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자퇴’ 늘리는 정부,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6 14:15:08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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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만명 학교 떠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고교 자퇴생이 강남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고등학생의 목표라지만, 막상 목표를 이룬 사람들은 자퇴를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행 대학입시 방침으로는 자퇴생이 줄어들 수 없다.

지난 9일 교육부의 2019~2022년 교육정보통계(EDS)상 고등학교 자퇴생(학업 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를 자퇴한 고등학생은 2만3440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2만4068명에 이르던 자퇴생 규모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운영된 2020년 1만5163명으로 급감했으나, 2021년 1만9467명, 지난해 2만3440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후
계속 증가

최근 3년 동안 자퇴생 수가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재개된 대면 수업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주요 대학이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많은 학생이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자퇴한다. 지난해 고교 자퇴생 가운데 51.5%(1만2078명)가 1학년이었다. 2학년(39.6%), 3학년(8.9%)보다 많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도 2019년부터 매년 0.7%→0.9%→1.1%→1.2%→1.3%로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고교 입학 후 내신성적이 좋지 않으면 1학년 2학기 때 자퇴를 선택하고, 이듬해 4월 검정고시에 합격해 11월 수능을 치는 전략을 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을 쓰면 남보다 1년 먼저 수능을 보는 것이 가능하고, 성적이 나쁘더라도 고3 나이 때 또 수능을 볼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10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 내신이 기존 9등급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

현재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체제고, 사회·과학 탐구와 직업 탐구 역시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치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선택과목을 어떤 걸 고르느냐에 따라서 표준점수서 유불리가 있고, 진로나 흥미보다 점수 받기 좋은 과목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이를 막고자 개편 시안에 사회·과학 탐구 영역의 경우 문·이과 구분 없이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해 과목 간 벽을 허물고 융합 학습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과 고교 내신이 공정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학부모와 고교, 대학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등학생 2만3440명 ‘집으로’
사고 치고? 검정고시로 명문대 입학↑

교육부는 변경된 방침으로 고등학생이 대학입시 때문에 자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해 입시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어날까? 우선, 고등학생 때 자퇴해 서울대학교에 정시로 입학한 A씨는 자퇴를 찬성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자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A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서울대 정시 입학 비율은 20%였다”며 “자퇴를 하고 학원서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서울대에 입학했는데, 대학 입학이 수능만으로 이뤄지면 학원서 배운 애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특목고 학생으로 중학생 때까지는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특목고를 가 보니 ‘공부 잘했던 A’는 없었다. 반에서 하위권 성적표를 받는 A만 있을 뿐이었다. 공부를 좋아했던 시절이 무색하게 의욕을 상실했다.

첫 중간고사는 완벽한 하위권이었다. 특목고를 계속 다닐 시 상위권 대학교를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훈계뿐이었다. 하지만 기말고사서도 성적은 좋지 않았고, A씨는 자퇴를 결심했다. 부모님이 A씨를 말렸지만, 특목고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자퇴 후 바로 재수학원서 수능을 준비했고, 잘 본 덕분에 성공적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A씨가 재수학원서 만난 학생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결국 돈이 많은 집 자녀가 서울대에 가는 것이다. A씨는 “나는 강남서 서울대를 많이 가는 것이 아니라, 시골서도 열정이 있으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자퇴해서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정시 비율이 높은 상황이면 결국 서울권 학생이 서울대에 많이 갈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편중돼 발전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이어 “대학입시가 수능 위주로 이뤄지면 ‘대치동 독주’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도 1타 강사의 교육을 받았지만, 일반 고교 수험생이 수능서 이길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고등학교 자퇴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생활기록부가 있지만, 이 자체도 학부모의 교육열과 재정적 능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반면 A씨는 “나는 성공적으로 입시를 마쳤지만, 자퇴를 추천하진 않는다. 학원서 같이 입시 준비를 했던 친구들 중 성공한 경우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한 자퇴생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놀기 위한 날라리 ▲공부만 하기 위해 자퇴한 모범생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는 보통 학생 ▲자퇴 후 구직활동을 하는 학생으로 나뉘었다.

A씨는 “대부분 자퇴를 하더라도 놀고 싶은 거, 다 놀고 자기 할 일도 다 한다. 이 중에서 날라리가 제일 드물고, 공부만 하거나, 일하는 학생은 극소수다. 대부분이 공부하면서도 시간 내서 논다”며 “결국 자퇴를 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꿈이 있어서 자퇴를 한 학생도 있으나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다. 나도 입시 준비 때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의대가 목표라고 해서 멋있어 보였다. 자퇴 학생 중 소수만 높은 대학에 가고 대부분 낮은 대학에 간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이 대학이나 일 때문에 자퇴하진 않는다. 자퇴생은 ▲공황장애(정신과적 질환)가 생겨서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학교폭력 트라우마 때문에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려고 ▲학교 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거나 ▲유학을 준비하려고 자퇴한다.


순간 선택
평생 후회

A씨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퇴를 말렸다. A씨는 “자퇴할지 말지 고민하는 거라면 자퇴를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길이 확고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학교서 꼴등을 하는 게 아니면 자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퇴하면 정말 나태해진다. 초반에 세웠던 계획을 제대로 못하면서 외로운 감정도 많이 느낀다. 특히 초반엔 교복을 입은 친구나, 수학여행을 가는 친구를 보면 우울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자퇴 후의 경험이 인생을 바꾼 경우도 있다. B씨는 2016년 여름,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던 B씨의 경우는 중학교 2학년부터 학원을 여러개 다니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무척 바빴지만, 불만은 없었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혼나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했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이 복병이었다.

B씨의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험 과목을 달달 외워 시험을 쳤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공부했던 내용을 다 잊었다. 그래도 다음 시험이 있었고, 일정이 바빴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살았다. 

이런 삶을 살며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보냈다.

B씨는 “중학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게 힘들거나 괴리감을 느끼진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 그런데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은 전혀 없었다”며 “일과를 다 마친 뒤에는 피곤해서 잠만 잤다. 그래서 과감하게 1학년 기말고사 때 공부보다 관심사를 찾아다닌 끝에 그를 하기 위해서 유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시 교육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성적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공부하는 것은 힘들지만 즐거웠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B씨는 “고교 졸업 후의 삶이 무서웠다. 주위에선 우선 수능을 볼 때까진 이렇게 살라고 했는데, 나는 계속 불안했다. 그래서 자퇴를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자퇴를 결심했고, 목표가 명확했지만, 자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이 자퇴생이라고 차가운 시선을 보낼까 두려웠다. 아무래도 초·중·고를 다닌 뒤 명문대학교에 입학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리고 자퇴하고 난 뒤에 확실히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꿈 찾아 중도 포기
은둔형 외톨이 우려

B씨가 말한 자퇴의 단점은 ▲자퇴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은 것 ▲시간이 많아지면서 목표가 느슨해지는 것 ▲소속감이 없는 것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이었다.

B씨는 “자퇴 후 2년 동안 느낀 점이 많았는데, 나는 소속감이 없는 게 힘들었다. 처음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게 좋았지만, 이것도 힘들었다. 같은 시기 자퇴했던 친구는 자퇴하자마자 일년 동안 아르바이트만 했다”며 “공부를 안 하니 부모님이 복학하라고 했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쳤다. 친구는 이 과정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퇴생은 고등학교 추억과 앞날을 바꾼 셈이다. 그렇다고 B씨가 자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B씨는 “학교생활과 입시도 인생에 중요한 경험이다. 하지만 자퇴한 후에 독서, 어학 공부, 어학연수, 아르바이트, 여행 등을 통해 더 중요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졌다. 또 검정고시를 치면 남들보다 졸업을 2년 더 빨리할 수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했다.

B씨가 자퇴를 하고 겪은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다. 그렇다고 목표 없이 아르바이트만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B씨의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B씨는 이미 검정고시를 쳤고 유학에 필요한 영어 시험점수도 만들었다. 시험 점수를 만든 뒤에는 1:1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니다가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3개월 동안 캐나다서 외국인들과 지냈다. 덕분에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유학한 뒤에도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

B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퇴한 후 계획을 잘 짜는 것이다. 나는 단기·중기·장기에 걸쳐 계획을 세웠다. 자퇴하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먼저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목표를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자퇴를 하라고 무조건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두려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고민이 된다면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첫 시험
급선회 

자퇴 후 대학입시에 성공했거나, 또 다른 목표로 달려가는 사람도 자퇴를 추천하진 않는다. 그만큼 ‘성공적인 자퇴’가 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 학생이 상당수 존재한다. 학교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전학을 가는 것도 방법이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며 “자퇴하고 교육기관에 속해 있지 않은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은둔형 외톨이 생활로 이어지는 경우가 높다”고 제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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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