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김연경 때리는 이다영

  • 김민주 기자 alswn@ilyosisa.co.kr
  • 등록 2023.08.28 12:31:09
  • 호수 1442호
  • 댓글 4개

“왕따는 기본…술집 여자 취급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민주 기자 = 최근 배구계가 떠들썩하다. 한국 여자 프로배구단인 인천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가 시끄럽다. 팀 주축 선수인 이다영이 자신의 개인 SNS에 팀 내 주장인 김연경을 저격하면서부터다. 팀 주장인 김연경도 팀 내부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현재 이 싸움은 팬들에게까지 번졌다.

이다영은 언니인 이재영과 함께 쌍둥이 배구 선수로 유명하다. 1996년 10월15일 생으로 진주 선명여자고등학교서 에이스이자 청소년 대표님의 1위 세터(배구 포지션 중 하나. 공격수에게 공을 토스하는 역할)였다. 이후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서 뛰다가 2020년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로 이적했다. 이다영은 고등학생 때 ‘여고 배구를 씹어먹었다’는 평가받으며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쌍둥이 자매
학폭에 발목

이다영이 김연경을 만난 것은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였다. 2021년 김연경은 터키 리그를 떠나 11년 만에 한국프로배구 V리그로 돌아왔고, 돌아오자마자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올스타 팬 투표서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다.

때마침 쌍둥이 이재영‧이다영 자매에게 학교폭력 논란이 터졌다. 그해 2월15일 KBS와 MBC 메인 뉴스서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을 다뤘다. 학교폭력은 쌍둥이 자매가 중학생 시절 전주 근영여중서 경남 진주 경해여중에 전학 갔을 때 벌어진 일이다.

지역 내 한 학교서 배구부장을 맡고 있는 A 교사는 “당시 배구 명가인 전주 근영여고가 지역에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전학 문제로 시끌벅적했다. 학교 관계자들을 비롯한 배구계 인사들은 성적 때문에 쌍둥이 자매를 붙잡으려고 노력했다. 끝내 이들이 학교를 떠나서 서운해했다. 하지만 학교폭력 등으로 팀 분위기를 망친 이들 때문에 일부 학부모는 오히려 전학을 반겼다”고 증언했다.


당시 커뮤니티에는 ‘쌍둥이 자매의 또 다른 피해자’라는 폭로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글쓴이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그 둘을 만났는데 그때부터 불행이 시작됐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데 장난도 지나치게 심하고 자기 기분대로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피해자 부모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주장이 나오면서 이목이 집중됐다. 해당 학부모는 “아이들이 돈을 뺏기는지도, 힘들게 괴롭힘을 당하는지도 전혀 몰랐다. 그 사실을 알았을 때 부모의 마음도 지옥인데 우리 아이들은 어땠을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시합장에 다녀보면 쌍둥이만 하는 배구였지, 나머지는 자리만 지키는 배구였다”고 말했다.

팀내 쌍둥이 자매의 공백을 막은 것은 김연경이었다. 쌍둥이 자매 학폭 파문으로 휘청이던 흥국생명은 4연패 수렁에 빠졌는데, 이를 김연경이 벗어나게 했다. 

당시 흥국생명은 주전 레프트와 주전 세터인 쌍둥이 자매 둘에게 무기한 출장정지 처분을 내리며 전력에 큰 타격을 입었다. 흥국생명은 2021년 2월19일 인천 계양체육관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홈경기서 KGC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1로 꺾었다.

흥국생명은 18승7패로 승점을 53으로 끌어올리며 선두자리를 지켰다. GS칼텍스와 격차도 5점을 벌렸다. 악재 속에서 오랜만에 거둔 승리였는데, 현재 논란의 시발점도 된 것도 이 무렵이다. 

학교폭력 논란과 함께 시작된 폭로
2020년 시작…최근 다시 SNS 저격글

이다영은 지난 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팀이 있는 프랑스 출국에 앞서 국내 취재진 앞에 나섰다. 공개적으로 많은 취재진 앞에 나선 것은 흥국생명을 떠난 지 약 2년 반 만이었다. 개별적으로 언론 인터뷰를 가진 적은 있지만 여러 명의 기자들 앞에 서기는 처음이었다.


이날 이다영은 학폭과 관련해 사과하면서 흥국생명에 있었던 일을 꺼냈다. 특정 선수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그 선수분’이라고 언급했는데 불화설의 당사자는 다름 아닌 김연경이었다. 이다영은 김연경에 관해 “내가 그 선수분한테 이렇게 (특정 행동을)했다고 생각하시는데, 흥국생명에 있으면서 7개월간 단 한 번도 내 볼을 때리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다영의 말에는 오류가 있었다. 실제로 경기서 이다영의 토스를 김연경이 받아 공격했다. 다만 흥국생명 자체 연습 때는 김연경은 이다영의 토스를 공격하지 않았다. 김연경은 어느 시점부터 이다영이 세터로 훈련하면 빠졌다는 것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른 후보 세터가 들어오면 그제서야 김연경은 연습을 시작했다.

이다영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김연경과의 카톡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해당 메시지에는 이다영이 “언니가 (저를)무시하고 싫어하는 거 다 아는데 너무 힘들었다. 근데 저는 언니와 같은 팀에서 운동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그래도 언니가 좋고 멋진 선배고 언니와 멋진 시즌을 하고 싶다. 제가 잘못한 행동이 있다면 더 혼내 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연경은 “내가 그렇게 해서 무섭고 힘들어도 참아라. 나도 너 싫고 불편해도 참고 있다”고 답변을 보냈다.

이다영은 여기서 끝내지 않았다. 이다영은 “(김연경이)전에 대표팀서 ‘싸 보인다, 강남에 가서 몸 대주고 와라, 나가요나 나가라’ 등 술집 여자 취급을 했다. 그 선수가 힘이 강한 건 알지만 이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는 “(김연경이)예전부터 욕을 입에 달고 살았다. 왕따는 기본이고 대표팀 애들 앞에서 저를 술집 여자 취급했다”고 글을 남겼다.

“싸 보인다”
“몸 대줘라”

지난 23일엔 “때론 말이 칼보다 더 예리하고 상처가 오래 남는다. 2018년 선수촌, 2019년 월드컵 일본”이라는 글과 함께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을 캡처한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이다영이 언급한 ‘2018년 선수촌’과 ‘2019 월드컵 일본’은 두 선수가 호흡을 맞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2019년 FIVB 여자 배구 월드컵인 것으로 추측된다.

이다영이 올린 고용노동부 ‘직장 내 성폭력 예방·대응 매뉴얼’ 일부에 따르면 직장 내 성폭력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다른 근로자에게 직장 내 지위나 업무와 관련 있는 경우를 이용해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일으키거나 불응의 이유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다.

김연경과 나눈 과거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하는 등 이다영이 일방적 폭로를 이어가고 있어 ‘성희롱’ 게시물 역시 김연경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다영의 폭로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이견도 있다. 만일 김연경이 실제로 입에 담지 못할 잘못을 했다면 이다영 본인이 김연경에게 직접 항의한 뒤 사과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다.

사태 진전이 없다면 증거와 증언을 모아 언론 제보 및 법적 대응을 추가 조치에 정당하게 나서면 된다. 그러나 기자회견서 한 기자가 “해당 선수(김연경)와 연락하며 불화를 풀어갈 마음이 있느냐”는 물음에는 “그건 그 선수에게 직접 물어보라”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언론 제보 후 정작 당사자의 상세한 진술을 요구하자 “인스타그램을 봐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논란의 시작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12월16일 이다영은 본인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갑질” “나잇살 먹고” “곧 터지겠지이잉 곧 터질꼬야아암 내가 다아아아 터트릴꼬얌” 등의 발언을 올렸다. 당시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어느 팀이나 어수선한 일은 있다”며 팀 내 불화설에 말을 아꼈다.

오히려 김연경은 팀 내 존재했던 불화설을 인정했다. 

김연경은 “많은 이야기가 외부로 나왔다. 실제로 연락이 많이 오곤 했는데, 내부 문제는 어느 팀이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흥국생명 관계자 역시 “여러 가지로 오해가 쌓였는데 잘 풀면서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반면 배구팬들은 이다영이 ‘김연경을 대했던 태도가 가식이었느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배구 경기장서 이다영은 김연경에게 존경하는 눈빛이나 행동을 보이거나, 김연경에게 손으로 하트를 보여주며 안기기도 했다.

주고 받은 
카톡 공개

불화설이 다시 재점화된 것은 2020년 12월29일이다. 이날 김연경은 V리그 여자부 통산 10호 개인 통산 3000득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경기 내내 호흡이 맞지 않으면서 최하위 현대건설에 패배했다. 배구 전문 매체 <더스파이크> 2021년 2월호에는 김연경과 쌍둥이 자매의 불화설이 다시 확인됐지만, 동시에 쌍둥이 자매에게 학폭을 당했다는 사람도 다시 등장했다. 


학교폭력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한 누리꾼은 “너희가 중학교 때 애들 괴롭힌 건 생각 안 하냐. 나는 극단적 선택을 하도 많이 해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라고 밝혔다. 이후에도 이들에게 학폭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폭로가 이어졌다.

결국 김연경은 17년 만에 태극마크를 반납했다. 그는 총 올림픽 3회, 아시안게임 4회, 세계선수권 3회를 비롯한 수많은 국제대회에 참가해 한국 여자 배구의 중흥을 이끌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대한민국의 위대한 올림피언 김연경 선수가 국가대표서 은퇴했다. 그동안 헌식적인 플레이로 올림픽을 빛낸 김연경 선수 감사합니다”라고 전했다.

학폭으로 국내 배구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쌍둥이 자매는 그리스로 진출했다. 대한배구협회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거부에도, 국제배구연맹(FIVB)이 이를 직권 승인한 것이다. 이로써 이들은 그리스 PAOK 테살로니카 구단에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이렇게 다시 이다영 폭로 논란은 잠잠해졌지만, 지난 5일 기자회견서 또 시작된 것이다.

팬들의 반응은 좋지 않다. 팬들은 “저런 식으로 천연덕스럽게 연기를 하다니 대단하다” “소름 돋는다” “자기보다 강한 상대라서 자기 사람으로 만들려고 했는데 안 통했나” “카메라 앞에서 이미지 관리를 하는 거다. TV로 볼 때는 문제 있어 보이지 않는다” 등 다수의 의견을 내놨다.

오히려 김연경이 혼자서 이 일을 견디고 있다는 쪽으로 무게가 실렸다.

2018년 선수촌·2019년 일본
직장 내 성폭력 매뉴얼 언급

불화설이 팬들간의 싸움으로 번지기도 했다. 지난 10일, 이재영의 팬클럽 ‘재영타임’은 “재영 선수의 복귀를 위한 운동을 지속적으로 할 것이며, 선수를 향한 허위 사실에 의한 비방에 대해 계속 모니터링하며 싸울 예정”이라고입장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통해 “(학폭 사실이 드러나자)잘못된 대응을 강요한 흥국생명 구단에 책임이 있다”며 “대한배구협회는 이재영 선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선수에 대한 악의적 비방과 언론 보도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일엔 네이버 카페를 통해 “이다영 선수 인스타그램에 입에 담지 못할 수준의 메시지가 보내졌다. 악플이 작성된 웹사이트를 캡처해 자료를 수집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튿날인 지난 21일엔 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김연경의 소속사 라이언앳의 강경 대응 사실이 전해졌다. 김연경의 팬이 라이언앳으로부터 받은 메일에는 “악플 자료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자료는 잘 취합해 선처 없이 강경히 대응하겠습니다”라고 적혀 있었다.

김연경을 지지하는 누리꾼들은 소속사의 방침에 동참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고소 응원합니다” “어디 한 번 폭로해봐라” “가해자가 더 날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지난 19일,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전여옥 전 의원은 이다영에게 “애먼 사람 잡지 말고 갈 길 가라”고 일침을 날렸다. 전 전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 “학교폭력 문제로 쫓겨난 이다영 선수가 복귀를 위해 식빵 언니까지 소환한다. 학교폭력 사과로 반응이 영 싸하니까 드디어 식빵 언니를 물었다”고 적었다.

이다영이 김연경에게 보낸 카카오톡 사진을 첨부하며 “이 카카오톡만 봐도 답이 나온다. 밤 12시에 카카오톡을 보내면 큰 실례다. 언니를 존경하는 후배라면 절대 못 보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연경 선수가 ‘욕을 입에 달고 산다’고 험담하는데 김연경 선수 식빵 언니인 거 모르는 국민 있느냐? 욕하는 거 장려할 일은 아니지만(사람들이) 왜 식빵 언니 화끈하다고 하겠느냐? 인기를 먹고 사는 스타라면 이런 일로 국민들 심란하게 하는 것 아니다”고 언급했다.

쌍둥이 자매의 폭로에도 불구하고 ‘모교 후배들에게 음료 선물’ 등 김연경의 미담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2일 한봄고등학교 SNS에는 몇 장의 사진과 함께 “한봄고 졸업생 김연경 선수님이 음료수를 선물해주셨다. 바쁜 와중에도 모교 학생들을 생각해 주셔서 감사하다”는 글이 올라왔다. 게재된 사진에는 김연경이 광고모델로 활동 중인 음료수와 함께 학생들이 모여 인증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이 담겼다.

팬들 간
싸움으로

소속사 라이언앳은 김연경을 향한 악의적인 보도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라이언앳은 “김연경 선수에 대해 악의적으로 작성돼 배포된 보도자료와 유튜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할 예정이다. 어떤 경우에도 선처 및 합의는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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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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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