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까지…’ 한일시멘트 사정 칼바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1.30 13:35:38
  • 호수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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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국세청도 달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일시멘트가 ‘오너가 주가조작’ 의혹과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세무조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로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가 있을 시 투입되는 조사4국이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주식 시세조종으로 재판 중인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 때문이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다만, 국세청은 “상세히 들여다보기 위함”이라며 말을 아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한일시멘트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 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서초구 한일시멘트 본사 등에 투입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쳤다 

조사 대상 시기를 놓고 봤을 때 2018년 한일시멘트 지배구조 개편 전후 과정 등을 살펴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인적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한일홀딩스(구 한일시멘트)와 한일시멘트로 나뉜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사가 한일시멘트서 한일홀딩스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한일시멘트의 주요 계열사와 거래처 등도 포함됐다. 업계에선 내부거래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탈세 여부를 들여다볼 것으로 바라봤다. 세무조사 대상에는 한일시멘트뿐 아니라 지주사인 한일홀딩스, 한일인터내셔널, 한일L&C(구 한일건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시멘트 그룹의 거래처로 알려진 J사, S사 등 관련사도 함께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이 거래처인 J사와 S사를 특정해 동시 세무조사에 나선 배경도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한일시멘트 그룹과 거래처 간 부당거래 정황을 파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도소매 업체인 J사는 지난해 10월 기준 사원 수 1명, 2021년 매출액은 81억원, 당기순이익은 6억원 규모다. 2008년 4월 한일산업 대리점권 계약을 맺는 등 한일그룹의 거래처 중 하나다.

한일홀딩스(구 한일시멘트) 공시자료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2017년 3월31일 J사가 보유한 한일시멘트 주식 3만7727주를 시간외거래로 매입해 회사 지분율을 늘린 바 있다.

2002년 1월 설립된 S사는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업체다. 특이점은 현 한일시멘트 감사인 장모씨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S사 대표를 지냈다는 점이다. 한일시멘트 계열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무조사 대상 계열사는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사 전체 매출 중 특수관계자 비중은 최소 40%대서 최대 90%대에 육박했다.

한일홀딩스의 지난해 매출 400억7137만원 중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382억8574만원으로 95.5%에 달했다. 이 중 261억원은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배당수익으로 파악됐다.

탈세? 비자금? 내부거래?
조사4국 투입 탈탈 털어 

한일홀딩스는 계열사 등에서 벌어들인 배당이익의 상당 부분을 허 회장과 친족 등 주주에게 배당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 회장과 친족 지분 비중을 볼 때 지난해에만 150억원이 넘는 배당금이 허 회장과 그 일가에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허 회장의 지분은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17년 말 10%서 지배구조 개편 후인 2018년 말 30%로 3배가량 급증했다. 지배구조 개편 후 허 회장이 그룹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안정적 수익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일홀딩스의 배당액은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17년 124억86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 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배당액은 246억6500만원으로 지주사 전환 전보다 배로 급증했다. 한일홀딩스는 2019년 별도 기준 6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배당액은 오히려 늘어나 137억8700만원이 주주에게 돌아갔다.

허기호 회장은 한일홀딩스 최대주주로 지분 31.23%를 보유,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고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다. 허 명예회장은 16.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른 친족인 허정미 3.08%, 허동섭 2.74%, 허남섭 2.68%, 허기준 1.57%, 허기수 1.15%, 허서연·허서희 0.94% 등 허 회장 일가가 6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룹 최상위 지배사인 한일홀딩스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60.9%, 한일인터내셔널·한일L&C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일인터내셔널의 지난해 매출은 4478억원이다. 이 중 특수관계자 거래가 2459억원으로 54.9%에 달했다.

심각한
이중고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로부터 각각 1389억원, 107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한일L&C는 지난해 매출 954억원 중 41.7%인 398억원이 한일시멘트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로부터 각각 386억원, 11억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일L&C는 한일시멘트 206억원, 한일현대시멘트 22억원, 한일홀딩스 3억원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총 232억원의 매입거래도 있었다.

이번 세무조사가 탈세,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기획 세무조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다양하다. 허 회장과 임원 등이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와 HLK홀딩스의 합병 과정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2018년 1월 한일시멘트를 분할존속회사인 한일홀딩스(투자사업 부문)와 분할 신설회사인 한일시멘트(시멘트, 레미콘, 레미탈 사업 부문 등)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같은 해 7월 인적분할이 이뤄졌다. 

이어 2020년 5월14일 한일현대시멘트의 모회사인 HLK홀딩스와 한일시멘트의 합병 과정서 합병 법인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혐의를 받는다. 2018년 8월 12만원대였던 한일시멘트 주가가 합병 당시인 5월 8만원대로 30% 넘게 빠졌다.

주가 하락으로 한일시멘트 합병 비율은 실제 기업가치보다 하락했다.

합병된 HLK홀딩스는 한일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허 회장 소유다. 한일시멘트 기업가치가 낮아질수록 합병이 성사된 이후 허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일홀딩스의 지분율이 커지는 것이다.


앞서 허 회장은 한일홀딩스 산하의 두 회사를 합쳐 수직계열화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합병 비율은 한일시멘트 1대 HLK홀딩스 0.5024632였다. 검찰은 당시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가 이 과정을 통해 한일시멘트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것으로 봤다.

수사당국은 한일시멘트 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점도 지적했다.

거래처도 조사
부당거래 파악

업계에선 한일시멘트 재무 상태 악화를 무시하고 합병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허 회장이 주가조작을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적 목적을 위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내팽개친 꼴이다. 

이번 재판 관련 수사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2020년 7월 한일시멘트, 한일홀딩스, 허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특사경은 K증권사 지점에서 한일시멘트 관계자의 거래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서 허 회장은 초등학교 동창생 안모씨의 계좌로 한일시멘트 주식을 차명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의를 빌려준 안씨는 수사기관에 “지주회사 전환 과정서의 경영권 확보”라는 거래 목적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추정한 것을 사실처럼 말했다”며 번복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장성훈 부장판사)는 지난 8월24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 등 6명에 대한 속행공판을 열고, 안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의료보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대표 안씨는 사석서 만난 허 회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계좌를 개설해줬다고 증언했다.

안씨는 “증인은 허기호 피고인이 ‘믿을만한 차명계좌가 필요하다. 아무나 할 수는 없고 재산 규모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명의를 빌려줬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는가”라는 검찰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돈이라고 추정했다. 회사 측에서 계좌개설에 필요한 서류나 정보를 요청해왔고 제가 들어줘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좌개설 이후 통장, 카드, 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회사 측에서 관리했다. 발생한 세금은 회사 관계자가 사후에 정산해줬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의 차명계좌에는 2010년 3월23일부터 6월17일까지 28회에 걸쳐 3억2000여만원이 입금됐다. “어떤 주식이 거래됐는가”라는 검찰의 물음에 안씨는 “한일시멘트 주식만 사는 것으로 봤다”며 “구체적인 거래 과정을 눈여겨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허기호 회장 시세조종 의혹 수사
초등 동창과 주식 차명거래 포착

검찰은 “증인은 수사기관서 ‘한일시멘트 주식을 사는 것을 보고 경영권을 위한 지분 문제인가 보다. 자금의 출처를 증명하지 못하니 차명으로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했는데 맞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안씨는 “대기업 경영자는 자신의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그런 취지라고 상식적으로 추론해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사후에 회사로부터 차명계좌를 돌려받은 뒤 직접 한일시멘트 주식을 거래하기도 했다. 그가 2018년 8월21일부터 9월7일까지 거래한 한일시멘트 주식은 6250주로, 거래액은 9억1400여만원이었다. 안씨는 2019년 5월22일 6250주를 8억3000여만원에 블록딜 매도(일괄매각)했다.

안씨는 “허기호로부터 ‘네가(차명계좌를)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들었고 수용했다. 주식을 매수한 경위는 (공동피고인인)김모씨로부터 ‘갖고 있는 돈으로 한일시멘트 주식을 매수해달라’는 요청을 듣고서”라고 말했다. 

안씨가 언급한 김씨는 한일홀딩스 전무이자 계열사인 한일인터내셔널의 대표다. 안씨는 “한일시멘트 측에서 안내해주는 대로 집행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씨는 한일시멘트 주식거래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던 것과 달리 배경 설명은 모호하게 답변했다.

안씨의 진술 번복에 검찰은 진술조서를 직접 제시하며 캐묻기도 했다. 안씨의 금융감독원 진술조서에는 ‘지분구조는 모르지만 아버지(허정섭 명예회장) 성격이 유해요. 삼촌(허동섭·허남섭 명예회장) 등 아버지 형제간 지분 정리가 안됐다. 아버지 지분을 받는 것도 돈이 들어가니 홀딩스로 투자받아 정리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안씨는 “그때는 그렇게 답변한 게 맞지만 제 생각을 말한 것 같다”며 “숙부님들 지분이 많아서(경영권 확보가) 어려울 수 있겠구나 짐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또 다른 증인 김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끝으로 본격적인 피고인 신문에 돌입한다. 2021년 11월 시작된 조 회장의 형사재판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공판기일이 3주서 1달을 주기로 열리는 데다, 검찰이 피고인별 약 2시간의 신문 시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1년 4월 수사를 마무리한 특사경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한일시멘트 측은 재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뭔가 말 못할
사정 있는 돈?

허 회장은 주식 보고 의무 위반 관련 혐의만 인정하고 시세조종 혐의는 부인했다. 당시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주식 보고 의무 위반과 관련한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한일시멘트 측은 이번 세무조사에 관한 확대 해석을 삼가달라고 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세무조사는 맞다.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재판과 세무조사를 결부시키는 언론 보도는 흠집 내기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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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