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린’ 윤석열 한가위 플랜

‘민심·표심’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추석 연휴는 예년보다 길다. 그동안 왕래가 없던 친인척끼리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명절 대화 주제 중 빠질 수 없는 내용은 바로 정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뿌린 만큼 민심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추석을 맞아 민심잡기에 나선 것이다. 관건은 이 시기에 쌓아둔 민심을 깎아 먹지 않고 총선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다. ‘빈손 외교’부터 개각 인사 논란까지 지지율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총선 위한
시나리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 13일 단행된 개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과 ‘MB정권 돌려막기’ 비판이 재조명되면서 대통령실의 인사풀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를 내정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부처를 대상으로 개각을 진행한 탓일까? 인사청문회가 가닥 잡히기 전부터 후보를 향한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신 후보는 ‘을사늑약’을 체결했던 이완용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두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유 후보의 경우 2008년 이명박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 재임 시절 욕설 논란 등 부적절한 언행이 지적됐다.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투트랙 장악을 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는 주식을 제3자에게 맡겨놓은 이른바 ‘주식 파킹’ 의혹을 받으면서 국민의 비판을 샀다. 백지신탁 이후 본인과 배우자의 지분이 단 1%도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소셜뉴스’의 지분 25.8%를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특히 백지신탁 이행을 위해 김 후보 배우자의 지분을 떠안았다던 시누이의 지분이 이 시기 12.82%서 1.1%로 줄어 주식 파킹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세 인물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자 민주당은 “부적격이 후보 자격의 기준이 된 것 같다”며 수위 공세를 높였다.

개각이 진행될 때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타격을 입었다. 내달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차기 총선이 남은 현시점서 벌써부터 민심이 위태롭다는 평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연말 동선은 지지율은 물론, 총선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힘 안팎을 둘러싼 인물의 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국민의힘은 중도층 민심을 끌어오기 위한 인재 영입에 나섰다. 지난 20일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도 경찰청장, 박영춘 전 SK 부사장, KBS 코미디언 출신의 유튜버 김영민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들은 보수·여당의 험지에 뿌리를 둔 인사들로 분류된다. 친노(친 노무현)계 전직 지자체장을 비롯한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 출신을 등에 업은 것이다.


개각 이후 고꾸라진 여론
총선 후보와 PK로 고삐 꽉

국민의힘은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와 합당도 추진 중이다. 총선 전략으로 ‘험지’ ‘외연확장’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시선이다.

총선에 대비한 장관 교체 역시 주목할만한 시나리오다. 현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총선 출마 후보로 거론된다.

공직자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에 공직서 사퇴해야 한다. 12월 전후로 3~4개의 부처를 대상으로 추가 장관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대거 인사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추석 이후 총선 출마 후보와 차기 장관 후보를 동시에 관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원 장관과 한 장관은 언론 노출이 잦은 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국민에게도 여러 차례 눈도장을 찍은 인물이다. 이 같은 ‘스타 장관’이 무당층을 타깃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낸다면 국정 이미지 쇄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현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지표다. 현재로서는 싸늘해진 PK(부산·경남) 민심과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보수 텃밭인 PK와 TK(대구·경북)가 지지율의 쌍두마차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PK 세력이 약해지면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이하 엑스포) 등 정책 이슈 관련 체감도는 낮은 반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롯한 안전 문제와 외교 민감도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유엔총회 참석 순방은 엑스포와 외교·안보를 동시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데이비드 캠프’서 윤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국익에 도움만 주고 정작 우리는 받아온 게 거의 없다는 혹평이 나와서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나 나라별 맞춤형 협력과 엑스포의 비전을 설명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기죽은
민주당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순방은 오염수 방류라던가, 일본에게 이익을 주면서까지 우리가 얻는 건 단 한 개도 없었다”며 “이번에도 빈손으로 귀국한다면 그야말로 처참한 외교 참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외교를 통해 국익이 눈에 띄게 부각된다면 그만큼 추석 민심에도 톡톡히 반영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띄우면서 정부·여당 지지율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밖에도 ‘문정부 통계 조작’과 ‘대선 공작 게이트’ 등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어떻게든 비회기를 건너뛰고 추석 밥상에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이슈를 올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추악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오전 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보냈다. 단식투쟁에 나선 이 대표가 건강 악화 탓에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였다. 체포동의안 당론을 두고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팽팽하게 맞붙었다.

당에 분열이 생기면 지지율 역시 함께 타격을 입는 만큼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1타2피인 셈이다.

비명계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해왔다. 체포동의안 부결 시 ‘방탄 국회’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일 가결이 돼도 반란표가 아닌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친명계는 단식투쟁을 이유로 동정론을 호소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부결 의원에 대한 ‘색출론’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압박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민주당은 국민이 던지는 싸늘한 눈길을 염두에 두고 체포동의안 표결에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부결도, 가결도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안 쳐내기에 급급한 민주당이 추석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침몰하는
김기현호?

결국 지난 21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당분간 민주당은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주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표결 결과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로 과반을 채우면서 최종 가결됐다. 무효는 4표였다.

게다가 최근 문정부 통계 조작과 대선 공작 게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생긴 ‘조작을 일삼는 야당’ 프레임 역시 부담으로 작용된다.

지난 15일 감사원은 문정부가 당시 집값, 소득, 고용 등 주요 국가통계를 작성·활용하는 과정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 통계청 등을 압박해 수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대선 공작 게이트는 <뉴스타파>가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6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제공한 김만배씨와의 인터뷰 녹음파일 편집본을 보도한 것을 말한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박영수 변호사를 통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해당 언론사가 허위 인터뷰를 하고 그 대가로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건에 관해 국민의힘에서는 “대선과 부동산을 조작해 국민을 속인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통계 조작과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을 동시에 겨냥해 “조작된 뉴스와 허위 사실에 기초한 주장을 원칙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 대표 수사 등 여야 모두 인물 위주의 현안을 추석 밥상에 올렸다. 다만 이번에는 이 대표 개인이 아닌 민주당 자체를 타겟으로 올린 만큼 ‘민주당 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으레 국민은 명절마다 모여 현 대통령에 관한 평가와 물가, 경제 등 정권 심판 발언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슈성이 강한 이 대표의 단식과 체포동의안 등 야당의 부정적인 면이 더욱 돋보이는 형국이다.

이 리스크에 치고 나가는 윤?
엇박자 타는 김기현의 무리수

추석에 쏠린 민심이 연말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여당에 손발이 맞아야 안정적인 지지율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입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메시지 하나에도 민심이 흔들리는 만큼 ‘일심동체’ 같은 국정 수행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김 대표 리더십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면서 정부·여당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먼저 비대위 체제로 돌아설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내보낸 윤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예스맨’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 인물이 김 대표인데, 막상 앉혀놓고 보니 용산에 납작 엎드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추석 이후 강서구청장 당선 여부에 따라 당 대표직 존폐가 갈리지 않겠느냐”며 국민의힘 체제 변화를 귀띔했다.

최근 김 대표의 거친 발언이 이어지는 것 역시 용산을 향한 ‘세레나데’라는 평이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국가반역죄’와 ‘1급 살인죄’에 비유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자우림 멤버 김윤아씨를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가 아닌 김 대표가 존재감과 역할 부문서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쌈닭’ 같은 말과 행동이 일종의 생존 방식이라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생존 방식이 오히려 시한부 정치 인생을 앞당겼다고 평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을 향한 거친 발언이 강성 지지자들에게 사이다일지는 몰라도 무당층에는 되레 반감을 사게 하는 자충수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애초에 김 대표는 거친 발언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억지로 내뱉다 보니 국민이 봤을 때 오히려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며 “요즘 들어 용산과 ‘쿵짝’이 잘 안 맞는 모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 체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총선 승리다.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국정 동력은 물론 지지율까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 책임은 오롯이 당 대표가 떠안게 된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지도부를 물색해 총선 전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뿌린 만큼
거둘라나?

일부 정치권 관계자는 오히려 추석 밥상에 정치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가족이 모인 자리서 서로 얼굴을 붉히느니 애초부터 정치 성향을 드러낼만한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추석 민심 선점을 위해 저마다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는 없다.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한 표가 소중한 때다. 상대방의 약점을 터뜨리고 내 것은 감추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사님의 조용한 추석 내조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는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등 ‘쪽방촌’ 어르신들을 찾고 다음 날인 14일에는 부산 기장시장을 찾아 상인을 격려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안전한 수산물’ 홍보 등 추석 민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을 앞두고 광폭 행보를 보이는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길에도 동행했다.

김 여사는 ‘한가위 인 뉴욕’ 행사에 참석해 “해양도시 부산은 한국 경제의 탯줄이었고, 우리 경제의 어머니와 같은 도시”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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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잃은 조국호 답 없는 딜레마

길 잃은 조국호 답 없는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쇄빙선을 자처하던 조국혁신당이 난파 위기에 처했다. 출소한 지 한 달도 되지 않은 조국혁신당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이 비대위원장직을 받아들였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양새다. 파도처럼 밀려드는 딜레마에 모두가 그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성 비위 2건과 직장 내 괴롭힘 1건이 접수됐다. 첫 번째 성 비위 사건은 혁신당 상급자 A씨에 의해 약 10개월간 이뤄졌으며 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의 유죄 선고가 있던 지난해 12월12일 ‘노래방 회식’에서 발생한 성추행 사건이 이에 포함된다. 질질 끌더니… 결국 터진 폭탄 두 번째 성 비위 건은 지난 4월 혁신당 당직자 B씨가 당직자 면접을 보던 도중 발생했다. 직장 내 괴롭힘 역시 지난 1월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당 성 비위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금으로부터 약 4개월 전이다. 지난 5월6일, 사건이 보도되자 당시 황운하 원내대표는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당의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강도 높게 혁신해야 한다”며 “피해자 보호 대책부터 당내 조직 문화 개선, 그리고 당원들과 국민의 신뢰 회복 방안에 이르기까지 깊이 있는 논의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 보호와 진상조사 등 후속 조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당에서도 유감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재원 의원은 “오늘(5월9일)까지도 피해자가 요구한 외부 조사기관 지정과 피해자 중심주의에 입각한 철저한 진상규명, 가해자 처벌, 피해자 보호, 재발 방지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피해자와 가해자 간의 즉각적 분리 조치, 진상조사 기구를 통한 전수조사를 강력히 요청했지만 중앙당은 성 비위 건의 경우 윤리위원회, 괴롭힘 건은 인사위원회를 통해 조치하겠다고만 했다”고 비판했다. 최근까지도 당의 대처는 미온적이었다. 피해자 측에 따르면, 성추행 및 괴롭힘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이 당을 떠났고 관련해 당의 쇄신을 외쳤던 비대위원장은 제명됐다. 함께 목소리를 내던 운영위원 3명도 징계를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지난 4일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침묵을 끊겠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이면을 폭로했다. 강 전 대변인은 “동지라고 믿었던 이들의 성희롱과 성추행, 괴롭힘을 마주했다. 그러나 당은 피해자들의 절규를 외면했다”며 “폭넓은 2차 가해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강 전 대변인에 따르면 당 윤리위와 인사위원회는 가해자와 가까운 인물들로 채워져 있었고 외부 조사 기구 설치 요구는 한 달이 넘도록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 해결 과정서 피해자에겐 “너 하나 때문에 열 명이 힘들다” “우리가 네 눈치를 왜 봐야 하느냐”는 등 발언을 해 2차 가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아울러 당무위원과 고위 당직자 일부는 SNS에서 피해자와 조력자들을 향해 “당을 흔드는 것들” “배은망덕한 것들” “종파주의자” 등 조롱 섞인 글을 게시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성 비위 폭로…눈물의 기자회견 2차 가해 논란 풍비박산 혁신당 강 전 대변인은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귀한 조 비대위원장을 겨냥하며 “사면 이후 당이 제자리를 찾고 바로잡힐 날을 기다렸지만 더는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회견 직후 취재진들과 만난 자리서 “조 비대위원장이 수감된 기간 동안 당원들께서 편지로 (성 비위 사건) 소식을 전했고 나온 후에도 피켓과 문서로 해당 사실을 자세하게 전한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당도 입장에 변화가 없었고 조 원장한테서도 여태 다른 입장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당 안팎에서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발생한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혁신당 이규원 사무부총장은 “성희롱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으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최강욱 전 교육연수원장은 “조국을 감옥에 넣어 놓고 그 사소한 문제로 치고받고 싸운다” “혁신당에서 성 비위가 어떻든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아는 분이 몇 분이나 될까”라고 말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기자회견 이후 당의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조 비대위원장의 태도가 적절치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논란은 더욱 확산됐다. 조 비대위원장은 강 전 대변인이 기자회견을 연 당일 저녁, 자신의 SNS를 통해 “큰 상처를 받으신 피해자분들께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피해자 대리인을 통해 저의 공식 일정을 마치는 대로 고통받은 강 전 대변인을 만나 위로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제가 좀 더 서둘렀어야 한다는 후회를 한다”고 적었다. 이어 “수감 중 수많은 서신을 받았다. 피해자 대리인이 보내준 자료도 있었다”면서도 “그렇지만 당에서 조사 후 가해자를 제명 조치했다는 소식을 듣고 일단락된 것으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돌고 돌아 조국 매서운 후폭풍 문제가 된 대목은 “당시 당적 박탈로 비당원 신분이었던 저로서는 당의 공식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이 없었다” “비당원인 제가 이 절차에 개입하는 것이 공당의 체계와 절차를 무너뜨린다고 판단했다”는 부분이다. 당무에 관여할 수 없던 상황이라지만 혁신당의 정체성은 조 비대위원장인 만큼 “권한이 없었다”는 그의 말은 변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성 비위 사건의 피해자들이 수감 중이던 조 비대위원장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사면 이후 일언반구 없이 자기 정치에만 몰두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조 비대위원장은 ‘경향TV’ 유튜브에 출연해서는 “성 비위 사건이 발생했을 때, 그 후로 저는 옥중에 있었지 않나. 일체의 당무에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는 처지였다”며 비슷한 논조로 말했다. 이어 “석방되고 난 뒤에 바로 여러 일정이 잡혔고, 그 과정에서 저라도 조금 빨리 이분을 만나 소통했으면 어땠을까”라며 “잡힌 일정을 마치면 연락드리고 봬야겠다고 했었는데, 만남이 있기 전에 이런 일이 터져 참 안타깝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자신이 비당원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하지만, 혁신당은 조국의 이름을 걸고 만든 1인 정당에 가깝다”며 “당원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당을 꾸린 한 정치인으로서 책임을 져야 했다. 옥중에서도 언론과 인터뷰하는 등 활동을 하면서도 정작 성 비위 사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지 않은 건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진보의 위선’이라는 뼈아픈 지적이 나오면서 혁신당 성 비위 사건은 정치권 전체로 빠르게 번졌고 지도부는 사건에 대해 책임지겠다며 총사퇴했다. 조 비대위원장이 복귀한 지 3주 만에 당이 비대위 체제로 들어서면서 벼랑 끝에 놓인 혁신당을 누가 이끌지 관심이 쏠렸다. 단단히 꼬였다 당은 하나의 결론을 도출하기까지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혁신당 의원들은 지난 7일과 8일 연달아 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을 논의했으나 끝내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음 날인 9일 다시 의총을 열고 의원 다수의 의견에 따라 비대위원장으로 조 원장을 당무위원회에 추천하기로 결론이 났다. 당초 조 비대위원장의 정계 복귀는 오는 11월 전당대회를 통해 이뤄질 전망이었다. 그러나 지도부가 사퇴하면서 그 시기가 두 달가량 앞당겨졌고 조 비대위원장의 조기 등판을 놓고 당에서조차 엇갈린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자 측에서 조 비대위원장의 등판을 반대했던 만큼 외부 인사를 영입하는 것이 최적의 방안이었지만 물리적 시간의 제약 등으로 차선책인 조 비대위원장을 추대한 것이다. 이후 혁신당은 언론 공지를 통해 “반대 의견 중에 피해자 신뢰 문제로 조 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이는 여론이 급속도로 악화하자 ‘조국 1극 체제’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조 비대위원장을 향한 비판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우선 조 비대위원장이 예상보다 이르게 정계에 복귀했지만 그를 쇄신의 지표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재등장한 시점도 명분도 무엇 하나 납득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반대로 그가 비대위원장 자리를 거부했을 경우 “쇄신 의지가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비당원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말이 도화선이 된 것처럼 출소 이후 정치 생명을 회복한 뒤 피해를 수습해야 하지 않겠냐는 여론에 따른 것이다. 결국 ‘조국 책임론’에 발목이 잡혔다. 수많은 딜레마 속에서 조 비대위원장은 당의 키를 쥐었고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나서도 문제, 뒷짐도 문제 대권의 꿈 이렇게 무너지나 국민의힘은 “혁신당의 자진 해산 선언이다. 후안무치한 정당에 내일은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조 비대위원장은 해당 사건을 인지하고도 피해자와 조력자들의 요청을 묵살했던 인물”이라며 “강 전 대변인 등 피해자 측에서는 조국 비대위 체제에 대해 반대 의사를 강력히 표명했지만 피해자보다 ‘조국 수호’에 혈안인 혁신당에 이런 의견 따위는 중요치 않다”고 비꼬았다. 이재명정부의 책임론도 거론했다. 박 대변인은 “광복절 특사로 조 위원장을 불러낸 순간부터 이미 ‘조국 복귀 시나리오’는 짜여 있었던 것 아닌가”라며 “국민 앞에 반성은커녕 특사로 면죄부를 주고, 이제는 비대위 등판으로 마무리하려는 이 뻔뻔함을 국민이 어떻게 용납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했다. 막상 키를 잡은 조 비대위원장이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초반에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지금의 사태가 된 만큼 이제야 진상조사에 나서는 건 무의미하단 지적이다. 조 비대위원장이 정치 1선으로 나오면서 “당이 쓸 수 있는 모든 패를 다 써버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최악과 차악이라는 선택지만 남은 지금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조 비대위원장의 지지율이 떨어지면 다음 지방선거, 더 나아가 차기 대권에서 사용할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조국 사태’의 원인이었던 조 비대위원장이 또다 른 짐을 짊어지면서 그의 대권 가도가 점점 좁아질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가뜩이나 가능성이 작았던 더불어민주당-혁신당 간의 합당 논의가 끊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조 비대위원장이 대권 주자로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큰 당에 합류해야 하는데, 지금처럼 줄줄이 리스크를 안은 상태에서는 민주당도 선뜻 받아주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 뒷전인 채 조 비대위원장의 안위만 걱정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비대위가 들어서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이를 직시하고 반성하기보다 성 비위 사태로 인한 후폭풍과 조 비대위원장의 위상만 걱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명분도 타이밍도 신율 명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조 비대위원장은 옥중에서라도 입장 표명을 해야 했다”고 평가했다. 신 교수는 “(조 비대위원장이) 현재 어떤 직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가 정치권 전면에 나섰든 원장직을 유지하고 물밑에서 수습하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이번 성 비위 사건은 당에 치명타로 이어졌다. 당 전면에 나선 조 비대위원장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뿔뿔이 흩어지는 혁신당 성비위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자 창립 멤버를 비롯한 주요 인사들이 사퇴를 하거나 당을 떠났다. 먼저 지난 7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핵심 인사로 꼽히던 황현선 사무총장이 사퇴했다. 황 사무총장은 “당을 혼란스럽게 만든 점에 대해 당원들과 국민께 사과드린다”면서도 당 지도부의 사건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이미 밝혔듯이 당 지도부가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조사 과정과 조치를 의도적으로 지연시킨 것은 아니라는 점을 다시 말씀드린다”며 “저에 대한 모든 비판과 비난을 모두 감내하겠다”고 밝혔다. 혁신당 창당 당시 공동 창당준비비대위원장을 지내며 조국 비대위원장을 도왔던 은우근 상임고문도 지난 10일 탈당 소식을 알렸다. 은 상임고문은 “혁신당이 이 위기를 통해 새롭게 태어나길 바란다”며 “무엇보다 위기가 어디에서 비롯했는지에 대한 철저하고 근원적인 성찰이 우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성 비위 사건 피해자와 피해자 대리인에 대해 매우 부당한 공격이 시작됐다. 잔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극히 위험한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을 위해서나 어떤 누군가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멈춰 달라”며 “당의 사무처에서도 신속하게 대처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당부드린다”고 호소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