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길 먼 박근혜 발목 잡는 측근들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9.28 16:41:43
  • 댓글 0개

여기저기 잘린 꼬리들 수두룩 "진짜 개인문제 맞아?"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선거는 단체전이다. 각 후보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후보자를 돕는 주변 인물들의 면면도 승부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때문에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측근들의 '사고'에 적잖이 당황한 모습이다. 후보자의 대권행보를 돕기는커녕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는 박근혜의 사람들.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지난9월24일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관계된 과거사에 대한 입장을 밝히며 결국 눈시울을 붉혔다. 박 후보는 이날 처음으로 박 전 대통령의 5·16과 유신, 인혁당사건 등에 대해 "헌법가치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인정했다. 끝을 모르는 지지율의 폭락과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선택한 최후의 방법이었다.

측근 헛발질
분통 터지네

박 후보는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부모를 평가한다는 것, 더군다나 공개적으로 (부모의) 과오를 지적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아시리라 믿는다"며 자식으로서 국민 앞에서 아버지의 역사적 과오에 대해 인정해야 하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기자회견 직전 신임 대변인으로 내정된 친박계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 논란'이 알려지면서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김 의원은 전날 대변인으로 내정된 뒤 기자들과 가진 저녁식사 자리에서 "박 후보는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정치를 시작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리고 이 발언이 주위에 알려지자 동석했던 기자들을 향해 "누가 정보보고를 했느냐"며 "야 이 XX들아, 너희가 기자가 맞느냐"고 욕설을 퍼부었다. 박 후보가 눈물을 머금고 쌓아올린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또? 연이어 터진 팀킬에 대권가도 '빨간불'
측근인사 시스템 오류 없나 되짚어 봐야


박 후보가 전당대회를 통해 새누리당의 정식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벌써 한 달 가량이 지났다. 후보 선출 직후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을 방문하는 등 '대통합 행보'로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가던 박 후보는 최근 위기를 맞고 있다. 측근들의 연이은 '자살골' 때문이다.

지난 8월2일 현영희 의원의 공천헌금 의혹이 터져 나왔을 때만해도 박 후보의 지지자들은 해당 사건을 현 의원의 개인비리로 치부하며 박 후보에게 흔들리지 않는 지지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측근들의 사건사고에 이제는 박 후보의 지지자들조차 할 말을 잃은 모양새다.

지난 9월6일에는 정준길 전 새누리당 공보위원이 안철수 무소속 후보 측에 대선 불출마를 종용하는 협박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박 후보를 당황케 했다. 정 전 위원은 안 후보 측 금태섭 변호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며 "친구사이의 대화였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당시 정 전 위원을 태웠던 택시기사의 증언이 나오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정 전 위원은 처음에는 택시에 탄 일이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해당 택시기사가 블랙박스 등의 구체적 증거물을 제시할 움직임을 보이자 자신이 착각했다며 사실을 인정하는 웃지 못할 코미디를 연출했다.

불법자금부터
말 실수까지

정 전 위원의 불출마종용 파문이 채 가시기도 전인 지난 9월17일에는 홍사덕 전 새누리당 의원이 지방 소재 중소기업 진모 대표에게서 6000만원의 불법 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중앙선관위의 고발을 당하는 악재를 만났다. 특히 이번 사건의 주인공이 친박계의 좌장격인 홍 전 의원이기에 박 후보의 충격은 더욱 컸다.

홍 전 의원은 박 후보 경선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지낸 6선 의원이다. 홍 전 의원은 친박계 핵심 중에서도 핵심으로 손꼽히는 인사로 진위여부를 떠나 불법 정치자금이라는 구설수에 오른 것만으로도 박 후보에게는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했다.

홍 전 의원을 고발한 선관위는 "운전기사 고모씨의 제보를 받고 이를 토대로 기초조사작업을 벌여 검찰에 고발한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여 그 신빙성을 더하고 있다. 홍 전 의원은 "큰일을 앞둔 당과 후보에게 조금이나마 부담을 덜어드리겠다"며 하루 만에 자진 탈당했지만 바로 다음 날인 19일에는 박근혜 서포터즈 중앙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송영선 전 의원의 비리의혹이 터져 박 후보 진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이번엔 "박근혜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필요하다"며 금품을 요구한 녹취록까지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송 전 의원이 한 기업인에게 변호사비 등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있었다. 게다가 송 전 의원은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해당 기업인이 지난 2007년 경선 때 박 후보 측근에게 25억원을 빌려줬는데 받지 못했다는 얘기를 갑자기 꺼내면서 나보고 대신 돈을 받아달라고 해 거절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발언은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 후보 측근이 20억대의 돈을 받아 정치자금으로 썼다는 주장이어서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공천을 둘러싼 비리가 상상 이상의 규모이며 박 후보와 직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점차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 몰랐나?
무능한 박근혜?

박 후보 측근의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송 전 의원의 녹취록이 공개된 다음 날인 20일에는 박 후보가 야심차게 영입한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송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한 해명을 하는 과정에서 "항상 어떤 비리나 부정이 발생할 수 있는데 그것을 녹취로 해서 보도를 한다든지, 이런 모습은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라고 말해 누리꾼들의 융단폭격을 받아야만 했다.

한 누리꾼은 "비리가 발생했으면 거기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그런 것을 보도한 언론을 꾸짖는다는 것은 적반하장"이라며 "독재정권으로 회귀해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거냐"며 분노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청렴강직한 검사로 이름을 날린 안대희가 새누리당에 합류하더니 최소한의 양심도 버린 것이냐"며 한탄했다.

그렇다면 박 후보의 측근들은 왜 연이어 사고를 치는 것일까? 박 후보 측의 주장대로 개인적 비리, 개인적 실수일 뿐일까? 전문가들은 겉으로 볼 땐 박 후보가 측근들의 돌발악재로 억울하게 발목을 잡힌 듯이 보이지만 박 후보 측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우선 불법정치자금과 관련한 측근들의 사고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난 4·11총선은 박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진두지휘했고 당명까지 바꿔가며 쇄신을 외칠 때였다"며 "아직 혐의가 확실히 입증되진 않았지만 설사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고 해도 친박계 의원들이 그 시기를 전후해 불법 정치자금과 연루되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황증거가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박 후보는 책임이 있다. 말로는 쇄신을 외쳤지만 정작 쇄신을 이끌 근본적인 시스템 마련이나 측근 단속에는 소홀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권 돕기는커녕 발목이나 잡지 말아야지"
측근은 재 뿌리고 박근혜 나 홀로 고군분투

특히 송 전 의원의 경우 박 후보가 곁에 두고 수 년간 지켜봐온 인물인데 박 후보의 이름을 거론해가며 기업인에게 금품을 요구할 정도였음에도 그동안 비리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또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면 박 후보의 인사관리능력 자체에 한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측근들의 잦은 말실수 역시 박 후보와 직접 연관이 있다는 평가다. 일단 지난 9월23일 기자들에게 욕설을 해 파문을 일으킨 김재원 의원의 경우 평소부터 과격한 언변으로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인물에게 이토록 중요하고 민감한 시기에 대변인이라는 중책을 맡긴 것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른바 '박근혜 라인'의 과도한 충성심을 요구하는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된다. 박 후보의 강력한 카리스마는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때문에 어떤 사건이 발생하면 그의 주변 인사들은 박 후보의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감히 누구도 박 후보에게 직언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캠프 내 분위기가 구성원들의 공명심을 자극하고 과도한 충성경쟁이 말실수로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박 후보 측근들은 박 후보를 일방적으로 옹호하다 문제를 일으킨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김병호 전 새누리당 공보단장은 인혁당사건과 관련 "사과를 피해자 당사자들이 아닌 그들의 가족이나 후손까지로 확대하기 시작하면, 전 국민 중에 사과를 안 받을 사람이 있겠느냐"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발언은 사건 피해자의 가족과 후손들이 그동안 겪어야만 했던 엄청난 고통을 간과한 매우 경솔한 발언이었다는 평가다.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안철수 불출마 종용파문'도 결국 정 전 위원의 공명심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박 후보의 측근들이 연일 문제를 일으키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유유상종'이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박 후보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인사들만 주변에 모이는 것이라는 원색적인 비판이다.

개인적 문제?
시스템 오류!

한 정치 전문가는 "박 후보 주위에는 어느새 잘린 꼬리들이 수두룩하다. 박 후보 진영은 측근문제가 발생하면 무조건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고 사퇴로 마무리 짓는데 그런 인식 자체가 문제"라며 "무조건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다보니 재발방지책 마련이 소홀 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시스템적 오류는 없는지 스스로 되돌아 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전문가 역시 "한국 정치의 불행 중 상당 부분은 무능하고 부패한 측근들의 권력 횡포 및 남용에서 비롯됐다"며 "본인은 억울하다고 항변할지도 모르겠지만 대선후보 시절부터 측근문제로 곤혹을 겪고 있는 것은 분명 대통령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