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은 껌?’ 부자 무당 백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24 14:29:35
  • 호수 14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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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식으로 손님 받는 무속인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어떤 문제든 해결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데 살면서 문제를 풀 수 없어 고통스럽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기도 하지만, 영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한다. 바로 무당을 찾아가 점사를 보거나 굿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때론 이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더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한국민속신앙사전>에서 무속은 ‘현세에서 잘 먹고 잘사는 것을 추구하는 현세 긍정의 종교’라고 정의돼있다. 무당은 ‘귀신을 섬겨 길흉을 점치고 굿을 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불교, 기독교가 죽음 이후(사후 세계)를 신경쓰는 것과 달리, 무속은 현실서 잘사는 방법을 찾는다. 한때 정부 통계에 잡힌 무당 수가 100만명에 이르기도 했다.

“잘살고
싶어서”

무당을 찾아가 점을 보거나 상담을 받는 사람은 다양하다. 사업가, 정치인은 큰일을 치르기 전에 무당을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일반인도 학업, 연애, 결혼, 이사 등의 이유로 무당을 찾는다. 또 ‘일상생활서 귀신을 본다’ ‘가위에 자주 눌린다’ ‘몸이 아픈데 병원서 이유를 모른다’ 등의 영적인 이유로 무당을 찾기도 한다.

무당이 점을 보러 오는 사람의 과거를 잘 맞히고, 제시한 해결책이 닥친 문제를 없앴다고 소문나면 문전성시를 이룬다. 이렇게 유명한 무당이 되면 예약이 최소 3개월서 길게는 2년까지 잡힌다. 하지만 국내 무당 수가 100만명인 것을 감안했을 때, 모든 무당이 성공할 수 없는 구조다.

그렇다면 인기가 없는 무당은 어떤 방식으로 무당 일을 하는 것일까?


네이버 닉네임 ‘영특영석’(이하 영석)씨는 지난해 6월6일 무속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카페를 개설했다. 카페명은 ‘무사귀한 점술킹 :: 사주, 신점, 신굿, 타로, 운세, 점집, 꿈해몽’이다. 영석씨가 해당 카페를 만든 것은 자신이 무당에게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 인근 카페서 만난 영석씨는 자신의 과거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주식 전문가로 1년간 주식투자를 공부하고 전국 주식투자 대회서 5위에 올랐다. 그만큼 자신감도 있었고 많이 벌 때는 한 달에 2억6000만원을 벌기도 했다.

돈은 많이 벌수록 투자 비용을 키웠는데, 담보대출로 15억원을 받기도 했다.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회복했기에 스스로를 ‘오뚜기’라고 생각했고, 큰돈을 벌 때는 천재라고도 생각했다. 

그렇게 욕심을 키우던 영석씨는 결국 주식으로 망했다. 인생에 회의감마저 들었던 이때 기댄 것이 무당이었다. 애초 영석씨 부모도 무당을 맹신해 10년 동안이나 찾아가 굿도 몇 번씩 했다. 영석씨 부모가 오랜 기간 무당을 찾자, 무당은 영석씨에게 “굿하는 방법 등을 전수해주겠다고”까지 말하던 사이였다. 

영석씨와 영석씨 부모는 주위서 돈을 투자하라고 하는데 괜찮은지 궁금한 마음에 자문을 구하기 위해 무당을 찾아갔다. 무당은 “신뢰할 수 있는 투자다. 사기꾼 아니고 돈 받을 수 있는 진실한 사람”이라고 조언했지만, 이는 틀린 점사였다. 영석씨는 직업 사기꾼에게 8000만원을 잃었다. 주식으로도 한차례 돈을 날린 상황서 재기는 힘들 수밖에 없었다.

주식투자 망해 점집 찾아갔지만…
방송 출연자들은 진짜 영험할까?

영석씨는 “무당을 맹신하는 사람한테 점사가 틀리면 치명적이다. 나도 그랬다. 그때부터 무당을 정말 많이 만났는데, 믿을만한 무당은 극소수였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만난 무당과 무당에게 피해를 본 사람들의 정보를 모았다. 여기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그가 말한 ‘믿을 수 없는 무당’은 광고를 많이 하는 무당이었다.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유튜브 무당 채널에 출연한 무당은 영험해서 출연하는 게 아니었다.

영석씨는 “무당이 출연해서 점, 굿, 퇴마 행위를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가 있다. 이런 곳은 공통점이 조회수를 높이기 위해 연예인을 섭외해 점을 본다. 무당이 소속사에 돈을 내고 연예인이 출연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즉, 소속사에서 영험한 무당을 찾아 출연 제의를 하는 게 아닌, 무당이 스스로를 홍보하기 위해 무당 채널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이다. 

영석씨 설명에 따르면, 무당은 무당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한 시즌에 많게는 7500만원을 내며, 시즌당 10~15편 정도의 방송을 만든다. 출연이 결정되면 무당 소속사는 방송을 외주업체에 맡긴다. 그리고 광고비 때문에 케이블 방송에도 송출한다. 연예인 방송을 할 때는 연예인 인지도에 따라 500만원서 1000만원을 더 낸다.

이런 과정 때문에 무당 소속사가 가져가는 돈은 30% 정도다. 이런 식으로 무당 프로그램에 나온 무당은 그냥 ‘광고를 많이 쓴 무당’이다.

영석씨는 “무당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해도 중간에 퇴출당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무당들이 프로그램에 나오면 100억원은 그냥 번다. 100억원은 적게 번 걸 수도 있다. 홍보해서 유명해졌으니까. 그런데 실력은 없으면서, 홍보비로 쓴 비용 때문에 다른 무당보다 점을 보러 온 사람에게 돈을 더 많이 받는다”고 지적했다.

기본이
7500만원

무광고로 영험하다고 소문난 무당들은 이렇게 돈 벌 필요가 없다. 무당 프로그램에 나온 A 무당은 다른 무당보다 점사 비용이 10배 비싸다. 일반적으로 무당이 점사를 보면 1시간에 10만원이다. 하지만 그는 점사 비용만 100만원하는 특별 점사를 따로 만들었다.

특별 점사를 받지 않아도 1인당 점사 비용이 10만원이면, 4인 가족의 경우 40만원이 된다. 그렇다고 A 무당이 1시간 동안 점을 보는 것도 아니며 20~30분만 점을 본다.

영석씨는 “A 무당이 직접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 하루에 점사를 많이 볼 때는 20명까지 보는데 이 경우 하루에 400만원 버는 것”이라며 “사실 점사는 큰 문제가 안 된다. 가장 큰 문제는 아무나 굿을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무당은 처음 점사를 볼 때부터 굿을 볼만한 사람인지 아닌지 가려서 점을 본다. 굿을 할만한 사람이면 1시간을 채워서 점을 본다. 정신이 건강한 사람은 굿을 보라고 해도 흘려들을 수 있지만, 힘든 일을 겪어서 마음이 아픈 사람은 이를 그냥 넘길 수 없다.

영석씨는 “무당들이 굿을 하라고 제안하는 건 빙의, 산소 탈, 조상 천도, 상문 부정, 삼재, 9수, 신내림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한 개가 아닌 여러 개를 엮는다. 굿 비용만으로 적게는 1000만원, 많게는 1억원까지도 제시한다”고 유튜브 광고 무당의 실체를 토로했다.


만약 손님이 무당에게 1000만원에 굿을 한다고 치자. 실제로 굿을 한 뒤에 사업, 대학입시 등에 성공하고, 건강이 회복된다면 하등 문제가 없다. 하지만 대부분 ‘광고를 많이 하는 무당’에게 굿은 돈을 버는 수단일 뿐이다.

영석씨는 이런 과정이 다단계 형태와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통 1000만원짜리 굿을 하면 실제로 무당이 가져가는 돈은 200만원 정도로 굿당에 50만원 정도 내고, 굿에 사용되는 용품 구입비, 차비 등의 경비도 많이 나간다. 그러나 비용 중 신 스승에게 바치는 돈이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하는 신 스승은 신 부모, 신 선생으로도 불린다. 무당이 될 사람을 도와 신내림굿을 해주는 사람으로, 무당이 되는 사람이 맞는지 확인하는 역할도 한다. 내림굿 후에는 제대로 된 무당을 위한 길잡이가 된다. 제대로 된 신 스승이라면 제자 혼자서 무당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돕지만, 어떤 무당은 돈을 버는 수단으로 제자를 키운다.

정해진
시스템

영석씨에 따르면 제자가 굿을 하면 신 스승과 5:5로 돈을 나누는데 비율은 신 스승 마음대로다. 스승이 8할이나 9할을 가져가는 경우도 있으며 제자가 10명일 경우, 굿할 때마다 단돈 5만원이라도 제자 10명에게도 돈을 준다.


이 같은 시스템은 굿을 하는 주체가 누군지에 따라 다르다. 신 스승이 굿을 하면 제자와 돈을 나누지 않지만 자신이 번 돈을 신 스승이 많이 가져가도 제자는 항의할 수 없다. 신 스승은 제자에게 “네가 나한테 기술을 배우니 돈을 줘야 한다. 돈 안 주고 기술 안 배울래? 혼자 무당 생활을 할 수 있냐”고 협박을 한다. 

제자가 많은 신 스승이 돈을 많이 버는 이유는 제자들이 무당이 됐어도 생활을 유지하는 데 다시 굿을 하기 때문이다. 무당은 무당이 됐어도 ▲할아버지를 대접해야 한다 ▲굿 안 해서 부정 탔다 ▲잘 불리려면(무당으로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 굿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끝도 없이 굿을 해 신 스승이 돈을 번다.

제자가 스스로 신 스승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일은 무한 반복된다. 제자가 잘 불리면 굿을 더 많이 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 신 스승만 좋은 구조다.

영석씨는 제자가 많은 무당은 제대로 된 무당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무당 중에 제자가 10명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내림굿을 몇 명에게 권했을까? 내가 볼 때는 최소한 200명에게 권했을 것이다. 아무나 다 신내림받으라고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당을 찾는 사람들 중 ‘행복해서’ ‘하는 일이 잘돼서’ ‘몸이 건강해서’ 찾아가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무당이 “네가 신내림을 받아야 문제가 풀린다”고 말하면, 이를 거절하는 것은 쉽지 않다. 손님이 무당에게 “내가 이상한 꿈을 꾼다” “계속 건강이 안 좋다” “가족이 아프다”고 말하면 무당은 “네가 신내림을 받아야 인생이 풀린다”고 말하는 식이다.

무당들은 “내가 내림굿 해서 네 말문 틔워줄게” “너 먹고 살도록 만들어줄게” “너 무당 만들어줄게”라고 제안한다. 은근슬쩍 무당이 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것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내림굿을 받아도 말문이 트이지 않거나 살림살이가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제자가 굿 따오면 
스승과 나눠 가져

실제로 굿내림을 받은 한 무당 제자가 신 스승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어 징역을 살도록 한 사례도 있다. 

신 스승과 제자가 서로 욕하면서 싸우기도 하며, 여성 제자를 만들어서 성관계하는 것으로 유명한 B 무당도 있다. B는 이미 이혼도 여러 번 한 상태다.

B에게 신내림을 받으러 간 20대 여성은 고아로 자라, 그를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B는 제자에게 “나를 가지면 큰 무당이 될 수 있다”고 꼬드겼다. 다행히 20대 여성은 그날부로 B에게서 도망쳤지만, 이런 식으로 당한 신 제자가 많다. 지금 B는 성매매 업소를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고 B가 신도나 신 제자에게 돈을 갈취하진 않는다. 그는 심신미약자 신도를 상대로 여러 번 굿을 했다. 당시 신도는 교통사고를 낸 상황이었다. 이 틈을 타 B는 “네가 죄를 지었으니 굿을 해야 한다”고 죄책감을 건드렸다.

이처럼 한 명의 신도에게 여러 번 굿을 하도록 하는 방식은 결국 법적 분쟁으로 이어져 결국 10억원 이상 배상하라는 유죄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성매매 알선, 근로기준법 위반, 공무집행방해 등의 판결을 받은 무당들도 있다. 이들은 여성 신도가 찾아오면, 신이 들어와 빙의된 것처럼 말한다. “할머니가 지금부터 얘기해줄 테니 편하게 들어”라며 신도에게 술집 아가씨로 일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원래 술집 마담 출신으로, 신도들에게 은근슬쩍 술집서 일하면 얼마나 돈을 많이 버는지 귀띔한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신도는 이런 상황서 술집에 나가게 됐다.

이외에도 “지금 굿을 하지 않으면 너희 아버지가 죽는다” “네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자식한테 내려간다” “네가 신내림을 받지 않으면 집안이 망한다” 등으로 신도들을 협박하는 유명 무당이 많다.

지난 8월에는 한 무당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영석씨는 “이 무당은 방송으로 유명해졌는데 사람들에게 돈 받고 굿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의 일이 쌓였다”며 “이런 일이 소문이 나면서 인터넷 카페서 욕을 많이 들었다. 왜 극단적 선택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여러 가지 일이 겹쳤던 것 같다”고 전했다.

무당이 영험하다면 광고가 필요 없다. 실력 있는 무당이 소문나는 것은 순식간이기 때문이다. 특히 장사하는 사람들 사이서 쉽게 소문이 퍼진다. 전부는 아니지만 광고하지 않는 무당이 영험하다는 것이다. 광고를 하는 무당 중에는 아동을 살해한 무당도 있어 점 보러가기 전 확인해야 한다. 신도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무당 역시 멀리하는 것이 좋다.

문제 많은
신내림

영석씨는 “신내림이 특히 문제가 많다. 신내림을 받을 사람이 아닌데도 받은 경우가 너무 많다. 국내 무당 중 제대로 된 무당은 극히 드물다. 신내림을 받아야 하는 사람은 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보거나, 자기도 모르게 점을 본다”며 “이런 경우가 아니면 신내림을 받으면 안 된다. 또 제대로 된 무당은 상식적인 선에서 요구하고, 굿을 한다고 인생이 한 번에 풀리는 게 아니라고 말한다. 제대로 된 무당은 평생 제자를 1~2명만 키운다”고 조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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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