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10.10 14:16:28
  • 호수 1448호
  • 댓글 0개

조건 없는 39년 헌신의 삶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1935년 6월9일, 폴란드서 태어난 ‘작은 할매’이자 ‘할매 천사’로 불린 마가렛 피사렉. “한국서 행복하게 살았어요.” 그는 건강상 이유로 한국에 떠난 뒤 이렇게 말했다. 평생을 봉사하며 사는 삶. 한국은 할매 천사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와 마리안느 스퇴거 간호사가 보인 희생과 사랑의 정신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전남 고흥군에 있는 작은 땅 소록도. 섬 모양이 작은 사슴과 닮아 소록도라고 부른다는 설이 있다. 평범한 섬이라고 불리지만 한국 근현대사 속에 큰 아픔을 품고 있는 섬이다. 소록도에는 한센병 환자의 수용소가 있었다. 한센병은 나병이라고도 불렸는데 피부, 말초, 상기도의 점막을 침범해 조직을 변형시키는 감염병이다. 

파란 눈의
두 간호사

일제강점기 때 소록도는 한센병 환자를 모아 가두는 고립의 장소였다. 소록도에 있는 국립소록도병원은 1917년부터 한센병 환자를 수용했다. 한센병 환자는 ‘문둥이’라고 버스에 타지도 못하고 일주일을 넘게 걸어서 국립소록도병원에 갔다. 

이곳에서 한센병 환자는 거주 이전의 자유와 이동권을 박탈당했다. 툭 하면 감금, 감식, 체벌의 징벌을 받기도 했다. 이런 소록도에는 50주년 기념비가 세워져 있다. 기념비 옆에는 안내판이 있는데, 여기에는 ‘마리안느, 마가렛 수녀님’이라는 제목에 사진 네 장과 함께 설명문이 남겨있다. 

바로 이 설명문 건너편에 마리안느 스퇴거(Marianne Stoeger) 간호사와 마가렛 피사렉(Margareth Pissarek) 간호사가 머물렀던 관사가 있다. 넓지 않지만 정갈한 집이다.


좁은 마루 한구석에 호롱불이 놓여 있고 방에는 무, 하심, 사랑, 애덕, ‘선하고 겸손한 사람이 되어라’와 같은 글씨가 성모상과 묵주와 함께 걸려 있다. 한쪽 변엔 오래된 카페트 테이프가 반듯이 꽂혀 있다. 헝가리 광시곡과 아베마리아, 스크린 뮤직과 플라시도 도밍고 등이다.

이처럼 끔찍한 역사를 지닌 소록도에 두 명의 파란 눈 천사가 자리 잡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1960년대는 한센인의 인권이 전무하다 싶을 때다. 당시 조창원 원장은 5‧16 군사혁명 이후 병원장으로 육군 대령의 계급이었다. 조 병원장은 한센인들에게 “당신들도 사람이다. 자식을 낳아라”는 말을 했다. 강제 낙태가 당연하던 시기에 혁명적인 발언이었다.

문제는 한센인이 자식을 낳아도 키워줄 사람이 없었다. 전염의 공포 때문이었는데, 외국 간호사가 필요했다. 천주교 광주대교구장이 미국인으로, 병원장이 헨리 대주교에게 한센인 자녀를 키울 간호사를 요청했고, 헨리 대주교는 유럽을 가는 길에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 방문해 교구장에게 소록도서 한센인 자녀를 키울 간호사를 부탁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두 간호사가 소록도에 온 것이다.

이들은 각각 1962년과 1966년에 가톨릭교회의 재속회인 오스트리아 그리스도왕 시녀회 회원으로 소록도 땅을 밟았다. 이때 마가렛 간호사의 나이가 28세였다. 그때부터 시작해 가톨릭교회의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뒤에는 자진해서 간호사 자원봉사자로 남아 39년 동안 조건 없이 한센병 환자와 환자의 자녀를 보살폈다.

그 후 마가렛 간호사는 지난달 29일, 향년 88세로 오스트리아서 심장마비로 선종했다. 최근 치매로 인스브룩시 시립양로원에 머물던 중 넘어져서 대퇴부가 골절돼 수술받던 중이었다.

대한간호협회는 서울 중구 대한간호협회 마가렛 간호사의 추모식을 진행하며 “세상 모든 아픈 이를 비추는 따뜻한 별이 된 마가렛 간호사를 대한민국 50만 간호사 모두가 기억하겠다. 마가렛 간호사의 희생정신에 깊이 공감하며, 존경과 감사의 마음으로 추모한다”고 밝혔다.


39년 동안 국내 한센병 환자·자녀 케어
결핵병원, 정신과 병동, 목욕탕 등 설립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고인의 고귀했던 헌신의 삶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이제 하늘 나라서 편히 쉬기를 기원한다. 마가렛 간호사의 명복을 빌며 투병 중인 마리안느 간호사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공영민 고흥군수는 전남 고흥군 도양읍 마리안느와 마가렛 기념관에 마련된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 피사렉 분향소에 고흥군의회(의장 이재학) 의원, 간부 공무원 등 40여명과 함께 방문해 그의 선종을 애도하며 헌화 분향했다고 밝혔다.

분향을 마친 공 군수는 “평생을 사랑과 희망의 씨앗을 한센인에게 나눠준 작은 할매, 소록도의 천사 마가렛 피사렉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한다. 그녀의 숭고한 정신과 희망의 메시지를 우리는 영원히 기억하고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가렛 간호사가 소록도에 자리 잡고 한센병 환자를 보살핀 것만 39년이다. 그가 소록도를 떠난 2005년 11월23일 아침에도 평소처럼 환우들 곁에 가서 따뜻한 우유를 따라주고 아픈 데를 살피고는 홀연히 떠났다.

이후 편지가 배달됐다. 이들은 “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 이 편지를 쓰는 것은 저에게 아주 어려웠습니다. 이제는 저희들이 천막을 접어야 할 때가 왔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는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돼있어서 우리는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70살이 넘은 나이입니다. 소록도 국립병원 공무원들은 58~60세 나이에 퇴직합니다. 우리 나이가 보통 은퇴하는 나이에서 10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렀습니다”고 소록도서 오랜 시간 있었던 것을 언급했다.

아울러 “지금 한국은 사회복지 시스템이 잘돼있어 우리는 아주 기쁘게 생각합니다. 우리가 없어도 환자들을 잘 도와주는 간호사가 있어서 마음 놓고 갑니다. 이곳에서 같이 지내면서 저희의 부족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던 일을 이 편지로 미안함과 용서를 빕니다. 항상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라고 덧붙였다. 

숭고한 정신
영원히 기억

이들이 어떤 마음으로 소록도를 떠났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소록도를 떠나기로 한 것은 건강 때문이었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2003년부터 대장암으로 투병 중이었다. 한국서 수술만 세 차례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았다. 마가렛 간호사도 일흔을 넘겨 건강에 자신이 없는 상태였다. 소록도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기 싫었던 두 사람은 제2의 고향인 소록도를 조용히 떠난 것이다.

당시를 회상하며 마리안느 간호사는 “그때는 아프기 때문에 떠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결정을 하는 게 마음이 아프고 어려웠다. 소록도를 떠나는 배에서 우리도 눈물을 많이 흘렸다. 돌아가서도 이곳 친구들이 그리웠다”고 전했다.


이토록 끊이지 않는 추모가 이어지는 것은, 자신의 선의로 한센병 환자를 돌본 것 자체도 엄청난 일이지만, 마가렛 피사렉이 소록도서 단순히 한센병 환자를 돌보기만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소록도에 있는 한센병 환자가 출산을 하면, 한센병 환자인 부모는 아기를 5세까지만 키울 수 있다. 그 뒤로는 미감아 수용소로 보내는 것이 관례였다. 여기서 말하는 미감아란, 한센병 환자가 출산한 병에 감염되지 않은 아이를 말한다. 소록도에는 6000명의 한센인이 있었다.

한센병 환자의 자녀를 미감아 수용소에 보내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한센병은 모태로부터 유전되지 않는 병이다. 두 간호사는 정부도 나서지 않는 한센병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고, 보육‧자활 사업을 정착시켰다. 

이뿐이 아니다. 이들은 오스트리아에 의약품과 경제적 지원을 요청해 소록도를 도왔다. 자국도 기피하는 한센병 환자를 보살폈던 것이다. 또,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 교정수술을 하는가 하면, 물리치료기 등을 도입해 환자들의 재활을 도왔다. 

사랑과 희망
선한 영향력

소록도에 결핵병원, 정신과 병동, 목욕탕 등이 세워진 데도 이들의 도움이 컸다. 두 사람은 오스트리아 가톨릭부인회 등을 통해 소록도에 필요한 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예산을 마련했다.


두 간호사의 헌신과 진심에 병원 직원도 변화됐다. 일제강점기인 1916년 5월 조선총독부는 한센병 환자를 강제 격리하기 위해 자혜의원(현 소록도병원)을 만들었다. 당시 일본인은 소록도에 있는 환자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반말을 하고, 구타를 일삼았다. 임신한 여성에겐 낙태 수술을, 남성에겐 불임수술이 강제로 시행됐다.

해방 이후에도 이 같은 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환자들은 직원을 ‘선생님’으로 부르며 떠받들어야 했고, 환자에게 막말을 하는 직원도 있었다.

하지만 마리안느 간호사와 마가렛 간호사는 환자들에게 나이와 상관없이 존댓말을 썼다. 스스럼없이 한센인과 식사를 하고, 매일 새벽 5시부터 나이 든 환자의 병실에 따뜻한 우유를 배달했다. 본인의 집에 환자를 초대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환자 생일엔 직접 생일 케이크를 구워 선물했다.

당시 한국인 의사와 간호사들은 전염을 우려해 진료를 한센병 환자를 진료할 때 꼭 장갑을 꼈던 것과 달리 두 사람은 맨손으로 피고름을 짜고 약을 발라줬다. 병원 직원들의 편견과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고 한센인을 친구로 받아들였다.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자 언론의 인터뷰 요청이 잇따랐지만 두 사람은 한사코 거부했다. 정부나 단체가 주는 상도 마찬가지로 사양했다.

고국인 오스트리아 정부서 훈장을 수여하겠다고 전해왔지만 거절해 오스트리아 한국대사가 직접 소록도를 찾아 전달했을 정도였다. 한국 정부가 준 국민포장(1972년)과 국민훈장 모란장(1996년)도 청와대 관계자가 소록도를 찾아와 수여했다.

가족처럼 친구처럼 돌봐
고국 오스트리아서 선종

2016년 6월20일,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한센인 단종‧낙태에 대한 국가손해배상 소송이 국립소록도병원서 특별법정으로 꾸려졌다. 그 자리서 증인으로 나선 김인권 여수 애양병원장은 당시 마가렛 간호사와 마리안느 간호사가 소록도 내에서 자행되는 단종‧낙태에 관해 알고 있었다고 전했다.

김 원장은 재판에 출석해 ‘그들이 단종·낙태에 어떤 입장이었는지’ 묻는 말에 “개인적으로 반대했을지는 몰라도 소록도 실정에 이게 꼭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래서 일체 관여도 안 하고 개인적인 의견을 병원 당국에 전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마가렛 간호사와 마리안느 간호사를 재판정 증인으로 세우려고 했으나 이들은 출석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런 선택을 한 것은 ▲외국서 자원봉사하러 온 사람이 국가 정책에 쓴소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이미 시간이 지나 그 이유를 캐묻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일생 첫 기자간담회서 그간 인터뷰를 거절한 이유에 대해 “특별한 일이 아니어서”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특별한 일을 한 게 아니다. 그저 예수님의 복음을 따랐을 뿐이고 환자를 돕는 게 좋았다. 진짜 특별한 일은 하나도 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간호사는 한국을 떠난 뒤 오스트리아서 빈곤층이 받는 최저 수준의 국가연금으로 민가와 양로원서 생활했다. 이들이 속한 그리스도왕국시녀회가 일반인과 함께 속세에 머물며 생활하는 재속회 소속이라 돌아갈 수녀원이 없었다. 그런데도 한국 측에서 제안한 노후 보장과 금전적인 지원은 사양했다.

마가렛·마리안느 간호사는 2019년 유럽을 순방 중인 김영록 전남도지사를 만났다. 김 지사가 직접 오스트리아 티롤 주 인스브루크 요양원을 방문했던 것이다.

마리안느 간호사는 김 지사와의 면담서 “이곳까지 찾아와주고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 소록도서 환자들과 보냈던 생활이 그립다”고 말했다. 마가렛 간호사는 현재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어 김 지사 일행과 긴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찾아줘서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두 간호사는 김 지사 일행과 함께한 자리서 “다시 태어난다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주교 광주대교구 나주 빛가람동 주임신부인 김연준 프란치스코 신부는 마가렛 간호사를 “누구와도 친구가 될 수 있는 소록도 사람들의 엄마이자 누나, 언니였다. 가장 낮은 자세로 세상을 섬겼던 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바깥에선 수녀님이라고 불렀지만, 정작 마가렛은 스스로를 할매라고 불러주면 기뻐했다. 특혜나 권위를 버리고 소록도 모두와 하나가 돼 가족처럼 지냈던 사람이다. 마가렛의 이야기는 사람이 남을 도울 때 가장 행복한 존재라는 걸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편안하길”
추모 발길

김 신부는 “보통 봉사하면서 자기만족을 찾기 마련이지만 마가렛은 그런 뜻 없이 한센인을 평생 섬기기만 했다. 내 삶의 모델이었고, 10년 후 한센인을 돕기 위해 소록도 성당 주임신부를 자원해 가게 된 것도 마가렛의 영향이었다”며 “마가렛의 이야기는 사람이 남을 도울 때 가장 행복한 존재라는 걸 말해준다.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고 갈등이 증폭되는 시대에도 인간에겐 희망이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고 추켜세웠다. 

아울러 “마가렛이 떠난 것은 슬프지만 한편으론 평생 변함없는 모습을 지킨 채 하느님 곁으로 갔다는 점에서 부럽기도 하다. 마가렛이 남긴 선한 영향력을 확장해나가는 게 남은 우리들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alswn@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단독] 배우 김씨와 워커힐 카지노 간 ‘에테르노’ 회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에테르노 압구정 아파트 시행사 ‘넥스플랜’ 회장 차준영이 영화배우 김모씨와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에 출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커힐 카지노 관계자는 지난해 7월경 ‘VVIP 고객인 차준영 회장의 요청으로 김씨 출입을 허용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업계 관계자와 나눴다. 문제는 5100억원에 달하는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한 차준영이 어떻게 워커힐 카지노 VVIP냐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카지노 출입설’이 단발성 풍문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PM 전문가로 알려진 차준영은 축구선수 손흥민, 연예인 황정음 등의 에테르노 분양 자금을 사적으로 유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부동산의 임대관리 등을 전담하는 전문가인 차준영은 에테르노 청담, 압구정의 시행사 넥스플랜의 회장이다. 에테르노 간 큰 베팅 최근 차준영은 조카인 차가원 피아크그룹 회장과 가수 겸 프로듀서 MC몽이 불륜 관계라는 의혹을 지난해 12월 <더팩트>에 제보하기도 했다. 이른바, ‘MC몽 불륜설’을 흘린 배경에는 지난해 6월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주식 21%에서 출자전환 후 2%를 소유했던 MC몽에게 ‘나누어 갖자’며 강요했던 사건에서 출발한다. 현재 차준영에게는 DL이앤씨 등과 소송 과정에서 발생한 수천억원 이상의 손해배상 채무가 있다. MC몽이 스스로 불륜설이 조작이었음을 주장하자, 그의 해외 원정도박 등을 언론사에 제보한 것도 차준영이다. 압구정의 모 샤브샤브 전문점 사장에 따르면 “최근 연예인 해외원정 도박 기사를 쓴 종편 방송 기자들에게 차준영이 식사를 대접했다”고 한다. 미국 영주권자인 차준영은 국내 카지노를 활보하면서 한 연예인의 해외 도박을 제보한 셈이다. <일요시사>가 단독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1월26일 파라다이스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동종업계 종사자와 나눈 카카오 메시지에서 넥스플랜 차준영의 요청으로 가수 겸 배우 김씨와 지인 여성들이 함께 출입했다고 언급했다. 이에 “김씨는 내국인인데 워커힐 파라다이스 입장이 가능한가요?”라고 묻자, 워커힐 카지노 직원은 ‘차준영 회장과 같은 VVIP 고객의 요청이기 때문에 김씨의 Visitor(방문객) 출입은 허용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카지노에서 VIP란 2개월 동안 하루 평균 4시간씩 5일 이상 게임해야 하고, 한 게임당 평균 50만원 이상을 베팅해야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 게임 실적을 분석한 두 달 동안 로스 금액(따거나 잃은 돈)이 1억원 이상 유지돼야 한다. 이보다 더 높은 실적을 요구하는 등급이 VVIP인데 보통 카지노에서 초청을 통해 이뤄지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카지노 업계에서 차준영은 “수백억원을 베팅하는 큰 손”이라고 표현했다. MC몽도 <일요시사>와 인터뷰에서 “차준영은 나에게 10~20억원 정도는 배팅해야 된다며 도박을 권유했던 사람”이라며 “시행사 투자금 들고 카지노 쫓아가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차명 통장으로 분양금 받아 차준영 회사로 황정음·손흥민 에테르노 분양 대금의 행방 다만 대한민국 카지노 출입 기준은 ‘VIP 여부’가 아니라 ‘국적’이다. 현행 관광진흥법상 내국인은 원칙적으로 카지노 출입이 금지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는 외국 국적자에 한한다. 카지노 멤버십 등급, VIP·VVIP 여부, 이용 금액, 단골 여부 등은 출입 적법성 판단에 어떠한 법적 의미도 가지지 않는다. 따라서 “VVIP의 요청이라서 김씨의 출입을 허용했다”는 설명은 법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 이는 면책 사유가 아니라 오히려 카지노 사업자가 출입자 신분 확인 의무를 완화하거나 소홀히 했음을 스스로 인정하는 발언에 가깝다. “VIP 요청이라 허용했다”는 표현은 김씨의 출입 허용 판단의 기준이 ‘법’이 아니라 고객의 경제적 가치였음을 인정하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다면 차준영의 도박 자금의 출처도 궁금해진다. 차준영은 ‘에테르노 압구정’을 분양하는 과정에서 친형이자 피아크 그룹 차가원 회장 아버지인 차대영의 계좌로 분양계약금 등 수백억원을 받은 뒤, 자신의 회사인 넥스플랜 계좌로 25억원을 입금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통장 이체 내역을 살펴보면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에테르노 압구정 시행수탁자인 A 신탁에서 차대영의 통장으로 30억원이 이체됐다. 이어 3월24일 오전 10시43분 넥스플랜으로 5억원이 이체되는 방식으로 총 25억원이 넥스플랜으로 직접 흘러갔다. 앞서 차준영은 2024년 9월 DL이앤씨로부터 받은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 패소하면서 5184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받았다. 통장과 제반 금융에 압류가 설정되자, 차준영은 “가족에게 생활비를 송금한다”는 목적으로 차대영이 개설한 통장을 빌렸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대영은 2024년 10월경 “예금채권 압류로 정상적 금융거래가 불가능해졌다”는 사정을 호소한 동생에게 생활비 등 기본 거래용이라며 하나은행 저축예금 계좌 1개를 무상으로 빌려줬다. 그러나 2025년 7월경 거래내역을 확인하자 잔액이 0원이었고, 생활비 용도와 무관한 거액 거래가 다수 발견돼 비밀번호를 변경하고 통장을 재발급받은 뒤 2025년 7월25일 내용증명으로 사용허락 철회를 통지했다는 것이다. 꿀꺽한 ‘셀럽 마케팅’ ‘신탁형 PF’ 구조인 에테르노 압구정은 분양수입금이 신탁계약상 A 신탁사 명의 관리계좌로 수납돼야 하는데 ‘차준영→넥스플랜’으로 직접 받으면 “수분양자 입장에서는 법적으로 납부효력이 문제될 수 있고(미납 취급 위험), 신탁사가 보호해줄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는 논리를 제시할 수밖에 없다. 형사상 “업무상 횡령” 및 “자금세탁”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에 차대영은 동생을 상대로 계약서 위조 및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차준영은 차대영의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분양계약을 지난 2024년 30억원에 체결하기도 했다. 차준영과 A 신탁사 직원이 공모해 계약명의자인 차대영의 동의 없이 분양계약서를 위조하고 거액을 이체한 정황이 포착되면서 경찰 수사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차대영은 지난해 12월31일 서울 강남경찰서에 차 회장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총 3명을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금융실명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는 차준영의 회사인 넥스플랜, 신탁사는 A 신탁, 시공사는 장학건설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차준영과 넥스플랜 소속 직원, A 신탁 소속 직원 등 3명은 2024년 10월25일께 차대영 명의로 에테르노 압구정 한 채의 공급계약서를 위조했다. 위조계약서를 A 신탁, 장학건설 관계자에게 진정하게 성립한 것처럼 교부했다는 게 차대영 측 주장이다. 이어 2025년 3월12일께 같은 방법으로 차대영 명의의 공급계약 해제합의서를 다시 위조하고 이를 행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통장 거래내역을 보면 2024년 10월25일 오후 2시39분 차대영 명의의 하나은행 계좌에서 A 신탁 계좌로 30억원이 ‘에테르노 압구정 102호 분양대금 일부’ 명목으로 이체됐다. 오후 2시44분 이 거래는 취소됐고 다시 오후 2시50분 같은 금액을 재이체했다. 이후 2025년 3월20일 오후 5시47분 ‘공급계약 해제에 따른 분양대금 반환’ 명목으로 30억원이 계좌로 반환됐다. 날아간 통일 동산 차대영은 “2024년 10월부터 2025년 7월까지 내 계좌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거래가 이뤄졌다”며 “나는 분양계약을 체결한 적도, 그에 대한 동의를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A 신탁이 본인 확인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신탁사가 수십억원대 분양계약을 체결할 때는 계약자 본인의 신분증 확인, 본인 서명 또는 날인, 본인 통장 확인 등의 절차를 거친다. 대리인이 계약하더라도 위임장과 인감증명서는 필수다. 에테르노 압구정은 축구선수 손흥민, 아이유, 황정음 등 연예인들이 200억원 이상을 쏟아부은 아파트로 관심을 끌었다. 이와 반대로 분양대금은 차준영이 친형에게 빌린 통장으로 입금돼 관리되고 있던 것이다. 배우 출신 황정음의 에테르노 압구정의 수상한 계약도 눈길을 끈다. 2025년 3월20일 황정음은 압구정 모 부동산에서 총 분양금 230억원에 달하는 ‘에테르노 압구정 501호’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은 통상 총 분양금에 10%에 달하지만, 황정음의 계약금은 4억원이라는 점도 특혜성 계약이라는 의문을 갖게 한다. 황정음 측은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계약금이 아니라 청약금인 줄 알았다”며 “내용증명을 통해 계약 철회 의사를 밝혔으나 현재까지 4억원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밖에 에테르노를 분양받은 손흥민 등 일부 유명인사들은 차준영을 직접 만나 거래하기도 했다. 차준영이 친형의 통장을 빌린 결정적인 이유는 파주 통일동산 개발사업의 실패다. 2024년 9월 DL이앤씨는 파주 통일동산 콘도 사업과 관련해 넥스플랜을 상대로 제기한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5000억원대 지급 판결을 받아냈다. 판결 금액, 공사 중단 경위, 청구 내역(공사비·구상금·대여금 등)과 같은 구체 항목까지 드러났다. <비즈한국> 보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재판장 박준민)은 2024년 9월10일 DL이앤씨가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 시행사이자 차준영이 운영하던 ‘시티원’을 상대로 낸 공사대금 등 청구 소송에서 시티원이 DL이앤씨에 5184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분양가 230억인데···황정음 계약금 4억 어디로? 시티원에서 넥스플랜으로…법인 바꾸고 자금 회수 인용된 청구 채권은 하자보수금을 제외한 기성 공사비 611억원과 구상금 3524억원, 대여금 1000억원, 지연손해금(법정이자) 50억원 등이다. 앞서 DL이앤씨는 ​2020년 8월 공사비 등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 총 5781억원을 정산해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는데, 청구 채권 상당액을 인정한 일부 승소 판결이 나온 셈이다. 소송 당사자인 시티원과 DL이앤씨는 각각 이 사업 시행사와 시공사로, 2006년 12월 공사 기간을 28개월, 공사비를 4125억원, 지체상금을 1일당 공사비 0.1%(최대 5%)로 정하는 공사 도급계약을 맺었다. 공사대금은 분양대금 납입 일정에 맞춰 분할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파주 통일동산 콘도 조성사업은 공정률 33%에서 18년째 멈춰 있다. 결국 DL이앤씨는 2020년 8월 사업비용을 정산해 달라며 시티원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공사 중단까지 투입된 공사비 1207억원과 연대보증인으로서 대위변제한 시티원 채무 3524억원, 시티원에 직접 빌려준 대여금 1000억원에서 상계 채권을 제외한 총 5781억원을 달라는 취지였다. DL이앤씨는 이 사업 시공자로서 공사비를 직접 투입한 것은 물론 시티원 측에 사업비를 직접 대여하거나 연대보증인으로서 시티원이 갚지 못한 사업비 원리금 등을 대신 갚아왔다. 시티원은 오히려 DL이앤씨가 사업 현장을 원상 복구하고 지체상금과 사업 손해를 물어내야 한다며 2022년 4월 반소를 제기했다. 양측이 맺은 도급 계약에 따라 DL이앤씨가 착공일로부터 28개월까지 공사를 마쳐야 하는데, 별다른 이유 없이 공사를 중단했다는 것. 공사 현장은 20년 동안 방치돼 흉물이 됐다. 공사 재개에는 2691억원이 필요해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DL이앤씨가 현장을 철거하고, 공사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187억원(공사비 5%)과 미래 분양 수익을 포함한 사업 손해 5140억원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차준영의 자금 운용 건전성에 적신호는 해소되지 못한 반면, 카지노에선 VVIP로 불렸다. 정작 부동산시장에서 금융 리스크를 해소하지 못하면서 불과 수개월전까지 워커힐 카지노를 출입한 셈이다. 차준영에게 제기된 문제는 초고가 주택 분양 계약의 공정성, 대형 개발사업의 책임 귀속, 그리고 국내외 카지노 출입 논란까지 확장되고 있다. 법인 바꿔 타짜 행세 쟁점 중 하나는 ‘에테르노 압구정 직접 계약’이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이 에테르노 압구정과 관련해 시행사 대표와 직접 계약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분양 절차의 투명성과 이해상충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통상 초고가 주거상품의 분양은 다층적 심사·중개·검증 절차를 거치는데, 이 과정이 축약되거나 개인 간 직거래로 처리됐다면 ‘특혜’ 또는 ‘절차 생략’ 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