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 깔린’ 윤석열 한가위 플랜

‘민심·표심’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번 추석 연휴는 예년보다 길다. 그동안 왕래가 없던 친인척끼리 마주하는 시간이 늘어난 셈이다. 명절 대화 주제 중 빠질 수 없는 내용은 바로 정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추석을 앞두고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뿌린 만큼 민심을 거둘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가 눈에 띄게 잦아졌다. 추석을 맞아 민심잡기에 나선 것이다. 관건은 이 시기에 쌓아둔 민심을 깎아 먹지 않고 총선까지 유지할 수 있는지다. ‘빈손 외교’부터 개각 인사 논란까지 지지율이 아슬아슬하다는 평이 나온다.

총선 위한
시나리오

최근 추석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 지난 13일 단행된 개각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해석된다. 장관 후보자들의 과거 행적과 ‘MB정권 돌려막기’ 비판이 재조명되면서 대통령실의 인사풀 문제로 이어진 것이다.

이날 윤 대통령은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를 내정했다. 논란의 중심이 된 부처를 대상으로 개각을 진행한 탓일까? 인사청문회가 가닥 잡히기 전부터 후보를 향한 날 선 공방이 이어졌다.

신 후보는 ‘을사늑약’을 체결했던 이완용에 대해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고 두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방부 장관으로서 자격이 없다며 지명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다.


유 후보의 경우 2008년 이명박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 재임 시절 욕설 논란 등 부적절한 언행이 지적됐다.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 의혹에 휩싸이면서 이동관 방통위원장과 투트랙 장악을 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마지막으로 김 후보는 주식을 제3자에게 맡겨놓은 이른바 ‘주식 파킹’ 의혹을 받으면서 국민의 비판을 샀다. 백지신탁 이후 본인과 배우자의 지분이 단 1%도 없었다는 해명과 달리 ‘소셜뉴스’의 지분 25.8%를 확보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다.

특히 백지신탁 이행을 위해 김 후보 배우자의 지분을 떠안았다던 시누이의 지분이 이 시기 12.82%서 1.1%로 줄어 주식 파킹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현재진행형이다.

세 인물의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자 민주당은 “부적격이 후보 자격의 기준이 된 것 같다”며 수위 공세를 높였다.

개각이 진행될 때마다 윤 대통령은 지지율에 타격을 입었다. 내달 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와 차기 총선이 남은 현시점서 벌써부터 민심이 위태롭다는 평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연말 동선은 지지율은 물론, 총선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국민의힘 안팎을 둘러싼 인물의 입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국민의힘은 중도층 민심을 끌어오기 위한 인재 영입에 나섰다. 지난 20일 조광한 전 남양주 시장, 김현준 전 국세청장, 고기철 전 제주도 경찰청장, 박영춘 전 SK 부사장, KBS 코미디언 출신의 유튜버 김영민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들은 보수·여당의 험지에 뿌리를 둔 인사들로 분류된다. 친노(친 노무현)계 전직 지자체장을 비롯한 문재인정부 고위공직자 출신을 등에 업은 것이다.


개각 이후 고꾸라진 여론
총선 후보와 PK로 고삐 꽉

국민의힘은 민주당 위성정당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시대전환 조정훈 대표와 합당도 추진 중이다. 총선 전략으로 ‘험지’ ‘외연확장’에 방점을 찍었다는 게 일부 정치권 관계자의 시선이다.

총선에 대비한 장관 교체 역시 주목할만한 시나리오다. 현재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박진 외교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이 총선 출마 후보로 거론된다.

공직자가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선거일 90일 전에 공직서 사퇴해야 한다. 12월 전후로 3~4개의 부처를 대상으로 추가 장관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대거 인사이동이 예상되는 만큼 추석 이후 총선 출마 후보와 차기 장관 후보를 동시에 관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원 장관과 한 장관은 언론 노출이 잦은 만큼 정치에 관심이 없는 국민에게도 여러 차례 눈도장을 찍은 인물이다. 이 같은 ‘스타 장관’이 무당층을 타깃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끌어낸다면 국정 이미지 쇄신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장 눈앞에 놓인 현안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지표다. 현재로서는 싸늘해진 PK(부산·경남) 민심과 윤 대통령의 외교·안보가 대두되고 있다.

정부·여당은 보수 텃밭인 PK와 TK(대구·경북)가 지지율의 쌍두마차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최근 PK 세력이 약해지면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이하 엑스포) 등 정책 이슈 관련 체감도는 낮은 반면, 후쿠시마 오염수를 비롯한 안전 문제와 외교 민감도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유엔총회 참석 순방은 엑스포와 외교·안보를 동시에 만회할 수 있는 기회로 꼽힌다.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데이비드 캠프’서 윤 대통령이 미국과 일본의 국익에 도움만 주고 정작 우리는 받아온 게 거의 없다는 혹평이 나와서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은 미국 뉴욕서 열리는 유엔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나 나라별 맞춤형 협력과 엑스포의 비전을 설명하며 지지를 요청했다.

기죽은
민주당

민주당 관계자는 “지난 순방은 오염수 방류라던가, 일본에게 이익을 주면서까지 우리가 얻는 건 단 한 개도 없었다”며 “이번에도 빈손으로 귀국한다면 그야말로 처참한 외교 참사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이번 외교를 통해 국익이 눈에 띄게 부각된다면 그만큼 추석 민심에도 톡톡히 반영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민의힘은 추석 전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띄우면서 정부·여당 지지율 상승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밖에도 ‘문정부 통계 조작’과 ‘대선 공작 게이트’ 등을 추석 밥상에 올리면서 전방위로 압박하고 나섰다.


앞서 이 대표는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과 관련해 지난 9일과 12일 두 차례에 걸쳐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어떻게든 비회기를 건너뛰고 추석 밥상에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이슈를 올리겠다는 정치 검찰의 추악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지난 19일 오전 윤 대통령의 재가를 거쳐 국회에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보냈다. 단식투쟁에 나선 이 대표가 건강 악화 탓에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였다. 체포동의안 당론을 두고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비 이재명)계가 팽팽하게 맞붙었다.

당에 분열이 생기면 지지율 역시 함께 타격을 입는 만큼 국민의힘 입장으로서는 1타2피인 셈이다.

비명계는 체포동의안 가결을 주장해왔다. 체포동의안 부결 시 ‘방탄 국회’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여론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직접 의원들에게 가결을 요청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만일 가결이 돼도 반란표가 아닌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정당이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다만 친명계는 단식투쟁을 이유로 동정론을 호소하면서 전체적인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을 중심으로 체포동의안 부결 의원에 대한 ‘색출론’도 확산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체포동의안 가결을 압박했던 바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서 “민주당은 국민이 던지는 싸늘한 눈길을 염두에 두고 체포동의안 표결에 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결국 부결도, 가결도 민주당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안 쳐내기에 급급한 민주당이 추석 민심을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침몰하는
김기현호?

결국 지난 21일,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당분간 민주당은 당내 혼란을 수습하는 데 주력을 다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표결 결과 재석 의원 295명 중 찬성 149표, 반대 136표, 기권 6표로 과반을 채우면서 최종 가결됐다. 무효는 4표였다.

게다가 최근 문정부 통계 조작과 대선 공작 게이트 의혹이 불거지면서 생긴 ‘조작을 일삼는 야당’ 프레임 역시 부담으로 작용된다.

지난 15일 감사원은 문정부가 당시 집값, 소득, 고용 등 주요 국가통계를 작성·활용하는 과정서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한국부동산원, 통계청 등을 압박해 수치를 조작했다는 것이다.

대선 공작 게이트는 <뉴스타파>가 대선 사흘 전인 지난해 3월6일, 신학림 전 언론노조 위원장이 제공한 김만배씨와의 인터뷰 녹음파일 편집본을 보도한 것을 말한다. 윤 대통령이 대검 중수2과장이던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당시 박영수 변호사를 통해 대장동 대출 브로커 조우형씨의 수사를 덮었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검찰은 해당 언론사가 허위 인터뷰를 하고 그 대가로 신 전 위원장에게 1억65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건에 관해 국민의힘에서는 “대선과 부동산을 조작해 국민을 속인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통계 조작과 대장동 허위 인터뷰 의혹을 동시에 겨냥해 “조작된 뉴스와 허위 사실에 기초한 주장을 원칙적으로 퇴출시켜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김건희 여사 특검과 이 대표 수사 등 여야 모두 인물 위주의 현안을 추석 밥상에 올렸다. 다만 이번에는 이 대표 개인이 아닌 민주당 자체를 타겟으로 올린 만큼 ‘민주당 심판론’에 불을 지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으레 국민은 명절마다 모여 현 대통령에 관한 평가와 물가, 경제 등 정권 심판 발언을 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슈성이 강한 이 대표의 단식과 체포동의안 등 야당의 부정적인 면이 더욱 돋보이는 형국이다.

이 리스크에 치고 나가는 윤?
엇박자 타는 김기현의 무리수

추석에 쏠린 민심이 연말까지 이어질지 확신할 수 없다. 윤 대통령과 여당에 손발이 맞아야 안정적인 지지율을 장시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 입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메시지 하나에도 민심이 흔들리는 만큼 ‘일심동체’ 같은 국정 수행 능력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런데 최근 김 대표 리더십 위기설에 연기가 오르면서 정부·여당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최악의 경우 국민의힘이 민주당보다 먼저 비대위 체제로 돌아설 것이란 해석이 나오면서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를 내보낸 윤 대통령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예스맨’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 인물이 김 대표인데, 막상 앉혀놓고 보니 용산에 납작 엎드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은 모양”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추석 이후 강서구청장 당선 여부에 따라 당 대표직 존폐가 갈리지 않겠느냐”며 국민의힘 체제 변화를 귀띔했다.

최근 김 대표의 거친 발언이 이어지는 것 역시 용산을 향한 ‘세레나데’라는 평이다. 김 대표는 지난 대선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의혹을 ‘국가반역죄’와 ‘1급 살인죄’에 비유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판한 자우림 멤버 김윤아씨를 ‘개념 없는 개념 연예인’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선주자가 아닌 김 대표가 존재감과 역할 부문서 한계를 느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쌈닭’ 같은 말과 행동이 일종의 생존 방식이라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생존 방식이 오히려 시한부 정치 인생을 앞당겼다고 평가하는 모양새다. 민주당을 향한 거친 발언이 강성 지지자들에게 사이다일지는 몰라도 무당층에는 되레 반감을 사게 하는 자충수라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 만나 “애초에 김 대표는 거친 발언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데 억지로 내뱉다 보니 국민이 봤을 때 오히려 껄끄러운 부분이 있다”며 “요즘 들어 용산과 ‘쿵짝’이 잘 안 맞는 모양”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김 대표 체제가 존재하는 이유는 총선 승리다. 이번 총선서 국민의힘이 패배한다면 국정 동력은 물론 지지율까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 책임은 오롯이 당 대표가 떠안게 된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지도부를 물색해 총선 전 이미지를 쇄신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뿌린 만큼
거둘라나?

일부 정치권 관계자는 오히려 추석 밥상에 정치 이야기가 오가지 않을 가능성도 제시했다. 가족이 모인 자리서 서로 얼굴을 붉히느니 애초부터 정치 성향을 드러낼만한 대화의 물꼬를 트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정치인들은 추석 민심 선점을 위해 저마다 계산기를 빠르게 두드리고 있다. 대통령도 예외는 없다. 총선이 다가오는 만큼 한 표가 소중한 때다. 상대방의 약점을 터뜨리고 내 것은 감추기 위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여사님의 조용한 추석 내조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는 6·25전쟁 참전 국가유공자 등 ‘쪽방촌’ 어르신들을 찾고 다음 날인 14일에는 부산 기장시장을 찾아 상인을 격려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해 ‘안전한 수산물’ 홍보 등 추석 민심잡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추석을 앞두고 광폭 행보를 보이는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 해외순방 길에도 동행했다.

김 여사는 ‘한가위 인 뉴욕’ 행사에 참석해 “해양도시 부산은 한국 경제의 탯줄이었고, 우리 경제의 어머니와 같은 도시”라며 부산 엑스포 유치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박>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