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 등 부실시공 사천 신축아파트 “하자보수 후 준공 예정”

사천시 측 “일부 세대서 문제는 시정명령 내려”
“일부 미비 부분 보수하면 입주 문제 없을 것”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사업 주체는 지난 23일, 입주 예정자 세대별 추가 점검을 실시했으며, 우리 시에선 2차 점검 결과를 제출받아 자체점검 및 관내 건축사 세대별(미시공 등) 현장 점검해 아파트 하자보수 보강 완료를 확인해 준공할 예정입니다.”

사천시청 건축과는 지난 25일, 안전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경남 사천 소재의 한 신축아파트 입주 예정자에게 이 같은 원론적인 답변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주택법에 따라 중대한 하자 보수 이외엔 입주 전까지 보수‧보강을 완료하도록 하고 있으며 입주 후에 발견된 하자는 하자 보수 책임기간 내 발생 하자에 대해선 보수 조치 의무를 다해야 함을 참고해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해당 아파트는 누수 현상 및 새시 크랙, 깨짐, 창틀 궤도 이탈 등의 크고 작은 부실시공 사례들이 발견되면서 신축 분양 아파트임에도 ‘철거 아파트’ ‘새시 맛집 아파트’ 등의 오명을 뒤집어 쓰며 입길에 올랐던 바 있다.

29일, 사천시 건축과 관계자는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전화 통화서 “지난 24일 사용승인 점검 결과 최상층의 경우, 비가 많이 내려 일부 세대에 누수 현상과 지하주차장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을 확인해 시공사에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라며 “일부 미비한 부분만 보수하면 준공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입주일까지 하자 보수가 가능하겠냐’는 질의에 “계속 현장을 오가며 작업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입주민은 입주민대로, 시공사는 시공사대로 각자 입장이 있는데 우린 가운데서 의견을 조율 중”이라고 답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예정 입주민들은 법적으로 명시돼있는 1차 사전점검을 마쳤지만 여러 가지 부실시공으로 인해 분양 후에도 추가 사전점검을 원하고 있다. 이 같은 요청은 시공사도 입주 날짜를 넘기지 않으면서 입주지연금이 발생하지 않는 데다 입주민들 역시 점검을 한 번 더 받을 수 있는 이른바 ‘윈윈 전략’으로 해석된다.

또 유모 현장소장의 불승인 답변에 대해선 “아마도 통화에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앞서 사용승인 점검일이었던 지난 24일, 유 모 현장소장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오늘 사전승인은 불허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던 바 있다. 

앞서 지난 17일, 시공사는 입주 예정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지난달 21일부터 23일까지 관련 법령에 의거해 입주자 사전방문 행사를 진행해 입주자 사전점검은 완료됐다”면서도 “그러나 입주 예정자들로부터 다시 한번 세대 방문 요청이 있어 입주 예정자들이 자신의 세대를 다시 한번 더 방문할 수 있는 행사를 마련하고자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세대 확인 행사를 진행한다”고 공지했다.

사천시청 공동주택팀 관계자는 “지난 16일 입주민이 찾아오셨는데 ‘2차 점검을 해야 한다’고 하셨으나 시공사는 입주 지연금 문제도 있고 예정일에 맞춰 입주를 진행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법상 사업 주체는 사전점검 시 지적사항들 중 중대 하자는 사용승인 검사를 받기 이전까지, 나머지 하자들은 입주 전까지 보수공사를 끝내야 하며, 위반 시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아파트 등 공동주택 하자 예방 및 입주자 권리 강화방안’(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시공사 등 공동주택 사업 주체는 입주 지정 기간 개시 45일 이전까지 입주 예정자들을 대상으로 사전점검을 2일 이상 시행하도록 하고 있다.


사전점검 시 입주 예정자가 지적한 사항들에 대한 조치계획을 수립해 사용 검사권자(시장‧군수‧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하지만 사천시청은 중대 하자 중 하나인 아파트 누수 흔적이 발견됐는데도 제대로 보수하지 않은 상태로 사용승인 검사를 진행하고 준공허가를 낼 예정인 것으로 확인돼 입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앞서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 부실시공 사진과 호소글을 게재했던 한 입주 예정자 A씨는 29일 “통화 녹음, 영상들이 너무도 많다. 지난 28일 저녁 7시부터 10시까지 미팅이 있었는데 시청 담당자는 내달 6일 사용승인(임시승인)하는 쪽으로 계속 이야기를 한다”고 의아해했다.

그는 “1탄부터 많은 관심을 주셔서 많은 뉴스에 글과 사진이 보도돼 감사하다”며 “희망이 보였고 정상적인 집에 입주 가능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결과는 허무하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시청은 시민편이 아닌 기업편이다. 사용승인(임시승인)은 거의 확정이나 다름 없다. 그간 노력했던 것들이 허무하게 됐다”며 “열심히 돈 벌어서 깨끗한, 하자 없는 아파트에 입주하고 싶었는데 이젠 그냥 입주해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점점 희망의 불씨가 꺼져가고 있다. 그 동안 많은 관심과 댓글, 정말 감사했다”며 너무나도 할 말이 많은데 기업과 시청이 손잡으니 일반 시민들의 요구사항은 단 하나도 들어주지 않아 사진만 올린다. 제보할 내용들이 너무 많다. 기자님들의 연락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한 입주 예정자는 천정 누수로 의심되는 사진과 함께 “사용승인 점검날이었던 지난 24일의 누수 흔적, 비 안왔으면 승인 났을 거라고 99% 확신한다”고 주장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실제로 <일요시사> 취재 결과, 전날(23일) 경남 진주 등 인근 지역엔 113mm의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꽤 많은 양의 비가 내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우리 아파트는 숨기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고 입주민들 사이서 이렇게라도 이슈화를 시키고자 제가 글을 올리게 됐다”며 “이렇게라도 해야 저쪽(시공사)서도 반응이 온다. 안 그랬으면 벌써 사용승인이 떨어졌을 것”이라고 한탄했다.

5년 전, 다른 건설사 신축 아파트에 입주하면서 유사한 일을 겪었다는 한 보배 회원은 “글 작성자나 입주자협의체서 결정된 것이라면 존중한다”면서도 “이렇게 이슈화해도 건설사가 뜻대로 움직이진 않으며 결국 아파트 입주민 분들에게 주홍글씨로 낙인돼 조리돌림되거나 놀림거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희가 5년 전에 딱 그랬다. 지금까지도 ‘부실 아파트’라고 조리돌림당하고 있는데 그래서 모두들 쉬쉬 하거나 숨기는 것”이라며 “이런 방식이 건설사에게 타격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뜻을 함께하는 예비 입주자들이 모여 관련 시군구청 민원 폭탄, 집회 등이 더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글 작성자에 따르면 이미 국토부에도 해당 아파트의 부실시공에 대한 민원을 넣었다. 하지만 국토부는 사천시청으로 해당 민원을 이관시켰고 이후 사천시청으로부터 앵무새 같은 답변만 듣고 있다.

이날 <일요시사>는 사천시청에 지난 24일의 사용승인 점검 결과,  등의 취재를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담당자가 외근 중”이라는 말만 들어야 했다. 



<haewoo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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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