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연경 때리는 이다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8 12:31:09
  • 호수 144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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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따는 기본…술집 여자 취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최근 배구계가 떠들썩하다. 한국 여자 프로배구단인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시끄럽다. 팀 주축 선수인 이다영이 자신의 개인 SNS에 팀 내 주장인 김연경을 저격하면서부터다. 팀 주장인 김연경도 팀 내부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현재 이 싸움은 팬들에게까지 번졌다.

이다영은 언니인 이재영과 함께 쌍둥이 배구 선수로 유명하다. 1996년 10월15일 생으로 진주 선명여자고등학교서 에이스이자 청소년 대표님의 1위 세터(배구 포지션 중 하나.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였다. 이후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서 뛰다가 2020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했다. 이다영은 고등학생 때 ‘여고 배구를 씹어먹었다’는 평가받으며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쌍둥이 자매
학폭에 발목

이다영이 김연경을 만난 것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였다. 2021년 김연경은 터키 리그를 떠나 11년 만에 한국프로배구 V리그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올스타 팬 투표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때마침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다. 그해 2월15일 KBS와 MBC 메인 뉴스서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을 다뤘다. 학교폭력은 쌍둥이 자매가 중학생 시절 전주 근영여중서 경남 진주 경해여중에 전학 갔을 때 벌어진 일이다.

지역 내 한 학교서 배구부장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당시 배구 명가인 전주 근영여고가 지역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학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학교 관계자들을 비롯한 배구계 인사들은 성적 때문에 쌍둥이 자매를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끝내 이들이 학교를 떠나서 서운해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등으로 팀 분위기를 망친 이들 때문에 일부 학부모는 오히려 전학을 반겼다”고 증언했다.


당시 커뮤니티에는 ‘쌍둥이 자매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폭로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 둘을 만났는데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장난도 지나치게 심하고 자기 기분대로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주장이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들이 돈을 뺏기는지도, 힘들게 괴롭힘을 당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의 마음도 지옥인데 우리 아이들은 어땠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키는 배구였다”고 말했다.

팀내 쌍둥이 자매의 공백을 막은 것은 김연경이었다. 쌍둥이 자매 학폭 파문으로 휘청이던 흥국생명은 4연패 수렁에 빠졌는데, 이를 김연경이 벗어나게 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주전 레프트와 주전 세터인 쌍둥이 자매 둘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리며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흥국생명은 2021년 2월19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홈경기서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었다.

흥국생명은 18승7패로 승점을 53으로 끌어올리며 선두자리를 지켰다. GS칼텍스와 격차도 5점을 벌렸다. 악재 속에서 오랜만에 거둔 승리였는데, 현재 논란의 시발점도 된 것도 이 무렵이다. 

학교폭력 논란과 함께 시작된 폭로
2020년 시작…최근 다시 SNS 저격글

이다영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이 있는 프랑스 출국에 앞서 국내 취재진 앞에 나섰다. 공개적으로 많은 취재진 앞에 나선 것은 흥국생명을 떠난 지 약 2년 반 만이었다. 개별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가진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기자들 앞에 서기는 처음이었다.


이날 이다영은 학폭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흥국생명에 있었던 일을 꺼냈다. 특정 선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그 선수분’이라고 언급했는데 불화설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김연경이었다. 이다영은 김연경에 관해 “내가 그 선수분한테 이렇게 (특정 행동을)했다고 생각하시는데, 흥국생명에 있으면서 7개월간 단 한 번도 내 볼을 때리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다영의 말에는 오류가 있었다. 실제로 경기서 이다영의 토스를 김연경이 받아 공격했다. 다만 흥국생명 자체 연습 때는 김연경은 이다영의 토스를 공격하지 않았다. 김연경은 어느 시점부터 이다영이 세터로 훈련하면 빠졌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른 후보 세터가 들어오면 그제서야 김연경은 연습을 시작했다.

이다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김연경과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이다영이 “언니가 (저를)무시하고 싫어하는 거 다 아는데 너무 힘들었다. 근데 저는 언니와 같은 팀에서 운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도 언니가 좋고 멋진 선배고 언니와 멋진 시즌을 하고 싶다. 제가 잘못한 행동이 있다면 더 혼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연경은 “내가 그렇게 해서 무섭고 힘들어도 참아라. 나도 너 싫고 불편해도 참고 있다”고 답변을 보냈다.

이다영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이다영은 “(김연경이)전에 대표팀서 ‘싸 보인다, 강남에 가서 몸 대주고 와라, 나가요나 나가라’ 등 술집 여자 취급을 했다. 그 선수가 힘이 강한 건 알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는 “(김연경이)예전부터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왕따는 기본이고 대표팀 애들 앞에서 저를 술집 여자 취급했다”고 글을 남겼다.

“싸 보인다”
“몸 대줘라”

지난 23일엔 “때론 말이 칼보다 더 예리하고 상처가 오래 남는다. 2018년 선수촌, 2019년 월드컵 일본”이라는 글과 함께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다영이 언급한 ‘2018년 선수촌’과 ‘2019 월드컵 일본’은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19년 FIVB 여자 배구 월드컵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다영이 올린 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 일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직장 내 지위나 업무와 관련 있는 경우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불응의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김연경과 나눈 과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이다영이 일방적 폭로를 이어가고 있어 ‘성희롱’ 게시물 역시 김연경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다영의 폭로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이견도 있다. 만일 김연경이 실제로 입에 담지 못할 잘못을 했다면 이다영 본인이 김연경에게 직접 항의한 뒤 사과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사태 진전이 없다면 증거와 증언을 모아 언론 제보 및 법적 대응을 추가 조치에 정당하게 나서면 된다. 그러나 기자회견서 한 기자가 “해당 선수(김연경)와 연락하며 불화를 풀어갈 마음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그 선수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언론 제보 후 정작 당사자의 상세한 진술을 요구하자 “인스타그램을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2월16일 이다영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갑질” “나잇살 먹고” “곧 터지겠지이잉 곧 터질꼬야아암 내가 다아아아 터트릴꼬얌” 등의 발언을 올렸다. 당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어느 팀이나 어수선한 일은 있다”며 팀 내 불화설에 말을 아꼈다.

오히려 김연경은 팀 내 존재했던 불화설을 인정했다. 

김연경은 “많은 이야기가 외부로 나왔다. 실제로 연락이 많이 오곤 했는데, 내부 문제는 어느 팀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흥국생명 관계자 역시 “여러 가지로 오해가 쌓였는데 잘 풀면서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구팬들은 이다영이 ‘김연경을 대했던 태도가 가식이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배구 경기장서 이다영은 김연경에게 존경하는 눈빛이나 행동을 보이거나, 김연경에게 손으로 하트를 보여주며 안기기도 했다.

주고 받은 
카톡 공개

불화설이 다시 재점화된 것은 2020년 12월29일이다. 이날 김연경은 V리그 여자부 통산 10호 개인 통산 3000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 내내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최하위 현대건설에 패배했다. 배구 전문 매체 <더스파이크> 2021년 2월호에는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의 불화설이 다시 확인됐지만, 동시에 쌍둥이 자매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사람도 다시 등장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너희가 중학교 때 애들 괴롭힌 건 생각 안 하냐. 나는 극단적 선택을 하도 많이 해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이들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폭로가 이어졌다.

결국 김연경은 17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는 총 올림픽 3회, 아시안게임 4회, 세계선수권 3회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해 한국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올림피언 김연경 선수가 국가대표서 은퇴했다. 그동안 헌식적인 플레이로 올림픽을 빛낸 김연경 선수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학폭으로 국내 배구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로 진출했다. 대한배구협회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거부에도, 국제배구연맹(FIVB)이 이를 직권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이들은 그리스 PAOK 테살로니카 구단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이렇게 다시 이다영 폭로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지난 5일 기자회견서 또 시작된 것이다.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팬들은 “저런 식으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다니 대단하다” “소름 돋는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라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안 통했나”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거다. TV로 볼 때는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다” 등 다수의 의견을 내놨다.

오히려 김연경이 혼자서 이 일을 견디고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2018년 선수촌·2019년 일본
직장 내 성폭력 매뉴얼 언급

불화설이 팬들간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재영의 팬클럽 ‘재영타임’은 “재영 선수의 복귀를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며, 선수를 향한 허위 사실에 의한 비방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하며 싸울 예정”이라고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학폭 사실이 드러나자)잘못된 대응을 강요한 흥국생명 구단에 책임이 있다”며 “대한배구협회는 이재영 선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선수에 대한 악의적 비방과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이다영 선수 인스타그램에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메시지가 보내졌다. 악플이 작성된 웹사이트를 캡처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지난 21일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연경의 소속사 라이언앳의 강경 대응 사실이 전해졌다. 김연경의 팬이 라이언앳으로부터 받은 메일에는 “악플 자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자료는 잘 취합해 선처 없이 강경히 대응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연경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소속사의 방침에 동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고소 응원합니다” “어디 한 번 폭로해봐라” “가해자가 더 날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여옥 전 의원은 이다영에게 “애먼 사람 잡지 말고 갈 길 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학교폭력 문제로 쫓겨난 이다영 선수가 복귀를 위해 식빵 언니까지 소환한다. 학교폭력 사과로 반응이 영 싸하니까 드디어 식빵 언니를 물었다”고 적었다.

이다영이 김연경에게 보낸 카카오톡 사진을 첨부하며 “이 카카오톡만 봐도 답이 나온다. 밤 12시에 카카오톡을 보내면 큰 실례다. 언니를 존경하는 후배라면 절대 못 보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연경 선수가 ‘욕을 입에 달고 산다’고 험담하는데 김연경 선수 식빵 언니인 거 모르는 국민 있느냐? 욕하는 거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사람들이) 왜 식빵 언니 화끈하다고 하겠느냐?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라면 이런 일로 국민들 심란하게 하는 것 아니다”고 언급했다.

쌍둥이 자매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모교 후배들에게 음료 선물’ 등 김연경의 미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봄고등학교 SNS에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한봄고 졸업생 김연경 선수님이 음료수를 선물해주셨다. 바쁜 와중에도 모교 학생들을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재된 사진에는 김연경이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음료수와 함께 학생들이 모여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팬들 간
싸움으로

소속사 라이언앳은 김연경을 향한 악의적인 보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언앳은 “김연경 선수에 대해 악의적으로 작성돼 배포된 보도자료와 유튜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처 및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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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