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자퇴’ 늘리는 정부,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6 14:15:08
  • 호수 14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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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2만명 학교 떠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고교 자퇴생이 강남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고등학생의 목표라지만, 막상 목표를 이룬 사람들은 자퇴를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행 대학입시 방침으로는 자퇴생이 줄어들 수 없다.

지난 9일 교육부의 2019~2022년 교육정보통계(EDS)상 고등학교 자퇴생(학업 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를 자퇴한 고등학생은 2만3440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2만4068명에 이르던 자퇴생 규모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운영된 2020년 1만5163명으로 급감했으나, 2021년 1만9467명, 지난해 2만3440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후
계속 증가

최근 3년 동안 자퇴생 수가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재개된 대면 수업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주요 대학이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많은 학생이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자퇴한다. 지난해 고교 자퇴생 가운데 51.5%(1만2078명)가 1학년이었다. 2학년(39.6%), 3학년(8.9%)보다 많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도 2019년부터 매년 0.7%→0.9%→1.1%→1.2%→1.3%로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고교 입학 후 내신성적이 좋지 않으면 1학년 2학기 때 자퇴를 선택하고, 이듬해 4월 검정고시에 합격해 11월 수능을 치는 전략을 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을 쓰면 남보다 1년 먼저 수능을 보는 것이 가능하고, 성적이 나쁘더라도 고3 나이 때 또 수능을 볼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10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 내신이 기존 9등급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

현재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체제고, 사회·과학 탐구와 직업 탐구 역시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치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선택과목을 어떤 걸 고르느냐에 따라서 표준점수서 유불리가 있고, 진로나 흥미보다 점수 받기 좋은 과목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이를 막고자 개편 시안에 사회·과학 탐구 영역의 경우 문·이과 구분 없이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해 과목 간 벽을 허물고 융합 학습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과 고교 내신이 공정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학부모와 고교, 대학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등학생 2만3440명 ‘집으로’
사고 치고? 검정고시로 명문대 입학↑

교육부는 변경된 방침으로 고등학생이 대학입시 때문에 자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해 입시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어날까? 우선, 고등학생 때 자퇴해 서울대학교에 정시로 입학한 A씨는 자퇴를 찬성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자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A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서울대 정시 입학 비율은 20%였다”며 “자퇴를 하고 학원서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서울대에 입학했는데, 대학 입학이 수능만으로 이뤄지면 학원서 배운 애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특목고 학생으로 중학생 때까지는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특목고를 가 보니 ‘공부 잘했던 A’는 없었다. 반에서 하위권 성적표를 받는 A만 있을 뿐이었다. 공부를 좋아했던 시절이 무색하게 의욕을 상실했다.

첫 중간고사는 완벽한 하위권이었다. 특목고를 계속 다닐 시 상위권 대학교를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훈계뿐이었다. 하지만 기말고사서도 성적은 좋지 않았고, A씨는 자퇴를 결심했다. 부모님이 A씨를 말렸지만, 특목고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자퇴 후 바로 재수학원서 수능을 준비했고, 잘 본 덕분에 성공적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A씨가 재수학원서 만난 학생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결국 돈이 많은 집 자녀가 서울대에 가는 것이다. A씨는 “나는 강남서 서울대를 많이 가는 것이 아니라, 시골서도 열정이 있으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자퇴해서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정시 비율이 높은 상황이면 결국 서울권 학생이 서울대에 많이 갈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편중돼 발전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이어 “대학입시가 수능 위주로 이뤄지면 ‘대치동 독주’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도 1타 강사의 교육을 받았지만, 일반 고교 수험생이 수능서 이길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고등학교 자퇴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생활기록부가 있지만, 이 자체도 학부모의 교육열과 재정적 능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반면 A씨는 “나는 성공적으로 입시를 마쳤지만, 자퇴를 추천하진 않는다. 학원서 같이 입시 준비를 했던 친구들 중 성공한 경우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한 자퇴생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놀기 위한 날라리 ▲공부만 하기 위해 자퇴한 모범생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는 보통 학생 ▲자퇴 후 구직활동을 하는 학생으로 나뉘었다.

A씨는 “대부분 자퇴를 하더라도 놀고 싶은 거, 다 놀고 자기 할 일도 다 한다. 이 중에서 날라리가 제일 드물고, 공부만 하거나, 일하는 학생은 극소수다. 대부분이 공부하면서도 시간 내서 논다”며 “결국 자퇴를 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꿈이 있어서 자퇴를 한 학생도 있으나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다. 나도 입시 준비 때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의대가 목표라고 해서 멋있어 보였다. 자퇴 학생 중 소수만 높은 대학에 가고 대부분 낮은 대학에 간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이 대학이나 일 때문에 자퇴하진 않는다. 자퇴생은 ▲공황장애(정신과적 질환)가 생겨서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학교폭력 트라우마 때문에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려고 ▲학교 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거나 ▲유학을 준비하려고 자퇴한다.


순간 선택
평생 후회

A씨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퇴를 말렸다. A씨는 “자퇴할지 말지 고민하는 거라면 자퇴를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길이 확고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학교서 꼴등을 하는 게 아니면 자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퇴하면 정말 나태해진다. 초반에 세웠던 계획을 제대로 못하면서 외로운 감정도 많이 느낀다. 특히 초반엔 교복을 입은 친구나, 수학여행을 가는 친구를 보면 우울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자퇴 후의 경험이 인생을 바꾼 경우도 있다. B씨는 2016년 여름,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던 B씨의 경우는 중학교 2학년부터 학원을 여러개 다니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무척 바빴지만, 불만은 없었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혼나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했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이 복병이었다.

B씨의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험 과목을 달달 외워 시험을 쳤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공부했던 내용을 다 잊었다. 그래도 다음 시험이 있었고, 일정이 바빴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살았다. 

이런 삶을 살며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보냈다.

B씨는 “중학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게 힘들거나 괴리감을 느끼진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 그런데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은 전혀 없었다”며 “일과를 다 마친 뒤에는 피곤해서 잠만 잤다. 그래서 과감하게 1학년 기말고사 때 공부보다 관심사를 찾아다닌 끝에 그를 하기 위해서 유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시 교육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성적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공부하는 것은 힘들지만 즐거웠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B씨는 “고교 졸업 후의 삶이 무서웠다. 주위에선 우선 수능을 볼 때까진 이렇게 살라고 했는데, 나는 계속 불안했다. 그래서 자퇴를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자퇴를 결심했고, 목표가 명확했지만, 자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이 자퇴생이라고 차가운 시선을 보낼까 두려웠다. 아무래도 초·중·고를 다닌 뒤 명문대학교에 입학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리고 자퇴하고 난 뒤에 확실히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꿈 찾아 중도 포기
은둔형 외톨이 우려

B씨가 말한 자퇴의 단점은 ▲자퇴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은 것 ▲시간이 많아지면서 목표가 느슨해지는 것 ▲소속감이 없는 것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이었다.

B씨는 “자퇴 후 2년 동안 느낀 점이 많았는데, 나는 소속감이 없는 게 힘들었다. 처음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게 좋았지만, 이것도 힘들었다. 같은 시기 자퇴했던 친구는 자퇴하자마자 일년 동안 아르바이트만 했다”며 “공부를 안 하니 부모님이 복학하라고 했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쳤다. 친구는 이 과정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퇴생은 고등학교 추억과 앞날을 바꾼 셈이다. 그렇다고 B씨가 자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B씨는 “학교생활과 입시도 인생에 중요한 경험이다. 하지만 자퇴한 후에 독서, 어학 공부, 어학연수, 아르바이트, 여행 등을 통해 더 중요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졌다. 또 검정고시를 치면 남들보다 졸업을 2년 더 빨리할 수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했다.

B씨가 자퇴를 하고 겪은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다. 그렇다고 목표 없이 아르바이트만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B씨의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B씨는 이미 검정고시를 쳤고 유학에 필요한 영어 시험점수도 만들었다. 시험 점수를 만든 뒤에는 1:1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니다가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3개월 동안 캐나다서 외국인들과 지냈다. 덕분에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유학한 뒤에도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

B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퇴한 후 계획을 잘 짜는 것이다. 나는 단기·중기·장기에 걸쳐 계획을 세웠다. 자퇴하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먼저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목표를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자퇴를 하라고 무조건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두려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고민이 된다면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첫 시험
급선회 

자퇴 후 대학입시에 성공했거나, 또 다른 목표로 달려가는 사람도 자퇴를 추천하진 않는다. 그만큼 ‘성공적인 자퇴’가 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 학생이 상당수 존재한다. 학교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전학을 가는 것도 방법이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며 “자퇴하고 교육기관에 속해 있지 않은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은둔형 외톨이 생활로 이어지는 경우가 높다”고 제언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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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