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돌아온 MB맨 유인촌

그렇게 사람이 없나?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명박정부(MB) 당시 올드보이들이 속속 돌아오고 있다. 이동관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에 이어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문화특보에 임명됐다. 정치권을 떠난 지 12년 만이다. 그는 타 ‘MB맨’처럼 논란을 달고 다녔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취재진에게 폭언을 일삼아 ‘욕쟁이’라는 꼬리표가 붙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직접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배우 출신인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맡게 된 자리는 ‘문화특보’다. 새롭게 신설된 자리인 만큼 윤석열정부가 ‘MB맨’들을 위해 레드 카펫을 깔아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부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에 유 특보를 바라보는 문화예술계의 시선도 찬반으로 나뉘고 있다.

‘문화특보’
레드 카펫

유 특보는 타 정무직 공무원과는 출신이 다르다. 배우라는 독특한 이력으로 꽤 잘나가던 탤런트이기도 하다.

1951년 3월20일, 전라북도 완주군에서 4남2녀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유 특보는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는 무서운 형들 때문에 누가 물어봐도 대답을 안 할 정도로 내성적이었는데 그나마 그를 귀여워해준 이는 누나였다.

서울미동국민학교와 한성중학교, 한성고등학교를 각각 거칠 당시에는 배우가 꿈이 아니었다. 고교 졸업이 가까워질 때 어느 대학을 다닐지 고민하다 연기자가 되겠다고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다. 맏형 유길촌씨가 TBC PD였기에 유 특보의 결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이를 들은 부모는 “큰형 하나면 족하니 넌 다른 진로를 찾아라”고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유 특보는 고려대학교 시험을 낙방한 이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1년 동안 재수한 끝에 1971년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에 진학해 연기자의 전철을 밟기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는 연극 경험이 없어서 기초 지식이 전무했음에도 교내 실습작인 <북위 38도>에 주연으로 발탁됐고, 1973년 MBC 공채 6기 탤런트로 합격해 일일연속극 <강남가족>서 유승근(최불암)의 고등학생 아들 역으로 데뷔했다.

1974년 <복녀>서 주연을 처음 맡고 군 생활을 거쳐 1977년 이후 <옥녀> <알뜰가족> <미소> <안국동 아씨> 등에서 주연을 연속으로 맡아 점차 인기 탤런트로 자리매김했다.

1980년 대학 졸업 후 1986년 동 대학원서 연극학 석사학위를 받고 1994년에 극단 ‘성좌’ 대표를 맡다가 1995년 극단 ‘유인촌레파토리(극단 유)’를 창단했다. 1999년 소극장 ‘유시어터’도 세웠다.

잘나가던 배우, 장관으로 깜짝 발탁
일반 공무원과 정반대 ‘소통킹’ 평가

1993년부터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대학교 등에서 시간강사를 맡다가 1997년부터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전임강사로 재직했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도중 중앙대학교 극장장, 중앙대학교 멀티미디어센터 소장을 겸임했다. 2007년에는 중앙대학교 예술대학 교수로 복귀했다.

그는 1980년대 모 드라마서 삼청교육대에 간 후 착한 성격을 갖게 되는 역할을 맡았었다. 1980년엔 전상국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8·15 특집극 <아베의 가족>에서는 한국서 동네의 날건달들과 미성년자 성추행 등을 일삼다가 우연히 미국 이민서도 날라리로 살다 입대해 주한미군으로 귀국해 모친의 과거와 이복형의 존재를 찾는 역할도 했는데, 그에게는 이 작품이 인생작이었다.


<알뜰가족>에선 스튜디오 촬영에 적응되는 데 도움을 받았고, <여인열전> ‘장희빈’에선 숙종 역으로 맡았으나 장희빈을 편애하는 연기 탓에 시청자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았다.

특히 연극 <햄릿>은 총 6번을 연기한 그의 대표작으로 2016년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공연 <햄릿>서 다시 햄릿 역을 맡았다. 또 연극 <문제적 인간, 연산>에서는 연산군 역을 맡아서 무대에 섰는데 이 연기는 1988년 임권택 감독 영화 <연산일기>서도 잘 나타나 있다.

뛰어난 가창력과 현대무용 실력을 바탕으로 뮤지컬에도 다수 출연했는데 특히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의 빌라도 역은 1980년 초연 이래 무려 십수년간 계속 맡았다. 무용 자체는 현대무용가 김복희와 김화숙에게 배웠고, 공연 종료 후에도 무용연습실에 계속 나와 실력을 더 다듬어 서울모던댄스그룹의 정회원까지 된 바 있다.

문화예술계
시선도 찬반

연기 커리어 도중 1990년부터 2년간 제2~3대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위원장을 맡았다. 2000년 환경부 환경홍보사절과 2002년 산림청 산림홍보대사까지 맡기도 했고 1996년 KBS1 <역사추리>를 시초로 역사 다큐멘터리 MC로 변신을 시도해 이듬해 <TV 조선왕조실록>을 거쳐 1998년 10월부터 <역사스페셜> MC를 5년간 맡으며 대중들에게 친숙해졌다.

그 외에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박형섭, SBS 드라마 <삼김시대>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역으로 출연했다. 특히 드라마 중 이 전 대통령을 모델로 한 인물의 역할을 두 번 맡은 적이 있다.

정치인이 된 이후 행보를 보면 꽤나 괴리감이 느껴질 수 있지만 2000년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유 특보는 정치 성향 여부로 평가되는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역사스페셜> 진행자로서 공정한 이미지가 컸다.

유 특보는 2002년 이명박 서울특별시장 당선인 인수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면서 정치권에 몸을 담기 시작했다. 2004년부터 서울문화재단 초대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2007년 제17대 대통령선거 때 문화예술정책위원장 대행을 맡아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또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자문위원까지 맡았다.

2008년 2월, 이명박정부(MB)서 문체부 장관을 지내고, 2011년 장관 퇴임 이후에는 대통령실 문화특별보좌관으로, 2012년에는 예술의전당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대통령직서 퇴임한 이후에도 개인적으로 자주 만났다. 2018년 3월14일과 같은 해 3월22일, 이 전 대통령의 구속이 확정됐을 때와 형이 확정돼 교도소로 가게 된 2020년 11월2일에도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과 함께 마중을 갔었다.

“찍지 마 XX”
부적절 언행

잘나가던 유 특보는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해 ‘훅’ 간 인물이기도 하다. 장관 시절의 ‘찍지 마’ 사건 등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문체부 장관 재임 당시 직원들에게도 ‘호감’ 장관으로 통했던 만큼 예상치 못했다는 평가다.


사건의 발단은 2008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이명박의 휘하들이고 졸개들”이라고 비하한 것에 대해 유 특보가 사진을 찍으려는 취재진에 “찍지 마 XX. 성질 뻗쳐서”라고 크게 막말했으나 이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인격적 모독이라고 느낄 수 있는 발언을 듣고 참지 못하고 우발적으로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고 사과했다.

이 사건 전까지는 대부분 국민에게 지적이고 예의 바른 이미지가 컸던 그였으나 이후로 이미지가 산산조각 났다.

일각에선 정계 진출만 하지 않았어도 존경받는 배우로 남을 수 있었는데 좋던 이미지를 다 버린 게 안타깝다는 의견도 있다. 문체부 장관 퇴임 이후 2011년 7월 이명박정부의 문화특별보좌관을 맡았다. 2012년에는 2월부터 9월까지 예술의전당 이사장 업무를 수행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4월 유 특보의 <파우스트> 공연을 관람하는 등 두 사람의 인연은 30여년간 굳건한 편이다.

유 특보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2017년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이명박정부 초기인 2009년 국정원이 ‘좌파 연예인 대응 TF’를 구성해 정부 비판 성향의 문화·연예인 목록인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프로그램서 하차하도록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고 밝혔다.

12년 만에 귀환 “지금도 MB와 깊은 친분”
지워지지 않은 ‘블랙리스트’…국감 폭언도

국정원 개혁위는 2017년 9월11일 “정부 비판 연예인의 특정 프로그램 배제·퇴출 및 소속사 대상 세무조사, 프로그램 편성 관계자의 인사조치 유도 등 전방위적으로 퇴출을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예술계 인사는 82명으로 ▲문화계에서는 이외수, 조정래, 진중권 등 6명 ▲배우에는 문성근, 명계남, 김민선 등 8명 ▲영화감독에는 이창동, 박찬욱, 봉준호 등 52명 ▲방송인에는 김미화, 김구라, 김제동 등 8명 ▲가수에는 윤도현, 신해철, 김장훈 등 8명 등이라고 밝혔다.

개혁위는 “청와대(기획관리비서관, 홍보·민정수석)와 원세훈 전 국정원장 지휘부가 문화·연예계 특정 인물 견제와 관련된 지시를 계속 하달했다”며 “담당부서는 온·오프라인서 전방위적인 활동을 전개했는데 오프라인에서는 유관부처 및 기관을 조정, 직접적인 조치를 통해 압박하고 온라인에서는 소위 ‘문화·연예계 종북세력’ 대상 심리전을 주도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특보는 언론을 통해 “당시 문체부 내부에 지원 배제 명단이나 특혜 문건은 없었다”며 “당연히 만든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내가(문체부 장관으로) 있을 때 문화예술계를 겨냥한 그런 리스트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박성제 전 MBC 사장은 ‘쌍욕보다 ‘진보 인사 솎아내기’가 먼저 기억난다’고 주장했다. 박 전 사장은 지난 5일 SNS를 통해 “국회서 기자들에게 ‘찍지 마 XX’라고 쌍욕했던 분이 문화정책을 좌우할 자리에 다시 중용된다니 뭐라 평할 말이 없다”면서 이같이 촌평했다.

박 전 사장은 “쌍욕은 사과했으니 그렇다 치고, 그보다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 시절 문화계서 진행됐던 이른바 ‘진보 인사 솎아내기’가 먼저 기억난다”며 MB 국정원의 ‘비판 성향 문화·연예인 퇴출 공작’ 사건을 떠올렸다.

지원 배제 명단
“만든 적 없다”

박 전 사장은 “뉴라이트가 황지우 한예종 총장, 김윤수 국립현대미술관장, 김정헌 한국문화예술위원장 등을 퇴출대상으로 지목하자, 문화부가 온갖 명목으로 감사를 벌여 결국 사표를 받거나 해임했다”며 2008년 청와대의 ‘문화 권력 균형화 전략’ 문건을 짚었다. 이어 “요즘 방송계서 벌어지는 일과 비슷하죠?”라며 “이동관 차기 방통위원장과도 합이 잘 맞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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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