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간’ bhc 박현종 막전막후

머슴은 머슴…‘팽’ 쫓겨난 회장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오랫동안 이어진 이른바 ‘치킨 전쟁’의 한 축이 무너졌다. 치킨업계를 대표하던 인물의 갑작스러운 퇴장은 많은 추측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는 명분도 과정도 뜬금없는 상황에 그 배경을 알아보는 데 분주한 모양새다.

박현종 GGS(글로벌고메이서비시스) 대표이사가 해임됐다. bhc 지주사 GGS는 발 빠르게 새 대표이사로 차영수 사내이사를 세웠다. 박 전 대표를 제외한 출석 이사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bhc=박현종’ 공식이 깨진 순간이다. 

손 못쓰고
당했다?

GGS 이사회는 지난 6일, 이사회를 열고 GGS 등기임원이자 MBK파트너스의 운영 파트너인 차 신임대표를 선임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임금옥 bhc 대표이사 해임, 이훈종 사내이사의 대표이사 선임안도 의결했다. 

8일에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 등 산하 자회사에서 박 전 대표와 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각 신임이사와 대표이사를 선임하는 안건도 함께 결의했다. 박 전 대표는 아웃백스테이크하우스코리아 대표도 맡아왔다.

GGS 이사회 관계자는 “악화되는 외부 경영환경에 맞서 GGS와 자회사 bhc의 기업 명성과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지속성장성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수준의 기업 거버넌스와 컴플라이언스(규정 준수) 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GGS는 bhc 지분을 100% 소유한 지주회사다. MBK파트너스와 다른 투자사가 약 45%씩 지분을 갖고 있고 박 전 대표의 지분은 9%가량이다. 박 전 대표는 2013년 미국계 사모펀드 로하튼그룹이 BBQ로부터 bhc를 인수할 당시 CEO로 영입됐다.

MBK는 2018년 박 전 대표가 로하튼그룹으로부터 bhc 인수를 추진할 때 컨소시엄에 참여해 첫 투자를 진행, 보유 지분을 45%까지 확보했다. 

업계는 박 전 대표의 해임에 ‘갑작스럽다’ ‘뜬금없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bhc가 종합외식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1등 공신으로 꼽히는 박 전 대표를 비롯해 핵심 인물이 공개적으로 경질되면서 그 배경을 두고 갑론을박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도 뚜렷한 배경을 찾기 힘들어 경쟁업체서도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금옥 대표도 함께 해임
소송·가맹점 갑질 리스크?

bhc치킨은 지난해 업계 최초로 매출 5000억원을 돌파해 왕좌를 차지했다. 영업이익률은 28%에 이른다. 2017년 2400억원대였던 치킨 매출이 5년여 만에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른 외식 분야서도 아웃백스테이스하우스가 지난해 매출 4000억원을 돌파하면서 성과를 내고 있던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GGS 측이 내놓은 박 전 대표의 해임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외식업계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 상황서 박 전 대표가 안고 있는 리스크가 기업 경영에 부담을 준 게 아니냐는 설명이다. 특히 10년 넘게 이어진 bhc와 BBQ의 이른바 ‘치킨 전쟁’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hc와 BBQ는 한때 한 기업이었지만 2013년 6월 BBQ가 bhc를 매각한 이후 10년째 30여건의 소송전을 벌여왔다. 대부분 기업 대 기업 소송이지만 일부는 박 전 대표 개인이 연루된 소송도 있다. 실제 BBQ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은 1심서 박 전 대표가 유죄 판결을 받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사법 리스크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7월 불법으로 습득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BBQ 내부 전산망에 접속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대표의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불법 접속 내역이 BBQ 서버에 없으며 증거 역시 없다고 주장하지만 직접적 증거가 없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며 “간접증거를 모아보면 타인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이용해 들어갔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 기업에서
진흙탕 싸움

직접증거는 없을지라도 정황상 박 전 대표가 BBQ 내부 전산망에 불법으로 접속했다는 사실은 인정한 셈이다. 

박 전 대표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 항소심서도 무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검찰 역시 박 전 대표에 대한 원심 양형이 가볍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 서울동부지법서 진행된 3차 공판에서는 ‘죄질이 불량’하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검찰은 “박 전 대표는 경쟁사의 대표이사로 자신의 사무실서 상대방 회사의 내부 전산망에 무단 접속해 정보를 취득하고 200억원대의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재판서 승소까지 했다”며 “죄질이 극히 불량하며 수사 시 증거인멸이나 수사 심의 및 신청고 취하 등의 방식으로 수사를 지연시켰고 법정서도 명백한 증거에 대해 거짓을 말하고 있기에 가벼운 원심 양형은 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소송의 배경은 1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6월 BBQ가 로하틴그룹에 bhc를 매각하는 과정서 불거졌다. 당시 로하틴그룹은 계약 하자를 주장하면서 잔금 약 100억원 지급을 거절했다. BBQ가 매각 과정서 진술 보증한 bhc 점포 수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유를 들었다. 

로하틴그룹은 ICC 산하 국제중재법원에 2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분쟁을 신청했다. ICC는 로하틴그룹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7년 BBQ에 약 98억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BBQ는 박 전 대표가 bhc 매각 당시 BBQ 해외사업 부문 대표로 있으면서 매각 업무를 기획하고 모든 과정을 주도했다고 봤다. 

이 과정서 디지털포렌식을 진행, 정보를 확보했고 2016년 박 전 대표와 bhc 임직원을 상대로 정보통신망 침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길고 긴 소송전의 막이 올랐다. 이와 관련해 BBQ 측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박 전 대표에 불리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해묵은 논란
진짜 이유는?

ICC 판결 이후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등 주주 5명은 박 전 대표에게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보고 구상권 성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박 전 대표를 비롯한 매각 업무 담당자가 모두 bhc로 이직해 관련 자료가 없어 손해배상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구상권은 다른 사람의 채무를 갚아준 사람이 원래 채무를 갚아야 할 사람에게 가지는 권리를 뜻한다. 


1심은 BBQ의 청구를 기각했다. 박 전 대표가 매각 실무 책임자였던 것은 맞지만 BBQ 본사도 매각 과정을 감독하고 확인할 책무가 있어 박 전 대표의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서울고법은 지난 1월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박 전 대표가 BBQ에 약 27억원을 배상하라고 한 것이다. 

손해배상청구소송, BBQ 내부 전산망 불법 접속 의혹 소송 등에서 법원이 잇따라 상대의 손을 들어주면서 박 전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지주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설명이 제기됐다. bhc가 해외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만큼 해당 업무를 총괄하는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갑질 논란 등 가맹점과의 갈등도 끊이지 않았다. 해마다 국정감사 시즌만 되면 박 전 대표를 비롯한 bhc 관계자는 단골손님으로 꼽혔다. bhc 가맹점주들은 교촌, BBQ에 비해 크게 높은 bhc의 영업이익률이 원가 폭리서 비롯됐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표 등은 국감에 출석해 ‘상생’을 약속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했다.

지난해 8월에는 가맹점에 튀김유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조사도 받았다. 지난해 6월 참여연대와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bhc 본사가 가맹점주들에게 기성품인 고올레인산 해바라기유를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제한 것이 부당하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다.


‘뜬금 퇴장’에 수많은 추측
무너진 10년 신화 뒷말 무성

해당 품질에 준하는 튀김유를 시중서 직접 살 수 있는데도 불합리하게 고가 매입을 강제했다는 주장이다. 

지난 5월 본사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가맹점과 계약을 해지한 bhc에 대한 법원 판결도 나왔다. 서울동부지법은 진정호 bhc 가맹점주협의회장이 bhc 본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서 총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015년부터 울산서 가맹점을 운영해 온 진씨는 가맹점주협의회장으로 선출된 2018년 bhc 본사가 가맹점 사업자들에게 신선육이 아닌 냉동육이나 저품질 해바라기유를 공급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같은 해 8월, 본사 임직원들을 횡령 및 사기 혐의로 수사 기관에 고발했고 2019년 4월에는 해당 내용을 공정위에 신고했다. 

그러자 bhc 본사는 진씨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본사의 명성과 신용을 훼손했다”며 가맹 계약을 해지했다. bhc 본사와 진씨 사이에 소송전이 이어졌고 해지무효확인 본안 소송서 진씨가 승소하면서 해지 통보의 효력이 상실됐다.

이후 진씨는 bhc 본사에 5억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hc 본사가 가맹사업법상 정해진 해지통보 절차를 충족하지 못했고 가맹점주협의회 활동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해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진씨의 재산상 손실인 8225만원보다 많은 액수다. 

해당 판결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기 때문. 2017년 10월 도입된 가맹사업법상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부당한 거래 거절 등으로 가맹점 사업자가 손해를 입으면 가맹본부가 3배 범위서 배상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표가 연루된 소송전과 가맹점 갑질 논란 등이 갑작스러운 해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해당 사안은 bhc의 ‘꼬리표’로 인식될 만큼 오래전부터 나온 내용인데 이제 와서 갑작스럽게 문제로 삼는다는 게 의아하다는 설명이다. 

이를 배경으로 MBK의 의도를 해석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투자금 회수(엑시트)를 목적으로 하는 사모펀드 입장에서는 박 전 대표가 ‘리스크’였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과정서 MBK와 bhc 경영진 사이서 누적된 갈등이 박 전 대표 등의 해임으로 폭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 가치
높이려고?

경영진을 대폭 물갈이 한 bhc의 행보는 안갯속이다. 다만 흥미로운 대목은 박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BBQ와의 치킨 전쟁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보인다는 점이다. 당초 소송전 자체가 박 전 대표와의 갈등서 비롯된 만큼 그 요소가 사라지면 전쟁 역시 막을 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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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