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자퇴’ 늘리는 정부, 왜?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6 14:15:08
  • 호수 1449호
  • 댓글 0개

매년 2만명 학교 떠난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고교 자퇴생이 강남을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다. ‘좋은 대학에 가는 것’이 고등학생의 목표라지만, 막상 목표를 이룬 사람들은 자퇴를 추천하지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현행 대학입시 방침으로는 자퇴생이 줄어들 수 없다.

지난 9일 교육부의 2019~2022년 교육정보통계(EDS)상 고등학교 자퇴생(학업 중단)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를 자퇴한 고등학생은 2만3440명으로 나타났다. 2019년 2만4068명에 이르던 자퇴생 규모는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이 운영된 2020년 1만5163명으로 급감했으나, 2021년 1만9467명, 지난해 2만3440명으로 증가했다.

코로나 후
계속 증가

최근 3년 동안 자퇴생 수가 늘어난 데에는 코로나 사태 종식 이후 재개된 대면 수업이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더불어 주요 대학이 정시 비중을 늘리면서 많은 학생이 수능에 집중하기 위해 자퇴한다. 지난해 고교 자퇴생 가운데 51.5%(1만2078명)가 1학년이었다. 2학년(39.6%), 3학년(8.9%)보다 많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검정고시 출신 입학생 비율도 2019년부터 매년 0.7%→0.9%→1.1%→1.2%→1.3%로 상승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은 고교 입학 후 내신성적이 좋지 않으면 1학년 2학기 때 자퇴를 선택하고, 이듬해 4월 검정고시에 합격해 11월 수능을 치는 전략을 택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방법을 쓰면 남보다 1년 먼저 수능을 보는 것이 가능하고, 성적이 나쁘더라도 고3 나이 때 또 수능을 볼 수 있다. 교육부는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 지난 10일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이 대학에 진학하는 2028학년도부터는 국어와 수학, 탐구 영역 선택과목이 사라진다.

2025학년도부터는 고교 내신이 기존 9등급서 ‘5등급 상대평가’로 바뀐다.

현재 국어와 수학은 ‘공통+선택과목’ 체제고, 사회·과학 탐구와 직업 탐구 역시 최대 2과목을 선택해 치를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선택과목을 어떤 걸 고르느냐에 따라서 표준점수서 유불리가 있고, 진로나 흥미보다 점수 받기 좋은 과목을 선택하는 부작용이 뒤따랐다.

이를 막고자 개편 시안에 사회·과학 탐구 영역의 경우 문·이과 구분 없이 모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을 치르도록 해 과목 간 벽을 허물고 융합 학습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입제도는 입시 현실과 교육의 이상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수능과 고교 내신이 공정성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학생·학부모와 고교, 대학 모두의 의견을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고등학생 2만3440명 ‘집으로’
사고 치고? 검정고시로 명문대 입학↑

교육부는 변경된 방침으로 고등학생이 대학입시 때문에 자퇴하는 상황을 막을 수 있을까?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해 입시에 집중하는 사례가 늘어날까? 우선, 고등학생 때 자퇴해 서울대학교에 정시로 입학한 A씨는 자퇴를 찬성하지 않지만, 앞으로도 자퇴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A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통해 서울대학교에 들어갔다. 당시 서울대 정시 입학 비율은 20%였다”며 “자퇴를 하고 학원서 2년 동안 공부를 하고 서울대에 입학했는데, 대학 입학이 수능만으로 이뤄지면 학원서 배운 애들을 절대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A씨는 특목고 학생으로 중학생 때까지는 우등생이었다. 하지만 특목고를 가 보니 ‘공부 잘했던 A’는 없었다. 반에서 하위권 성적표를 받는 A만 있을 뿐이었다. 공부를 좋아했던 시절이 무색하게 의욕을 상실했다.

첫 중간고사는 완벽한 하위권이었다. 특목고를 계속 다닐 시 상위권 대학교를 갈 수 없다는 생각에 담임선생님을 찾아가 “전학을 가고 싶다”고 말했지만, 돌아온 것은 훈계뿐이었다. 하지만 기말고사서도 성적은 좋지 않았고, A씨는 자퇴를 결심했다. 부모님이 A씨를 말렸지만, 특목고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었다.

자퇴 후 바로 재수학원서 수능을 준비했고, 잘 본 덕분에 성공적으로 서울대에 입학했다. A씨가 재수학원서 만난 학생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여유롭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런 상황이면 결국 돈이 많은 집 자녀가 서울대에 가는 것이다. A씨는 “나는 강남서 서울대를 많이 가는 것이 아니라, 시골서도 열정이 있으면 서울대에 갈 수 있는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한다”며 “나도 자퇴해서 서울대에 입학했지만, 정시 비율이 높은 상황이면 결국 서울권 학생이 서울대에 많이 갈 것이고 그러면 나라가 편중돼 발전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성공해도
실패해도

이어 “대학입시가 수능 위주로 이뤄지면 ‘대치동 독주’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나도 1타 강사의 교육을 받았지만, 일반 고교 수험생이 수능서 이길 수 없다. 사정이 이러니 고등학교 자퇴생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생활기록부가 있지만, 이 자체도 학부모의 교육열과 재정적 능력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반면 A씨는 “나는 성공적으로 입시를 마쳤지만, 자퇴를 추천하진 않는다. 학원서 같이 입시 준비를 했던 친구들 중 성공한 경우가 흔치 않다”고 말했다.

A씨가 말한 자퇴생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놀기 위한 날라리 ▲공부만 하기 위해 자퇴한 모범생 ▲놀기도 하고 공부도 하는 보통 학생 ▲자퇴 후 구직활동을 하는 학생으로 나뉘었다.

A씨는 “대부분 자퇴를 하더라도 놀고 싶은 거, 다 놀고 자기 할 일도 다 한다. 이 중에서 날라리가 제일 드물고, 공부만 하거나, 일하는 학생은 극소수다. 대부분이 공부하면서도 시간 내서 논다”며 “결국 자퇴를 하고 실패하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전했다.

이어 “정말 꿈이 있어서 자퇴를 한 학생도 있으나 굉장히 특수한 케이스다. 나도 입시 준비 때 같이 공부하는 친구가 의대가 목표라고 해서 멋있어 보였다. 자퇴 학생 중 소수만 높은 대학에 가고 대부분 낮은 대학에 간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그렇다고 모든 학생이 대학이나 일 때문에 자퇴하진 않는다. 자퇴생은 ▲공황장애(정신과적 질환)가 생겨서 ▲학교폭력을 당하거나 학교폭력 트라우마 때문에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려고 ▲학교 가는 시간이 아깝게 느껴지거나 ▲유학을 준비하려고 자퇴한다.


순간 선택
평생 후회

A씨는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고서야 자퇴를 말렸다. A씨는 “자퇴할지 말지 고민하는 거라면 자퇴를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한다. 자신의 길이 확고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거나, 학교서 꼴등을 하는 게 아니면 자퇴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그는 “자퇴하면 정말 나태해진다. 초반에 세웠던 계획을 제대로 못하면서 외로운 감정도 많이 느낀다. 특히 초반엔 교복을 입은 친구나, 수학여행을 가는 친구를 보면 우울했다”고 당시 심경을 전했다.

자퇴 후의 경험이 인생을 바꾼 경우도 있다. B씨는 2016년 여름, 고등학교 1학년 때 자퇴했던 B씨의 경우는 중학교 2학년부터 학원을 여러개 다니면서 대학입시를 준비했다. 무척 바빴지만, 불만은 없었다. 딱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고, 공부만 열심히 하면 혼나지 않았기 때문에 만족했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이 없다는 것이 복병이었다.

B씨의 성적은 상위권이었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험 과목을 달달 외워 시험을 쳤다. 시험이 끝난 뒤에는 공부했던 내용을 다 잊었다. 그래도 다음 시험이 있었고, 일정이 바빴기 때문에 만족하면서 살았다. 

이런 삶을 살며 고등학교 1학년 1학기까지 보냈다.

B씨는 “중학교서 고등학교로 넘어가는 게 힘들거나 괴리감을 느끼진 않았고 오히려 재밌었다. 그런데 내가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은 전혀 없었다”며 “일과를 다 마친 뒤에는 피곤해서 잠만 잤다. 그래서 과감하게 1학년 기말고사 때 공부보다 관심사를 찾아다닌 끝에 그를 하기 위해서 유학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시 교육에 회의감을 느낀 것도, 성적이 낮은 것도 아니었다. 공부하는 것은 힘들지만 즐거웠고 성적도 상위권이었다. B씨는 “고교 졸업 후의 삶이 무서웠다. 주위에선 우선 수능을 볼 때까진 이렇게 살라고 했는데, 나는 계속 불안했다. 그래서 자퇴를 결심했다”고 회상했다.

자퇴를 결심했고, 목표가 명확했지만, 자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B씨는 “다른 사람들이 자퇴생이라고 차가운 시선을 보낼까 두려웠다. 아무래도 초·중·고를 다닌 뒤 명문대학교에 입학하는 게 일반적이니까. 그리고 자퇴하고 난 뒤에 확실히 단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꿈 찾아 중도 포기
은둔형 외톨이 우려

B씨가 말한 자퇴의 단점은 ▲자퇴생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좋지 않은 것 ▲시간이 많아지면서 목표가 느슨해지는 것 ▲소속감이 없는 것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이었다.

B씨는 “자퇴 후 2년 동안 느낀 점이 많았는데, 나는 소속감이 없는 게 힘들었다. 처음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게 좋았지만, 이것도 힘들었다. 같은 시기 자퇴했던 친구는 자퇴하자마자 일년 동안 아르바이트만 했다”며 “공부를 안 하니 부모님이 복학하라고 했지만 결국 적응하지 못하고 다시 자퇴하고 검정고시를 쳤다. 친구는 이 과정서 고생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결국 자퇴생은 고등학교 추억과 앞날을 바꾼 셈이다. 그렇다고 B씨가 자퇴를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를 계속 다녔다면 겪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B씨는 “학교생활과 입시도 인생에 중요한 경험이다. 하지만 자퇴한 후에 독서, 어학 공부, 어학연수, 아르바이트, 여행 등을 통해 더 중요한 경험과 가치관을 가졌다. 또 검정고시를 치면 남들보다 졸업을 2년 더 빨리할 수 있다”고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전했다.

B씨가 자퇴를 하고 겪은 가장 큰 장점은 경험이다. 그렇다고 목표 없이 아르바이트만 하는 것을 추천하는 것이 아니다. 

B씨의 친구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 B씨는 이미 검정고시를 쳤고 유학에 필요한 영어 시험점수도 만들었다. 시험 점수를 만든 뒤에는 1:1 영어 회화 학원에 다니다가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갔다. 3개월 동안 캐나다서 외국인들과 지냈다. 덕분에 외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고, 유학한 뒤에도 공부가 어렵지 않았다.

B씨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자퇴한 후 계획을 잘 짜는 것이다. 나는 단기·중기·장기에 걸쳐 계획을 세웠다. 자퇴하려고 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며 “먼저 부모님을 어떻게 설득할지 고민하는 것보다 목표를 정확하게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렇다고 자퇴를 하라고 무조건 추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두려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거나 고민이 된다면 정규 고등학교 과정을 거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첫 시험
급선회 

자퇴 후 대학입시에 성공했거나, 또 다른 목표로 달려가는 사람도 자퇴를 추천하진 않는다. 그만큼 ‘성공적인 자퇴’가 되는 것이 힘들기 때문이다.

한 교육 전문가는 “첫 중간고사를 보고 난 후 전학을 가거나 자퇴를 하는 학생이 상당수 존재한다. 학교가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으면 전학을 가는 것도 방법이다. 미리 겁먹을 필요는 없다”며 “자퇴하고 교육기관에 속해 있지 않은 것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우울증이나 은둔형 외톨이 생활로 이어지는 경우가 높다”고 제언했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