MC가 <솔로지옥2>에 대해 “실제로 촬영에 들어갈 때 ‘내가 메기남으로 들어가면서 이런 포지셔닝을 해봐야겠다’ 이런 생각을 해봤냐”라며 궁금해하자 덱스는 “저는 ‘크게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말자’ 그게 신조인 것 같다. 하나는 있었다. 연애 프로그램에 몰입하기 위해서 ‘나 자신을 거기 몰입할 수 있는 상황으로 만들어야 된다’고 해서 여자친구를 정말 만들 생각으로 ‘여기서 내 여자친구를 만들고 나가겠다’라는 생각만 했다”고 고백했다.

덱스는 “제 자신감과 패기는 군 생활 시절 다 만들어진 거 같다. 일 자체도 자신감이 있어야만 하는 일이다. 자신감이 없으면 다칠 수 있기 때문에. 나와서 이런 일을 할 때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자’라고 해서 된 것 같다”고 털어놨다.

“마음에 드는 상대가 나타나면 어떤 식으로 표현하느냐”는 MC 유재석의 질문엔 “완전 기다린다. 적극적으로 표현을 못 하겠다. ‘내가 이 사람한테 표현하면 실례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고, ‘이 사람은 나한테 관심 하나도 없는데 내가 관심을 표현했을 때 얼마나 부담스러울까’ 생각하다 보니 항상 기다리는 편 같다”고 귀띔했다.

덱스는 JTBC 예능프로그램 <짠당포>서 플러팅을 잘하는 방법에 관해 “(표현은)정형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툭툭 던지듯 말에 무게를 싣지 않지만, (상대의 장점에 대한)포인트와 팩트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게 포인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암흑기 지나
방송계 점령

덱스는 유명세를 타기 전, 취업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정확하게는 군 입대 전이었다. 해군 특수전전단 UDT에 입대하기 전 덱스는 수영 강사였는데, 군 입대 전까지 사연이 복잡하다. 원래는 국군정보사령부 특임대(해상) UDU에 먼저 입대했는데, 그곳에서 5일간 잠을 재우지 않고 고강도 훈련을 시키는 주간인 지옥주를 마친 후 회복주 기간에 자진 퇴교했다.

그 이후 수영 강사로 추천을 받아 서울의 한 수영장서 강사로 일했으나, 그곳은 이미 직원의 임금이 몇 달 치가 밀려있었고 대부분 그만두기 직전인 망해가는 곳이었다. 그나마 거기서 알게 된 UDT 출신의 수영 강사 소개로 다른 수영장에 취직하게 됐으나, 이미 수중에 돈이 없는 상태라 수영센터 지하의 보일러실 구석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거기서 몇 달을 기거하며 낮에는 수영 강사로 일했는데, 밤에는 기계 소음에 사실상 숙면을 취할 수 없었다. 소주 2병을 마셔야 겨우 잠이 들었다. 이때가 덱스의 인생서 최대 암흑기였고, 결국 다시 UDT에 입대했다. 

당시 덱스는 ‘여기서 또 퇴교하면 다시 보일러실서 잠을 자는 상황을 겪어야 한다’는 절박감과 간절함 덕분에 UDT를 수료할 수 있었다. 그는 “내 인생의 유일한 돌파구이자 비전이 될 수 있을 만한 게 UDT였던 것 같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군 전역 후에는 인터넷 스트리밍 생방송을 시작했으나 처음엔 시청자가 한 명도 없어 12시간 동안 혼잣말하며 방송하기도 했다. 이런 고난과 역경을 거쳐 덱스는 지난 7월19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서 개최된 ‘제2회 청룡시리즈어워즈’서 예능·교양 부문 신인 남자예능인상을 받았다. 이날 상은 <피의 게임> 출연진으로 받았다.

그와 함께 후보에 오른 이들은 <SNL 코리아 시즌3> 남현우, <러브캐처 인 발리> 김요한, <제로섬게임> 이이경, <환승연애2> 뱀뱀이었다.

“솔직하고 화려하지 않은 언변 매력”
일본 애니 추천으로 구설 올라 곤욕

덱스는 시상식서 “비연예인인 저를 포함시켜 시상해주셔서 감사하다. 끝까지 저를 믿고 써주신 감독님과 작가님께 감사드린다. 저와 같이 <피의 게임2>를 찍으며 너무 고생하신 플레이어 분들 너무 고생하셨다”며 “무엇보다 항상 무뚝뚝한 아들을 둬서 불편함 많으신 부모님. 사실 그동안 부끄러워 말씀 안 드렸는데 이 방송은 처음으로 봐달라고 말씀드렸다. 이렇게 키워주셔서 감사하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청룡시리즈어워즈는 지난해 국내 최초로 오리지널 스트리밍 시리즈를 대상으로 열린 시상식이다. 넷플릭스부터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플러스, 왓챠, 웨이브, 카카오TV, 쿠팡플레이, 티빙이 제작하거나 투자한 국내 드라마와 예능·교양을 대상으로 한다.

이런 덱스도 구설수에 올랐던 바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추천한 영상 때문이다. 덱스는 지난 5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애니박사 김덱스의 애니학개론’이라는 제목의 영상서 여러 내이메이션 작품들을 추천했다.

누리꾼의 지적을 받은 건 일본 애니메이션 <메이드 인 어비스>다. 덱스는 해당 작품을 언급하며 “반전이 어마어마하다. 처음에는 굉장히 밝고 명랑해 보이는데 굉장히 기괴하고 끔찍하고 잔인함이 담겨있다. 주인공이 또 여자인데 굉장히 끔찍한 일을 많이 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에는 되게 밝다가 점점 딥해진다. 몰입도가 장난 아니고 굉장히 잔인하다. 엄청 어리고 이쁜 애 얼굴이 갑자기 기괴해지기도 한다”고 해당 작품을 추천했다.

<메이드 인 어비스>는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연재 중인 츠쿠시 아키히토의 작품이다. 일본의 다크 판타지 만화로, 다양한 유물이 숨겨져 있는 큰 웅덩이로 많은 사람이 모험을 떠나는 스토리다.

신비로운 세계관, 귀여운 그림체와 반대되는 잔혹한 분위기를 담고 있어 19세 이하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이 애니메이션에 미성년자의 신체가 그대로 노출된다거나, 성적 페티시를 연상케 하는 선정적인 내용이 연달아 등장한다는 것이다. 또 잔인함의 수위도 높아 일각에서는 혹평을 받고 있다.

덱스의 영상이 화제가 되자 앞서 <메이드 인 어비스>를 좋아한다고 밝혔던 그룹 르세라핌의 사쿠라와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수빈에게도 비판이 쏟아졌다.

이와 관련 덱스는 MBC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3>의 제작발표회서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다. 어쨌든 제 중심을 잘 잡고 살아온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해당 논란에 대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는 “중요한 건 그 전 조금 더 앞으로 이런 것들이 내가 생각했을 때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주의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서로 경험한 인생 등이 모두 다르니까 관점 차이서 오는 이슈라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심 잘 잡아가겠다. 걱정하고 우려하는 팬분들께 심려 끼치지 않게 조율해서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중심 잡고 
잘 살아왔다”

한편, 지난달 27일 덱스 소속사 킥더허들 스튜디오는 법적 대응과 관련한 공지를 재게시했다. 이날 덱스 측은 “익명성을 악용해 SNS상에서 유포되고 있는 소속 크리에이터 김진영(덱스), 소속사 사칭 및 주변인들과 관련된 악의적인 비방 허위 사실 유포, 성희롱, 인신공격성 게시물, 명예 훼손, 악성 댓글 사례에 대해 강경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김진영 및 주변 분들을 모욕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고 있다. 일회성 대응에 그치지 않고 상시 모니터링을 통해 악의적인 비방, 성희롱 등의 게재 행위 등이 확인될 경우 법률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