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처럼 펑펑’ 검찰 특활비 논란 막전막후

눈먼 돈, 쌈짓돈 쓰듯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이 국민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쌈짓돈처럼 쓴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에 따라 사용명세와 증빙자료 전체를 시민단체에 전달하면서 생긴 파장이다. 검찰은 적법한 지출이었다며 구체적 해명에 나서지 않았다. 말을 아낀 검찰이 자충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분식회계와 사건 은폐 시도 의혹에 불을 붙였다는 지적이다.

검찰이 특수활동비로 사용한 금액은 수백억원에 달한다. 업무추진비 내역 등이 공개됐지만 절반 이상의 자료가 복사 불량으로 판독 자체가 어렵거나 삭제됐다. 사실상 대법원 확정판결 취지와 다르다. 증빙 없는 지출도 있었다. 100억원이 넘는 금액이 검사들의 용돈처럼 쓰였고 정기적인 현금 지급도 이뤄졌다.

윤 대통령도
수천만원 사용

검찰의 특활비 논란이 시작된 건 지난달 말부터다. <뉴스타파>와 세금도둑잡아라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서 승소한 것이다. 대법원은 불속행 결정을 내렸고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은 2017년 1월부터 2019년 9월까지의 전체 특활비와 업무추진비 기록, 일부 특정업무경비 기록을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를 보면 대검은 특활비 증빙 내역과 수령증 등 세 가지 종류의 기록을 생산 관리해왔다. 그러나 2017년 1월부터 4월까지 특활비와 관련한 기록 세 가지 기록이 없었고 같은 해 6월부터 8월까지 3개월 동안에는 세 가지 기록 중 두 개가 없었다.

특활비는 엄연한 정부예산이다. 예산 집행기록도 곧 공공기록물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특활비를 쓴 기록이 없는 것을 두고 검찰이 ▲기록을 애초부터 만들지 않았거나 ▲중간에 폐기했거나 ▲분실한 경우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세 가지 가능성도 아닌 검찰이 사건을 은폐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이 자료를 폐기했다면 폐기물 기록이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대검의 2017~2022년 치 기록물 폐기 목록에는 특수활동비 관련 기록을 없앴다는 내역은 없다. 이 때문에 정상적인 절차를 건너뛰고 자료가 무단으로 폐기됐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대검은 “상당한 시일이 경과한 일부 자료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검찰은 정상적인 자료를 공개하지도 않았다. 공개한 서류 중 절반가량이 복사 상태가 불량해 글자를 해독하기 힘든 수준이다. 대법원 판결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특활비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었기 때문에 관리가 되지 않아 기록이 없는 경우도 있다는 검찰의 주장도 거짓이었다. 2017년에도 검찰 특활비와 관련한 법무부의 예산 집행 지침은 존재했다.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돈봉투 논란’의 핵심 인물인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이 2017년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면직 처분 취소소송 1심 판결문을 보면 관련 내용이 언급된다.

재판부는 기획재정부의 예산 집행 지침 중 특수활동비와 관련한 규정을 언급하며 “법무부 2017년도 예산지침의 내용과 ‘각 중앙관서의 장’이 ‘집행주체’라고 돼있는 것 외에는 동일하다”고 밝히고 있다.

기재부 지침에는 “특수활동비 집행에 관한 증거서류를 감사원의 계산증명지침에 따라 첨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동일한 내용의 지침을 시행 중인 검찰 역시 감사원 지침에 따라 특활비 증거 서류를 증빙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깜깜이’ 회계처리로 자료 은폐 시도 의혹
수억 꼬박꼬박 지급돼도 사용처 확인 불가


이 전 지검장의 행정소송 판결문에는 2017년 4월 특활비 돈봉투 만찬 당시, 서울중앙지검이 특활비 집행 기록을 남겼다는 증거도 존재한다. 재판 과정서 확인된 상황 중에는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소속 직원이 “특수활동비 금전출납부에 사용처를 기재했다”고 밝힌 대목이 등장한다.

이 전 지검장 비서실 직원이 관리하는 일종의 ‘특활비 장부’가 존재했다는 근거다.

검찰은 물론 모든 정부 기관의 예산 기록 보존은 5년간 이뤄진다. 공공기록물법에 따르면 기록물을 폐기할 경우 반드시 기록물평가심의회를 열고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공공기록물 폐기는 불법이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검찰은 특활비 전체 중 절반 이상을 검사들에게 매달 용돈처럼 정기적으로 집행했다.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검찰이 지출한 특수활동비는 총 292억794만2900원이다. 이 중 특별한 사정 없이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된 돈은 155억9514만4800원으로 절반이 넘는 액수다.

이 정기 지급분 중 80억5146만원은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에 매달 계좌 이체됐고, 나머지 45억4368만4800원은 29개월간 15~17명의 사람이나 기관에 매달 현금 지급된 것으로 추산된다.

한 기록에는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 64~65개 관서의 계좌에 약 2억~4억원이 입금됐다. 이 64~65개의 관서는 전국 검찰청으로 보인다. 2017년 3월 부산지방검찰청 서부지청이 새로 개청해 전국 고등검찰청·지방검찰청·지청은 총 64곳이 됐다. 이후 2019년 3월1일 수원고등검찰청이 개청하면서 대검서 특활비를 계좌이체 하는 검찰청은 65곳으로 늘었다.

대놓고
자료 폐기?

2017년 5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전국 검찰청에 정기 지급된 특활비는 80억5146만원이다.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자료 중 국고금입금의뢰서 양식에 입금 요구자의 관서를 기록하게 돼있다.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자료를 보면 매달 총 15명이 한 장짜리 영수증을 쓰고 1억9052만원을 현금으로 받았다. 그러나 누가 어떤 기관이 현금을 받아 갔는지 검찰이 정보를 모두 가려 확인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2017년 6월부터 2019년 9월까지 신원을 알 수 없는 최소 15명서 최대 22명이 한 달에 2억이 넘는 돈을 현금으로 챙겼다.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상황이 발생할 때마다 절차를 걸쳐 집행됐어야 할 특활비를 정기 배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검찰총장의 예산편성권이 공개되지 않고 감시받지 않기 때문이다.

예산편성권을 가진 다른 정부 기관의 장들은 국회에 출석해 예산 사용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 그러나 검찰만은 예외다. 검찰총장은 2년5개월 동안 자신이 임의로 비율과 금액을 정해, 즉 예산을 편성해 특활비를 사용하는데도 국회 등 외부 통제나 감시를 받지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도 논란서 자유롭지 않다. 그가 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직후인 2017년 6월부터 7월까지, 두 달간은 특수활동비 수령증이 무더기로 없어졌다. 당시 윤 대통령이 집행한 4000만원이 넘는 특활비가 어떻게 썼는지 확인할 길도 없다.


중앙지검의 특활비 기록도 무더기로 사라졌다. 2017년 1월부터 7월까지의 특활비 총액은 확인되지 않고 같은 해 1월부터 5월까지의 특활비 자료 전체는 없어진 상황이다. 대검의 특활비 증발 시기(2017년 1~4월)와 거의 일치하고 이 전 지검장의 돈봉투 파문이 터졌던 때(2017년 5월)와도 겹친다.

국민 혈세
검사 용돈

2017년 6월과 7월, 두 달간은 집행명세 확인서는 있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집행을 입증할 ‘수령증’은 존재하지 않는다. 사라진 수령증은 모두 45장이다. 수령증은 특활비를 받아 간 사람이 반드시 남겨야 하는 기록이다.

우선 2017년 6월 한 달간 윤 대통령은 18건의 특활비를 집행했다. 10만원에서 많게는 200만원까지 총 1100만원을 검사들에게 나눠줬다. 그런데 윤 대통령으로부터 돈을 받아 간 사람이 써야 하는 수령증은 한 장도 없었다. 18번 돈을 줬다면, 18건의 영수증이 있어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의 2017년 7월분 특수활동비 ‘집행명세 확인서’도 마찬가지다. 집행은 모두 37건. 한 번에 10만원서 최대 1000만원까지 줬다. 서울중앙지검의 7월분 특활비 집행 총액은 3970만원이었다.

그런데 합계란에는 총액이 30만원이라고 적혀 있다. 6월과 마찬가지로 7월 기관장 확인란에도 윤 대통령의 도장이 찍혀 있다. 2017년 7월의 집행내역 37건 중 27건의 수령증이 없었다. 영수증은 10장뿐이다. 7월25일 자 지급분 이전의 영수증은 없었다.


수령증이 없는 특활비의 지급액은 3360만원에 달했다. 여기에 2017년 6월분 1100만원을 합하면 모두 4460만원어치의 특활비 증빙자료가 없어진 것이다.

100% 현금으로 특활비를 주는 상황서 한 장짜리 수령증마저 없으면, 당시 윤 대통령과 검사들이 특활비를 사적 사용이 아닌 기밀 수사에 썼는지 확인할 방법은 없다.

대법원 확정판결 무시? 자료 절반 복사 불량
엉터리 장부에 일부 자료 부존재 의심 자초

특활비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지만 폐지는 섣부르다는 의견도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직접 특활비를 배분하면 검찰의 수사 독립성 침해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도 “수사나 조사 등의 정보수집 활동으로 써야 한다. 격려금으로 쓰이는 건 당연히 문제라고 본다”며 “특활비 폐지가 현실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다만 검찰도 통제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에는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지난 10일, 윤 대통령과 복두규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특가법상 국고손실죄, 특경가법상 배임·횡령 혐의 등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단체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는 동안 “특활비를 사적 경비인 것처럼 무분별하게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 혈세인 특활비를 사용하여 행정 기관장이 자신에게 충성을 하는 특정 부하나 부서에게는 특혜를 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투명하고 공정하게 집행돼야 할 법무부 예산 일부인 특활비가 사실상 검찰의 통치자금처럼 집행하는 것은 물론(중략)... 특활비가 불공정하고 불투명하게 사용되도록 부하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만들었으므로 (윤 대통령은)직권남용죄 등의 죄책을 져야 마땅하다”며 “복 기획관 역시 이에 적극적으로 가담했으므로 윤 대통령과 공범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복 기획관은 서울고검과 대검 사무국장을 지냈다.

단체가 받은 자료 중에는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낼 무렵 지출한 특활비 내역도 포함돼있었다.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직하던 2017년 5월22일부터 2019년 7월24일까지 사용된 특활비 총액은 38억6300만원이었다.

공수처 수사
가능성은?

검찰총장으로 있던 2019년 8월에는 4억1111만원이, 9월에는 4억1431만원이 총장 몫 특활비(수시지급분)로 배정됐다. 이 가운데 2019년 8월27일과 9월9일에는 각각 5000만원이 한 번에 현금으로 지출된 정황도 확인됐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검찰이 ‘수사 및 정보수집 목적’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명확한 특활비 사용처를 밝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7일 법무부에 ‘검찰 특수활동비 집행지침’ 자료 제출을 요구했으나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수사·범죄정보 수집 등에 소요되는 경비여서 구체적 집행지침을 공개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며 관련 지침을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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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