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장 선거에 목매는 양당 막전막후

자존심 걸린 ‘총선 전초전’

[일요시사 정치팀] 차철우 기자 = 차기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10·11 보궐선거 승리를 위해 골머리를 맞대고 있다. 윤석열정부의 중간 성적표로 평가되는 만큼 차기 대선까지 영향이 끼치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정권교체, 검찰정부’라며 국민의힘을 겨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대적할 인물을 두고 고심 중이다. 내년 총선서 이기는 쪽은 한숨을돌릴 수 있다. 당장은 보선이 코앞이다.

내달 11일, 여야가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의 광복절 특사 사면 복권으로 다시 한번 맞붙게 됐다. 10·11 보궐선(이하 보선) 선거인 수는 총 50만5034명으로 지난해 4만8000여명서 2000명가량 늘었으며 투입되는 혈세는 무려 40억원에 달한다. 차기 총선을 감안할 때 더불어민주당도, 국민의힘도 결코 물러설 수 없는 선거다. 패배 시 적잖은 타격으로 당이 비상 체제로 돌입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치열한
신경전

강서구청장 보선을 두고 양당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민주당은 텃밭을 되찾기 위해, 국민의힘은 바로 직전 구청장이 되돌아오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3명의 후보들 중 진교훈 전 경찰청 차장을 전략공천했다. 진 전 차장은 정치에 발을 이제 막 들인 신인이다. 

33년 동안 경찰 밥을 먹었던 그는 지난해 6월 차장을 끝으로 퇴임했다. 당초 민주당에는 14명의 인물들이 강서구청장에 나가겠다며 후보로 등록했다. 이후 진 전 차장을 포함한 3명의 예비후보로 추려졌고, 진 전 차장이 최종후보로 결정됐다. 

민주당은 강서구청장 후보 결정까지 공식적인 과정을 거쳤다. 진 전 차장을 전략공천한 배경에는 지지 기반을 다지면서 외연 확장이 가능한 인물로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출마 선언한 지 10일 만에 후보로 낙점됐지만, 지지도나 인지도가 비교적 빠르게 상승했다. 


정치 신인인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는 신선함을 줄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또 강서구서 20년 정도 거주해 지역 주민과도 소통이 가능한 점도 플러스 요인이다. 이를 바탕으로 민주당은 검증된 인물이라며 도덕성에 결함이 없음을 강조하고 나섰다. 

이재명 대표 역시 “새로운 인재 영입도 필요하다”며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전략공천 이유를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경찰청서 3년 넘게 했던 기획조정과장을 맡았던 이력도 공천에 적잖은 도움이 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 예산, 조직, 성과 관리 등을 업무를 담당했던 데다 행정안전부, 국회, 기획재정부 등 국가 업무 이력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라디오서 밝힌 그의 강서구청장 도전 이유는 행정가로서 구민들의 삶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입장서 강서구청장 탈환은 절실하다. 진 전 차장 본인은 동의하지 않았으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번 보선은 경찰과 검찰의 대립구도로 설정됐다. 이미 윤석열정부를 두고 민주당은 검찰정부, 검찰 독재로 낙인찍었다. 

이번 강서구청 보선서 민주당은 이를 시험하려는 모양새다. 진 전 차장은 이 대표의 단식 장소서 공천장을 받았다. 

테스트 격 4·10 시험무대
‘강대강’ 양측 저격수 배치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의 상상을 초월하는 퇴행과 민주주의 파괴를 멈춰 세워야 하는데 강서구청장 선거가 그 전초전”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존재감을 심어주려는 듯 나란히 앉아 사진도 함께 촬영했다. 


지난 지방선거서 국민의힘 김 전 구청장에게 패배한 이력이 있는 민주당은 전 차장의 낮은 인지도가 약점으로 통한다. 실제로 정치에 입문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정치 신인으로 일종의 배수진이기도 하다. 

함께 경선을 치렀던 후보들의 반발도 예상된다. 당초 민주당은 경선으로 방향을 잡았으나 김 전 구청장이 공천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전략공천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선을 기대하고 있던 예비후보들 입장에선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규의 전 수석부대변인은 “공천 과정서 어제의 정당과 차별성이 없는 정치공학적인 모습으로 일관해 후보와 강서구민의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며 “내년 총선도 이런 식으로 가지 않겠냐는 잘못된 시그널마저 주고 있다”고 정면 비판했다. 

상황은 국민의힘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공천서 후보를 공천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바꾼 탓이다. 앞서 국민의힘은 무공천 기조가 뚜렷했던 바 있지만 막상 선거를 앞두고 김 전 구청장이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되면서 입장이 바뀌었다. 

차기 총선의 전초전으로 불리는 이번 보선서 패배 시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수도권 위기론이 재점화될 수 있다. 또 대통령 사면권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게다가 강서구는 국민의힘에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후보로 누가 나와도 이기기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민주당이 먼저 후보를 결정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일각에선 용산 대통령실의 의중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김 전 구청장은 지난해 6월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국민의힘 소속 후보로 출마해 서울 강서구청장에 당선됐다.

무공천
급선회

그러나 지난 5월18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 집행유예 2개월의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났다. 검찰 공무원 출신인 그는 2018년부터 1년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원으로 일하면서 알게 된 비밀을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누설한 혐의로 기소됐다. 

우유근 주러시아 대사 금품수수 의혹 등 비위 첩보와 김상균 철도시설공단 이사장 비위 첩보 등을 알려 최종심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이후 3개월 뒤,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되면서 정치적 판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면 복권 이후 김 전 구청장은 기다렸다는 듯 보선 출사표를 던졌다. 예비후보 등록 및 선거사무소 개소식까지 끝냈다. 당시 국민의힘 내부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으나 민주당 후보가 결정된 직후 ‘김태우 공천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여기엔 이른바 해볼만하다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후보를 내고도 패배한다면 지도부에 책임론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진 전 차장을 전략공천한 이상 민주당 내부의 반발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반사이익을 누리겠다는 심산으로 읽힌다. 실제로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쉽지 않은 선거가 되겠지만, 후보를 내는 게 집권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라고 언급했다. 

현재 국민의힘엔 김 전 구청장을 비롯해 김진선 강서병 당협위원장, 김용성 전 서울시의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국민의힘 역시 민주당처럼 공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복잡한 당내 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 7일,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완료하는 한편, 원칙대로 공정한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략공천을 암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으나, 사실상 광복절 특사 때 사면 복권된 김 전 구청장을 공천하겠다는 기류가 강했다. 

번복에 번복
또다시 혼란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전략공천은 무리라는 시선도 존재한다. 그가 이번 보선의 원인 제공 당사자라는 점 때문이었는데, 재차 경선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선 중앙당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를 구성해 후보자 추천 절차에 돌입했다.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이철규 사무총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위원으로는 박성민 의원, 배현진 의원, 강민국 의원, 김선동 서울시당 위원장, 송상헌 홍보본부장 등 5명이다. 

문제는 경선이다. 김 전 구청장이 경선 대상자인지 여부를 두고 내부서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민의힘 당규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이유 등으로 인한 재·보선이 발생한 경우 해당 선거구의 후보자를 추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김 대표는 “당헌·당규상 보선 원인(제공)에 따른 무공천 사유가 아니다”라며 “이 사안은 김명수 대법원이 저지른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등’이다. 김 전 구청장이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공무상비밀누설죄에 해당해 선거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해당 당규에서는 등이라는 항목이 있는 만큼 공무상비밀누설죄 역시 해당 범주에 포함된다고 볼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다. 해석에 따라 김 전 구청장이 경선 대상자가 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다. 

국민의힘 관계자 역시 “등을 다르게 해석할 여지는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인지도 전문가 고심
무소속으로 출마하면 표 이탈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경선 방식을 정한다는 건 맞지 않는 논리다. 보선 유발자를 경선 대상자로 선정한 게 의문”이라고 강력 반발했다. 이 관계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1심, 울산시장 선거 부정 사건 등 개입된 사건이 줄줄이 대기 중”이라며 “당에서는 이 사건이 (국민의힘에)유리하다면 키워야 하는데 오히려 조용하다. 한 후보(김 전 구청장)를 밀어주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앞서 김 위원장은 김 전 구청장에게 후보를 한차례 양보한 경험이 있다. 단일화를 통해 김 전 구청장을 도와 선대위원장까지 역임했던 바 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김 위원장은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도 염두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전 구청장의 출마 선언과 맞물려 당내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지역 정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보선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 만약 그가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 출마할 경우, 국민의힘 내부의 혼란은 한층 더 가열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당에서도 선거를 앞둔 상황서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조직력도 탄탄한 편인 것으로 전해진다. 강서구청장 투표율은 25% 정도로 6만표 정도를 얻을 경우 당선이 가능한데, 김 위원장의 지지 세력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인물에게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당도 마찬가지다. 작은 표 차이로 패배한다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말이라도 듣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큰 차이로 패배하게 되면 수도권 위기론을 현실화하는 꼴이 된다. 

김 위원장은 공관위의 경선 룰 결정 이후 탈당할 가능성도 엿보이는데 이는 경선서 패배했다는 명분을 심어주지 않기 위함으로 읽힌다. 

수도권 명운
졌잘싸 없다

김 위원장 측 관계자는 “지금은 당에서 어떤 말을 해도 믿지 못할 것 같다. 경선이 최종 결정된 뒤, 룰이 불리하다고 여겨지면 탈당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에서 경선 대상에 김 전 구청장을 포함시키는 순간 자가당착에 빠진다. 스스로 논리 모순에 빠지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ckcjfdo@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서구청장 다른 당 후보는?

역대급으로 구청장 선거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이를 두고 치열하게 눈치 싸움을 벌이고 있다.

소수 야당 역시 후보를 내면서 기대감을 모은다. 

정의당에서는 현재 강서구 지역위원장을 맡은 권수정 후보를 냈다.

전주 보궐선거서 당선돼 이목을 끌었던 진보당도 권혜인 전세사기·깡통전세 대책위 공동위원장을 후보로 선정했다.

이 밖에 원내에 진출하지 않은 정당들도 각각 후보를 내면서 강서구청장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녹색당 김유리 후보, 민생당 김영숙 후보, 우리공화당 이명호 후보, 자유통일당 고영일 후보다.

무소속 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행정사로 일하고 있는 안성현 후보다. <차>

<기사 속 기사> 강서구 시급한 현안은?

김포공항으로 서울 강서구 전체 면적의 97.3%가 고도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런 탓에 주민 재산권 행사 및 지역 균형발전에도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2013년 30만명 주민 서명 운동을 통해 2015년 항공법(현 공항시설법)이 개정된 바 있다.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됐지만 국토교통부는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 개정 이후에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터라 7년이 지난 현재도 개정된 법규를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차기 강서구청장 역시 이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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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