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나온 ‘은둔형 외톨이’ 만나보니…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9.13 14:28:24
  • 호수 144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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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잠재적 범죄자라고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4년 동안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 스스로를 방안에 고립시키는 순간, 방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누군가는 은둔형 외톨이의 삶을 무책임하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부단히 몸부림친다. 외롭고 고독한 삶을 벗어나기 위해서다.

“도움이 필요한 우리 청년들 숫자가 10만명이 넘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청년들을 발굴하는 체계적인 것들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말이다. 지난 4월, 서울시는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청년 가운데 ‘고립·은둔 청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고립·은둔 중인 청년 비율은 4.5%(고립 3.3%, 은둔 1.2%)로, 이를 서울 청년 인구에 적용하면 최대 12만9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왕따부터…

은둔형 외톨이(이하 외톨이)는 고독사 위험이 특히 높다. 국내 외톨이는 1인 가구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취업·사업 실패·이혼 등을 겪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은둔하는 방법을 택했다. 동시에 늘어나고 있는 것이 중년 고독사다.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서 2021년 고독사 사망자 수는 총 3378명으로 최근 5년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매년 남성 고독사가 여성 고독사에 비해 4배 이상 많으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연령은 50~60대였다. 외톨이가 고독사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묻지마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이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인식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하지만 이들은 사회적 시선이 무서워 숨은 사람으로 이 같은 인식관이 이들을 더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만든다. 


초등학생 때부터 우울증을 겪은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외톨이 생활을 했다. 그가 외톨이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A씨는 “나는 한때 외톨이였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어릴 때 겪은 일로 인해 외톨이가 된 것 같다. 지금은 다 회복하고 사회에 나와 생활하고 있다. 나는 고독사로 생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고, 결국 평범한 삶을 살 수 있게 됐다”고 고백했다.

A씨는 원래도 활발한 성격은 아니었다.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집에서 책을 읽거나 게임을 하는 것을 즐겼다. 아침마다 등교하는 것이 힘들어 학교를 빠지기도 했고, 아프다는 핑계로 학교를 조퇴하기도 했다. 

A씨가 외톨이가 된 이유는 다름 아닌 학교폭력 때문이었다. 뉴스에 보도되듯이 가학적인 학교폭력을 당한 적은 없지만, 소위 말하는 은따였다. 친구가 없었던 A씨에게 학교는 고독한 장소였다. 따돌림을 당한다고 정확하게 인식한 것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다.

고립·은둔 청년 비율 4.5%
대부분 ‘우울증’으로 시작

학교서 수학여행을 갔는데 친구들이 갑자기 A씨를 따돌리기 시작했다. 이유는 몰랐다. 결국 A씨는 수학여행 내내 혼자 있었고, 선생님이 “왜 혼자 돌아다니냐”고 물을 때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숙소에서는 구타당하기도 했다.

괴롭힘은 꾸준히 이어졌다. 졸업한 뒤 동네서 학교폭력 가해자를 우연히 마주쳤다. 가해자는 A씨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안녕, 잘 지내니?”라고 웃으며 물었다. 자신을 학교폭력으로 괴롭혔던 가해자가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 것에 분노를 느꼈다. 이날 가해자와의 조우는 A씨가 외톨이가 된 계기로 작용했다.


결국 A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에 틀어박혔다. 몇 없던 친구와의 연락은 끊겼고 가족과의 대화마저 단절되면서 걱정이 이어졌다. 그렇다면 방에서 나오지 않았던 A씨는 과연 편했을까? 물론, 그렇지 않았다. 시시때때로 ‘죽고 싶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했고, 이런 생각을 없애기 위해서 몸부림쳐야 했다.

인터넷에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글을 써서 경찰이 찾아온 적도 있었다. 처음에는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왜 오지랖을 부리냐며 화를 냈지만, A씨는 “그 후로 똑같은 일이 일어날까 봐 극단적 선택을 하지 못했는데, 지금은 신고해준 사람이 고맙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 기간 A씨는 소설책을 반복해서 읽었다. 집에 있는 책을 전부 서른 번 넘게 읽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게임, 웹서핑, 유튜브, 영화도 봤다. 가족과는 대화하지 않았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 있는 사람들과는 대화했다.

괴롭지 않기 위해 보낸 시간이었다. 특히 온라인서 A씨는 누구보다도 사회적인 사람이었다. A씨가 집 밖을 나가지 않을 때, 가족들은 주위 사람들에게 그가 대학입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름인 줄 알고 문 여니 눈이…
가족들 관심이 회복에 큰 도움

A씨는 “외톨이가 된 경우 가족 대부분은 이렇게 말한다. 외톨이가 된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퇴, 대학 미진학, 휴학, 질병, 가족의 간병, 취업 준비 등을 시작으로 외톨이가 된다”며 “내 부모님은 ‘우리 애가 3수 중’이라고 말했다. 이런 식으로 돌려 말하다가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친다”고 말했다.

이어 “나도 처음에는 내가 외톨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야 외톨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깨닫고 나서는 정말 힘들었다. 하지만 이걸 인정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완전히 집을 나서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1년에 2, 3번 정도 외출을 했다. 겨울이라고 생각해 상의로 가디건 위에 패딩, 하의로 두꺼운 바지를 입었는데 현관문을 열고 보니 햇볕이 뜨거운 여름이었다. 또 눈이 올 때 문을 닫았는데 이미 여름이 오고 있었다. 어느 때는 여름인 줄 알고 가볍게 입고 현관문을 여니 눈이 쌓여 있기도 했다.

충격이었다. 자연스럽게 삶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했다. A씨는 “동굴 속에만 있던 사람이 바깥으로 나와 처음으로 자연 풍경을 보면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도 바깥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처럼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A씨는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의 삶을 고민했던 외톨이 삶을 벗어나기로 마음먹었다. 처음 도전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하는 것이었다. A씨가 회복하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것은 가족이었다. 가족들은 A씨가 함께 식사할 때마다 다양한 음식을 내놨다.

돈까스, 회, 냉면, 통닭처럼 매일 메뉴가 바뀌었다. 이렇게 방 밖으로 나가기 시작하니 외출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지만 부담스럽기도 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사람이 없는 새벽 시간에 외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점차 산책 시간을 늘렸고, 산책하다 보니 소비도 시작됐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A씨는 사회에 스며들었다.


식사가 시작

A씨는 “만약 가족들이 방 밖으로 나와서 함께 식사할 때 나를 혼내거나, 나를 마주하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으면 다시 방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며 “나는 4년 만에 집 밖을 나왔는데, 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도 안 난다. 외톨이는 평범하게 사는 삶을 동경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alsw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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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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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