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까지…’ 한일시멘트 사정 칼바람 내막

  • 김성민 기자 smk1@ilyosisa.co.kr
  • 등록 2023.11.30 13:35:38
  • 호수 145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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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에 국세청도 달려들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한일시멘트가 ‘오너가 주가조작’ 의혹과 서울지방국세청 특별세무조사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주로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혐의가 있을 시 투입되는 조사4국이 나섰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주식 시세조종으로 재판 중인 허기호 한일홀딩스 회장 때문이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다만, 국세청은 “상세히 들여다보기 위함”이라며 말을 아꼈다.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이 한일시멘트를 상대로 세무조사에 착수,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지난달 말, 국세청 조사4국 요원들을 서울 서초구 한일시멘트 본사 등에 투입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국세청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의 회계연도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엎친 데 
덮쳤다 

조사 대상 시기를 놓고 봤을 때 2018년 한일시멘트 지배구조 개편 전후 과정 등을 살펴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한일시멘트는 2018년 인적 분할 이후 존속법인인 한일홀딩스(구 한일시멘트)와 한일시멘트로 나뉜다. 당시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지주사가 한일시멘트서 한일홀딩스로 전환한 것이다.

이번 세무조사 대상에는 한일시멘트의 주요 계열사와 거래처 등도 포함됐다. 업계에선 내부거래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탈세 여부를 들여다볼 것으로 바라봤다. 세무조사 대상에는 한일시멘트뿐 아니라 지주사인 한일홀딩스, 한일인터내셔널, 한일L&C(구 한일건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일시멘트 그룹의 거래처로 알려진 J사, S사 등 관련사도 함께 세무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국세청이 거래처인 J사와 S사를 특정해 동시 세무조사에 나선 배경도 이목을 끌었다.

일각에선 국세청이 한일시멘트 그룹과 거래처 간 부당거래 정황을 파악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통·도소매 업체인 J사는 지난해 10월 기준 사원 수 1명, 2021년 매출액은 81억원, 당기순이익은 6억원 규모다. 2008년 4월 한일산업 대리점권 계약을 맺는 등 한일그룹의 거래처 중 하나다.

한일홀딩스(구 한일시멘트) 공시자료에 따르면 허 회장은 지난 2017년 3월31일 J사가 보유한 한일시멘트 주식 3만7727주를 시간외거래로 매입해 회사 지분율을 늘린 바 있다.

2002년 1월 설립된 S사는 화물자동차 운송주선업체다. 특이점은 현 한일시멘트 감사인 장모씨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S사 대표를 지냈다는 점이다. 한일시멘트 계열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세무조사 대상 계열사는 특수관계자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회사 전체 매출 중 특수관계자 비중은 최소 40%대서 최대 90%대에 육박했다.

한일홀딩스의 지난해 매출 400억7137만원 중 특수관계자로부터 벌어들인 매출은 382억8574만원으로 95.5%에 달했다. 이 중 261억원은 계열사로부터 벌어들인 배당수익으로 파악됐다.

탈세? 비자금? 내부거래?
조사4국 투입 탈탈 털어 

한일홀딩스는 계열사 등에서 벌어들인 배당이익의 상당 부분을 허 회장과 친족 등 주주에게 배당 명목으로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허 회장과 친족 지분 비중을 볼 때 지난해에만 150억원이 넘는 배당금이 허 회장과 그 일가에 지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허 회장의 지분은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17년 말 10%서 지배구조 개편 후인 2018년 말 30%로 3배가량 급증했다. 지배구조 개편 후 허 회장이 그룹 승계 자금 마련을 위한 안정적 수익구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한일홀딩스의 배당액은 지배구조 개편 직전인 2017년 124억860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다 2018년 지배구조 개편 후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배당액은 246억6500만원으로 지주사 전환 전보다 배로 급증했다. 한일홀딩스는 2019년 별도 기준 6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는데 배당액은 오히려 늘어나 137억8700만원이 주주에게 돌아갔다.

허기호 회장은 한일홀딩스 최대주주로 지분 31.23%를 보유,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허 회장은 허정섭 한일시멘트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고 허채경 선대회장의 장손이다. 허 명예회장은 16.33%의 지분을 갖고 있다. 다른 친족인 허정미 3.08%, 허동섭 2.74%, 허남섭 2.68%, 허기준 1.57%, 허기수 1.15%, 허서연·허서희 0.94% 등 허 회장 일가가 6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그룹 최상위 지배사인 한일홀딩스는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계열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일홀딩스는 한일시멘트 60.9%, 한일인터내셔널·한일L&C 1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먼저 한일인터내셔널의 지난해 매출은 4478억원이다. 이 중 특수관계자 거래가 2459억원으로 54.9%에 달했다.

심각한
이중고

한일시멘트와 한일현대시멘트로부터 각각 1389억원, 107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 것이다. 

한일L&C는 지난해 매출 954억원 중 41.7%인 398억원이 한일시멘트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발생했다. 한일시멘트, 한일현대시멘트로부터 각각 386억원, 11억원이 발생했다. 지난해 한일L&C는 한일시멘트 206억원, 한일현대시멘트 22억원, 한일홀딩스 3억원 등 특수관계자로부터 총 232억원의 매입거래도 있었다.

이번 세무조사가 탈세, 비자금 조성 등에 관한 기획 세무조사라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는 다양하다. 허 회장과 임원 등이 주가조작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허 회장은 한일시멘트와 HLK홀딩스의 합병 과정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앞서 한일시멘트는 2018년 1월 한일시멘트를 분할존속회사인 한일홀딩스(투자사업 부문)와 분할 신설회사인 한일시멘트(시멘트, 레미콘, 레미탈 사업 부문 등)로 인적분할을 결정했다. 같은 해 7월 인적분할이 이뤄졌다. 

이어 2020년 5월14일 한일현대시멘트의 모회사인 HLK홀딩스와 한일시멘트의 합병 과정서 합병 법인의 지분율을 높이기 위해 한일시멘트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춘 혐의를 받는다. 2018년 8월 12만원대였던 한일시멘트 주가가 합병 당시인 5월 8만원대로 30% 넘게 빠졌다.

주가 하락으로 한일시멘트 합병 비율은 실제 기업가치보다 하락했다.

합병된 HLK홀딩스는 한일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허 회장 소유다. 한일시멘트 기업가치가 낮아질수록 합병이 성사된 이후 허 회장이 수장으로 있는 한일홀딩스의 지분율이 커지는 것이다.

앞서 허 회장은 한일홀딩스 산하의 두 회사를 합쳐 수직계열화하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합병 비율은 한일시멘트 1대 HLK홀딩스 0.5024632였다. 검찰은 당시 지주회사인 한일홀딩스가 이 과정을 통해 한일시멘트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된 것으로 봤다.

수사당국은 한일시멘트 주가가 떨어짐에 따라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친 점도 지적했다.

거래처도 조사
부당거래 파악

업계에선 한일시멘트 재무 상태 악화를 무시하고 합병을 추진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허 회장이 주가조작을 한 것이 사실로 밝혀지면 사적 목적을 위해 회사의 재무 건전성을 내팽개친 꼴이다. 

이번 재판 관련 수사는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2020년 7월 한일시멘트, 한일홀딩스, 허 회장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특사경은 K증권사 지점에서 한일시멘트 관계자의 거래 내역 등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과정서 허 회장은 초등학교 동창생 안모씨의 계좌로 한일시멘트 주식을 차명거래한 것으로 확인됐다. 명의를 빌려준 안씨는 수사기관에 “지주회사 전환 과정서의 경영권 확보”라는 거래 목적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가, 법정에서는 “추정한 것을 사실처럼 말했다”며 번복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4부(재판장 장성훈 부장판사)는 지난 8월24일 오후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허 회장 등 6명에 대한 속행공판을 열고, 안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진행했다. 의료보건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기업의 대표 안씨는 사석서 만난 허 회장으로부터 부탁을 받아 계좌를 개설해줬다고 증언했다.

안씨는 “증인은 허기호 피고인이 ‘믿을만한 차명계좌가 필요하다. 아무나 할 수는 없고 재산 규모도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명의를 빌려줬다고 수사기관에 진술했는가”라는 검찰의 물음에 “네”라고 답했다.

그는 “뭔가 말 못할 사정이 있는 돈이라고 추정했다. 회사 측에서 계좌개설에 필요한 서류나 정보를 요청해왔고 제가 들어줘 계좌를 개설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계좌개설 이후 통장, 카드, 인증서, 비밀번호 등을 회사 측에서 관리했다. 발생한 세금은 회사 관계자가 사후에 정산해줬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안씨의 차명계좌에는 2010년 3월23일부터 6월17일까지 28회에 걸쳐 3억2000여만원이 입금됐다. “어떤 주식이 거래됐는가”라는 검찰의 물음에 안씨는 “한일시멘트 주식만 사는 것으로 봤다”며 “구체적인 거래 과정을 눈여겨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허기호 회장 시세조종 의혹 수사
초등 동창과 주식 차명거래 포착

검찰은 “증인은 수사기관서 ‘한일시멘트 주식을 사는 것을 보고 경영권을 위한 지분 문제인가 보다. 자금의 출처를 증명하지 못하니 차명으로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진술했는데 맞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안씨는 “대기업 경영자는 자신의 지분을 늘리거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다 보니 그런 취지라고 상식적으로 추론해 진술한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사후에 회사로부터 차명계좌를 돌려받은 뒤 직접 한일시멘트 주식을 거래하기도 했다. 그가 2018년 8월21일부터 9월7일까지 거래한 한일시멘트 주식은 6250주로, 거래액은 9억1400여만원이었다. 안씨는 2019년 5월22일 6250주를 8억3000여만원에 블록딜 매도(일괄매각)했다.

안씨는 “허기호로부터 ‘네가(차명계좌를)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들었고 수용했다. 주식을 매수한 경위는 (공동피고인인)김모씨로부터 ‘갖고 있는 돈으로 한일시멘트 주식을 매수해달라’는 요청을 듣고서”라고 말했다. 

안씨가 언급한 김씨는 한일홀딩스 전무이자 계열사인 한일인터내셔널의 대표다. 안씨는 “한일시멘트 측에서 안내해주는 대로 집행만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씨는 한일시멘트 주식거래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던 것과 달리 배경 설명은 모호하게 답변했다.

안씨의 진술 번복에 검찰은 진술조서를 직접 제시하며 캐묻기도 했다. 안씨의 금융감독원 진술조서에는 ‘지분구조는 모르지만 아버지(허정섭 명예회장) 성격이 유해요. 삼촌(허동섭·허남섭 명예회장) 등 아버지 형제간 지분 정리가 안됐다. 아버지 지분을 받는 것도 돈이 들어가니 홀딩스로 투자받아 정리한다’고 적혀 있었다.

이에 안씨는 “그때는 그렇게 답변한 게 맞지만 제 생각을 말한 것 같다”며 “숙부님들 지분이 많아서(경영권 확보가) 어려울 수 있겠구나 짐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 또 다른 증인 김씨에 대한 증인 신문을 끝으로 본격적인 피고인 신문에 돌입한다. 2021년 11월 시작된 조 회장의 형사재판은 올해를 넘길 전망이다. 공판기일이 3주서 1달을 주기로 열리는 데다, 검찰이 피고인별 약 2시간의 신문 시간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앞서 2021년 4월 수사를 마무리한 특사경은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해 11월 이들을 재판에 넘겼다. 한일시멘트 측은 재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뭔가 말 못할
사정 있는 돈?

허 회장은 주식 보고 의무 위반 관련 혐의만 인정하고 시세조종 혐의는 부인했다. 당시 허 회장 측 변호인은 “주식 보고 의무 위반과 관련한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모두 부인한다”고 밝혔다.

한일시멘트 측은 이번 세무조사에 관한 확대 해석을 삼가달라고 했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세무조사는 맞다. 조사에 성실히 응할 것”이라며 “재판과 세무조사를 결부시키는 언론 보도는 흠집 내기를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smk1@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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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