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 투어 상반기 결산> 피 튀기는 타이틀 쟁탈전

역대 최대 규모로 시작을 알렸던 ‘2023 시즌 KLPGA 투어’가 어느덧 반환점을 돌았다. 갤러리의 응원과 환호에 응답하듯 명승부와 감동 스토리가 이어졌던 투어 상반기를 모두 정리했다.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진 올 시즌 KLPGA 투어 상반기에는 두 명의 다승자가 탄생했다. 압도적인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박지영(27·한국토지신탁)과 ‘대세’ 박민지(25·NH투자증권)가 그 주인공이다.

박지영은 KLPGA 투어 개막전인 ‘하나금융그룹 싱가포르 여자오픈’서 우승을 차지하며 통산 5승을 수확했다. 이후 국내 개막전으로 열린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서 2위를 기록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생애 2승째를 수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치열했던 승부

번번이 우승을 놓쳤던 박지영은 상반기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2023’서 72홀 플레이 중 단 한 개의 보기만 기록하면서 2승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KLPGA 투어 ‘대세’로 불리는 박민지의 우승 시계는 올 시즌에도 어김없이 작동했다. 시즌 초반 예열을 마친 박민지는 지난 6월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서 동일 대회 3회 연속 우승 기록을 남기며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다음 대회인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서 4위에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간 박민지는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23’ 우승으로 시즌 첫 다승자가 됐다. 통산 우승을 18승으로 늘린 박민지는 구옥희, 신지애의 20승에 이어 KLPGA투어 최다승 기록 3위에 올랐고, 역대 기록 2위에 해당하는 통산 5번째 타이틀 방어도 달성했다.

올 시즌 KLPGA 투어 상반기에는 생애 첫 우승자들이 쏟아져 나왔다. 17개 대회 가운데 생애 첫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선수만 7명이 탄생하며 골프 팬들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먼저 생애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린 선수는 지난해 신인상 수상자인 이예원(20·KB금융그룹)이다. 지난해 신인상의 영예를 누렸지만 우승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추지 못했던 이예원은 올 시즌 국내 개막전인 ‘롯데렌탈 여자오픈’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오랜 투어 생활 끝에 감격의 우승을 거둔 선수도 연달아 나왔다. 이주미(28·골든블루)는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서 정규투어 148개 대회 만에 우승을 차지했고, 최은우(28·아마노)는 ‘넥센세인트나인 마스터즈 2023’서 211개 대회 만에 우승을 거두며 시청자들과 갤러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단 두 명에만 허락된 ‘다승’
감격의 생애 첫 우승 누구?

박보겸(25·안강건설)은 ‘제9회 교촌 1991 레이디스 오픈’서 최종 라운드에 기록한 홀인원에 힘입어 생애 첫 우승을 달성했다. 최종 라운드서 홀인원을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은 KLPGA투어 역대 5번째 기록이다.

장타를 뽐내며 KLPGA 투어의 스타로 떠오른 방신실(19·KB금융그룹)은 ‘제11회 E1 채리티 오픈’서 생애 첫 우승이자 올 시즌 신인 가운데 첫 우승을 기록했다. 방신실은 우승을 계기로 2025년까지 시드권을 획득했다.


지난해 신인으로 336개의 버디를 기록하며 ‘버디퀸’에 올랐던 ‘버디 폭격기’ 고지우(21·삼천리)는 공격적인 플레이를 앞세워 ‘맥콜·모나 용평 오픈 with SBS Golf’서 첫 우승을 기록했다.

황유민(20·롯데)은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서 연장까지 이어진 명승부 끝에 생애 첫 우승을 차지하며 올 시즌 두 번째 루키 우승을 달성했다. 신인상 경쟁자인 김민별(19·하이트진로)과 펼친 연장전은 많은 골프 팬에게 주목을 받았다.

올 시즌 상반기에는 어느 때보다 신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특히 국가대표 출신으로 ‘슈퍼루키 3인방’으로 불리는 황유민, 김민별, 방신실의 신인상 경쟁이 KLPGA 투어를 더욱 흥미롭게 만들고 있다.

황유민은 시즌 초반 불안정한 티샷으로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DB그룹 제37회 한국여자오픈 골프선수권대회’서 첫 톱10을 기록한 이후 상승세를 탔고, 지난 7월 ‘대유위니아·MBN 여자오픈’서 첫 우승으로 신인상 포인트 1위에 올라서며 신인상 경쟁을 주도하고 있다.

김민별은 아직까지 우승을 거머쥐지 못했지만 준우승 2번을 포함해 톱10에 6차례 들며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꾸준함을 바탕으로 신인상 포인트 2위에 올라 있는 김민별은 하반기에 신인 우승자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장타를 앞세워 호쾌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는 방신실은 많은 골프 팬의 이목을 끌고 있다. 올 시즌 첫 메이저 대회인 ‘크리스에프엔씨 제45회 KLPGA 챔피언십’서 비거리 320야드에 달하는 티샷을 날려 새로운 ‘장타소녀’로 떠오르기도 했다.

각종 타이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시즌 초반 위메이드 대상포인트와 상금 순위 부문서 박지영이 선두로 치고 나갔지만 후발 주자들의 추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국가대표 루키 3인방 돌풍
박민지 기록 경신 여부 관심

위메이드 대상포인트 부문은  ‘에버콜라겐·더시에나 퀸즈크라운 2023’ 우승으로 60포인트를 획득하며 326포인트를 쌓은 박지영이 318포인트를 모은 홍정민(21·CJ)을 제치고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박민지(300포인트), 이예원(274포인트) 등 상위권에 포진한 선수들과의 격차가 크지 않아 하반기에 펼쳐지는 대상포인트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상금 순위서 2승을 수확한 박지영이 6억3459억6385원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박민지가 5억887만5668원으로 선두를 추격하고 있다. 결과에 따라 한 대회 만에 순위가 뒤바뀔 수 있어 상금 순위 경쟁 역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인상 포인트 역시 접전이다. 1445포인트를 쌓은 황유민이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김민별이 1412포인트를 모으며 33포인트 격차로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다. 1050포인트를 쌓은 방신실도 매 대회 우승을 노리고 있어 언제든지 선두 자리를 노려볼 수 있다.

상반기에는 다양한 기록이 쏟아져 나오며 골프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가장 많은 버디를 기록한 선수는 ‘2023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서 우승을 기록한 임진희다. 임진희는 175개의 버디를 만들어내며 상반기 ‘버디퀸’ 타이틀을 얻었다. ‘한 시즌 최다 버디’ 기록은 2016년 김시원(28·안강건설)이 내놓은 359개다.


홀인원은 모두 14개가 나오면서 골프 팬들에게 볼거리를 더해줬다. 2개 이상의 홀인원을 기록한 선수 없이 모두 14명의 선수가 한 번씩 홀인원을 기록하는 기쁨을 누렸다.

이번 시즌 현재까지 ‘장타퀸’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선수는 방신실이다. 방신실의 드라이브 비거리는 267.1596야드에 달한다. 이는 역대 최고 기록인 2013시즌 김세영(30·메디힐)의 266.9400야드를 웃도는 수치다.

올 시즌 하반기에는 통산 상금 기록이 깨질 것으로 예상된다. 장하나(31)가 57억6503만5544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2위인 박민지가 장하나와의 격차를 2억1769만136원으로 좁혀 올 시즌 기록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화제 만발

통산 우승 횟수 기록 경신 여부도 박민지에게 달려 있다. 통산 18승을 거둔 박민지가 하반기에 3승을 추가한다면 통산 20승을 거둔 구옥희와 신지애를 제치고 대기록의 주인공이 된다.

최다 출전 우승 기록도 새로 쓰일 수 있다. 현재 최다 출전 우승 기록은 안송이(33·KB금융그룹)의 237회다. KLPGA 투어서 뛰면서 아직 우승이 없는 선수들 가운데 박주영(33·동부건설), 서연정(28·요진건설산업), 김소이(29·휴온스)가 지금까지 각각 271개, 255개, 252개 대회에 출전했다. 이들 가운데 우승자가 탄생할 경우 최다 출전 우승 기록 역대 1위에 새로운 이름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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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