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는 순방 예산 내리는 민생 예산 대해부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30 09:24:57
  • 호수 145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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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죽어라 하는데 국격 타령만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서민이 울고 있다. 전세 사기, 저출산, 고금리 시대를 피할 수 없지만, 그 눈물이 의미 없이 사라진다. 윤석열정부는 “민생 현장을 살피자”고 말하지만, 지갑서 나오는 돈은 다른 곳으로 들어간다. 사는 것은 결국 각자도생이라지만, 기본적으로 받았던 혜택마저 뺏기는 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민생 현장을 직접 살피라고 지시하며 “나부터 어려운 국민의 민생 현장을 더 파고들겠다”고 밝혔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이날 윤 대통령이 “용산의 비서실장부터 수석, 비서관, 그리고 행정관까지 모든 참모는 책상에만 앉아 있지 말고 국민의 민생 현장에 파고들어 살아 있는 생생한 목소리를 직접 들어라”고 말했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괸다?

김 수석은 오찬 소식을 알리면서 “지금 어려운 국민, 좌절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다. 당과 대통령실은 국민의 삶을 더 세심하게 살피고 챙겨야 한다. 이를 위해 당정 간 정책 소통을 더 긴밀히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같은 결의 말을 했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서 한 총리는 “각 부처는 민생안정을 위해 고물가·고금리와 전쟁한다는 각오로 임해주기를 바란다”며 민생과 현장 행정을 강조했다.

그는 “나부터 늘 현장서 뛰겠다. 직급에 상관없이 모든 공직자가 현장으로 나가달라. 장차관뿐만 아니라 실‧국장, 실무자 모두가 국민을 직접 만나고 각자 위치서 무엇을 해야 할지 현장서 느끼고 고민하라”며 “위기는 공평하지 않아 사회적 약자에게 더 고통스럽게 다가온다. 특히 2030 청년층과 서민층 국민들께서 힘든 여건 속에 있다. 이분들이 삶의 희망을 잃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적인 고물가·고금리, 국제유가 변동 등을 언급하며 “우리 경제뿐만 아니라 국민 일상에 많은 부담을 준다. 민생을 보듬고 헤아리는 일이 정부의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이제는 내용이다. 국민이 아파하는 것이 무엇인지, 우리 사회에 막힌 곳이 어디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라며 “그간 추진해온 내용에 반성할 것은 없는지 다시 점검하는 기회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민생을 살피기 위해 전력을 다 쏟겠다는 의미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마음이 가는 곳에 돈을 쓴다는 말이 있는데, 윤정부가 돈을 쓰는 곳은 민생이 아니다.

실제로 내년도 예산안은 근래 가장 작은 폭으로 증가한 채 편성됐다. 내년 예산 총지출이 전년 대비 2.8%(18조2000억원) 증가한 656조9000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20년 만에 최소 증가 폭이다. 지난 6월 말, 윤 대통령이 주재한 재정전략 회의서 논의된 긴축안보다도 증가율이 낮다.

당시 4% 중반대 증가율이 반영된 예산안이 오르자, 기획재정부는 각 부처에 내년도 예산을 다시 짜 올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예산을 얼마나 많이 합리화하고 줄였는지에 따라 각 부처 혁신 마인드가 평가될 것”이라고 말한 윤 대통령의 회의 발언에 따라 결정된 조치다. 이 요구안으로 민생 예산이 재편성된 것이다.

“민생 살피라” 허공 속 메아리로
어린이집, 소상공인 예산 등 삭감

결국 윤정부 출범 후 계속해서 강조한 재정긴축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지는 것이다. 윤 대통령, 김 수석, 한 총리가 입 모아 외친 “민생을 살피라”는 말은 허공 속의 메아리가 된 셈이다.


대표적으로 예산이 삭감된 분야는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예산 ▲어린이집 예산 ▲지역 소상공인 예산 ▲사회적기업 예산 ▲협동조합 예산 ▲사회서비스원 예산이다.

이 중에서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 예산은 전액 삭감돼, 중증장애인을 지원하는 187명이 당장 내년부터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해당 예산은 총 23억1000만원이었다. 이 사업은 중증장애인이 취업 의욕을 갖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대표적으로 자조 모임과 상담 활동이 있는데, 모임과 상담 활동은 동료 지원활동가로 부른다.

지난 6월30일 기준 187명의 중증장애인이 동료 지원가로 활동하고 있고, 이들은 내년부터 실직자가 될 전망이다. 이런 위기에 동료 지원가 10명이 지난달 18일 오전 7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 11층 로비를 점거해 농성을 벌이다가 1시간40분 만에 전원 연행됐다.

고용노동부는 보도 설명자료를 통해 예산 삭감의 이유에 대해 “다양한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연례적인 집행이 부진하고 복지부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지원 내 동료 상담과 유사 중복해 사업 폐지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을 두고 동료 지원가들은 “예산 부진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코로나19로 참여자들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며, 동료 지원가와 동료 상담가는 이름만 비슷할 뿐 하는 업무가 전혀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서울지역본부서 점거 농성을 벌인 동료 지원가는 노래를 부르며 ‘중증장애인 지역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 폐지 철회와 고용노동부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했지만, 점거 농성 1시간40분 만에 참여자들이 경찰에 연행되면서 이내 종료됐다.

요구안
재편성

저출산 대책이 필요한 시점에 어린이집 예산이 삭감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보건복지부는 내년도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분야 예산을 올해보다 15% 삭감된 417억원으로, 작년에 이어 두 자릿수 삭감률을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0.78명 출산율 충격에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과감하고 확실한 저출산 대책인 어린이집 예산을 삭감하는 건가”라고 직격했다.

강 대변인은 “그러면서 내놓은 변명이 공공보육시설의 이용률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예산을 이렇게나 칼질해놓고 이게 말이 되느냐? 특히 젊은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 맡길 어린이집이 없어 전전긍긍하는 상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정의 양육 부담 완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어차피 아이들이 갈수록 줄어드니 국공립 어린이집을 충분히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 아니냐”며 “여전히 우리나라의 저출산 대응 예산과 가족 지원 예산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윤정부는 말로만 ‘국민 체감’ ‘과감한 대책’을 외치지 말고 우리 아이들과 부모님들을 위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에 나서라”고 덧붙였다.

윤정부는 지역 소상공인 예산인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도 전액 삭감을 재추진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을 제외한 내년도 예산 요구안을 기획재정부에 제출했다.

지난해 행안부는 ‘2023년 예산안’ 편성 과정서 4700억원 상당의 지역사랑 상품권 예산을 요구했고, 기재부는 이를 전액 삭감해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국회는 여야 대립 끝에 전년보다 3000억원가량 줄어든 3525억원을 최종 예산으로 편성했다.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의 전액 삭감을 재추진한다는 소식에 지역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은 우려 목소리를 제기했다. 한 지역 자영업자는 “지역화폐는 사용기간이 3개월로 한정돼있는데, 시골 노인까지도 필요한 물품을 골라 구매할 수 있고 시골 식당, 슈퍼 등 매출이 활성화되고 부가가치세는 정부로 다시 돌아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말로만 
체감 정책

지역화폐 소비자들도 반발하긴 마찬가지였다. 한 지역화폐 소비자는 “학원비나 병원비, 장보기 등에 연 200만원을 알차게 활용해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없어진다니 걱정”이라며 “소비자 입장서 10%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게 정말 클 수밖에 없는데, 이게 없어지면 혜택 좋은 신용카드를 찾아봐야 하나 고민”이라고 전했다.


사회서비스원은 공적 돌봄 강화를 목표로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며, 궁극적으로 사회서비스의 질을 향상하는 목적으로 설치된 기관이다. 시장·도지사가 설립해 정부 지원으로 운영하는데 2021년 관련 법이 제정되면서 경북을 제외한 16개 광역시‧도에 설치돼있다.

그러나 이런 공적 돌봄 서비스가 사라질 수도 있다. 윤정부가 민간 돌봄 기관의 역할과 지원을 강조하면서 사회서비스 시장화 정책으로 이 같은 취지를 무력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서 보건복지부가 요구한 사회서비스원 운영 예산 중 지자체보조금 148억34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복지부는 최근 ‘2023년 시도 사회서비스원 표준운영지침Ⅱ’를 개정해 사회서비스원의 공적 역할과 노동자 처우 개선을 위한 조항을 삭제했다.

오대희 공공운수노조 서울시 사회서비스원 지부장은 “보육환경 구축에 힘쓰겠다면서 서울 사회서비스원의 송파든든어린이집은 민간에 넘어갔다. 대책 없는 민영화에 공공보육을 위해 열심히 일했던 노동자의 일터가 갑자기 사라졌고 고용불안과 사기 저하로 올해만 직원 60명 이상이 퇴사했다”고 주장했다.

사회서비스원에서 제공하는 전문성 있는 돌봄 서비스를 앞으로 받지 못할까 걱정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한 학부모는 “오랫동안 한곳에서 경험을 축적한 선생님은 어느 민간 어린이집서도 찾아 보기 힘들다. 서울시 사회서비스원의 안정된 고용시스템은 어린이집의 질을 높이는 핵심 기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내년 사회적경제 관련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인력 구조조정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로 인해 취약계층의 일자리 감소와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조직 축소 등 지역경제의 생태계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길거리 나앉게 되는 현실
증액 항목은 해외순방뿐?

사회적기업은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사회에 공헌, 생산 및 판매 등 영업 활동을 하는 기업을 말한다. ‘사회적기업 육성법’에 따라 고용노동부 인증을 받으면 정부로부터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영리기업과는 달리 대다수를 취약계층으로 채용한다.

정부는 내년도 사회적경제 지원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 직원 인건비 등 지원에 쓰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정부의 판단이다.

고용노동부가 사회적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사회적기업 예산안은 786억2400만원으로, 올해 예산 2021억9400만원과 비교하면 60% 삭감된 규모다. 특히 내년부터 기업 직원 인건비 등에 대한 인건비는 0원으로 전액 삭감됐다.

협동조합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91%로 줄었다. 진선미 사회적경제 위원장은 “지난 20년 동안 정권을 떠나 사회적경제 관련법을 제정하는 등 사회적경제 육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제도 사각지대서 사회적경제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라며 내년도 사회적경제 예산안 원상 복구를 강력 촉구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지난 4월에 열린 유엔총회서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사회적경제 활성화 결의안’이 채택됐다. 사회적경제 예산을 삭감하는 일은 세계적 흐름의 역행이자 민생 예산의 삭감이다. 사회적경제 재정 지원은 단순 보조금이 아닌 사회적 투자”라고 강조했다.

예산이 삭감된 분야가 있다면 증액된 분야도 있다. 바로 윤 대통령의 순방 예산이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긴축 재정’을 말하면서 순방 예산은 추가로 예비비 329억원을 가져갔다며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라고 신랄하게 비난했다.

박성준 대변인은 지난 11일 서면 논평을 내고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6월 ‘국민을 진정 사랑한다면 선거에 지더라도 재정 다이어트를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긴축 재정’을 부르짖는 윤 대통령이 올해 249억원의 순방 예산을 모두 탕진하고 지난달에 추가로 예비비 329억원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세계적인
흐름 역행”

이어 “국민은 허리띠를 졸라매라며 각종 예산을 삭감했지만 정작 대통령은 순방 예산을 물 쓰듯이 펑펑 쓰다니 기가 막힌다. 대통령의 안일함이냐, 아니면 특권의식이냐?”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대통령 직속 기구들도 고급 음식점서 회의를 열며 식사비만 11억원을 펑펑 썼다”며 “대통령과 주변 사람들은 국민과 다르다는 몸에 밴 특권의식의 발로로 볼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국민이 맡겨 놓은 곳간을 본인 소유로 착각하고 있느냐”고 힐난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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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건진법사 ‘5000만원 관봉권’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5000만원 관봉권’ 출처를 두고 소문이 무성하다. 검찰은 대통령실 특활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씨는 그저 ‘기도비’라고 진술 중이다. 검찰이 김건희씨까지 수사 대상에 올린 점을 보면 전씨의 진술은 허위일 가능성이 크다. 전씨가 전방위 로비를 벌인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김씨의 소환조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석열 일가를 향한 수사는 그간 서울중앙지검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로비 사건은 중앙지검이 아닌 ‘여의도 저승사자’로 불리는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포문을 열었다. 전씨는 통일교와 캄보디아 사업 및 정·재계를 가리지 않고 돈을 받았다. 윤석열 일가와의 친분을 과시하면서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다. 수상한 증거들 남부지검은 전씨를 수사하기 이전에 한 가상자산 사기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최근 정식 부서로 신설된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해 7월 ‘퀸비코인(QBZ)’ 관계자 이모씨 외 3명을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사업 진행 능력이 없음에도 허위 자료를 제출해 스캠 코인을 상장했다. 1만명이 넘는 투자자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300억원에 육박한다. 남부지검은 수사 과정서 퀸비코인 관계자 이씨가 2018년 1월 자유한국당 경북 영천시장 후보 경선에 나선 정모씨를 전씨와 연결한 정황 및, 이들 간 수상한 자금 흐름을 포착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정씨는 전씨 법당을 찾아 1억원을 건넸다. 이 사실을 파악한 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체포하고 그의 법당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두 달여 전에는 경기 성남의 카카오 판교 서버를 압수수색해 전씨의 카카오톡 기록까지 확보했다. 전씨는 2022년 제20대 대통령선거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캠프 네트워크본부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그의 처남으로 알려진 ‘찰리’ 김모씨도 전씨와 같이 활동했다. 전씨는 김건희씨가 운영하던 전시기획회사 코바나컨텐츠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전씨의 딸도 잠깐이지만 코바나컨텐츠서 근무한 이력이 있다. 남부지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과 김씨와의 친분을 이용해 로비 행위를 벌였다고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실제 전씨가 로비 창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남부지검은 지난달 30일 윤 전 대통령 사저인 아크로비스타를 압수수색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피의자들이 2022년 4월부터 8월 사이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공직자의 배우자에게 선물을 제공했다”고 적시됐다. 청탁 사유로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ODA(공적개발원조) 사업 ▲YTN 인수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교육부 장관 통일교 행사 참석 ▲대통령 취임식 초청 등이 담겼다. 이 압수수색은 전씨를 통해 통일교 세계본부장 출신이자 2인자였던 윤모씨가 수천만원 상당의 그라프(Graff) 다이아몬드 목걸이, 샤넬 가방, 천수삼 농축차 등을 김씨에게 전달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남부지검은 윤씨가 지난 2022년 7월 전씨에게 ‘김 여사가 물건(천수삼) 잘 받았다더라, 건강이 좋아지셨다고 한다’고 보낸 문자메시지 내용을 확보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찍혔는데…통상 정부 예산 활용 금융권 “개인이 갖고 있을 수 없다” 일축 검찰이 지난 3일 전씨를 청탁금지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만큼 김씨에 대한 소환조사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 남부지검 수사팀 내부에서는 김씨를 대선 직전에 소환조사해 실마리를 풀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는 “목걸이와 명품백을 잃어버렸다. (김 여사가 잘 받았다는 문자는) 거짓 문자”라고 부인하는 상황이다. 김씨 측도 “전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사실 자체가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검찰은 윤씨가 전씨에게 윤석열정부의 캄보디아 ODA 사업 추진을 청탁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는 중이다. 검찰은 윤씨가 “윤 전 대통령과 독대했고 국가 단위 ODA 연대 프로젝트에 동의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은 지난 2022년 3월 윤씨가 당선인 신분이었던 윤 전 대통령과 김씨를 인수위서 만난 뒤 캄보디아 사업을 추진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통일교는 같은 해 메콩강 핵심 부지에 ‘아시아태평양유니언 본부’를 건립하는 사업을 추진했다. 윤씨는 훈센(Hun Sen) 당시 캄보디아 총리와도 이 사업을 논의했지만 자금난으로 추진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윤씨는 2022년 5월 한 통일교 행사에서 “3월 22일 대통령을 만나 1시간 독대를 하면서 이 나라가 가야 할 방향을 이야기하고 암묵적 동의를 구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ODA는 비영리기구(NGO)가 펀딩 가능하고 국가가 지원한다”고 말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직후인 2022년 6월 기획재정부가 제4차 한-캄보디아 ODA 통합 정책협의서 대(對)캄보디아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차관 지원 한도액을 기존 7억달러에서 15억달러로 늘리는 기본 약정을 체결한 점을 주목했다. 한도액이 늘면 중기후보사업 승인 절차가 간소화돼 ODA 사업 수주가 쉬워지기 때문이다. 비슷한 시기에 김씨가 나토 순방 당시 착용했던 6000만원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와 관련해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이 불거지자, 윤씨는 전씨에게 “김 여사에게 빌리지 말고 하고 다니라”며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건넸다. 검찰은 지금까지 김씨 명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했다. 이 중 1대는 김씨가 지난달 11일 서울 한남동 관저서 나오면서 보안 비화폰(안보폰)을 반납한 뒤 개통한 휴대전화다. 나머지 2대는 옛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서 사용하던 휴대전화로, 사실상 공기계로 알려졌다. 자택 압색 그 이후… 검찰은 100여개에 달하는 압수 대상에 윤씨 선물 명목으로 전씨에게 제공했다는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 가방, 인삼주 등도 적시했지만 확보하지 못했다. 법조계에서는 윤씨의 청탁이 성사됐거나 윤씨와의 직무 관련성 등이 입증된다면 김씨가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와의 전화 통화에서 “카톡 기록과 전달됐거나 전달되려 했던 물품들은 이미 수사팀이 확보했으니 김씨가 대면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며 “남부지검서도 성역 없이 수사 의지가 강하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현행법상 공직자의 배우자를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으니 직무 관련성 입증이 관건”이라며 “입증만 된다면 알선수재 혐의 적용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가장 중요한 건 전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할 당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2월 서울 서초구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5만원권 3300매(1억6500만원)를 확보했는데, 이 중 5000만원은 비닐 포장이 벗겨지지 않은 상태였다. 검찰은 전씨에게 이 관봉권의 출처에 대해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관봉권은 ‘제조권’과 ‘사용권’ 두 종류로 나뉜다. 제조권은 한국조폐공사에서 한은이 받아온 신권으로 돈다발에 십자 형태의 띠를 두르고 비닐로 싸 압축한 형태다. 사용권은 한은이 시중은행서 회수한 돈을 검수해 낡은 돈은 폐기하고 사용하기 적합한 돈만 골라낸 것이다. 발견된 돈다발 김씨와 전씨 사건서 등장하는 관봉권은 모두 사용권이다. 전씨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 돈다발은 한은이 적힌 비닐로 포장돼있었고, 비닐엔 기기 번호와 담당·책임자 일련번호도 적혀 있었다. 그러나 김씨 측이 옷값을 치를 때 썼던 관봉권은 비닐 없이 띠지만 둘러져 있는 돈다발 형태였다. 관봉권은 국가 예산으로 편성되는 대통령실(청와대)과 검찰, 국가정보원 등 사정기관의 수사나 조사에 필요한 특수활동비로 쓰이기도 한다. 과거 정부에서는 이 특활비가 로비 자금으로 악용됐다. 한은은 전국에 16개 지역 본부를 두고 금융기관에 관봉권을 보낸다. 서울엔 남대문 본점 및 강남본부 등 두 곳이 있다. 이 중 강남본부가 대통령실과 사정기관 등에 예산 조달을 담당해 왔다. 다만 민간인의 집에서 관봉권이 발견될 수 없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대개 일반 정부 예산은 관봉권 형태가 아닌 계좌이체 등을 통해 전달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천만원 상당의 관봉권이 묶인 채로 남아 있는 건 영수증 내역도 남지 않는 특활비”라며 “통상 정보와 사정기관이 ‘돈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실제 검찰도 전씨의 자택서 발견된 5000만원 관봉권이 강남본부서 나왔다고 보고 있다. 이 관봉권에는 ‘2022년 5월13일’이라는 날짜가 기재돼있다. 윤 전 대통령 취임일 사흘 뒤다. 전씨는 검찰 조사에서 주로 돈은 ‘기도비’ 명목으로 받아왔지만 관봉권은 정확하게 누구에게 받은 돈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한은 방문 이후 전씨의 집에서 발견된 관봉권에 적힌 ▲기기번호 ▲담당자 ▲책임자 ▲발권국 항목 등의 의미를 확인했다. 기기번호의 뜻은 정사기(검수기) 기기번호와 기기호수를 뜻하고, 발권국 정보에는 정사 업무를 담당하는 발권국 화폐관리1팀을 의미하는 숫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MB 때 국정원 ‘입막음·로비’ 용도로 사용 검·정보 “이번엔 아니다”…남은 건 용산 포장지에 적힌 ‘2022년 5월13일 오후 2시5분59초’는 한은이 검수를 마친 시각이라고 한다. 다만, 한은은 개별 사용권이 어느 시점에 어느 금융기관으로 지급됐는지는 확인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기관서 화폐를 요청하는 경우 ▲지급한 금융기관명 ▲지급일자 ▲권종 ▲금액 등만 기록할 뿐, 어떤 사용권 묶음을 제공했는지는 별도 기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관봉권이 지난 대선 기간 전씨가 운영했던 윤 전 대통령 선거캠프 운영비일 수 있다고 보고 금융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올해 초 당시 네트워크 본부장으로 있던 오을섭씨를 소환조사하면서 양재동 캠프의 운영비 출처를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관봉권 출처가 불분명한 만큼 특활비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범죄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변호사는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한은 뭉칫돈은 대부분 특활비”라며 “특활비라면 한은 검수 이후 수천만원 상당의 돈이 필요한 곳은 보통 사정기관이다. 일반적으로 정부 예산은 뭉칫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결국 사정기관 담당자들을 불러 확인해봐야 하는데 정보기관에서는 특활비 활용 자체가 보안으로 분류돼 확인도 어려울 것이다. 출처 규명에 꽤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와 접촉한 복수의 사정기관 관계자들은 ‘국정원 특활비’는 아니라고 단언했다. 앞서 이명박정부 청와대는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받은 바 있다. 지난 2011년 장진수 전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을 폭로했는데, 당시 국정원은 관봉 형태의 특활비 5000만원을 장 전 주무관에 ‘입막음비’로 전달했다. 이 같은 내용은 검찰 수사와 공판 등을 통해 청와대서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장 전 주무관에 전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분명한 출처 어디?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과거 국정원 특활비와 흡사해 보이지만 2022년 이후의 특활비 활용이나 대통령실을 통해 쓰인 ‘국정원 특활비’ 등에 대해서 들여다봤을 때 불법적이거나 위법하게 쓰인 사실이 없다. 한 개인에게 갈 일은 더더욱 없다”고 못 박았다. 검찰 관계자도 “남부지검서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순 없지만 검찰 특활비는 아니다. 남부지검 수사팀도 검찰과는 상관없는 관봉권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