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동관 봐주기’ 의혹

얼렁뚱땅 조사 안 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원조 ‘MB핵관’이 돌아왔다. ‘언론장악’ 논란의 장본인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주인공이다. 이명박정부 홍보수석실이 국정원을 동원해 방송사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부인만 하고 있다. 직접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한 정황까지 언급됐는데도 말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가 조사조차 받지 않은 게 미스터리라고 보고 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주도한 언론장악 근거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공개된 문건에는 ‘홍보수석’과 보고자 ‘이동관 대변인’이라고 적혀 있다.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는 게 이 후보자의 주장이다. 정치권 ‘회피 수법’으로 통하는 일시·선택적 기억상실일 수도 있다. 법조계에선 사실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한다고 분석한다. 

장악 시도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된 적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후보자는 2009년 청와대 대변인 시절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MBC 경영진 교체·개혁’을 직접 보고한 의혹을 받는다. 실제 보고한 정황이 담긴 청와대 문건이 공개된 건 최근이다. 이 후보자가 이명박정부 시절 공영방송 장악에 깊숙이 개입했던 결격사유가 드러나면서 여권서도 임명을 강행하기에는 무리라는 목소리가 퍼지고 있다.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는 이명박정부 시절인 2009년 8월24일자 대통령 서면 보고서를 단독 공개했다. 당시 대변인이던 이 후보자가 보고자로 나와 있는 ‘<미디어워치> MBC 100분 토론 시청자 의견 조작 관련 특종 보고’에는 “지난 5월 <100분토론> 시청자 의견 조작으로 방통심의위 징계를 받았던 MBC가 ▲사건 처리 과정서 진실을 은폐하고 ▲조치했다는 관련자 징계도 허위였으며 ▲방문진에 대한 업무보고도 거짓이었음이 <미디어워치> 취재 결과 확인”됐다고 적혀 있다.


보고 문건에는 “<미디어워치>, 방문진, 방통심의위, 시민단체 등과 공조, 사건을 여론화하고, 향후 방문진의 MBC 경영진 교체 및 개혁의 지렛대로 삼고자 함”이라는 문구가 적시됐다. 문건에 드러난 ‘향후 조치 계획’으로는 ▲방문진 긴급 이사회 개최 ▲강력한 진상조사위 활동 전개 ▲엄기영 사장의 인지 여부와 책임 추궁 ▲조중동 등 메이저 신문의 보도 확산, 이슈화 추진 ▲미디어 관련 시민단체의 강력한 규탄 활동 조직 등이 적혀 있다.

검찰도 해당 문건의 존재를 알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이었던 2017년 11월5일 수사보고서에는 국정원이 2010년 3월2일 작성한 문건을 두고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실질적인 문건 작성 지시자로 추정된다”며 “홍보수석실서 국정원을 통해 MBC에 관해 청와대의 지시를 잘 따르는 경영진을 구축하고 정부 비판 방송을 제작하는 기자·PD·간부진을 모두 퇴출시키는 등 방송사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보고했다.

대변인 시절 언론 동향 파악 후 MB 직접 보고
업무 외 사안도 손대…검찰총장 낙마에 영향

당시 홍보수석이 이 후보자다. MBC가 공개한 이 문건은 이 전 대통령이 퇴임 뒤 무단으로 반출해 영포빌딩에 숨겼던 문건 3000여개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자는 자신의 업무 외적인 사안에도 과감하게 손을 댔다. 공직자 인사, 국회의원 선거 대응방안, 경제정책 발표 시기 등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거나 방향을 제안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민형배 의원실에 따르면 ‘천성관 관련 검찰·청·당 기자 반응’ 문건서 청와대 대변인실은 검찰·청와대·야당 출입 기자들을 통해 천성관 당시 검찰총장 후보자의 세평을 수집해 보고했다. 해당 문건은 2009년 7월13일 대변인실이 작성했다. 대변인실이 언론인들에게서 수집한 천 후보자 관련 세평은 부정적 기류가 강했다.

검찰 출입기자들의 반응을 모은 대변인실은 보고서에 “검찰 주변은 봉합하려는 분위기가 강하다”면서도 “워낙 자기관리를 못했고 비밀이 많아 예측 불가능하다는 지적” “친 권재진 세력들이 불씨 되살리려는 것 같다는 반응”이라고 의견을 개진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VIP(이명박 당시 대통령) 330억 기부, 친 서민정책 등 최근 이미지 변신 한꺼번에 날아갈 가능성’ ‘고소영(고대·소망교회·영남), 강부자(강남 땅부자) 부정적 이미지가 되살아날 가능성’ 등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2009년 당시 이명박정부는 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는 분위기였으나 대변인실 문건이 작성된 시점 직후 분위기가 급변했다. 2009년 7월14일 오후까지 해명자료를 배포하던 천 후보자는 그날 저녁 사의를 표명했다.

중앙지검 수사팀 청와대 행정관 참고인 조사만
“공소시효 지나 처벌 불가…근거는 명확했다”

2008년 총선을 앞두고 대변인실이 공천 파장에 대비해야 한다고 보고한 대목도 문서로 남았다. 2008년 3월15일 자 ‘주간 주요 언론보도 분석’ 문건을 보면 대변인실은 ‘한나라당 공천 관련’ 항목서 “(공천)탈락자 출마에 따른 정밀한 민심 동향 파악이 필요하며, 무소속 출마를 주저앉힐 수 있는 적절한 인사 대책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같은 이 후보자의 행위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하기에 충분했다고 분석한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MB 청와대 관계자들은 대부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거나 구속됐다”며 “이 후보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지 않은 것에 관해 의문을 표하는 내부 관계자가 적지 않다. 공소시효 이전에 조치가 됐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2017년 서울중앙지검은 국정원 수사 당시 이 후보자를 수사 대상에 올리지 않았다. 국정원 수사보고서에 ‘청와대 홍보수석실서 방송사 장악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못 박았음에도 핵심 인물인 이 후보자를 조사조차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수사팀은 이명박정부 청와대 언론비서관실 행정관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행정관들은 “홍보수석으로부터 직접 지시를 받은 적 없고, 모두 박흥신 언론비서관으로부터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된다. 검찰은 이 후보자와 박 전 비서관을 소환하지 않았다.

소환 없이…

국정원 수사팀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서 “수사 의지가 매우 강했고 법과 원칙에 따라 판단했다.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하지 않으려 했던 게 아니다. 이 후보자를 소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미 공소시효가 지나 다른 혐의를 적용하기는 힘든 사안이었다”며 “타 혐의를 적용하기에는 기소 후 유죄를 이끌 수 있는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판단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러 봐줬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다”면서도 “만약 이동관 사건 공소시효가 지나지 않았다면 당시에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고도 남을 만큼 근거가 명확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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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