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관광 ①서울 반포대교와 잠수교

이토록 낭만적인 한강의 밤

서울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많다. 어둠이 드리울 때 은은하게 피어나는 촘촘한 불빛은 일상 속 따뜻한 위로가 되고, 여행자에게는 특별한 낭만을 전해준다. 반포한강공원 밤 나들이는 고요 혹은 생기, 두 가지 분위기를 모두 품고 있어 그날 마음에 따라, 발길 닿는 대로 골라서 즐기면 된다.

해가 뉘엿뉘엿 질 무렵에는 서래섬으로 향하자. 짧은 다리 하나 건넜을 뿐인데, 도시의 번잡함이 순식간에 사라진 느낌이다. 꾸밈없는 자연의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서래섬은 1986년에 조성했다. 평소에는 주민이 찾는 소소한 산책로다. 듬성듬성 심긴 수양버들이 눈에 띄고, 강바람에 흔들리는 버들잎이 청량하다.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

계절에 따라 다양한 꽃이 만발해 사진을 찍으려는 이가 모여든다. 무엇보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환상적인 일몰을 감상하는 비밀스러운 장소다. 여럿이 떠들다가도 해가 저물 때는 장엄한 풍경 앞에 절로 고요해진다.

서래섬 옆에는 어두워질수록 본연의 모습을 뽐내는 세빛섬이 있다. 한강을 화려하게 수놓는 이곳은 정박한 배에 건축물을 얹은 듯, 그야말로 물에 뜬 공간이다. 각각 활짝 핀 꽃과 꽃봉오리, 씨앗을 형상화한 가빛섬과 채빛섬, 솔빛섬이 메인 섬으로 화사하게 빛나고, 그 옆에 야외무대 예빛섬이 있다.

메인 섬에는 레스토랑과 카페·편의점·연회장 등이 들어섰으며, 지난 5월 개방한 가빛섬 옥상은 전망대로 활용한다. 대형 LED 스크린과 수상 무대가 마련된 예빛섬에서는 특정한 날 영화나 스포츠 경기, 공연 등을 관람할 수 있다.


한강에 조금 더 가까이 가고 싶다면 세빛섬서 출발하는 카약과 보트, 튜브스터(물 위에서 식음료를 즐길 수 있는 원형 보트) 등 수상 레저 어트랙션을 추천한다. 저녁 무렵부터 해가 질 때까지 즐기는 선셋 카약은 혼자나 둘이서 한강의 고즈넉한 매력을 누릴 수 있다.

초보자도 노를 젓기 쉬워, 잔잔한 물결에 몸을 맡기고 느긋하게 마음먹으면 노을이 주는 풍경에 고요히 스며든다. 최대 탑승 인원 6명인 튜브스터는 늦은 밤까지 운영해 도란도란 한강의 야경을 만끽하기 좋다. 튜브스터에 테이블이 있으니 간단한 식음료(주류 금지)를 준비하는 것도 팁!

오후 7시30분, 반포대교에서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지기 시작한다. 달빛무지개분수는 상류 쪽과 하류 쪽 길이가 총 1140m에 이르러, 2008년 ‘세계서 가장 긴 교량 분수’로 기네스북에 등재됐다. 음악에 맞춰 시시각각 변하는 조명이 한강을 화려하게 물들이고, 상하로 움직이는 스윙 노즐서 나오는 물줄기가 너울진다.

달빛무지개분수는 오는 10월까지 하루 5~6회 가동한다(9~10월 가동 시간 12:00, 19:30, 20:00, 20:30, 21:00 / 매회 20분). 2023차없는잠수교뚜벅뚜벅축제가 열리는 9월 일요일에는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매시간 분수가 뿜어져 나온다.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분위기를 돋우며, 선곡표는 미래한강본부 홈페이지서 확인할 수 있다.

2023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개최
마켓과 다양한 거리공연 및 선셋 포토존도

잠수교 아래서 바라보는 분수 풍경도 놓치지 말자. 머리 위에서 은하수가 쏟아지는 듯 색다른 풍경을 마주한다. 달빛무지개분수를 더 넓은 시야에 담고 싶다면, 약 1.2㎞ 떨어진 잠원한강공원에 자리한 카페가 뷰 포인트다.

가을에는 잠수교를 자유롭게 거닐며 야경을 만나자. 지난봄 약 97만명이 다녀간 2023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가 가을에 다시 개최된다. 축제 기간에 자동차는 통행 금지로, 보행자만 자유롭게 잠수교를 누빌 수 있다. 플리 마켓과 푸드 트럭이 들어서고, 다양한 거리 공연이 펼쳐지며, 빈백에 누워 편안하게 책을 읽는 이색 프로그램도 있다.


노을을 배경으로 예쁜 사진을 찍는 선셋 포토 존도 마련된다. 축제 기간은 9월3일~11월12일(이달 기준, 일요일 정오부터 오후 9시까지 / 추석 연휴 제외, 10월 이후 운영시간 미정)이다.

반포한강공원에서 20분 정도 걸으면 수도권전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과 이어진 고투몰에 닿는다. 총길이 약 880m, 620여개 점포가 들어선 지하상가다. 의류부터 신발, 가방, 인테리어 소품, 침구, 그릇, 꽃 등 최신 트렌드를 반영한 아이템을 합리적인 값에 판매한다.

예술의전당은 음악당과 오페라하우스, 한가람미술관, 서울서예박물관 등 7개 공연장과 2개 미술관, 1개 박물관이 들어선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복합 문화예술 공간

특히 야외에는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세계음악분수가 오는 10월까지 평일 2회, 주말·공휴일 5회 가동한다(월요일 쉼). 서래마을 뒤편 서리풀공원에 지난 6월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이 개관했다. 부드러운 곡선이 돋보이는 아담한 공간에 다양한 분야의 책 2만1000여권을 구비했으며, 내부에는 종합자료실과 키즈룸, 어린이자료실, 카페 등이 있다. 너른 창밖으로 녹지가 조성돼 숲속에서 책을 읽는 느낌이 든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코스
예술의전당→고투몰→반포대교와 잠수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예술의전당→고투몰→반포대교와 잠수교
-둘째 날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서래마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미래한강본부 https://hangang.seoul.go.kr
-서초구 문화관광 ww w.seocho.go.kr/site/seocho/CinemaHeaven.do
-고투몰 www.gotomall.kr
-예술의전당 www.sac.or.kr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 https://forest.seocholib.or.kr

문의 전화
-한강공원 반포안내센터 02)3780-0541~4
-서초구청 문화관광과 02)2155-6205
-고투몰 02)535-8182
-예술의전당 1668-1352
-서초구립방배숲환경도서관 02)537-6001

대중교통
-전철 수도권전철 3·7·9호선 고속터미널역 8-1번 출구, 반포한강공원까지 도보 약 20분.

*문의: 서울교통공사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143·401·406·N75번 버스 등 이용, 반포대교남단·한강시민공원입구 정류장 하차, 반포한강공원까지 도보 약 15분.405·740번 버스 등 이용, 반포한강공원·세빛섬 정류장 하차. 


*문의: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https://topis.seoul.go.kr

자가운전
남산1호터널톨게이트→한남제1고가차도→경부고속도로·한남대교 방면 왼쪽→한남대교 남단서 올림픽대로(종합운동장·김포공항) 방면 오른쪽 서울도시고속도로 진입→김포공항 방면 고가차도 오른쪽 옆길→반포한강공원 방면 오른쪽→반포한강공원

숙박 정보
-오클라우드호텔: 서초구 사평대로58길, 02)3480-8640, www.ocloudhotel.com
-JW메리어트호텔 서울: 서초구 신반포로, 02)6282-6262, www.marriott.com/ko/hotels/seljw-jw-marriott-hotel-seoul/overview
-호텔아르누보 서초: 서초구 서초대로, 02)6241-7100, www.artnouveauseocho.com

식당 정보
-HEY!(샌드위치·크루아상): 용산구 올림픽대로, 02)595-6640, www.hlbfnb.com
-마리나파크카페(피자·커피): 서초구 올림픽대로, 0507-1312-2440
-채빛퀴진(뷔페) 서초구 올림픽대로, 02)3477-3100, www.somesevit.co.kr/kr/business/chavit/chavit_cuisine.do

주변 볼거리
2023 차 없는 잠수교 뚜벅뚜벅 축제: 2023년 9월3일~11월12일(9월은 일요일 정오~오후 9시 / 추석 연휴 제외, 9월 이후 일정 미정), 잠수교, https://hangang.seoul.go.kr, 2023 서리풀페스티벌 : 2023년 9월16~17일, 반포대로(서초역-서초3동사거리), www.seoripul.org/kor/main/main.jsp, 방배동카페골목, 국립국악원, 양재꽃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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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